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는 체구가 컸다. 자신도 그렇다는 걸 잘 알았지만 언제나 덩치가 컸던 건 아니어서 아직도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감이 있다. 키는 언제나 커서 행동이 투박하게 느껴진 적이 많았지만, 체구가 커진 건 나이가 들면서 생긴 일이었다. 발목이 부풀더니 목 뒤로 어깨 살이 불고 손목과 두 손은 남자처럼 커졌다. 올리브는 그게 싫었다. 당연히 싫었다. 때로는 속으로 몹시 혐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나이에 음식이 주는 위안을 내던질 생각은 없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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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씹고 소화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도록 고기를 가공하는 방법이 있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침팬지는 고기를 가공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나뭇잎을 고기와 함께 입에 넣음으로써 씹는 일을 쉽게 만드는 것이다. 고기를 씹기 위해 자리를 잡을 때 종류에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의 잎을 선택하는 것으로 볼 때, 이는 나뭇잎에 들어 있는 영양가 때문에 하는 행동은 아니다. 나뭇잎을 고르는 유일한 기준은 잎이 질겨야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어린 나뭇잎이나 풀의 부드러운 잎은 외면하고 다 자란 나뭇잎만 고른다. 심지어 영양가는 없이 갈색의 잎맥만남은 숲 바닥의 오래된 낙엽을 고르기도 한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염소 고기를 날로 씹는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염소의 허벅지 근육을 아보카도의 다 자란 잎과 함께 씹어 보았는데, 그 결과 고기와 잎을 함께 씹으면 고기만 씹을 때에 비해 덩어리를 더 빨리 작게 부술 수 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새끼 가젤이나 다른 작은 포유동물을 잡았을 때 아마도 이와 유사한 방법을 썼을 것이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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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헨리 키터리지는 오랫동안 이웃 마을에서 약사로 일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름날 약국으로 이어지는 큰길로 들어서기전 마지막 구간의 가시덤불에서 야생 라즈베리가 송알송알 알이맺힐 때나,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약국으로 차를 몰았다.
은퇴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일찍 일어나 예전에 그런 아침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떠올렸다. 마치 세상이 혼자만의 비밀인 듯이,
발밑에서 타이어가 부드럽게 구르고 햇살이 이른 아침 안개를가르고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오른쪽으로는 만(灣)이, 그다음엔 키 크고 늘씬한 소나무들이 잠시 보였다. 코끝을 간질이던 솔숲 향기와 소금기 짙은 공기, 그리고 겨울이면 찬 공기에서 묻어나는 냄새를 그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래서 그는 언제나 창문을 조금 열고 운전을 하곤 했다. - P10

 아직 사준기의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아들이 별안간 눈에 띄게 퉁명스러워진 참이어서 아들의 기분이 독기운처럼 공기 중에 퍼지고, 올리브도 크리스토퍼만큼이나 변하고 또 변덕스러워 보이던 때였다. 모자는 순식간에 격렬히 싸우다가도, 그 분노는 이내 무언의 친밀감처럼 둘을 감싸버려 영문을 알 길 없는 헨리만 멍하니 따돌림을 받는 기분이 되었다.
- P13

봄이 왔다. 낮이 길어지고 남은 눈이 녹아 도로가 질척했다.
개나리가 활짝 피어 쌀쌀한 공기에 노란 구름을 보태고, 진달래가 세상에 진홍빛 고개를 내밀었다. 헨리는 모든 것을 데니즈의 눈을 통해 그려보았고, 그녀에게는 아름다움이 폭력이리라 생각했다. - P43

 그녀는 예전의 소녀가 아니라 - 소녀로 머무는 소녀는 없다 - 어머니였고, 고단했다. 둥글던 뺨은 배가 부풀면서 동시에 꺼져버려 그녀를 짓누르는 삶의 중력이 벌써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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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들쥐들은 생후 4주부터 각기 다른사료를 먹기 시작했는데, 생후 15주가 되자 두 집단의 성장 곡선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하였고, 22주가 되자 완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부드러운 사료를 먹은 집단의 체중이 단단한 사료를 먹은 집단에 비해서서히 늘기 시작하여 평균 37 그램, 즉 6퍼센트가 더 나갔다. 복부 지방도 평균 30퍼센트 더 많아서 비만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했다. 부드럽게 처리된 사료 때문에 뚱뚱해진 것이다. 이 같은 차이의 원인은 소화에 드는 에너지 비용에 있었다. 식사를 할 때마다 들쥐들의 체온은높아졌는데, 부드러운 사료를 먹인 집단은 단단한 사료를 먹인 집단에비해 체온이 덜 올라갔다. 두 집단 간의 체온 차이는 식후 1시간 동안특히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위가 활발히 음식을 부수고위액을 분비하는 시간이다. 실험을 행한 과학자들은 부드러운 음식이비만을 초래한 것은 소화 비용이 덜 들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불로 익히는 것이 음식을 부드럽게 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에너지를 많이 얻게 한다면, 인간도 음식을 날로 먹을 때보다 익혀서 먹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그 이유는 불에 익히면 젤라틴화 및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하지만 소화에 드는 에너지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 P107

