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은 일정하게 자리 잡은 주장이나 판단력이다.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을 말하려면 ‘주책(이)없다‘고 해야 맞지만, 으레 ‘주책이다‘라 하고 ‘주책없다‘ 와
‘주책이다‘가 같은 뜻으로 함께 인정받고 있다. 사용자들이 의미를 바꾼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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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낱말의 의미는 주체가 주관적으로 정의하는 게 아니라 타인들에 의해 그 의미가 규정된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P171

모든 어휘와 문장구조는 중의성과 모호성을 띨수 있다. 최대한 걷어내기 위해 적확한 낱말을 선택할수 있는 어휘력과 적절히 나열할 수 있는 문법 지식이필요하다. 그렇다고 풍부한 어휘력과 바른 문법을 갖춘 말과 글이 늘 바람직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몇 안 되는 어휘로 앞뒤 안 맞는 소리를 하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이 있다. 뜨뜻한 손바닥으로 아픈 곳을 지그시 누르듯 인간의 속성을 짚어낼 때다. 정확히 설명하기어렵고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것을 정확히 그 옮기려 들면 도리어 허상을 만들 수 있다. 중의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울림을 준다. 이때 수신자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자유를 누리면 된다.
모든 어휘와 문장구조는 중의성과 모호성을 지녔다.
- P179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당연히 자기 자신이다.
내가 없으면, 구체적으로 나의 생각과 느낌이 없다면 글을 쓸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 목적이라면 일기 쓰기를 권한다. 이런 글쓰기는 분명 자기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게 아니고서야 글 쓸 때 나는 이런 나이기를 바란다. "내가 ‘나‘라고 할 때는 당신들 모두를 가리키는 거요."  - P198

나는 돌덩이
뜨겁게 지져봐라.
나는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거세게 때려봐라.
나는 단단한 돌덩이.

깊은 어둠에 가둬봐라.
나는 홀로 빛나는 돌덩이.

부서지고 재가 되고 썩어 버리는
섭리마저 거부하리.

살아남은 나.
나는 다이아.

ㅡ 광진, 웹툰&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 P206

일찍이 문자가 미디어이자 클라우드가 될 수있으며 권력과 부로 맞바꿀 수 있음을 알아차린 사람들이있었다. 그들은 문자를, 지식과 정보를, 권력과 부를 독점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이라 불리는 것)을 창조했다. 문자는 오랫동안 위치재의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문자의 민주화는 불과 백여 년 사이에 벌어진 일로 저절로 열린 것이 아니라 쟁취된 것이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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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시킬수 있다." 조지 오웰이 한 말이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상품이나 가축 등에 쓸 어휘를 사람에게 쓰지 않는지, 사람이 하는 일을 도구나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은지, 늘 말본새를 점검해야 한다. 많은 속어나 욕설 등이 가축과 관련한 어휘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때는 가축이 흔했고 지금은 물건이 흔하다. 이 대목에서 "존중할 만해야 존중하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악머구리 끓듯 악한과 파렴치한이 적지 않으니 심정이야 이해하나 경계한다. 그 옛날 양반이 백정과 노비에게, 백인이 흑인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부자가 빈자에게, 어른이 어린이에게 같은 말을 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은 내가 옳다고 느끼면 옳은 것이라는 식으로 서로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인격이며 인격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은 인성이다.) 배움과 습관을 통해 갖출 수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에게 배어 있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적절치 못한 어휘를 쓸 수 있다. 아직 배우지 못했거나 잘못 알아 그렇다. 문제는 다음이다. 모르거나 잘못 아는데 올바로 알려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 P106

"여자가 할 수 있겠어?", "남자가 그것도못 해?", "뚱뚱해", "키가 작아", "어린 사람이 뭘 알아?", "나이가 있는데 할 수 있겠어요?" 등이 쉽게 떠오른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도 해당한다. "여자가 능력 있어",
"남자치고 세심하네", "가정교육을 잘 받았네", "좋은 대학나와서 스마트해", "예쁘게 생겼어", "키가 크고 날씬해서 뭘입어도 잘 어울려", "젊은 사람이 아주 예의바르고 겸손해".
"젊게 사시네요", "나이보다 훨씬 건강하고 젊어 보이세요."
칭찬으로 들리는가? 고정관념에 기준한 수직적 평가다.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칭찬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런발언은 부모 자식 간에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칭찬이랍시고 하면 칭찬이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으로 성별이나 외모, 능력 등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남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게 된다.
평가가 해악인 이유는 사람을 물건이나 상품, 가축처럼 등급을 매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급을 왜 매기겠는가? 물건이나 상품, 가축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싼 값에 팔기위해서다. 무엇이 쓸모 있을지 계산하는 것이다. 평가는 필연적으로 차별로 이어진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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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래전 한창 젊었던 시절에 나는 미라플로레스의 오차란 로에 있는 하얀 회벽칠을 한 빌라에서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있었다. 그 당시 나는 산마르코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론 아마도 훗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밥벌이를 해보겠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비록 정말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느 날엔가는 반드시 작가가 되고야 말겠다고 생각했지만서도.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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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아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의 두 손바닥이 벽에서 조금 미끄러졌고 벽에는 기름과 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저씨는 엄지손가락을 벨트에 찔렀다. 마치 손톱으로 슬레이트를 긁는 소리를 들은 듯 이상하고 작은 경련으로 아저씨의 몸이 흔들렸다. 하지만 내가 놀라 아저씨를 바라보자 아저씨의 얼굴에서 긴장이 천천히 사라졌다. 입술을 벌려 수줍게 미소를 지으셨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눈물로 우리 이웃 아저씨의 이미지가 흐려졌다.
"헤이, 부."
내가 말했다.
- P508

