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정체성 구성은 근대 후기의 개인을 도시 계획가 게오르크 프랑크 Georg Franck가 기술한 ‘주목 경제 Attention Economy‘ (그가 저술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즉 인지 자원의 자본화로 인도한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평범한 현상은 광고다. 오늘날 광고는 온갖 내러티브를 동원하여 우리의 부족한 관심을 끌려고 애쓰며, 민영방송에서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한다. 사회학자 울리히 브뢰클링은 여기서 영웅화를 통해 진부한 것이 ‘고상해지는 현상‘을 인식한다. 마케팅의 언어로 상품 또는 심지어 소비자 자신까지 영웅이 된다. 란제리 브랜드 훈케묄러 Hunkemöller는 여성 고객을 쉬어로즈 Sheroes로 칭송하고 알디쥐트ALDI-Süd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옮긴이)광고에서는 케이크 글레이즈Cake Glaze 제품을 ‘일상의 영웅‘ 으로 만들었다. 언어 행위를 극도로 응축하고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은폐하며 비교적 단순한 인과관계를 따르는 광고는 일상에 확고하게스며든 미니 영웅 여정의 좋은 예다. - P151
또한 오늘날 우리는 영웅주의가 뜨거운 모래 위에서붉은 피를 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사투를 벌이는 것 말고도다른 형태의 영웅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Rousseau가 썼듯이 "영웅이라는 무리는 필연적으로 몰락할 것이다. " 세무신고에서 해상 구조에 이르기까지 시민 영웅주의에는 연방 청소년 대회 Bundesjugendspicle (독일 학교를 대상으로 매년 국가에서 실시하는 스포츠 대회 - 옮긴이)의 오랜 규칙이 적용된다. 즉 너무 많은 선수의너무 훌륭한 퍼포먼스가 낙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상승시킨다. 과거에는 누군가 어떤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면 비록 단골 지정석에서 맥주 다섯 잔을 마신 후라도 주목 경제의 측면에서 볼 때 성공적이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팔로워 수가 만 명이 되지않으면 전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브뢰클링이 ‘비대칭적 시선 체제‘라고 부르는 것 때문이다. 즉 영웅은 언제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청중이 필요하다. 브뢰클링에 따르면 "영화에서 사용되는 영웅 샷 Hero Shor은 주인공을 클로즈업하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카메라 앵글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서사는 19세기의 자유화와 행동하는 주체로의 시민의 지위 상승을 통해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즉 이 이야기에서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 영웅으로 제시되고신에 가까운 힘과 초인적인 용기를 요구하는 모험을 떠난다. 가이 리치와 같은 현시대의 감독은 아서 왕과 같은 고대 신화까지도 우리가 모두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가?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모두가 자기의 왕이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모든 이야기의 주제는 누구나 자신의 자유를 찾고 자신의 운명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 P152
‘내러티브 Narrative‘, ‘이야기 Erzählung‘, ‘스토리Geschichte‘는 정확히 서로 어떤 관련이 있는가? 우리는 이 세 가지 개념과 그 의미가 서로를 기반으로 구축된다고 생각한다. 내러티브가토대를 형성한다. 그 위에 내러티브의 문화적 표현으로서 이야기가쌓이고, 다시 그 위에 수많은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스토리가 쌓인다. - P159
보로딧츠키에 따르면 이러한 언어적 차이는 우리가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영어를사용하는 목격자는 사고 유발요인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지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목격자는 그것이 의도되지 않은 사건, 즉 불의의 사고라는 사실을 포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서로 다른 관찰자는 이미 자신의 언어적 특징으로 말미암아 같은 사건을 다르게 인식하며, 따라서 세부적 내용도 다르게 기억한다. 이는 증인 진술과 법적 결과와 관련하여 전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로딧츠키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언어는 우리가 사건을 판단하는 방식을조종한다. - P169
‘피부색‘이라는 단어를 밝은 베이지색과 동일시하면 완전히 잘못된 현실 묘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서 ‘피부색‘이라는 단어 자체는 백색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이탈로 간주하는 사회적 자기 서사의 표현이다. 이는 레이코프와 보로딧츠키가 연구했듯이 우리의 인지 격차를 보여준다. ‘피부색‘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인지 격차가 다시 재생산 및 강화되며, 사람들을 배제하고 평가절하한다. 말하자면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고려해야 할 대상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이러한 모든 내러티브가 ‘피부색‘이라는 눈에 띄지 않는 단어에 담겨 있다. 언어는 이러한 식으로 차별하는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파괴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적인 힘도가지고 있다. - P174
