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버스가 도착한다. 우리는 통로 위의 난간에 바짝 기대며승객들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나는 이제 내 앞에 놓일-영불해협횡단레이스"에 견줄 만한, 그러니까 악명 높은 위스트르앙 부두의 페리에서 일하는 생활에 얽매여 그들에게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나의 첫 출근 날이니, 짐을 갖고내리는 모든 승객들을 바라보면서 기운찬 목소리로 성심성의껏 "어서 오십시오"라고 환영의 인사를 건네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내 인사에 아무도 대꾸를 보내지 않는다. 가끔씩 그들 중 한명은 다리에 감아 놓은 동아줄 더미가 인사한 건 아닌가 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안중에 없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 P115
빅토리아와 팡팡은 "비정규직들‘을 관장하는 분과를 만들었다. 고용 약속이 파기된 노동자들, 슈퍼마켓 노동자들, 임시직들, 여자청소부들, 혹은 하청 노동자들 모두를 다 이 분과로 규합시켜야 했다. 금속노조, 조선노조, 우편전신전화노조 같은 거대한 단위를 중심으로 조직된 남자들의 세계에서 조합운동을 한다는 것은 절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규정했다. "우리는 바로 보루지."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콩티낭Continant"의 계산원들 혹은 빗자루를 든 여자 청소부들과 함께 시위를 한다는 데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의 파업이었고, 그들의 행진이었고, 그들의 플래카드였고, 그들의 조합이었던 것이다. 조합 모임에서는 노조 간부들이 비정규직들도 당연히 이해할 거라고 여기면서 그들 특유의 어법으로 정책 및 기술적인 용어를 구사했는데, 비정규직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책임자들에게달리 말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그야말로 간부들을 화나게 했다. "당신의 그 바보 같은 질문 때문에 모두들 지겨워하고 있는 거몰라?" 가끔 비정규직들이 발언권을 얻어 말할 때면, 남자들은 배꼽이빠져라 웃어댔다. 빅토리아는 그들과 함께 계급투쟁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 P160
나는 가끔씩, 어느날 저녁 헬리콥터가 우리의 작은 부두 끝으로 내려와 그녀를 이곳에서 아주 먼 곳, 즉 우리는 꿈에서라도 언감생심 따라가지 못할그런 곳으로 그녀의 진정한 운명을 향해 데려간다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그녀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하루는 어리석게도 그녀에게 모델이 되어 보려고 하지는 않았느냐고, 게다가 더 바보같이 "다른 일을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라고 물어보고 말았다. 미미는 다른 쪽을 바라보고, 묘하게허스키한 목소리에 힘을 빼며 대답했다. "너무 늦었지. 이미 스무 살인데."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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