아빠는 오랫동안 마룻바닥을 쳐다보고 계셨다. 마침내 고개를 드셨다.
"스카웃, 이웰 씨는 자기 칼에 넘어졌어. 이해할 수 있겠니?"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는 기운을 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빠한테 달려가 껴안고 있는 힘을 다해 키스를 해드렸다.
"네, 아빠. 전 이해할 수 있어요. 테이트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내가 안심시켜드렸다.
아빠는 팔을 푸시고는 나를 쳐다보셨다.
"이해하고 있다니 무슨 뜻이지?"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아니에요?"
- P520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아빠는 불을 끄고 오빠의 방으로 가셨다. 아마 밤새도록 그 방에계실 것이다. 그리고 오빠가 아침에 깨어날 때에도 역시 그 방에 계실 거다.
- 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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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다." - 미국 신경심리학자 매리언 울프, <<책 읽는 뇌>>에서 .
- P19

모르는 날말들이 끝내 제공하는 삶의 지대책을 읽는 행위란 나에게, 내가 사랑하거나 사랑할 이들에게 당도할 시간으로 미리 가 잠깐 사는 것이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라 당장 이해하기 힘들어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는 모양이군.‘ 하는 식의 감(感)을 얻는다. 신비로운 일이다.
정신 밭에 뿌려둔 감(感)이라는 씨앗은 여하튼 어떻게든 자란다. 그러다 문득 내게 당도해버린 시간을 통과할 적에 떠오른다.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니고 혼자지만 혼자가아닌 것 같은 기분, 서툴게 더듬어 찾아가면 오래 전 내 정신 밭에 뿌려둔 씨앗 자리에 뼈가 자라고 살이 붙어 서 있는 형상과 마주한다.
내게는 열아홉에 읽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그러했다. 모르는 낱말로 가득해 나름 자부한 독해력에 혐의를 두게 했다. 정신에 균열이 가불편했을 뿐 아니라 가뜩이나 허무한 아이가 더 허무해져버렸다. 이상하리만치 잊히지 않았다. 흡사 나쁜 남자에게 매혹당한 순진한 소녀 같았다.
- P26

돌아보면 어느 시절이라 이르집을 그 필요 없이 내내 쉬운 게 없었다. 천성이 유약해 억척 부리고 사느니  차라리 세상이 망해버리길 바랐고 어딜 봐도 시틋한 것들 천지였다. 그러나 오늘 나는, 살아 있어서 기쁘다. 어제는 알지 못했으나 오늘 깨우쳐 내일 성장할 나를 기대하는 것은 삶의 지렛대다. 인간은 홀로 이 무거운 삶을 온전히 짊어질 수 없다. 지렛대가 필요하다. 그러니 어찌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 P28

"고속도로에서 돈 받는 데 있잖아. 근데 사람이 없는거야. 차에다 뭐 달면 거기서 요금 빼간다던데 그걸 안 달아가지고 못 내고 지나버렸어."

딱 맞는 어휘를 떠올렸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전용차로로 들어서는 바람에 통행료를 정산하지 못하고 통과해버렸어. 내 차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거든."

어휘력이 부족하면 지시대명사를 많이 동원하고 활용범위가 넓은 낱말을 남용한다. 그렇다면 먼저 문장을 구사한 사람이 떠올리지 못한 단어는 모두 몇 개일까?
‘톨게이트‘, ‘하이패스‘ 두 개뿐일 거 같지만 ‘통행료‘
와 ‘정산하다‘, ‘인출하다‘나 ‘결제하다‘, ‘수납원‘ 등의 낱말도 떠올리지 못했다.  - P33

베아트리스는 맛이 궁금해 안달하고 마침내 버질이 소개한다. "배를 작게 잘라내면 속살은 새하얗지, 안에 전등이 켜진 것처럼 하얗게 빛난다고, 그래서 과도 하나와 배 하나만 있으면 어둠이 무섭지 않아."  - P39

피로에 절고 스트레스에 눌려 대상과 사물을 데면데면하게 지나칠라치면 경고등처럼 그때를 켠다.

"너의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니?"

삼면이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고, 아침저녁으로 다른바다 색깔을 두고 ‘블루‘로 싸잡아 표현한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하며 현재의 내 눈을 씻는다. 그러다 어느 날 새삼스레 궁금했다. 그렇게 물을 수 있는 낭만과 여유는 어디에서 연유할 수 있었을까.……. 하고, 내게 일생의 화두를 선물한 그는 오늘은 여기에 있으나 내일은 어디로 내쳐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고독한 망명자였다. - P61

내가 잘못 본게 아니라 당신이 못 본 것에 대하여,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 내가 못 본 것에 대하여.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사람은 자기 세계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We cannot think what we cannot think.- 비트겐슈타인). 내가 생각하는 대화의 반대말은 주장이다.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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