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1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돌다 보면 너무 함께이고 또 너무 혼자여서 생각과 내면의 신화조차 이따금 한데로 모인다. 가끔은 똑같은 꿈도 꾼다. 프랙털들과 파란 구체들과 어둠이 집어삼킨 낯익은 얼굴들의 꿈, 감각을 강타하는 밝고 활기찬 검은 우주의 꿈. 날것의 우주는 야생이자 원시의 검은 표범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선실을 활보하는 꿈을 꾼다. - P7

치에는 운동을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실험실창밖을 내다본다. 무중력 상태의 단발이 가만히 일자로선다. 남은 평생 궤도에만 머무를 수 있다면 모든 건 무사할 것이다. 엄마는 치에가 지구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죽은 게 아니다. 이건 마치 의자 뺏기 놀이와 같다. 모두가 앉을 의자는 부족하지만, 노래가 나오는 한 의자개수는 중요하지 않고 모두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멈춰서는 안 돼. 계속 움직여야 해. 이 대단한 궤도를 돌고 있는 한 당신은 무사하며 무엇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구가 우주를 질주하고, 시간에 취한 당신이 빛과 어둠을 뚫고 전속력으로 그 행성을 뒤쫓는 한, 끝은 없다. 끝은 있을 수 없다. 오직 돌고 돌 뿐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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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내가 아니고 아래층에서, 이웃으로, 내가 그에게하는 말을 우연히 듣는다면, 내가 그녀가 아니라서, 그녀의 목소리 같은 목소리로 그녀의 의견 같은 의견을, 그녀와 같은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나 자신에게말할 텐데.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말을 아래층에서, 이웃으로 들을 수 없고, 내가 어떻게 말해서는 안 될 방식으로 말하는지 들을 수 없고, 내가 들을 수 있다면 아마 그랬을 것처럼 그녀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느낄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녀이므로, 그녀가 하는 말을, 이웃으로, 들을 수 없는 곳에, 내가 아래층에서 그랬을 것처럼, 내가 그녀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나 자신에게 말할 수 없는 곳에, 여기, 위층에 있는 것이 유감스럽지 않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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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에게는 음식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 전혀 없다.
"저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든지 상관하지 않아요. 물론 여기에는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조건이 붙죠."
호손 효과의 지속적인 활용이다. 물론 정크 푸드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캐시는 덧붙였다. 가짜 배고픔을 달래거나 자제력을 잃는폭식을 막는 데 있어서 모든 음식이 똑같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의뢰인들은 ‘모든 음식이 허용된다‘는 점을 처음에는 마음껏활용하려고 해요. 결국 중요한 건 양을 조절하는 거니까요. 어떤사람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피자만 먹기도 하죠.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하루 2,000칼로리~2,500칼로리어치의 피자는 배를 채워주지 않는다는 걸요. 피자는 칼로리 밀도가 너무 높아서 피자만으로 배부른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칼로리 제한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몸소 경험하는 겁니다. 결국 끊임없는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죠."
"그럼 정크 푸드를 먹지 말라고 하면 되잖아요?"
내가 물었다.
"만일 ‘피자는 먹으면 안 돼요‘라고 말하면 의뢰인들은 저를 원망하면서 똑딱거리는 피자 시한폭탄으로 변신할 겁니다. 하지만제가 ‘마음껏 먹으세요. 대신 계획 안에서 움직이셔야 합니다‘라고하면 그건 단순한 허용이 아니라 학습 기회가 됩니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계획을 따르면서 피자를 먹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요‘라고 말할 거예요. 저는 이제 ‘훌륭합니다! 이제 좋아하는 음식중에서 더 오래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걸 같이 골라볼까요?‘라고 말할 수 있죠."
포텐자의 연구와 일맥상통하는 얘기였다. 음식에 대해 엄격한 ‘전부 아니면 전무‘ 식 원칙을 가진 사람들은 건강한 다이어트법을 팽개치고 포만감을 훨씬 초과한 수준까지 먹는 경향이 강해서 결국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도 퇴보한 상태가 되고 만다는 것이 포텐자의 주장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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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 인류학과 대니얼 리버만 Daniel Lieberman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환경에서 수많은 감각 입력을 제거해왔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는 예전에 비해 온도 변화를 덜 느낀다. 두 발은 신발에 감싸여 있어 예전만큼 많은 것을 느끼지 못한다. 냄새 맡는 일도 줄어들었다. 먹어도 탈이 없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음식에 코를 가져다 대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우리가 말는 냄새는 대개 비누처럼 기분 좋은 것들뿐이다).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이 법칙에서 유일한 예외가 청각이라고 리버만은 말한다.
인류는 세상의 시끄러움을 네 배로 끌어올렸다. 미시간대학교연구진에 따르면, 1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돌아가는 소리에 해당하는 70데시벨보다 높은 소음 레벨 속에서 살고 있다. 소음과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해진 결과 끊임없이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데도 편안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한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의 진단이다. 이 학자는 학생 수백 명을 조용한 곳에 잠시 있게 한 다음 소감을 기록하게 했다. 거의 모든 학생이 조용한 것이 어색했다고 답했다.
"소음이 사라지니 불편해졌고, 불길한 느낌까지 들었다."
"요즘은 미디어가 늘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평화와고요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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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특히 날것의 자연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선사하는 효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자연 속에서는 프랙털Fractal에 둘러싸이게 된다. 프랙털은 다양한 크기와 스케일로 무한 반복되어 우주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패턴을 말한다. 큰 가지에서 작은가지로, 작은 가지에서 더 작은 가지로 계속 뻗어나가는 나무도 프랙털이며, 작은 강에서 큰 강으로, 다시 더 큰 강으로 이어지는 하천도 프랙털이다. 산맥, 구름, 조개껍데기 등이 전부 프랙털이다.
‘도시에는 프랙털이 없어요.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을 생각해보세요. 거의 다 수평에다 직각이잖아요. 게다가 색은 칙칙하고."
프랙털은 우리 뇌가 좋아하는 조직화된 혼돈이다. 실제로 오리건대학교의 연구진은 폭음과 재즈음악 속에서 탄생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의 그림들이 프랙털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로 이것이 폴록의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혹은 자연의 냄새가 이유일 수도 있다. 혹은 햇빛이거나, 혹은 단순히 집과 사무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 자체가이유일 수도 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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