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정부에게 아무 말도 건네고 싶지 않다. 뻣뻣한 드레스에 살이 베이고 숨이 가빠 오고, 장화에 발목이 쏠려 아프다. 모직 장갑이 피부를 따끔따끔 찔러 와 나는 결국 손에서 장갑을 벗어 버린다. 가정부는 이를 혼자 흐뭇해하며 바라본다. 성질머리 있네, 그렇죠? 가정부가 말한다. 가정부는 뜨개질 바구니와 먹을거리 한 꾸러미를 가지고 있다. 롤빵 몇 개와 소금과 완숙한 흰 달걀 세 개가 들어 있다. 가정부는 달걀 두 개를 치마위로 굴려 껍데기를 깬다. 달걀흰자는 회색이고, 노른자는 말라서 가루처럼 떨어진다. 반드시 그 냄새를 기억해 둘 것이다. 가정부는 세 번째 달걀을 내 무릎 위에 놓는다. 나는 먹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어 마차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게 한다. 「쯧쯧」가정부는 이걸 보고 혀를 찬다. 그리고 뜨개질 거리를 꺼내지만고개를 숙이고 잠에 빠진다. 나는 비참함과 분노 속에 꼿꼿한 자세로 가정부 옆에 앉아 있다. 말은 천천히 나아가고, 여정은 너무나 길어 보인다. 가끔 나무 사이를 지나간다. 그러면 내 얼굴이 유리창에 반사된다. 피처럼 어둡게 보인다. - P269
나는 손을 줄 생각이 없다. 여자가 내 손목을 잡고 팔을 들어올린다. 내 손은 작고 관절 부위가 통통하다. 나는 감촉이 좋지않은 정신병원 비누로 씻는 데 익숙해져 있다. 손톱이 정신 병원의 먼지로 새까맣다. 삼촌이 내 손가락 끝을 잡는다. 손에 잉크 얼룩이 한두 개 보인다. 삼촌이 고개를 젓는다. 삼촌이 말한다. 「그래, 내가 만약 내 책에 천박한 손길이 닿길바랐다면 분명 스타일스 부인에게 간호사를 데려오라 했을 거다. 저런 거친 손을 부드럽게 하라고 장갑을 주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내가 네 손을 부드럽게 만들어 놓으며, 여길 봐라, 우리가 장갑이라곤 모르는 아이들의 손을 어떻게 부드럽게 하는지 말이다. 남자는 한 손을 외부 주머니에 찌르더니 무언가를 풀어낸다. 책에 쓰는 용품 가운데 하나이다. 책장이 안 넘어가게 눌러 두는, 비단으로 탄탄하게 감아 둔 금속 구슬 줄이다. 남자는 그걸로 고리를 만들더니 무게를 가늠해 보는 듯하다. 그러고는 내 옴폭한 손가락 관절들 위로 잽싸게 내려친다. 그리고 스타일스 부인의 도움을 받아 다시 내 다른 손을 잡고 한 번 더 되풀이한다. 구슬들이 채찍처럼 따끔하다. 그러나 비단 덕분에 살이 찢어지지는 않는다. 첫 방을 맞고 나는 마치 개처럼, 고통과 분노와 순수한 놀라움에서 날카롭게 비명을 올린다. 그리고 스타일스부인이 내 두 손목을 놓아주자 나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흐느끼는 소리에 삼촌이 얼굴을 찌푸린다. 삼촌은 구슬을 주머니에 도로 넣고 손을 귀에 올린 뒤 바르르 떤다. 「조용히 해라. 꼬마야! 삼촌이 말한다. 나는 몸이 떨리고, 울음을 멈출 수가 없다. 스타일스 부인이 내 어깨 살을 꼬집고, 나는 더 크게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자 삼촌이 구슬을 다시 꺼내고 마침내 내가 조용해진다. - P274
「이 제목 보이느냐, 꼬마야? 다가오지 마라! 너보고 읽으랬지, 껑충대며 날뛰라곤 안 했다.」그러나 책이 너무 멀리 있다. 나는 고개를 내젓고 눈물이 다시 고이는 걸 느낀다. 「하!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삼촌이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말해 줘야겠구나! 시선을 깔아라, 이 아가씨야, 바닥을 봐라. 아래로! 더! 네 신 옆에 있는 그 손 보이느냐? 그 손은 내 명령으로 검안사, 즉 안과의사의 조언을 받아 거기만들어 놓은 거다. 이 책들은 희귀한 것들이고, 모드 양, 일반인이 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 손가락을 한 번 넘어만 봐라. 