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
그대는 더 아름답고 더 온화하다.
거친 바람이 5월의 새움을 흔들고
여름날은 너무나 짧다.

이 구절의 특이한 점(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담은구절들은 이외에도 많다)은 이 시에서 찬미하는 대상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이다. 희곡들에서 남녀 간의 사랑의 다정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수없이 만들어낸 장본인인 셰익스피어가 이 단시들로 영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동성애 시인이 된 것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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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회색 미래

오랜 기간 떠돌이로 살았다. 서울에서 사기 맞고 고향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은 좁디좁은 마산 바닥을 옮겨다니며 월세살이 했다. 열아홉 살 무렵엔 어시장 부근 신포동 지하방에서 살았다. 아주 어수선한 동네였다. 만취한 노인들의 고성방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노래방, 아무렇게나 세워둔 차들하며 인도를 가볍게 오가는 오토바이, 까만 쓰레기봉투를 과자봉지처럼 뜯어대는 길고양이들, 의인들 업적을 기리는 의거탑 맞은편 요란한 빛깔 네온사인의 홍등가까지 몰락한 산업도시의 번잡스러움을 고스란히 전시해둔장소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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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는 말없이 동생의 창백한 볼만 살살 쓰다듬을 뿐이었다. 평안해 보이는 라 비에르주의 두 눈이 어스레한 빛을 받아 번뜩였다. 마침내도미니크가 글래스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동생을 지킬 겁니다." 또다시총성이 들려왔다.
글래스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시킬 시간도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한 손에 라이플을 쥐고 다시 강으로 뛰어들었다.
총알 하나가 날아와 도미니크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는 인디언들이포로를 다루는 끔찍한 방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가라 비에르주를내려다보았다. "저놈들이 우릴 토막 내지 못하게 할 거야." 도미니크가 동생을 끌어안고 강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총알이 그의 등에 박혔다. "아우님은 아무 걱정 마시게." 그가 속삭였다. 그러고는 거센 물살 위로 몸을 뉘었다. "여기서부터 하류로 유유히 떠내려가게 될 테니까." - P202

뜰로 나온 브리저는 아침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상쾌한 공기가 그의얼굴을 감싸주었다. 계절은 또다시 바뀌고 있었다. 겨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평원으로 스며든 봄의 기운은 부정할 수 없었다.
브리저는 짧은 사다리를 타고 말뚝 울타리로 올라갔다. 그는 울타리 위에 팔꿈치를 걸쳐놓고 먼발치의 빅혼산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산 중심부의 깊은 협곡을 찬찬히 훑어나갔다. 브리저는 그 협곡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 궁금했다. 산꼭대기, 그리고 그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상상해보았다.
브리저는 눈 덮인 봉우리들이 만들어놓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순백의 눈과 새파란 하늘 사이의 경계. 그는 그곳에 오르고 싶었다. 그곳에 올라 지평선을 직접 만져보고 그 너머에 있을 미지의 세상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보고 싶었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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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호배타적인 영역을 고집하는 쪽에 가까운 전통 사회 (내 친구인 산사람들, 다니족, 이누피아크족)의 사례들을 수집한 결과, 다음과 같은 네조건이 복합적으로 결합된다는 걸 알아냈다. 첫째, 배타적인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인구밀도도 높아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 모두가 경계선을 순찰하는 데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는 수고를 면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수렵채집을 하는 동안 불법침입자까지 감시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배타적인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적이고 예측가능한 안정된 환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당 영역의 구성원들은 필요한 자원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영역 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해서 영역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다. 셋째, 영역 내에는 생산적인 밭, 과일나무 숲, 혹은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 강둑이나 관개수로처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귀중한 고정자원이 있어야 한다. 끝으로 구성원들의 정체성이 굳건해야 한다. - P66

배타성이 없거나 덜 비배타적인 사회들은배타성 조건과는 정반대의 조건을 띠기 마련이다. 그런 조건의 하나가 희박한 인구이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면서 우연히 불법침입자를 발견할 수는있겠지만, 인구가 적기 때문에 경계선의 순찰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컨대 한 가족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경계선의 감시에 전적으로 매진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감시탑에 앉아 하루를 꼬박 보낼 수 있는 성인 남자가 그런 사회에 있겠는가. 두 번째 조건은 생산력이 떨어지고 변덕이 심한 환경이다. 이런 환경의 땅에서는 계절에 따라서 혹은 흉작인 해에는기본적인 자원조차 확보할 수 없어, 주기적으로 다른 부족의 영역에 들어가 자원을 구해야 한다. 셋째, 목숨과 바꿀 만한 소중한 자원이 없기때문에 죽음을 무릅써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자신의 영역이 공격을받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편이 더 낫다. 끝으로, 구성원들이 자주타부족을 방문하거나 타부족의 땅으로 이주한다면, 따라서 구성원의 수가 유동적이면 영역도 비배타적일 가능성이 크다. 구성원의 절반 가량이방문자이거나 타부족에서 이주한 사람이면, 타부족을 경계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지만 비배타적 영역에 관련된 이런 조건들 하에서도 누구나 어디에서든 무엇이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질서하게 땅이 분할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 각 부족은 자기들만의 핵심적인 지역을 갖는다. 다니족처럼감시탑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완충지대를 두는 대신에 분명한 경계선이없다는 점에서, 또 핵심적인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땅의 소유권이 모호해진다는 점에서, 비배타적인 사회는 배타적인 사회와 다르다.  - P69

