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다. 아직 아니다.
나는 일어나 거의 1분 가까이 삼촌의 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고는 방을 떠난다. 나는 왔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나간다. 계단으로 가서 다시 서재까지 간 뒤 일단 서재에 들어서자 문을 잠그고 등을 켠다. 이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 공포와 기대감으로 속이 메스껍다. 그러나 시간은 정신없이 흐르고 나는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 나는 서가로 가로질러가 책장의 유리문 걸쇠를 푼다. 「걷힌 커튼」이다. 삼촌이내게 처음 준 책부터 시작한다. 책을 집어 펼쳐서 삼촌의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면도기를 들어 단단히 쥐고는 면도날을 완전히 빼낸다. 빼기가 빽빽하지만 마지막 1인치는 덤비듯튀어나온다. 결국 면도날의 본질은 베는 것이다.
하지만 힘이 든다. 지독하게 힘이 들어 거의 되지가 않는다.
생전 처음 단정하고 보호막이 벗겨진 종이에 금속을 대는 것이힘이 든다. 책이 비명을 지를까 봐, 그래서 내가 발각될까 봐 거의 겁에 질린다. 그러나 책은 아무 비명도 지르지 않는다. 오히려, 책은 마치 갈가리 찢기길 갈구해 왔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그리고 한숨 소리를 듣자 면도날을 쥔 손에 더욱 속도가붙고 내 행동은 더욱 능숙해지고 현실이 된다. - P435

「건드려 봐요」 내가 말한다. 「건드려 봐요, 그리고 죽어 버려요. 제 안엔 독이 있어요.」
리처드의 손이 내 목에서 1인치 떨어진 곳에서 멈춘다. 나는눈도 깜빡 않고 리처드와 시선을 마주친다. 리처드가 몸을 곧추세운다. 입이 기묘하게 뒤틀리다가 경멸 속에 말려 올라간다.
「제가 당신을 원한다고 생각했나요?」 리처드가 말한다. 「그랬나요?」 거의 쉭쉭거리듯 말을 내뱉는다. 물론 수가 듣게 될지도 모르니 너무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리처드가 홍분해 머리털을 귀 뒤로 넘기며 내게서 떨어진다. 발에 가방이•거치적대자 걷어차 버린다. 「제기랄.」 리처드가 말한다. 외투를벗고 소매의 고리를 잡아당기고 사납게 소매를 풀기 시작한다.「꼭 그렇게 빤히 쳐다봐야 하겠습니까?」 옷에서 팔을 빼며 리처드가 말한다. 「당신은 안전하다고 제가 이미 얘기하지 않았나요? 당신과 결혼해서 제가 당신보다 더 기뻐하고 있다고 혹시라도 생각하신다면••••••.」 리처드가 침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전 기쁜 척해야만 하지요.」 언짢은 말투로 리처드가 말한다. 그리고 이건 결혼에서 기쁜 일로 통하는 부분에 속하지요. 잊으셨나요?
리처드가 담요를 걷어 매트리스 위 시트를 내 엉덩이 부근까•지 드러낸다. 「비켜 보세요.」 리처드가 말한다. 내가 옆으로 간다. 리처드가 앉아 어색하게 몸을 돌린다. 리처드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뭔가를 꺼낸다. 주머니칼이다. - P440

「정말 비참한 경우로군요. 의사가 말한다. 「그러나 저희가부인에게 갖은 노력을 다해서 저희를 믿으셔도 됩니다. 저 비정상적인 상상들을 떨쳐 내도록 만들겠습니다••••••.」「비정상적이라고요?」 리처드가 말한다. 그리고 다시 몸을 떤다.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아, 선생님. 리처드가 말한다. 「아직도 잘 모르시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그 점만은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그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말입니까?」 의사가 말한다. 다른 한 의사가 연필을 든 채 잠시 손을 멈춘다.
리처드가 입술에 침을 바른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리처드가하려는 말을 깨닫고 재빨리 얼굴을 리처드의 얼굴 쪽으로 돌린다. 리처드가 내 행동을 알아차린다. 내가 저지하기도 전에 리처드가 입을 연다.
「수전.」 리처드가 말한다. 「네가 네 주인을 대신해 수치심을느끼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너 자신에 대해선 아무런 수치도느낄 필요 없어. 네겐 아무 죄도 묻지 않으마. 내 아내가, 광기속에서, 네게 강제하려 했던 그 모든 관심들을 네가 불러일으키거나 조장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리처드가 자기 손을 깨문다. 의사가 빤히 바라보다가 몸을돌려 나를 본다.
「스미스 양.」 몸을 좀 더 가까이 기울이며 첫 번째 의사가 묻는다. 「저 말이 정말인가요?
나는 수 생각을 한다. 지금 만들어 내야 할 모습의 수가 아니라. 저 벽 너머 방에 있는 수를 생각한다. 나를 배신하고 만족하고 있는, 드디어 자기 집, 런던에 있는 음침한 도둑의 소굴로 돌아갈 생각에 기뻐하고 있는 수를 생각한다. 내 위에 타고 앉은 수를 생각한다. 머리를 늘어뜨리고, <나의 진주••••••>.
- P453