그럼 널 이 집의 하인 부리듯이 부려 버리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만 더 그러면, 피가 날 때까지 눈에 채찍질을 하겠다. 그 손이가리키는 곳이 이곳에서 무지의 한계선이다. 때가 되면 넘게 될것이다. 그러나 내 명령에 따라서이고, 네가 준비가 되었을 때다. 알겠느냐, 흐음?」 알 리가 없다.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나는 이미 충분히 조심스러워졌기에 마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삼촌이 책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서가에 책을 똑바로 놓으며 잠시 시간을 지체한다. - P276
내가 유순해진 것은 채찍질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인내심의 잔인함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친 자의 인내심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 나는 미치광이들이 끝이 없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보아 왔다. 밑이 새는 컵에서 다른 밑이 새는 다른 컵으로 모래를 나르거나, 닳아 올이 풀린 드레스의 땀수를 세거나, 햇살 속의 먼지를 세거나, 그리고 그 합계를 보이지 않는 장부에 적어 넣는 일을 말이다. 만약 저들이 여성이 아니고, 신사였고 부유했다면, 그랬다면 아마도 저들은 학자나 존경받는 고문으로 통했을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이건 물론, 삼촌의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알게 되면서 나중에야 든 생각이다. 그날 나는 어린 나름으로 그 열정의 표면만 슬쩍 곁눈질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 어두움이 보이고그 침묵이 느껴진다. 사실상 그 어두움과 침묵이 바로 물이나왁스처럼 삼촌의 집을 채우고 있는 어둠과 침묵이다. 만약 내가 대항해 싸운다면, 나는 저 안으로 깊이 끌려 들어갈 것이고, 그 안에 빠져 죽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대항하고 싶지 않다. 나는 저항을 완전히 멈추고, 그 끈적끈적하고 소용돌이치는물살 속으로 몸을 내맡긴다. - P286
리버스 씨의 계획은 이러하다. 리버스 씨는 런던에서 브라이어로 여자아이를 하나 데려와 내 하녀로 넣을 생각이다. 그 아이를 이용한 뒤엔 속여 먹으려 한다. 리버스 씨가 마음에 둔 아이가 하나 있는데, 꼭 내 나이에 나처럼 금발이라고 한다. 일종의 도둑인데 자기 일에 지나치게 주도면밀하지도, 지나치게 똑똑하지도 않다고 한다. 리버스 씨는 유산을 살짝 떼어 주겠노라 약속함으로써 아이를 안심시킬 생각이라고 말한다. 가령, 이삼 천 정도를 약속하는 거죠. 더 요구할 만큼 야망이 있는 아이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 아이는 원래 도둑들이 그러하듯, 그릇이 작습니다. 또, 무릇 도둑이 모두 그러하듯, 자신을 실제보다 더 대단하게 여기기도 하지만요.」 리버스 씨는 어깨를 으쓱한다. 결국, 아이 몫은 얼마가 되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아이가 얼마를 요구하든 리버스 씨는 동의할 테니까. 그리고 단 한푼도 못 만져 볼 테니까. 아이는 나를 순진하다 여기고, 나를 유혹하는 데 자기가 돕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이는 우선 나를 설득해 내가 리버스 씨와 결혼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리버스 씨가 다음 단어, <정신 병원>이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잠시 망설인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정신 병원으로 날 보내는 것을 돕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정신 병원에 들어가는것은 그 아이가 될 것이다. 