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할 이유! 먼저 우리는 세 번째인 테네시 주를 거쳐가게 되었는데, 여러 주를 넘나드는 것은 언제나 트레일의 성취감을 더해주었다. 스모키 산맥을 관통하는 트레일은 노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주의 경계를 이룬다. 언제나 내가 원할 때마다 왼발은 이 주에, 오른발은 저 주에 걸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테네시 주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을 수도 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바위에 앉아 쉴 수도 있다. 또, 주계를 가로질러 오줌을갈길 수도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 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기름지고 울창한 첩첩산중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다는 흥분도 있다. 이를테면 왕도롱뇽이라든지 엄청나게 큰 튤립나무, 밤에는 푸른색 인광을 발하는 도깨비불 버섯도 볼 수 있다. 아마 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바라옵건대 멀찍이, 바람이 불어가는 쪽에서, 그리고 곰은 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만약 우리를 보고 다가온다면 카츠에게만 배타적으로 흥미를 느낀다는 조건에서, 무엇보다 거기에는 봄이 멀지 않았으리라는 희망 아니 확신이있었다. 매일 우리는 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는데, 자연의 에덴동산인 스모키에서는 봄이 폭발하리라. - P146
"지도를 보라고, 그리고 우리가 걸어온 지점을 바." 그는 보고 또 보았다. 나는 할 말을 잊은 그의 표정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제기랄." 마침내 그가 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내게로 얼굴을 돌려 경악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한 게 없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고 극복해 온 것 - 모든 노력과 수고, 고통, 습기, 산들, 지긋지긋한 국수, 눈보라, 메리 앨런과의 지겨운 밤, 끊임없이, 지루하게, 끈덕지게 쌓아 온 마일리지- 이 고작 5센티미터였다. 머리카락도 그보다는 더 자랐을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결코 메인 주까지 가지 못할 것이다. 한편으로 그건 해방이었다. 트레일의 전 거리를 다 걸을 수 없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다. 우리는 의무에서 벗어났다. 고역(役) — 조지아 주에서부터 메인 주까지 울퉁불퉁한 땅을 한 뼘 한 뼘 걸어야 하는 지루하고정신 나간 일-은 이제 끝났다.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 - P169
기묘한 대조였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있을 때는 숲이야말로 무한한, 그리고 온전한 우주였다. 매일매일 경험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기도 하다. 물론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활발한 도시와 복잡한 공장들, 붐비는 고속도로가 있다는 것은안다. 하지만 눈이 미치는 범위 안의 모든 것이 나무인 곳에 있으면 숲이 지배를 한다. 프랭클린이나 하이어왜시, 그리고 심지어 개틀린버그마저도 숲의 거대한 우주 속에서 그냥 잠시 도움을 주는정거장 같은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레일에서 내려오면, 멀리 내려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로 차를 몰면 얼마나 기만을 당했었는지 깨닫게된다. 여기서는, 산과 숲은 단지 배경 - 익숙하고 잘 알려져 있지만, 그들의 능선에 감도는 구름 이상 유의미하거나 주목할 만한 것은 아니다. 일 뿐이다. 여기에 현실의 세계, 즉 주유소와 월마트, K-마트, 던킨 도넛츠, 블록버스터 비디오 대여점, 끔찍한 상업적 세계의 끝도 없이 펼쳐진 현란함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카츠마저도 그게 싫은 모양이었다. "제기랄, 흉측하네." 그는 놀라워했다. 마치 전에 그런 것들을 본 적이 없다는 듯이. 나는 그를 지나서 그의 어깨선을 따라 대초원의 크기만 한 주차장이 딸린 쇼핑 몰을 바라보며 동의했다. 정말 고약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도 함부로, 일제히 오줌을 갈겼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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