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는 저울이다. 평소에는 저울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지면과수평을 이룬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은 우리의 보상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 상태, 즉 평형equilibrium을 유지하려고 한다. 한쪽이나 다른 한쪽으로 오랫동안 기울어져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self-regulating mechanism이 작동한다. 이러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은 의식적 사고나 별도의 의지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반사 작용처럼 균형을 잡으려 한다. 나는 이러한 자기 조절 시스템을 그렘린gremlin*들이 쾌락 쪽의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서울의 고통 쪽에 올라타는 모습으로 상상하곤 한다. 그렘린들은 어떤 생물체가 생리적 평형을 유지하려는경향, 다시 말해 항상성homeostasis 을 대변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 P69
어떤 쾌락 자극에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신경 적응neuroadaptation 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쾌락을 추구할수록 우리의 그렘린은 점점 더 커지고 빨라지고 많아지며, 우리는 이와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앞서 선택한 쾌락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 tolerance 이라고 한다. 내성은 중독의 발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 P72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 쾌락-고통 저울은 앞서 상당한 절제 기간을 거친 사람들도 다시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 왜 그럴까? 우리의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그저 평범한 기분(수평 상태)을 느끼려 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 조지 쿱George Koob은 이러한 현상을 "불쾌감에 따른 재발dysphoria driven relapse이라고 표현한다. 중독 대상에 과거와 같이 다시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금단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셈이다. 뇌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 - P77
우리가 기대한 보상을 얻으면, 뇌에서 발화한 도파민은 기준선을 넘어서 증가한다. 반면 우리가 기대한 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도파민 수준은 기준선 밑으로 떨어진다. 다시 말해, 기대한 보상을 얻으면 도파민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나고, 기대한 보상을 얻지 못하면 훨씬 더 많이 줄어든다. 누구나 기대한 만큼 보상을 얻지 못해서 실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를 떠올려보라. 기대했지만 못 받는 보상이 애초에 전혀 기대하지 않은 보상보다 더 나쁘다. 그렇다면 단서로 인해 발생한 욕구는 우리의 쾌락-고통 저울을 어떻게 움직일까? 저울은 앞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쾌락 쪽으로 기울어지는데도파민 소폭 증가), 곧 단서의 여파때문에 고통 쪽으로 기운다(도파민 소량 부족). 도파민 부족해지면 우리 뇌는 중독 대상을 찾으려는 행동을 유도한다. 지난 10년 동안 병적으로 심각한 도박에 대한 생물학적 원인을 파악하는 데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 그 결과 정신장애 진단및 통계 편람Diagnosite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제5판)에서 도박 중독은 다시 중독 장애로 분류되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박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는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일반적으로 돈) 자체 못지않게 보상 전달의 예측 불가성과 관련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박을 유도하는 것은 금전적 이득보다는 보상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 P80
과학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매일 코카인에 노출된 쥐들은첫날엔 활기차게 뛰다가 마지막엔 정말 광란의 질주를 하면서 코카인의 영향에 누적된 감작作, sensitization 상태를 보였다. 그러다가 연구자들이 코카인 투여를 멈추자, 쥐들도 뛰기를 멈췄다. 실험 쥐의 일반적인 수명 기간인 1년 후 쥐에게 코카인을 한 차례다시 투여하자 1년 전 마지막 날 그랬던 것처럼 다시 미친듯이뛰었다. 과학자들이 그 쥐들의 뇌를 살펴본 결과, 쥐의 보상 경로에서지속적인 코카인 감작과 일치하는 코카인 유도 변화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코카인 같은 중독성 물질이 뇌를 영원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알코올부터 오피오이드, 대마초에 이르기까지 다른 중독 물질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상담을 하면서 나는 심각한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수년 동안 의존을 멈추고도 단 한 번의 노출로다시 강박적인 의존에 빠진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 P83