아이는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리버스 씨는 아이가 저항하길 바란다! 아이가 저항하면 할수록 더더욱 정신 병원의 간수들은 이를 광기의 한 형태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는 병원의 더욱 엄중한 감시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는요, 릴리 양」 리버스 씨가 결론을 내린다. 간수들이 당신 이름을 붙이고, 당신 어머니의 딸로서, 그리고 당신 삼촌의 조카로서의 당신의 내력을 들이댈 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을 당신으로 규정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아이에게 가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하녀가 망토를 들어 벗겨 주듯그 사람들이 당신 어깨에서 삶의 무게를 내려 주는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모든 굴레를 훌훌 벗어던진 채, 남의 눈도 의식할것 없이 원하는 곳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겁니다. 새로운 인생을향해서요. 그리고 거기서 당신의 마음에 꼭 드는 당신 자신으로다시 갈아입는 겁니다.」 - P336
데나는 그 아이가 근처에 있다는 점과 아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밤새 자다 깨다 한 터이다. 삼촌에게 가기 전에 당장 그 아이를 보지 않으면 병이라도 날 것 같다. 마침내 일곱 시 반경에 하인용 계단으로 통하는 복도에서 낯선 발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스타일스 부인이 웅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다 왔습니다. 내방문을 똑똑하고 두드린다. 어떻게 서 있어야 하나? 나는 벽난롯가에 가 선다. 말할 때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릴까? 아이가 그걸 알아차리려나? 아이가 긴장해 숨을 죽일까? 나는 숨을 죽이고 있다. 이윽고 몸에 열이 난다. 얼굴에도 피가 몰릴 것이다. 문이 열린다. 스타일스 부인이 먼저 들어오고, 잠시 망설이다아이도 내 앞에 와 선다. 수전, 수전 스미스, 수키 토드리, 속이기 쉬운 아이, 내 인생을 가져가고 자유를 가져다줄 아이. 예상보다 날카롭게 보여 깜짝 놀란다. 나는 아이가 나와 닮았으리라 생각했다. 아름다우리라 상상했다. 그러나 아이는 작고 마르고 점투성이에 머리는 모래색이다. 턱이 무척 뾰족하다. 눈은 나보다 더 어두운 갈색이다. 눈빛은 너무 솔직하고 또 너무 교활하다. 아이는 딱 한 번 탐색의 눈길로 내 드레스와 장갑, 슬리퍼, 스타킹에 놓인 자수를 본다. 그러고는 눈을 끔벅인다. 훈련받은 내용을 생각해 보는 모양이다. 급하게 무릎 굽혀 인사를 한다. 인사를 잘해 내 기뻐하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아이는 나에 대해서도 기뻐하고 있다. 아이는 나를 바보라 생각한다. 그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화가 난다. 나는 생각한다. <넌 나를 파멸시키려 브라이어에 온 거야. 나는 앞으로 한 발 나가 아이의 손을 잡는다. <얼굴을 붉히지 않아? 떨거나 눈을 내리깔지 않을 거야?> 하지만 아이는 내 시선을 되받고 아이의 손가락, 손톱을 물어뜯은 차고 단단한 손가락은 너무나 차분하게 내 손에 머물러 있다. - P361
<넌 나를 삼켜 버리려고 브라이어에 온 거야> 내가 생각한다.
