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식구는 평상시에도 거의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대화‘ 혹은 ‘담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르침을 주거나 명령을 내릴 뿐이다. 아버지가 말을 시작하면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는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때도 많은데, 그럴 때면 공포가 내 마음을 잡아먹는다. 내 눈이 아버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버티는 동안에도, 내 정신은 겁에 질려 벽에 부딪치는 새처럼 내 뇌의 벽에 부딪쳐댄다. 식탁에서 내가 힘들게 용기를 내어 질문하면 아버지는 버럭 고함을 친다. "뭔가 현명한 말이거든 하고, 아니면 입 다물거라." 나는 ‘현명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결국 거의 언제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머니가 나에 대해 말한다.  - P69

속삭임과 밀담으로 시작해 이내 강렬한 와글거림으로 터지는,
모두가 신나게 말을 쏟아내는 저 열정적인 대화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사육장에 새로 들어오는 동물을 맞이하는 중일까? 마구간에서 암말이 잃어버렸던 망아지를 되찾아 신이 났나? 그 순간 나는 창살에 갇혀 지내는 린다를 떠올린다. 린다 역시 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보아도 개들의 합창 중에 린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린다도 나처럼 절대 입을 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을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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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936년, 루이 디디에는 서른네 살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프랑스 북부 릴에서 사업을 하는 부자이다. 프리메이슨 비교의 교리를 받아들인 그는 이 세상이 타락했고 어두운 힘의 먹이가 되어버렸다는 영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해에 루이 디디에는 릴의 피브 지역에 사는 한 광부를 만난다. 그리고 많은 자식을 힘들게 부양하는 가장에게 아마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섯 살짜리 막내딸을 자기에게 맡기라고‘ 제안한다. "자닌은 부족한 것 없이 살게 될 거요. 제대로 교육받고, 아주 안락한 삶을 누리면서 단 하나, 당신이 다시는 그 아이와 만나지 않는다는 약속만 지켜준다면 말이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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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동물이 맞닥뜨리는 위기는 언제나 직선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위험을 예감하자마자 곧 실제 위험에 부딪치는 것이 보통이다. 트랙터는 먼 곳에서 눈토끼들 주위를 돌며 위험을 예고하지만 몸을 피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알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눈토끼들은 소리가 가까워지면 불과 몇 미터만 몸을 이동시킬 뿐이다. 우선 그들은 트랙터 소리에 반응할 만큼 학습이 되어 있지않다. 사실 이 정도의 소란에 도망친다면 홋카이도의 농촌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하며 소리가 가까워져도 겨우 몇 미터만 몸을 피할 뿐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토끼는 현실을 깨닫고 기겁을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숨을 데가 없는 허허벌판에 서 있게 된다. 그제야 눈토끼는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토끼들은 넋을 잃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비극은 그 직후에 일어난다. - P88

홋카이도는 개척사의 측면에서 보나, 기후와 풍토의 특수성으로 보나 일본의 다른 지역과는 아주 다른 곳이다. 1896년 5월,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에 관한 ‘식민지제정 및 구획시설규정‘이란 것을 만들어 방풍림, 풍치림, 수원함양림 등을 정해서 많은 숲을 보존했다. 그래서 원시림이 평야지대에서 그 생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 뒤 여러 번 규정이 바뀌기는 했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놀랄 만큼 넓은 면적의 숲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까지 숲이잘 보존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풍토의 특수성, 즉 혹독한 추위라고하니 영하의 기후 조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지역보다 이르고 늦은 서리, 차가운 바다 안개 등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방품림은 몇 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홋카이도를 둘러싸고 있는 차가운 바다에서 흘러 들어오는 냉기로부터 농작물을 지켜 주는 바람막이의 기능을 한다. 사실 요즘 우리 마을에서는 방풍림의 감소로 수박이나 참외를 재배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바닷바람 속의 소금기를 잡아 여과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숲의 폭이 넓으면 소금기의 90%가 제거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름그대로 강풍을 막아 누그러뜨려 준다. 나무의 높이, 잎이 무성한 정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그 풍속을 절반 이하로 줄여 준다고 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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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우리 집의 한 해는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