익힌 음식이 날것보다 좋은 이유는 생명체의 삶이 주로 에너지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음식을 불로 익히는 조리가 가져오는 비타민 파괴나 독성이 있는 화합물의 생성이라는 부정적인 변화는 더 많은 열량을 얻을 수 있다는 효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양질의 음식을 먹은 침팬지 암컷은더 자주 출산할 수 있고 그 자손들의 생존율도 더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식량이 부족한 문화에서는 잘 먹은 엄마들이 출산율도 높고 자식들도 더 건강하다. 출산율뿐 아니라 엄마들 자신의 경쟁력, 생존력, 수명을 비교해 보아도 잘 먹은 쪽이 더 유리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처음으로 익힌 음식을 먹어 더 많은 열량을 얻었을 때, 그들과 그 후손들은 날것을 먹는 같은 종의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유전자를후대로 전달하는 데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이들은 새로운 진화적 기회를 얻게 되었다.
- P112

중앙아메리카 본토 보아뱀은 벨리즈(유카탄 반도 연안의 입헌 군주제 국가 - 옮긴이) 연안의 섬으로 이주한 지 8000년이 채 지나지 않아 포유동물을 잡아먹던 식습관이 완전히 바뀌어 새를 잡아먹게 되었다. 따라서 새를 사냥할 수 있는 나무 위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몸통이 가늘어지고 암컷과 수컷간의 몸집 차이도 없어졌으며 체중은 과거의 5분의 1로 줄어드는 등 확연히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진화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에 따르면, 이 같은 속도의 변화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화석 기록을 근거로 들어, 하나의 종이 완전한 진화적 변이를 거쳐 새로운 종으로 변화하는 데 평균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을 약1만 5000~2만 년으로 추정했다. 우리 조상들처럼 성체로 자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종은 진화하더라도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 - P128

심지어 나무 타는 능력이 감소했다는 사실조차도 직립 원인이 화식을 했다는 가설과 맞아떨어진다. 직립 원인의 나무 타기 능력은 민철한 하빌리스와는 달리 오늘날 우리와 비슷했을 것이다. 이 변화는 직립 원인이 나무 위가 아니라 땅바닥에서 잠을 잤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이는 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가능해졌을 새로운 행태이다. 불빛덕분에 밤에 육식 동물을 확인하고, 불로 겁을 주어 쫓아낼 수 있었을것이다. 영장류는 땅에서 자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작은 유인원은 나무 구멍, 숨겨진 둥지, 물 위로 늘어진 나뭇가지, 벼랑의 돌출 부위, 지상의 육식 동물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나무 등지에서 잠을 잔다. 대형 유인원들은 대개 잠을 자기 위한 보금자리나 둥지를 만든다.
인간이 아닌 영장류 중에서 규칙적으로 땅 위에서 자는 종은 대형 유인원 중 몸집이 가장 큰 고릴라 뿐이다. 고릴라는 육식 동물이 거의없는 숲에서 살고, 몸집도 상대적으로 거대하기 때문에 땅 위에서 직립 원인보다 더 안전하다. 땅에서 가장 자주 잠을 자는 것은 다 자란수컷으로, 이들의 체중은 127 킬로그램이나 나간다. 작은 고릴라는 나무 위에서 자는 일도 흔하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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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동안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에 대해 고민해왔다. 학생, 인턴, 직장인처럼 누구에게나 때가 되면 따라붙게 마련인 명칭 말고 지금의 나를 가감 없이 담아내는 표현을 찾고 싶었다. 그나마 지난해 고민 끝에 찾은 건 ‘만드는 사람(maker)‘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영 아쉬웠다. 세상에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데다가 표현 자체가 너무두루뭉술하고 보편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내 삶을 관통하는 단어가 오직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무엇일까? 그러던 중 모 문구회사 홈페이지의 대표 인사말을 읽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00사를 아끼는 소비자와 문구인 여러분!

문구인(文具人), 이 단어를 보는 순간 암실에 빛한 줄기가 찡 하고 들어와 온 방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핑생을 찾아 헤맨 단 하나의 단어를 먼 길을돌고 돌아 이제야 조우한 느낌! 아아, 정말이지 나는 이 단어와 단숨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 P7

 가만 보면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이사는 것 같다. 클래식하고 심플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아기자기한 총천연색의 귀여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책상 위에도 묵직하고 우아한 디자인의 오브제들과 함께 오색찬란 화려한 색상의 팬시문구들이 늘 함께 어울려 있다. 본능적으로 끌리기도하겠지만 그런 언밸런스를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하다. 귀엽고 가벼운 것들이 즉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명랑한 친구들이라면, 클래식한 오브제들은 말수는 별로 없지만 늘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속 깊은친구 같다. 이 친구들을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일에나는 시간을 과감하게 쓰고 있다. 집에서 대체 뭘 그렇게 하느냐는 말에 나는 퍽 억울하다. 책상 위에도나름대로의 분주한 시간들이 있단 말이다.
- P42

그래, 취향이라고 해서 꼭 멋들어질 필요가 있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로 행복과 만족을 찾아나가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인생일 수 있다.
오늘도 나의 작은 우주, 책상 위 아끼는 수많은 문구들 틈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며 생각한다. 문구도 꽤좋은 취향이지.‘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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