 그러나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현대 시스템은 전통사회의 접근권과 제약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살았던 전통 사회 사람들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다른 영역에 친척이 있다는 명분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허락을 요청함으로써 다른 영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편 수천만의 인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친척‘의 정의는 자국이나 우호국가의 모든 시민으로확대될 수 있고, 허락의 요청은 여권과 비자라는 수단을 통해 형식화되고 인정되지 않는가. - P75

원재료의 불균형한 분포로 인해, 이웃하지만 다른 환경을 차지한 집단들이 자신에게는 많은 반면에 상대에게는 한정된 자원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패턴이 조성된다. 해안지역과 내륙 간의 거래가 대표적인 예이다.
위에서 알래스카 이누이트족에 대해 말했듯이, 해안지역 사람들은 해양포유동물과 어패류 같은 해양자원에 접근하기가 용이한 반면에, 내륙 사람들은 사냥터와 밭과 숲 같은 육상자원에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또 다른 공통된 패턴은 소금과 돌처럼 특정한 환경에서만 생산되는않지만 무척 국지적인 원재료의 거래에서 찾아진다. 두 다니족은 일루에카이마 염수호에서 모든 소금을 구했고, 노골로 분지에 있는 단 하나의 채석장에서 도끼와 까뀌를 만드는 모든 돌을 구했다. 한편 남서태평양에서는 날카로운 석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흑요석이 주로 뉴브리튼 섬의 탈라시 마을 근처에서 채석되었다. 탈라시 흑요석은 서쪽으로6,400킬로미터나 떨어진 보르네오 섬부터 동쪽으로 3,200킬로미터 떨어진 피지 섬까지 거래되었다.
원재료 거래에서 또 하나의 공통된 패턴은 이웃하지만 생존전략이 다른 집단들 사이에서 확인된다. 그들은 생존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원재료에 집중한다. 예컨대 수렵채집인들은 사냥한 짐승의 고기, 꿀과 수지(樹脂) 및 그 밖의 임산물을 근처의 농경인들에게 팔고, 대신 농경인들이키운 농작물을 받는다. 미국 남서부의 들소 사냥꾼들과 푸에블로족 농경인들, 말레이시아 반도의 사냥꾼인 세망족과 말레이 농경인들, 인도에서는 사냥꾼들과 농경인들의 관계, 아프리카 피그미족 사냥꾼들과 반투족농경인들, 필리핀의 아그타족 사냥꾼과 필리핀 농경인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목축인들과 농경인들의 거래, 아프리카에서는 목축인들과 수렵채집인들의 거래도 비슷한 형태를 띤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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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조 진지가 그곳에 상주하는 인디언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놀라웠다. 백인들이 생산하는 상품들의 정교함과 높은 품질은 그들을 경탄하게 만들었다. 총에서부터 도끼, 옷, 바늘에 이르기까지, 노란 말은 그런것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닌 불가해한 능력이 두려웠다. 백인들이 동부에 만들어놓았다는, 물소 떼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살아간다는 거대한 마을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해가 갈수록 교역을 위해 찾아오는 상인들의 수는 급격히늘어만 갔다. 그리고 이제는 군인들을 보내 아리카라족과 치열히 싸우기까지 했다. 백인들이 아리카라 족을 벌하려 한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들이보낸 군인들이 겁쟁이에 바보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노란 말은 정확히무엇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 알수없는 불길한 예감이 결국 큰 재앙을 불러들이고야 말거라고 확신했다.
글래스가 캠프로 들어서자 노란 말이 일어났다. 꺼져가는 모닥불이 그들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춰주었다. 글래스는 어떻게든 자신을 성심껏 돌봐준수족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그랬다가는 노란 말이 불쾌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소박한 선물로 적합한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약간의 담배나 칼 따위가 있겠지만 그런 하찮은 것들로는 감사의 마음을충분히 전할 수 없었다. 글래스는 노란 말에게 다가가 회색곰 발톱으로 만든 목걸이를 인디언의 목에 걸어주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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