창밖에 보이는 고로쇠나무가 찻집 문을 닫기로 정한 것 같다. 문을 연 것이 2월이니까 두 달 동안의 아주 짧은 영업이었다.
개점 당일의 날씨는 따뜻했다. 오색딱따구리가 찻집을 열었다.
아니 그보다는 오색딱따구리가 나무껍질의 갈라진 작은 틈새에서배어 나오는 수액을 찾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겠다. 그뒤에 찾아든 다른 한 마리가 수액의 양이 적다며 날카로운 주둥이로 그곳을 톡톡 쏘아서 생채기를 크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수액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 밑으로 나무껍질을 40센티미터나거무죽죽하게 물들이며 한동안 계속 흘러내렸다. 같은 날 오후에는 동고비, 북방쇠박새까지 찾아와서 찻집 손님이 되었다. 곤줄박이 부부도 왔다. - P10

그리고 가끔 골판지 사건이 벌어진다. 유빙 위에서 태어난 새끼바다표범이 밤중에 대만 말썽꾸러기 때문에 폭풍의 바다에서 풍랑을 맞고 어미와 떨어져 해변에 내던져진다. 제대로 된 어미라면 무슨 수라도 썼겠지만, 이런 우둔함은 사람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바다표범 어미만을 탓할 수는 없다. 아마 새끼가 해변에서 울부짖고있을 즈음, 어미는 저 먼 바다에서 새끼를 찾아 헤맬 것이다. "아기야, 어디 있니?"라고 외치면서 몇 시간 뒤 새끼는 어찌 된 일인지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내가 수의사라고 해서 다 살려 낼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이럴 때마다 곤혹스럽다. ‘어떻게 거절할까?‘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머리는 나보다 몇 배 더 빨리 돌아간다. "선생님, 귀엽죠? 봐요, 웃었죠? 그럼 부탁해요!" 하며 손을 흔들고는 내 말이 나오기도 전에 돌아가 버린다. 나는 중얼거린다.
"맙소사! 바다표범이 웃는다고?" - P17

그런데 증기기관차가 다니지 않게 되고 15년이 지난 뒤 야생화원에서도 꽃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알게 되었다. 시 당국은 유일한 관광자원인 꽃밭의 변화에 당황했고 대학에서 연구원을 불러다가원인을 조사하게 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원인은 불이 없어진 데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역시" 하며 머리를 끄덕인 사람도 많았다.
어쨌든 불이 없어지자 초원은 지난해, 전전 해, 아니 그 이전의 마른 풀들이 쌓여서 서로 얽히다 보니 야생화의 씨가 발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 백합이나 날개하늘나리 등이 포함된다고 하니 관계자는 속으로 증기기관차가 다시 등장해서 가끔 들불이 일어나면 좋겠다고까지 바라는 기색이었다. - P40

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아내가 "송어든 연어든 가게에 1년 내내있잖아요"라고 대꾸했다. 하기는 수협이나 슈퍼에는 북태평양에서잡힌 것뿐 아니라 알래스카나 캐나다의 근해에서 잡혀 수입된 송어와 연어가 얼마든지 있다. 한편으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형냉동 창고가 생선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우리들은 계절을 잃고 말았다. 봄의 바다가 잊혀져 가는것이다. 이러다가는 얼마 안 가서 항구를 떠나는 고기잡이배를 한척도 못 보는데도 생선은 여전히 가게에 쌓이는 날이 올지 모른다.
송어나 연어란 원래 토막 난 몸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요리하기 전에 태어날 손자 손녀들을 위해 옹근 생선과 토막 난 생선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찍는 사진이 요즘 부쩍 늘었다. 그걸 생각하면 울적하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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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란 무엇일까? 위키백과에서는 폭풍, 홍수, 해일,
지진, 산사태 등 자연현상으로 인명피해, 재산 손실 및 시설물의 피해가 발생해 사람이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 정의한다. 즉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경우에만 자연재해로 분류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연현상 자체일뿐이다. 자연재해를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앙이라는 의미의 천재지변으로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 P19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힘의 근원에는 크게 지질 순환geological cycle, 구조 순환tectonic cycle, 암석 순환rock cycle, 수문 순환hydrologic cycle, 생지화학 순환biogeochemical cycle 다섯 가지가 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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