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제 좀더 침착해져서 울음을 멈추고 다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이 일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바르기타스?" 그녀가 슬픈 기색이 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나한테 싫증이 나기전까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일 년? 이 년? 삼 년? 이삼 년뒤에 네가 나를 버리고 떠나면 난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대사관에서 그걸 인정해줄까요?" 내가 물러서지 않고 다시물었다. "만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그것들이 유효하다고 인정해준다면 페루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기가 쉬울 겁니다.
난 외무부에 우리를 도와줄 친구가 있나 알아보겠어요."
그녀는 내가 들이게 될 온갖 수고에 미안해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감동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만일 네가 오 년 동안 다른 누구에게도 눈 돌리지 않고 나만 사랑하면서 같이 살겠다고 맹세한다면 좋아." 그녀가 말했다.
"오년 동안 행복할 수 있다면 난 이 완전히 미친 짓을 해보겠어."
- P163

"처음부터 끝까지 조마조마해 못 견디겠어." 훌리아가 내 손을 꼭 쥐면서 속삭였다. "권총을 뽑아 들고 은행을 터는 중인데어느 때라도 경찰이 들이닥질 것 같은 그런 기분 같지 않아?"
택시 운전사는 십 분 넘게(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십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 있었지만 마침내 양손에 술병을 하나씩 움켜쥐고 돌아왔다. 이제 의식이 계속될 수가 있었다. 증인이 서명하고 나자 읍장은 훌리아와 내게도 서명을 하게 했다. 그러고는 민법전을 펼쳐 들고 촛불 가까이 바짝 갖다 대더니 기록부에 글자를 적어넣었을 때처럼 천천히 남편과 아내의 권리와 의무에 관련된 조항을 읽어주었다. 드디어 그가 우리에게 결혼증명서를 내주면서 우리가 남편과 아내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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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들은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에 깊이 감명 받았고 정신적 변화를 경험했다. 우주인 앨런 셰퍼드가 소리를 질렀던 것은 달에 착륙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의 고향행성을 돌아보았을 때였다. 이런 경험은 우주여행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강력하고 한결같아서 ‘조망 효과‘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고향을 갑자기 보았을 때, 우리가 행성에 살고있음을 깨달았을 때의 경외감을 묘사하는 말이다.
경외감을 일으키는 것은 아름다움과 광대함, 두 가지이다. 우주에서 본, 특히 무한해 보이는 검은 허공을 배경으로 한 지구의 모습보다 더 크게 사람을 변화시킬 만큼 아름답고 광대한 것이 또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상호 연결성, 생명의 진화, 심원한 시간, 무한함을 시각적으로가장 뚜렷이 보여 주는 예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
은 더는 우리 바깥, 저기 어딘가에 있는 무엇이나 맥락이 아니다. 우리를 포함하는 모든 것이다.
- P135

우리는 산호초를 구할 수 없다. 아마존을 구할 수 없다.
해변 도시들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불가피한 상실의 규모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봤자 헛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할 일은 있다. 수백만 명이 기후변화 때문에 죽을 것이다. 어쩌면 수천만, 수억 명이 될수도 있다. 숫자는 중요하다. 수억 명의 사람들, 어쩌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기후 난민이 될 것이다. 난민들 숫자도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종이 사멸할지, 아이들이 밖에서 놀수 있는 날이 해마나 며칠이나 될지, 물과 식량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평균 기대수명이 얼마나 될지도 중요하다. 이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가족, 독특한 성벽, 공포증,
알레르기, 좋아하는 음식, 반복되는 꿈, 머릿속에서 떠나지않는 노래, 자기만의 지문, 독특한 웃음을 지닌 개인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우리가 내뱉은 분자를 들이마시는 개인, 수백만 명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어렵지만, 단 한 사람의 생명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어쩌면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그들을 구하기만 하면된다.
- P172

화석연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지구의 위기를 연기 기둥이랑 북극곰 이미지로만 떠올리게 된단 말이야.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연기 기둥이며 북극곰이 우리의 위기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면서 우리 행성이 공장이고 기후변화와 가장 관련이 깊은 동물들은 저 멀리 야생에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되었어. 이는 들렸을 뿐 아니라 심각한 역효과를 낳는다고. 우리 행성이 농장임을 인정해야만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고 우리의 집을 구할 수 있어.
그걸 바로잡는 데서 출발할 거야.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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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러나 이 페이지까지 내내 이를 애써 숨겨왔다. 고어와 다른 이들이 그랬듯이 나도 이런 주제를 피했다. 질 수밖에 없는 패라는 두려움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고어가 회피했다고 비판하면서 나도 회피했다. 그가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을 나도 입에담지 않았다. 고어도 틀림없이 그랬겠지만, 나 또한 그것이 옳은 전략이라고 믿었다. 고기, 유제품, 달걀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짜증을 낸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채식주의자들이 열성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훨씬 더 흥미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인만이 아니라 대응에서 우리가 어떤 잠재력과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솔직히 이야기할 수 없다면,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마주할 길이 없다. 때로는 ‘주먹‘ 이라고 쓴 주먹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대놓고 말할 참이다. 동물성 식품 소비를 확실히 줄이지 않으면 지구를 구할 수가 없다.
- P86