「기다려요」 수의 말이 들린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말한다. 「신사님들! 신사님들!」 기묘하게 격식을 차려 말한다.
의사들이 달래는 어조로 말을 건네고, 수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그러자 의사들의 목소리가 차가워진다. 리처드가 뒤로물러난다. 마차 지붕이 기울고 출입구가 올라가 보인다. 그리고 수의 모습이 보인다. 두 남자의 손에 팔을 잡히고 간호사에게 허리를 붙들려 있다. 망토가 어깨에서 떨어지고 모자는 기울었으며 머리칼은 핀에서 제멋대로 빠져나와 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 표정이 이미 사나워져 있다.
수의 눈이 내게 고정되어 있다. 나는 리처드가 내 팔을 잡고손목을 강하게 누를 때까지 돌처럼 굳어 앉아 있다.
「말해요.」 리처드가 속삭인다. 「제기랄.」 그러자 내가 분명하게 그리고 기계적으로 외친다.
「오! 불쌍한 우리 마님!」 고동색 점이 찍힌 수의 갈색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오! 오! 이런 모습을 보니 제 가슴이 미어져요!」 - P458

이제 날이 어두워진다. 혹은 하늘색이 어두워지고 우리는점차 목표한 도시에 가까워진다. 유리에 검댕 자국들이 그려진다. 풍경이 조금씩 초라해진다. 오두막은 나무집으로 바뀌기 시잘하고 어떤 집은 유리와 판자가 깨어져 있다. 정원은 잡초발으로 바뀌어 간다. 곧 잡초마저 도랑으로, 도랑은 검은 운하로, 황량한 길로, 돌이나 흙이나 재로 된 둔덕으로 바뀐다. 하지만아직까지 나는 생각한다. <재마저 네 자유의 일부야> 그리고나도 모르게 어떤 흥분의 불길이 이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곧, 흥분은 불안으로 바뀐다. 나는 늘 런던이 벽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정원에 서 있는 집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 왔다. 런던이 우뚝 서 있고, 정돈되어 있으며 깨끗하고 하나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상상했다. 이렇게 중간 중간 끊어져 있고, 마을과 교외 등으로 뻗어나갈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완결된 곳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쭉 펼쳐진 축축한 붉은 땅과 쑥 들어간 도랑들이 보인다. 반쯤 세워진 집과 반쯤 만들어진 교회가 보인다. 유리창없는 창문과 석판을 올리지 않은 지붕과 튀어나온 나무 기둥들이 보인다. 살을 발라 놓은 뼈 같다.
이제 유리에 달라붙은 검댕이 너무 많아져 마치 내 베일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차가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 느낌이 싫다. 회색 거리, 검은색 거리처럼 단조로운 거리를 수없이 지나기 시작하고, 나는 절대 저 거리들을 구별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문과 창문이 지붕과 굴뚝이, 말과 마차와남자와 여자가 엄청나게 뒤섞여 있다! 광고판과 요란한 간판들이 엄청나게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다. <스페인식 블라인드><납관>, <지방&면 부산물>, 온통 글자들이다. 글자들이 6피트높이로 적혀 있다. 글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친다. <가죽및 도구점>, <세 놓음>, <브러엄과 멋진 사륜마차 점>, <종이 염색점>, <완벽 지원>, <세 놓음!>, <세놓음!>, <자발적 출자>.
런던 전체가 글자투성이다. 나는 글자를 보다가 눈을 가려버린다. 다시 눈을 들었을 때는 이미 내리막길로 들어선 뒤다.
검댕이 짙게 내린 벽돌담이 기차 주변에 솟아 객실에 어둠을 드리운다. 그러고 나서 더러워진 유리로 이루어진 커다란 반원형지붕이 나타난다. 주위로 연기와 김이 피어오르고 새들이 날개를 친다. 우리가 탄 기차가 몸을 떨다 끔찍하게 멈춰 선다. 다른엔진들이 비명을 지르고 문이 쿵 하고 울리고 수천 명이 통로를 가득 메운다.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패딩턴 종착역입니다.」 리처드가 말한다. 「내리시지요 - P463