이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일단 먼저 주장한다는 의미다.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청중은 언어유희라는 틀 안에서 그의 주장이 참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한정된 시간동안 화자와 청자는 ‘마치 인 것처럼‘ 함께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가 현실에 대해말하고 쓰는 방식을 모방한다. 앵글로색슨의 허구 이론에서는 이를 ‘믿는척하기 Make-Believe‘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허구적 사실은 듣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사실처럼 보이는 순간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영화관 관객은 영화표를 구매함으로써 일라이저 우드 Elijah Wood가호빗이고 백발의 늙은 남자들이 마법을 쓰고 반지가 눈에 보이지 않게사라지게 하고 악을 끌어들인다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주장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상상력으로 주어진 내용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장하지 않으면서 주장하는 것이다. 독문학자 베니타 헤르더 Benita Herder가 자신의 저서 『이미지와 허구 Bild und Fiktion』에서 ‘검‘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듯이, 집단으로 ‘믿는 척하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큰 규칙은 우리의 언어다. 우리에게는 특정 글자의 조합이 글자 이상의 것처럼 행위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동의가 있다. 이를테면 waff 라는 알파벳 문자로는 검치호랑이나공격자에 맞서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 하지만 ‘무기를 제공하다 Waffeanbicien"라는 말로 실제 전쟁이 시작되거나 끝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이미지로도 충분히 그것이 가능하다. - P178
이미지는 우리가 어떤 사태나 실상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같은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그 이미지를 규범으로 받아들인다. 두건을 두른 여성 이미지는 이주나 통합 논쟁을 설명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이슬람과 독일에 살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증거처럼 사용된다. 독일에 거주하는 무슬림 여성의 70퍼센트가 두건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러한 이미지 뒤에서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파성은 어디로 이어질까? 베텔스만 재단 Bertelsmann Stiftung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절반이 이슬람을 위협적이라고 느낀다. 특정 이미지가 과잉 노출됨으로써 독일의 문화적 동질성이 두건을 쓴 여성들로 인해 도전받는다는 내러티브가 생겨났다. 덧붙여 말하자면 유대교나 반유대주의를 다루는 뉴스나 기사에서는 종교적 소수자를 묘사하는 편파적인 성(性) 표현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여기에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 유대 모자를 착용한 뒤통수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전형적으로 키파Kippah를 쓴 남성 모습만 보인다. 놀라운 사실은 독일에 살고 있는 유대인 중 절반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 여성도 유대인 남성과 똑같이 반유대주의 폭력의 피해자다. 그러나 유대인 여성이 두드러지게 강조되어 연출되지 않기 때문에 기사에 등장하는 경우는드물다. 무슬림과 유대인에게서는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그들 문화와 종교의 작은 일부분을 일반화하고 이를 다시 이주 주제와 혼합하는 반면,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보도가 그 자체로 위험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세 번째 예가 있다. 바로 극우주의다. 극우주의에서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뒷모습이 열심히 작동하는데 이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군화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극우주의자와 네오나치Neo-Nazis가 그들의 옷차림으로 쉽게 식별될 수 있다고 넌지시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독일에는 법원 판결에 따라 극우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허용된 정당이 존재하는데 그들 중 누구도 연방의회에서 군화를 신지는 않는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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