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물 치료가 학업적·사회정서적기능의 저하와 관련 있다‘는 새롭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습관성‘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항우울제도 내성과 의존성을 일으켜서 장기간에 걸친 우울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지발성 불쾌감tardive dysphoria이라고한다.
나는 중독 문제와 약물의 효과 여부에 관한 의문을 넘어서서더 심오한 질문과 씨름해 왔다. 향정신성 약물이 인간성의 본질적인 부분을 없애버리는 것은 아닐까?
1993년, 정신의학 박사 피터 크레이머Peter Kramer는 『프로작에게 듣는다 Listening to Prozac』라는 획기적인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항우울제가 사람들을 "보통 좋은 것보다 더 좋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크레이머가 틀렸다면?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향정신성 약물이 우리를 보통 좋은 것보다 더 좋게 만드는게 아니라 보통 좋은 것이 아닌 무언가 다른 존재로 만든다면 어떨까?
수년 동안 만난 다양한 환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향정신성 약물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단기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넘어서 감정자체를 제한한다. 비탄과 경외심 같은 강렬한 감정을 특히 무디게 한다.
어떤 환자는 항우울제 덕분에 조울증의 고통에서 해방됐다고기뻐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올림픽 광고를 보고도 더 이상 울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보였다. 그녀는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격 중 감성적인 부분을 기꺼이 희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울수 없자 나를 다시 찾아왔다. 내 처방에 따라 그녀는 항우울제를 끊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많은 우울과 불안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더 넓은 폭의 감정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녀는 바닥에 가까운 감정도 인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P162

우리는 약물에 기대어 세상에 적응할 때 과연 어떤 세상에 만족하는 걸까? 고통과 정신 질환을 치료한다는 핑계로 참기 힘든상황에 대해 생화학적으로 무감각한 인구를 양산해내고 있는 건아닐까? 설상가상으로 향정신성 약물은 가난하고 직업이 없으며선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되고 있다.
정신 치료제는 가난한 아이들을 비롯한 빈곤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자주 다량으로 처방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보건통계센터에서 진행한 2011년 국민건강인터뷰조사 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6~17세 어린이 가운데 7.5퍼센트‘가 "감정적 · 행동적 문제"로 약을 처방받았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향정신성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이 더 컸다 (9.2퍼센트 대 6.6퍼센트),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보다, 비히스패닉계 백인들은 유색인들보다 복용 가능성이 더컸다. - P165

누구나 한번쯤은 고통이 쾌락으로 바뀐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한동안 아팠다가 기분이 나아진 걸 느꼈거나, 운동 후 러너스 하이를 느꼈거나, 무서운 영화를 보고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수 있다. 고통이 우리가 쾌락에 지불하는 대가인 것처럼, 쾌락 역시 우리가 고통을 통해 얻는 보상이다. - P181

6주 동안 쳇바퀴를 돌린 쥐들에게 코카인을 주었더니, 쳇바퀴를 돌지 않은 쥐들에 비해 코카인 사용을 자율적으로 조절했고 코카인 사용 빈도가 줄었다. 이는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알코올을 가지고 진행한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동물에게 강제적으로 운동을 시키자, 자발적인 약물 사용 빈도는 더 줄어들었다.
인간의 경우 중학교, 고등학교, 성인 초기에 하게 되는 고도의신체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물 의존도를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운동은 약물에 중독된 이들이 의존을 멈추거나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도파민이 운동 회로에 미치는 중요성은 조사가 이루어진 모든 동물 실험에서 보고되고 있다. 가장 단순한 실험동물 중 하나인 예쁜꼬마선충은 그 지역의 영양물이 풍부함을 알려주는 환경적자극에 반응해 도파민을 분비한다. 연구를 종합해보면 도파민은‘저걸 원해‘라는 동기 부여 신호를 주어 신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도파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전형적인 미국인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앉아서 보내는데, 이는 50년에 비해 5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세계의 다른 부유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가 공급량이 제한적인 식량을 두고 경쟁하기 위해 매일 10킬로미터를 횡단하도록 진화되었음을 고려하면, 현재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좌식 생활 습관의 역효과는굉장히 충격적이다. - P184

