머리말
탐닉의 시대에서 살아가기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아, 기분 좋은 데 쓰이는 이 세상의 모든 돈 - 레번 헬름 Levon Helm
이 책은 쾌락을 다룬다. 동시에 고통도 다룬다. 무엇보다 쾌락과고통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쾌락과 고통의 관계가 왜 중요할까? 우리가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나는아직 무언가에 중독된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장담컨대 머지않아 자주 찾는 웹사이트에서 그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 P5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활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경험의 중독성은 더 커진다.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지난 한 세기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획기적인 발견 중 하나는,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초콜릿을 한 조각먹으면 다음 조각이 또 먹고 싶어지고, 괜찮은 책, 영화, 또는 비디오 게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것이다. 그런 순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 - P6
넓게 봤을 때 중독中毒 Addiction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 P27
어떤 대상에 중독되는 데 가장 큰 위험 요소 중 하나는 그 대상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이다. 중독을 일으키는 대상(이하 ‘중독 대상‘)을 구하기 쉬울수록 시도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오피오이드opioid의 급속한 확산은 이사실에 대한 비극적이면서도 강력한 예시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처방(옥시콘틴, 바이코딘, 듀라제식 펜타닐)이 4배로 증가했다. 미국 전역에 그러한 오피오이드가 널리 유통되면서 오피오이드 중독률과 이에 관한 사망률 역시 증가했다. - P30
인터넷은 중독 대상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우리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강박적과용을 부추긴다. 영상은 ‘입소문이 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말그대로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밈meme이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혹자들이 온라인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때, 그 행동은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하게 보인다. ‘트위터‘는 전문가들과 대표들이 똑같이 좋아하는소셜 미디어 메시지의 송수신 플랫폼으로서 이름이 딱 맞는다." 우리는 새 떼들과 같다. 우리 중 하나가 날갯짓을 하면, 전체가하늘로 날아오른다. - P41
강박적 과용의 문제를 겪기 가장 쉬운 이들은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인데, 그중에서도 잘사는 나라에서 사는 이들이 특히 그렇다. 그들은 보상 수준이 높고, 효능이 강하며, 새로운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시에 의미 있는 일자리, 안전한 주거, 수준 있는 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 법 앞에서의 인종 및 계급적 평등에 소외되어 있다. 이는 중독 위험 요소의 위험한 연쇄작용을 불러온다. - P44
하지만 나는 우리가 완충재를 가득 채운 독방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유년기를 너무 질병처럼 대하고 과하게 관리하는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상처받을 일이야 없겠지만 세상에 대처할 방법도 모르게 된다. 우리가 아이들을 역경으로부터 보호한 탓에, 아이들이 역경을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을 거짓으로칭찬하고 현실을 감추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인 탓에, 아이들이 참을성이 떨어지고 권리만 더 내세우며 자신의 성격적결함에 무지하게 된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들어준 탓에, 새로운 쾌락주의 시대를 조장하게 된 건 아닐까? - P53
뇌의 주요 기능성세포는 뉴런neuron이라고 불린다.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전기 신호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을 통해 서로소통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야구공과 같다. 투수는 시냅스 전presynaptic 뉴런이고, 포수는 시냅스 후postsynaptic 뉴런이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공간은 시냅스 틈새synaptic cleft다. 공이 투수와 포수 사이에서던져지는 것처럼, 신경전달물질은 뉴런들 사이를 오간다. 뇌에서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화학적 메신저인 셈이다. - P66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과학자들 대부분은 도파민이 그중 가장 중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만들 수 없게 된 쥐들은 음식을 찾지못하고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지만, 음식을 입안으로 바로 넣어주면 음식을 씹어서 먹으며 그걸 즐기는 것처럼 반응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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