그러나 물론, 나는 수전이 그래 주길 바란다. 수전이 그래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스스로 내 인생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내 인생을 쉽게 내던진다. 등불 심지가 심지 주위의 유리를 더럽히려 연기를 내뿜는것과, 혹은 거미가 벌벌 떠는 나방을 꽁꽁 묶으려 은실을 내뿜는 것과 비슷하다. 수전 주위로 자리 잡고 꽉 조여 가는 실을 상상한다. 수전은 전혀 모르고 있다. 너무 늦은 뒤에야 붙잡힌 것을 알게 될 터이고, 그다음에야 실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어떻게 수전을 나로 만들어 놓았는지 알게 될 터이다. 수전은 지금으로선 그저 피곤하고 불안하고 지루할 뿐이다. 나는 정원을거닐러 나가며 수전을 데려가고, 수전은 느릿느릿 뒤를 따른다. 우리는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수전이 멍한 시선으로 하품을•하고 눈을 문지른다. 수전은 손톱을 깨문다. 그러다 내 시선을느끼고 그만둔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리카락을 잡아당겨선 그끝을 씹는다. - P368
아프지 않고, 그래서 나는 소리 지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덕에 여러 가지 기묘한 느낌들을 한꺼번에 느낀다. 금속이 갈리는느낌, 내 턱을 잡고 있는 수의 악력, 부드러운 숨결. 수가 이를갈며 내 입안을 자세히 보고 있는 동안, 오로지 수의 얼굴만이보인다. 그래서 나는 수의 눈을 바라본다. 이제야 한쪽 눈에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좀 더 어두운 갈색 점이 박혀 있음을 안다. 뺨 선을 본다. 부드럽다. 귀를 본다. 단정하게 생겼고, 둥근 귀고리며 펜던트를 달기 위해 귓불을 뚫었다. 「귀를 어떻게 뚫었어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그렇게 물으며 손끝으로 옴폭 파인곳을 만진다. 「뭐긴요, 아가씨, 바늘로 하는 거죠.」 수가 말한다. 그리고 얼음 조각으로요••••••.」 골무가 계속해 이를 갈아낸다. 수가 웃음 짓는다. 「제 이모가 이 일을 하세요.」 수가 일하면서 말을 건넨다. 「아기들에게 해주죠. 그리고 절 위해 해주셨어요. 거의 다 됐어요! 하!」 수가 좀 더 천천히 갈다가 손을 멈추고 이를 만져 본다. 그리고 다시 문지른다. 물론 아기에게 해주는 게 좀 어려운 일이긴 하죠. 실수로 골무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음. 그런 식으로 해서 잃은 경우가 제가 아는 것만도 여럿이에요.」 잃었다는 게 골무인지 아기인지 잘 모르겠다. 수의 손가락이, 그리고 내 입술이 축축해진다. 나는 침을 삼키고, 또 삼킨다. 내혀가 움직여 수의 손에 닿는다. 갑자기 수의 손이 너무 크고 너무 이상하게 보인다. 그리고 나는 변색해 있을 은을 생각한다. 내 숨에 은이 젖고 미끄러워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맛이느껴지는 듯하다. 아마도, 수가 내 이에 대고 조금만 더 오래 작업을 했어도 나는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졌으리라. 하지만 이제 골무가 점차 느려지면서 곧 수가 손을 멈춘다. 수는 자기 엄지로 다시 이를 만져 보고는 내 턱을 다시 손으로 잡았다가 물러난다. - P381
리처드가 줄지어 선 골풀을 따라 비틀대며 나를 데리고 간다. 우리는 강급이와 벽 근처에서 강을 따라 걷는다. 발걸음이 멎은뒤 리처드가 손을 내 어깨에 얹고 나를 꽉 잡는다. 「오, 모드」 리처드가 다시 말한다. 「전에 여기 왔을 땐, 당신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그 비슷하게 마음이 약해진 거라고생각했지요. 하지만 이건•••••! 나는 리처드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리처드가 웃는 게느껴진다. 웃지 마세요.」 내가 떨면서 말한다. 「웃지 말라고요.」 「웃는다고요? 제가 더 못되게 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일 텐데요. 신사의 구미에 맞는 재미란 이런 종류의 일들로 더욱 박차가 가해지는 법이란 걸 당신도 아실 테지요. 모든 세상 사람들이다 아는 일 아닙니까. 저는 제가 악당인 만큼까지 신사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도덕률을 따르니까요. 사랑에 빠져 자신의 앞길을 망치는 건 당신의 자유입니다. 제가상관할 바도 아니고요••••••. 그렇게 몸부림치지 좀 마십시오. 모드! 나는 리처드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리처드는 나를 좀 더 꽉 잡더니 자기에게서 몸을 살짝 뒤로 빼게 해준다. 