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분명히 말해두는데, 나는 나 자신을 사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이렇게 말하니 정말 살인자 같다!) 신문에서 살인사건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나는, 주 경계선을 넘어 다른 주로 도망 다니는 자들, 마약에 중독된 소아과 의사들, 범죄 혐의를 받는 인격 파탄자들이 자기네들이 나쁜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 심지어는 짐짓 자기 자랑까지하는 데 충격을 받고는 한다.
"나는 본바탕이 아주 좋은 사람이다."
이것은 얼마 전에 텍사스 주에서 여섯 명의 간호사를 도끼로 쳐 죽인 연쇄살인범 - 보도에 따르면 전기의자에 앉게 된- 의 말이다. 나는 이 사건의 보도를 흥미롭게 눈여겨본 적이 있다.
나는 스스로를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우리의 텍사스 친구가 보여주듯이, 자신을 아주 공정하게 평가하기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 P9

얼마나 빠른 속도로 떨어졌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필름을 천천히 틀어놓고,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눈에는 그때의 광경이, 사고로 위장된 상황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그 일의 장면장면이 보이곤 한다. 소나기처럼 떨어지던 자갈, 풍차처럼 돌아가던 버니의팔, 나무뿌리를 잡으려다 하릴없이 허공만 그러쥐던 버니의 손 소리에 놀라 관목 숲 속에서 날아와서는 까옥까옥거리며 컴컴한 하늘로 날아오르던 까마귀 떼, 카메라가 헨리에게로 넘어가면.... 벼랑에서 한 발 물러서는......헨리. 바로 이 순간에 필름이 영사기 안에서 헛돌면서 스크린은 암흑이 된다. 다 끝났다(Consummaturn est).
밤에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나는 이 지겨운 소형 다큐멘터리 영화의 관객이 되어야 한다(눈을 뜨면 영화 장면은 온데간데없어진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처음부터 다시 돌아간다). 나는 이 영화가 개인의 견해를 무시한 충실한 다큐멘터리인 데, 섬세한 장면까지 남김없이 담고 있는 데, 감정이 깡그리 배제되어 있는 데 자주 놀라고 한다. 바로 이런 식으로, 내 머릿속의이 영화는, 내가 체험한 것을 독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세하게 거울에 되비쳐내고는 한다. 시간의 흐름과, 되풀이되는 상영은 기억에다 원래의 경험에는 없었던 위험한 요소를 덧붙여서 경험을 살찌운다. 나는 그날의 그 일을 냉정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았다(공포, 연민도 없었다. 나에게 있었던 것은 오로지 호기심뿐이었다). 그래서 그 사건의 인상은 내 시신경 안에서 맹렬하게 타오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가슴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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