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수치심 shame은 본질적으로 미묘한 개념이다. 중독을 멈추는 원동력인 동시에 중독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러한 역설에서 벗어날 수있을까? 우선 수치심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수치심을 죄책감과 다른 감정으로 본다. 교과서적인 설명은 이런 식이다. 수치심이 우리 자신을 나쁘게 느끼게 하는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긍정적인 자아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인정하는 감정이다. 수치심은 부적응적 감정, 죄책감은 적응적 감정인 셈이다. - P247
내가 보기에 수치심이냐 죄책감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그 감정을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위반 행위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대가 우리에게 거부, 비난, 회피의 감정을 드러내면 우리는파괴적 수치심destructive shame 의 사이클로 들어가게 된다. 파괴적수치심은 수치심의 감정적 경험을 심화시키고, 처음에 수치심을 느끼게 했던 행동을 완전히 고정시켜 버린다. 반면에 상대가 우리를 더 가까이 두고 구원/회복을 위한 손길을 내민다면 우리는 친사회적 수치심 prosocial shame 의 사이클로 들어간다. 친사회적 수치심은 수치심의 감정적 경험을 누그러뜨리고, 수치스러운 행동을 멈추거나 줄이도록 도와준다. 자존감도 지켜준다. - P248
파괴적 수치심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과용은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수치심은 집단의 외면 혹은 집단에게 거짓말을 해서 외면을 모면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고립을 낳고, 사이클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중독 대상에 대한 의존도 계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 P256
친사회적 수치심은 수치심이 공동체 번영에 쓸모 있고 중요하다는 생각에 근거를 둔다. 수치심이 없으면 사회는 혼돈에 빠져버릴 것이다. 따라서 관습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는 건 적절하고 좋은 경험이다. 더 나아가 친사회적 수치심은 누구나 결점을 가졌고, 실수할수 있으며, 따라서 용서할 수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근거를둔다. 옆길로 엇나간 사람을 내치지 않으면서 집단 규범을 고수하도록 하는 열쇠는, 벌충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명시한 수치심 이후의 ‘할 일‘ 목록을 만드는 데 있다. 친사회적 수치심 사이클은 다음과 같이 돌아간다. 과용은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수치심은 근본적인 솔직함을 요구하는데, 솔직함은 우리가 파괴적인 수치심에서 본 것 같은 외면이 아니라 수용과 공감을 낳는다. 그러면서 벌충에 필요한 행동들이 어우러진다. 그 결과 유대감은 커지고 중독 대상에 대한 의존은 줄어든다. - P258
만약 AA 회원들이 중독에 굴복하게 되면, AA는 이를 고백할것을 장려하고 이런 행동을 중요한 집단선集團善으로 여긴다. 이 점이 중요하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어떤 집단에 소속되는 보상을 집단선club goods 이라고 언급했다. 집단선이 탄탄할수록 그 집단이 현재의 구성원들을 유지하고 새 구성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집단선의 개념은 가족, 친목 단체, 종교 모임 등 모든 인간 집단에 적용할 수 있다. - P262
영화 중간에 딸이 나를 보더니 "엄마, 내가 멈블이랑 비슷해?" 하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부모로서의 자기 회의에 사로잡혔다. 뭐라고 말하지? 사실대로 말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할까.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속임수를 써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계속 갖고 있게 할까? 나는 위험을 감수했다. "응, " 난 말했다. "멈블이랑 정말 비슷해." 그러자 딸의 얼굴에 큰 미소가 퍼졌다. 나는 이를 확인을 의미하는 미소로 받아들였다. 그때 난 내가 옳은 일을 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딸이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을 사실로 인정함으로써 딸의정확한 자기 평가 능력을 격려했다. 또한 우리가 모든 방면에 뛰어날 수 없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아는 일이 중요하며, 그래야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딸은 1년 후에 피아노 수업을 관뒀지만 지금도 음악을 즐긴다. 라디오를 따라서 음정은 전혀 안 맞게 노래하지만 조금도 쑥스러워하지 않는다. 상호 간의 솔직함은 수치심을 없애는 동시에 친밀감을 길러준다. 우리가 결점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때, 그들과 나누는 깊은 유대감에서 이러한 따뜻한 감정이 커진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친밀감을 만드는 방법은 완벽함이 아니다. 실수를 바로잡는데 다 같이 노력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친밀감을 높인다. - P270
균형을 찾아 유지함으로써 얻어지는 보상은 즉각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다. 보상을 얻으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장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지금의 행동들이 실제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미래의 언젠가 나타날 거라는믿음을 가져야 한다. 내 환자인 마리아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회복은 《해리포터Harry Potter>>에서 덤블도어가 가로등 기둥을 밝히면서 어두운 골목을 걸어 내려갈 때의 장면과 비슷해요. 그가 골목 끝에서 발길을멈추고 뒤를 돌아봐야 골목 전체에 불이 들어온 광경이 보이죠. 그가 지나온 길의 빛을요."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것이 약물에 찌들고, 너무 자극적이며, 쾌락으로 포화를 이룬 지금의 세상에 대한새로운 접근법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저울의 교훈을 실천해서 자신이 지나온 길의 빛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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