학습 또한 뇌 속의 도파민발화를 증가시킨다. 다양하고 자극적인 새로운 환경에서 세 달간 머문 암컷 쥐들을 표준적인 실험실 우리에 머문 쥐들과 비교했을 때, 전자의 뇌보상 경로에서 도과민 시냅스가 급증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새로운 환경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뇌의 변화는 고도의 도파민을 유도하는 (중독성 있는 대상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뇌의 변화와 유사하다. 하지만 똑같은 쥐들이 중독성 강한 약물인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같은 흥분제를 투여받으면,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어도 시냅스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메스암페타민이 쥐의 학습 능력‘을 제한했음을 암시한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나의 동료인 에디 설리번EdieSullivan은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선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중독에 따른 뇌의 일부 변화는 돌이킬 수 없지만 손상된 영역을 새로운 신경망을 만듦으로써 우회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뇌의 일부가 영원히 바뀌더라도, 우리가 새로운 시냅스 경로를 찾아서 건강하게 행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 - P84
고통(과 쾌락)에 대한 우리의 감각 지각은 우리가 그 고통과 쾌락)에 부여하는 의미에 큰 영향을 받는다. 헨리 놀스 비치 Henry이Knowles Beecher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그는 전쟁 중에심각하게 다친 225명의 병사들을 관찰했다. 비처는 연구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분류되는 심각한 부상 다섯 가지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 인원만조사했다. "광범위한 말초 연조직의 상처, 장골의 복합 골절, 두부 관통, 흉부 관통, 복부 관통.… 그 사람들은 부상을 당했을 때정신이 맑았고... 조사 당시에도 놀라지 않았다." 비처의 발견은 놀라웠다. 심하게 다친 병사들 가운데 4분의 3이 부상 직후에 고통을 거의 혹은 아예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다쳤음에도 말이다. 비처는 그들의 신체적 고통이 "피곤함, 불편함, 불안함, 공포감, 실제 사망 위험 등으로 가득 찬 극도의 위험한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에 누그러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고통이 "안전한 병원으로 가는 티켓"이었기 때문이다. - P86
나는 환자들에게 절제하는 한 달을 보낸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 이때 환자 대다수는 자신이 한 달 동안 절제에 성공하고 절제의 이점을 경험할 수 있음에도 다시 중독 대상에 기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에 기대던 것과 다르게 기대고 싶어한다. 중독의학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는 논란은, 중독 대상에 심하게기대왔던 사람들이 그 대상에 ‘적당히, 위험 없이 기대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AA에 수십 년간 축적된 지식에 따르면, 중독자들에게 선택지란 절제뿐이다. 하지만 최근 증거에 따르면 과거에 중독 기준에 살짝 걸쳐 있던 일부 사람들, 절제된 방법으로 자신의 중독 대상에 다시 기댈수 있다. 내 임상 경험에서도 이것은 참이다. - P109
내 환자 중 중독 대상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성공한 이들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고 얘기했다. 결국 그들은 최종적으로는 중독 대상과의 이별을 택했다. 하지만 음식에 중독된 환자들은 어떨까? 아니면 스마트폰? 완전히 끊을 수 없는 중독 대상이라면?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점차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고도의 도파민 상품이 말 그대로 곳곳에 널려 있어서 누구나 강박적 과용에 빠지기 쉽다. 중독의 임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 P111
고도의 도파민 제품은 ‘만족을 미루는 능력‘을 해치는데, 이를지연 가치 폄하delay discounting 라고 한다. 지연 가치 폄하는 보상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보상 가치를 낮게 보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 20달러를 받는다면 1년 후보다는 오늘 바로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인간이 오랜 시간 후에 받는 보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받는 보상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여러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 그러한 요인 중 하나가 의존 대상이 된 물질과 행동의 중독성이다. - P129
신경과학자 새뮤얼 매클루어 Samuel McClure와 그의 동료들은 즉시 보상과 지연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관여하는지를 연구했다. 관찰 결과, 참가자들이 즉시 보상을 선택했을 때는 뇌에서 감정 처리와 보상 처리를 하는 부위가 활성화되었고, 보상을 미뤘을 때는 계획과 추상적 사고와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 이 연구가 암시하는 바는, 현대에는 감정적 보상 경로가 삶에지배적인 동력이 되면서 우리 모두가 전두엽 피질 위축증을 앓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도의 도파민 물질에 기대는게 지연 가치를 폄하하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예를 들어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죽음에 대한 노출에 적응한 이들이 있고, 자원이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도 거기에 비슷하게 적응한 이들이 있다고 치자. 이때 지연 보상보다 즉시 보상을 중시할 가능성은 전자에게 더 크다. 실제로 빈민가에 사는 브라질의 젊은이들‘은 동년배의 대학생들보다 미래에 받을 보상을 낮게 평가한다. 싸구려 도파민에 얼마든지 쉽게접근할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가난이 중독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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