 그러나 리처드는 내게서 손을 빼고 팔짱을 낀 채 무척 편안하게 서 있다. 리처드는 웃고 있지만 웃음이 기묘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백발의 여자외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탁자근처로 온다. 여자는 바스락거리는 태피터 옷을 입고 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고 반짝거린다. 내 쪽으로 와 앞에 서더니 내 얼굴선을 잘 보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여자가 입을움직이고 입술을 적신다. 시선은 아직도 내게 고정되어 있고 끔찍하도록 열심이다. 여자가 뭉툭한 붉은 손을 내게 뻗자 나는움찔하고 물러난다. 리처드」 내가 말한다. 그러나 리처드는 아직도 가만히 서 있을 뿐이고, 여자의 너무나 끔찍하고 너무나 기묘한 표정에 나는 압도당한다. 나는 가만히 서서 여자가 서투르게 내 베일에 손을 뻗게 내버려 둔다. 여자가 베일을 뒤로젖힌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자 눈빛이 더욱 이상하게 변한다. 여자는 마치 자기 손가락 뒤의 내 얼굴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같다는 태도로 내 뺨을 만진다.
여자가 시선을 내게 고정한 채 리처드에게 말한다. 목소리가나이 혹은 감정에서 나오는 눈물로 탁하다.
「잘했어.」 여자가 말한다. - P470

「저 여자」 나는 여자에게 눈길을 주며 말한다. 여자는 아직도 말없이 비누와 머리솔을 바라보고 있다. 「당신이 뭐든 <저여자> 말대로 한다고?
「이 경우엔 그렇지. 리처드가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그리고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멈칫거리자 리처드가 말을 잇는다.「내 말 잘 들어, 모드, 이 계획은 모두가 석스비 부인의 생각이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석스비 부인이 꾸몄어. 그리고 나는악당이긴 해도, 석스비 부인을 속일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사기꿈은 못 돼」
리처드의 얼굴이 정직해 보인다. 그렇지만, 전에도 나는 리처드가 정직해 보인다 생각한 적이 있다. 「거짓말이야.」 내가 말한다.
「아니 이건 진실이야.」
「저 여자의 계획이라니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저 여자가 당신을 브라이어로, 내 삼촌에게 보냈다고? 그리고 그전엔 파리로? 호트리 씨에게로?
「부인이 날 당신에게 보냈어. 당신에게 가기까지 아무리 경로가 복잡했어도 상관없어. 부인이 없었다면, 어찌어찌 같은 경로를 거쳤다 해도 끝이 어떻게 날지 몰랐을 거야. 그저 당신을 지나쳤을 수도 있어! 아마 많은 남자가 이미 그랬을 거야. 그 사람들은 자기의 앞길을 이끌어 주는 석스비 부인이 없었으니까.」나는 저 둘 사이 공간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내재산에 대해 알고 있었군.」 내가 잠시 뒤 입을 연다. 「그럼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단 얘기네. 저 여자가 알았던 게•••••• 누구지? 삼촌? 우리 집의 하인?」「부인은 널 알았어, 모드, 널, 세상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널 알고 있었어」여자가 마침내 시선을 들어 다시 나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난 네 어머니를 알았지. 여자가 말한다. - P486

