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루가 꿈같이 지나갔다.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개 짖는 소리, 머리위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 거세진 바람은 나무 사이에서 바다의 파도 소리를 지어냈다. 헬리콥터는 올버니에 있는 뉴욕 주 경찰국에서 날아온 것들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열감지장치를 장착한 헬리콥터였다.
적외선 감지장치가 실린 경비행기도 자원 출동해서 수색작업을 지원하고있었다. 경비행기는 나무 꼭대기를 스칠 듯이 저공으로 비행하고는 했다.
수색대의 체제도 거의 갖추어져 있어서 각 단위조직의 지휘자에게는 휴대용 무전기가 지급되어 있었다. 수색대는 제대(梯隊)로 눈 덮인 산정을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사다리꼴 모양의 대형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셈이었다.
옥수수밭, 목초지, 관목에 덮인 구릉•••산기슭에 이르자 아래쪽으로 경사진 구릉이 나타났다. 아래쪽 계곡은 짙은 안개에 덮여 있었다. 계곡에서 안개를 뚫고 우뚝우뚝 솟아올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나무는 흡사 하얀 물이 끓고 있는 거대한 가마솥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찰스는내 옆에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걸었다. 뒤처져 있는 헨리는 산 채로 유령이되어버린 것 같았다. 안개 속에서 어른거리는 그의 모습은 도무지 이 세상사람 같지 않았다. - P107
"어젯밤에는 잠이 안 옵니다. 약간 멍청하기는 해도 괜찮은 친구였는데, 꽤 좋아했답니다.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글쎄, 견뎌낼 수 있을지몰라."
이러면서 줄리언은 사람과 숲과 설원이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한 폭의영화 장면 같은 정경을 내려다보았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분명히 걱정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분명히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버니의 실종사건이 그에게는 마음의 짐이 되었을 테고, 수색작업 자체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규모의 수색작업이 연출하는 극적인 효과와, 사람과 풍경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설원의 풍경 자체에 감동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헨리도 그걸 바라보고 있다가 줄리언에게 속삭였다.
"톨스토이에 나오는 정경 같지 않습니까?"
줄리언은 어깨 너머로 헨리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줄리언이 천천히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그렇군"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