환경 위기는 보편적인 경험이지만 우리가 그것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사건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예 사건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또한 허리케인, 산물, 기근, 멸종의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기후 문제는 이를 겪어 보지 않은사람이 "그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같은 질문을 던질것 같지는 않다. 그런 사태를 직접 겪어 본 사람들조차 묻지않을 것 같다. 기후문제가 아닌 그냥 날씨 문제일 뿐이다.
혹은 환경 문제이거나.
하지만 미래 세대는 틀림없이 그날을 돌이켜보고 성경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어디 있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우리의 이기심은 어디 있었나? 위기로 인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 도대체 왜 우리는 우리의 자살과 미래 세대의 희생을 선택했는가?
- P93

우리 행성은 농장이다.

- 전 세계적으로 인간은 우리가 키우는 동물들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퍼센트를 이용하고 있다.
- 인간이 사용하는 담수의 3분의 1이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가는 반면, 가정에서는 약 13분의 1만을 사용할 뿐이다.
-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어, 인간 질병에 대한 항생제의 효능이 약화되고 있다.
- 지구상의 모든 포유동물의 60퍼센트는 식용으로키워진다.
- 지구에는 한 인간에게 대략 서른 마리의 가축이 있는 셈이다. 
- P102

- 가장 강력한 되먹임 회로 중 하나는 알베도 효과(백색반사율)이다. 하얀 얼음판은 햇빛을 대기 중으로 반사한다. 검은 바다는 햇빛을 흡수한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햇빛을 반사하는 얼음은 적어지고, 이를 흡수하는 검은 바다와 육지는 늘어난다. 바다는 점점 더 더워지고 얼음은 더 빨리 녹게 된다.
- P109

- 메탄의 경우 열을 가두는 능력을 뜻하는 ‘전 세계적 온난화 잠재력(GWP-global warming potential)‘이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서른네 배가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에는 여든여섯 배가 되었다. 이산화탄소가 보통의 담요 정도 두께라면, 메탄은 르브론 제임스 키 (206센티미터 - 옮긴이) 보다 더 두꺼운 담요라 생각하면 된다.
- 이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의 GWP의 310배이다.
담요가 너무 두꺼워서 그 위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전 세계적인 배출량을 계산할 때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 등가물‘로 바꾼다. 계산은 보통 100년단위를 기준으로 한다. 이는 메탄 1미터톤은 전체 GHG 평가에서 이산화탄소 34미터톤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10

 ‘가축은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무엇이 아니라 자동차처럼 인간의 발명품이자 편의를 위한 존재이며, 가축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분자는 이제는 자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자동차의 배출물로 보아야...‘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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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의 고향 마을을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남은 이들의 얼굴을 움켜쥐고 소리를 지르는 상상을 하곤 한다. "뭔가 해야 해요!" 나는 우리 가족이 정당한 몫보다 열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음을 알고, 탐욕스러운 생활 방식을 대표한다는 것도 알고, 이런 생활방식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이런 집에서 내 후손이 내 얼굴을 움켜쥐고 "뭔가 해야 해요!"라고 고함치는 광경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믿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 P36

아이의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들은 것은 흥분 상태에서 나온 힘 덕분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 어떤결함이 있기에 나는 불안한 지붕, 그 지붕 위의 불안한 하늘은 무시해 버리고 살고 있는 걸까? 우리 할머니가 살던 마을의 유대인들은 살갗에 파리가 앉으면 틀림없이 때려잡았을 것이다. 내가 허술한 지붕과 재앙을 몰고 오는 기후를 무시하고 그냥 살듯이, 할머니의 마을 사람들도 나치가 오는줄 알면서 대부분은 그냥 마을에 남았다. 우리의 경보 체계는 개념적인 위협을 포착하지 못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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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머리로 안다 해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화하지 않는다. 내용인즉 아무리 옳아도 가슴을 울리지못하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가슴만 둥둥울려댈 뿐 머리에 닿지 않으면 개꿈처럼 공허하다. 올바른 논거, 적확한 낱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표현이 아름다워야하고 가슴을 흔들 수 있어야 한다. 결과는 달변이 무엇을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줄 것이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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