하지만 내 허리를 잡는다. 「사랑에 빠져 자신의 앞길을 망치든지말든지 맘대로 하십시오.」 리처드가 다시 말한다. 하지만 저를 제 돈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고, 우리가 여기에서 비참하게 시간을 보내게 하다니요. 우리의 계획, 우리의 희망, 당신의 밝은 미래를 뒤집어 버리다니요. 안 될 말씀입니다. 절대로요. 당신이 우릴 이렇게 여기에 묶어 두는 사소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 지금은요. 자, 이제 수를 깨웁시다••••••. 제가 장담하지만이렇게 몸부림치시면 당신만큼이나 저도 피곤합니다! •••••• 수가 깨어나 우리를 찾아내게 합시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여줍시다. 제 쪽으로 좀 오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주 좋아요. 제가 당신을 이렇게 잡겠습니다. 그래서 수가 결국 우리를 연인으로 생각하게 합시다. 그렇게 해서 끝을 보도록 하지요. 이제, 그대로 서 있으십시오.」 - P411
「잘 모르겠어.」 내가 말한다. 「내가 내 마음을 확실히 알 수만있다면 좋을 텐데!」하지만 사랑하신다면, 주저하다간 그분을 잃어요!」 수가 말한다. 나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수의 시선이 너무나 의식되어 눈길을 돌린다. 수는 내게 맥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떨리고 꿈을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게 리처드의 키스는 손바닥에 화상을 입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수가 알아 버린다. 내가 리처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얼마나 내가리처드를 두려워하고 미워하게 되었는지를. 수가 하얗게 질린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수가 속삭인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내가 말한다. 내게 무슨 선택이있겠어?」 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내게서 돌아서 닫힌 예배당 문을잠시 바라볼 뿐이다. 나는 창백한 수의 뺨을, 턱을, 귓불의 바늘자국을 바라본다. 다시 내게로 돌아섰을 때 수는 표정이 바뀌어 있다. 리버스 씨와 결혼하세요.」 수가 내게 말한다. 리버스 씨는 아가씨를 사랑하시잖아요. 그분과 결혼하세요, 그리고 뭐든지하라는 대로 하세요.」 수는 나를 파멸시키기 위해, 나를 속이기 위해, 나를 해치기위해 브라이어에 왔다. <수를 봐> 내가 혼자 중얼거린다. <저렇게 천하고 갈색 머리에 경박한 꼴이라니! 도둑, 조그만 핑거스미스>나는 슬픔과 분노를 삼켜 왔던 것처럼, 욕망도 삼켜버리겠노라고 생각한다. 수 때문에 과거에 붙들리고 미래를빼앗긴 채, 좌절하고 억눌리며 살겠다고?> 나는 생각한다. - P417
나는 생각한다. <수는 부끄러워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입을 연다. 「내가 정말 정신없이 잤지.」 굉장히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안 그래?」 수의 눈꺼풀이 떨린다. 「그러셨어요.」 수가 대답한다. 「악몽도 꾸지 않으시고 말이죠 「악몽은 안 꿨어. 꿈을 하나 꾸기는 했지만 내가 말한다. 하지만 그 꿈은•••••• 그 꿈은 무척 달콤했어. 그 꿈에 네가 나왔던거 같아, 수•••••• 수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수가 홍조를 띠는 것을 보면서, 입 맞추던 순간 수의 입술이 누르던 힘이, 우리의 격렬하고 불완전하던 키스의 이끌림이, 밀어 올리던 수의 손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나는 수를 속일 생각이었다. 나는 이제 수를 속일수 없다.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냐. 나는 말할 것이다. <넌 나를 착하다고 생각하지. 난 착하지 않아. 하지만 난 너와 함께라면, 착해지도록 노력할 수 있어. 이건 리처드의 계획이었어. 우린 그 계획을 우리 걸로 만들 수 있어••••••>「아가씨 꿈에서요?」 마침내 수가 내게서 떨어지며 말한다. 「아닐 거예요, 아가씨. 제가 아니에요. 리버스 씨일 거예요. 보세요! 저기 계시잖아요. 담배를 거의 다 태우셨네요. 아가씨는 저분이 그리워지실 거예요••••••」 수는 한 번 말을 더듬는다. 하지만 그다음 계속 말을 잇는다. 「저분이 그리워지실 거예요. 좀 기다려 보시기만 하면요. - P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