이와 대조적으로 생산직은 갈수록 기계화되는 것은 물론 업무 자체의 의미로부터 단절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자율성을 제한받고, 경제적 이득도 그저 그런 수준이며, 공동의 사명감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성취감과 최종 제품 소비자와의 접촉은모두 내적 동기에 중요한데, 단편적인 조립라인 노동은 이 두 가지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적당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는 심리가생기는데, 이러한 심리에서 술, 도박, 약물 같은 강박적 과용이 고된 하루의 끝에 주어지는 보상이 된다. 그럴만도 한 게, 현재 저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고등학교 교육 이수자들이 일을 가장 적게 하는 반면, 고학력 임금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하고 있다.
2002년 당시 소득 상위 20퍼센트가 하위 20퍼센트보다 두 배더 오래 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됐는데,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추측이다.
개인적으로 가끔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려울 때가 있다. 깊은 몰입의 ‘흐름‘은 그 자체가 마약과 같다. 몰입은 도파민을 분비하고 특유의 도취감을 낳는다. 이러한 무아지경은 부자 나라에서는 큰 보상을 보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친구와 가족과 맺는 밀접한 관계를 가로막는다면 인생에서 덫이 될수 있다. - P204

근본적인 솔직함은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특히 자신의 결점을 노출하고 어떠한 결과를 감수하면서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균형 잡힌 인생을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전략이다. 사실대로 말하기는 여러모로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근본적인 솔직함은 첫째, 우리의 행동을 확실하게 의식하도록한다. 둘째,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셋째, 진실한 삶을 이끌어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더 나아가 사실대로 말하기는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중독을 막을 수 있다. - P214

연구자들은 전두엽 피질의 신경 흥분성이 높아지면 거짓말 빈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정직의 증가는
"물질적인 사리사욕이나 도덕적 신념의 변화로 설명될 수 없었고, 참가자들의 충동성, 자발적 위험 감수, 기분과도 무관했다."
연구진은 전두엽 피질을 자극하면 정직의 정도가 강해질 수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인간의 뇌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적극적으로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다"는 생각과 일치한다.
이 실험을 보고 나는 ‘역으로‘ 솔직함을 실천하면 전두엽이 활성화될 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스위스에 있는 크리스티안 러프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의 의견을 물었다.
‘전두엽 피질을 자극하는 것이 사람들을 더 솔직하게 만든다면, 더 솔직해지는 것이 전두엽 피질을 자극할 수도 있을까요? 사실대로 말하기를 훈련하면 우리가 미래 계획, 감정 조절, 지연보상에 활용하는 뇌 부위의 활동성과 흥분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의 질문은 일리가 있습니다. 확실 한 대답은 드릴 수 없지만, 솔직함과 관련된 전두엽의 작용처럼 특정 목적을 위한 신경 작용이 반복적인 사용을 통해 강화된다는 당신의 직관에 공감합니다. ‘함께 점화하는 세포들은 연결된다‘는 도널드 헵Donald Hebb*의 오래된 이론에 따르면, 거의 모든 유형의 학습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다. 솔직함을 훈련하면 특정 목적을위한 신경 회로가 강화될 수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어 배우기, 피아노 연주하기, 혹은 스도쿠 잘하기가 다른 회로를 강화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사실대로 말하기는 뇌를 변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쾌락-고통 균형과 강박적 과용을 이끄는 정신적 작용을 더 확실히의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행동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 P217

20여 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우리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말하는 방식이 정신 건강의 표식이자 예측 변수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이 주로 피해자이며 나쁜 결과는 남탓이라고 하는 환자들은 보통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계속 그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기 바빠서 자신의 회복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정확히 표현하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면 호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피해자 서사‘는 보통 우리가 자신을 특정한 상황에 대한 피해자로 보고 자신의 고통에 대한 보상이나 사례를 받아 마땅하다고여기는 광범위한 사회적 경향을 말한다. 정말로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그 서사가 피해자 의식을 넘어서지 못하면 치료가 진행되기 어렵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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