좀 그만해「생각할 거야.」 내가 대답한다. 「언제나처럼 어머니 생각을할 거야. 멍청이로! 하지만 아버지는•••••• 당신, 내 아버지가 신사라고 했지? 저들이 날 이 오랜 세월 동안 고아로 살게 했어. 아버지가 아직도 살아있어? 이제까지 아버지가 한 번도••••••?」「모드, 모드」 리처드가 문 앞 아까의 자리로 돌아가며 한숨을 쉰다. 「네 주위를 둘러봐. 네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생각해 봐. 당신은 내가 당신을 브라이어에서 구해 와 오늘 아침 내가 그런 행동을 한 게, 이제까지의 그런 위험을 무릅썼던게, 그저 당신에게 가족의 비밀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고, 그게 다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내가 말한다. 이제 내가 아는 게 뭐지? 나에게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준다면 내게 말해 주기만 한다면 •••••• 그러나 석스비 부인이 다가와 내 팔을 가볍게 만진다.
「잠깐만, 아가야.」 부인이 굉장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다.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한쪽 눈을 반쯤 감는다. 「잠깐만, 그리고들어 보렴. 아직 내 이야기를 모두 듣지 않았단다. 아직 좋은 소식이 남아 있어. 완전히 녹초가 된 숙녀가 있었다는 거, 기억하지.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아버지와 오빠와 불량배가 있고, 아기가 있고,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을 했지. <아기에게 뭐라고 이름을 지어 주죠? 당신의 이름, 메리앤으로 지어 주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숙녀는 아기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 주느니 자기가 아기를 저주하고 말겠다고 말했지. 기억하니, 아가? 그 불쌍한 여자가 말하더구나. <숙녀의 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제게 한번 말씀해 보세요. 숙녀가 된다는 게 자기 파멸 외에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전 아기에게 평범한 이름을 주고 싶어요 보통 사람의 딸처럼요. 평범한 이름을 가지게 하고 싶어요.> <그럼 직접 평범한 이름을 지어 주세요.> 내가 말하지•••••• 아직까진 사실 숙녀의 기분을 맞춰 주려는 생각뿐이었어. <그럴래요>숙녀가 말해. 예전에 제게 친절하게 대했던 하녀가 하나 있어요. 아버지나 오빠보다도 훨씬 친절했어요. 그 하녀 이름을 따서 아기 이름을 지어 주고 싶어요. 그 하녀 이름으로 아기 이름을 지어 줄래요. 그 하녀 이름은••••••「<모드>」 내가 비참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다시 고개를숙인다. 그러나 석스비 부인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나는 고개를든다. 표정이 기묘하다. 침묵이 기묘하다. 부인이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숨을 들이쉬더니, 다시 잠시 망설였다가 말한다.
「<수전>」 - P499

섹스비 부인이 한 말들을 이해하겠지, 모드?」 리처드가 내손가락 사이로 보려 애쓰며 말한다. 「한 아기가 다른 아기가 되었어. 네 어머니는 네 어머니가 아니고, 네 삼촌도 네 삼촌이 아없어니야. 네 인생은 네가 살아야 했던 인생이 아니라, 수가 살아야했던 인생이었어. 그리고 수는 네 인생을••••••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눈앞에 자기 인생이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고 한다. 리처드가 말하는동안, 나는 나의 인생을 본다. 정신 병원, 내가 지녔던 나무 막대기, 브라이어에서 입었던 아름다운 드레스들, 구슬이 달린줄, 안경을 벗은 삼촌의 눈, 책들, 책들••••••. 인생이 깜빡이며 지나가다 사라지고, 진흙탕에 빠진 동전의 반짝임처럼 사라지고어쩔 수 없어진다. 나는 몸을 떨고 리처드는 한숨을 쉰다. 석스비 부인이 고개를 젓고 혀를 찬다. 그러나 내가 저들에게 얼굴을 보여 주자, 둘 다 뒤로 물러선다. 나는 저들 생각처럼 울고 있지 않다. 나는 웃고 있고, 끔찍한 웃음에 사로잡혀 있고, 내표정이 무시무시해 보이는 게 분명하다.
「오, 하지만 이건 너무 완벽하잖아!」 나는 내가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가 너무나 간절히 원해 왔던 바로 그것이잖아! 왜 그렇게 보지? 뭘 뚫어져라 보는 거야? 여기 여자애가하나 앉아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 애는 죽었어! 물에 빠져 죽있다고! 천길만길 아래 가라앉아 있다고. 그 애에게 팔과 다리가 있고 살과 옷이 덮여 있다고 생각해? 머리털이 있다고 생각해? 하얗게 드러난 뼈밖에 안 남았어! 백지장처럼 하얗다고! 그 애는 책이야. 글자들이 떨어져 나와 둥둥 떠다니는••••••」 - P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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