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이의 하나인 호모속(屬, 종(種) 바로 위의 분류 단계 옮긴이)을 탄생시켰는가? 이 책은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전환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불의 사용과 익힌 음식의 등장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불로 요리하기‘는 우리가 먹는 양식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의 몸과 두뇌, 시간 사용 방법, 사회생활 방식에 변화를가져왔다. 이 때문에 우리는 외부 에너지 소비자가 되었고 그럼으로써 땔감에 의존하며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유기체가 되었다.
- P14

지금까지 기술된 수렵 채집 문화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 영양 섭취의 상당 부분을 육류로 해결했다. 섭취 열량의 절반이나 그 이상을 육류에 의존한 경우도 흔하다. 고고학적 증거가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200만 년도 더 된 도살자 하빌리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간 내내 육식은 항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빌리스의 선조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육식 양상은 침팬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침팬지는 기회가 있으면 원숭이, 새끼 돼지, 작은 영양 등을 기꺼이 잡아먹지만 몇 주나 몇 달간 육류를전혀 섭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해 인류는 확고한 육식 동물이라는 점, 그리고 큰 동물들의 사체에서 고기를 얻는다는 점에서 영장류 중 유일한 종이다 (영장류란 척추동물문(門) 포유강(綱) 영장목(目)에 속하는 170종의 동물을 아울러 일컫는 이름이다. 유인원이란 영장목 사람상과(上科) 동물의 총칭으로 꼬리가 없는 게 특징이다. 사람상과는 다시 긴팔원숭이과와 사람과로 나뉘는데, 인간과 더불어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이 사람과에 속한다. ‘비인간 유인원‘ 이란 사람과에서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유인원과 긴팔원숭이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 옮긴이) - P19

하지만 사냥꾼 인간 가설은 불완전하다. 채집한 양식이 제공하는경제적 지원 없이 어떻게 사냥이 가능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채집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며 채집 식량이그 공동체에 공급되는 전체 열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채집은 사냥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 수렵에 나선 남자들이 빈손으로 돌아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가족 전체가 채집 식량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집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 예컨대 커다란양식 꾸러미를 운반하는 능력 등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게는 없는것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채집은 언제, 그리고 왜 시작되었을까? 모종의 획기적인 기술 덕분에 여성들이 채집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아니면 하빌리스는 교환 경제(채집식량과의) 없이도 고기를 구할 수 있었을까? - P21

그러자면 먼저 우리는 불로 익히는 것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음식을 익히면 음식이 더 안전해지고 맛이 더 진하고 좋아지며 변질이 덜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질긴 음식도 속을 드러내고 자르고 으깨기 쉬운 상태로 변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은 여태껏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다음의 측면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음식을 익히면 우리가 그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난다."
최초로 음식을 익혀 먹은 사람들은 이처럼 추가된 에너지 때문에생물학적으로 매우 유리해졌다. 생존율과 번식률이 높아져 유전자를더 널리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들의 신체는 익힌 음식에 생물학적으로 적응했고, 새로운 식단을 최대로 이용하려는 자연 선택의 힘에 의해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이어서 해부학적 구조, 생리 작용, 생태, 생활사, 심리, 사회에 변화가 일어났다. 화석 증거에 따르면 익힌 음식에 이처럼 의존하는 현상은 수만 년 전이나 심지어 20만~10만 년전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 시기는 지구에 인류가 출현해 진화를 시작한 바로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중에 직립 원인으로 진화한 하빌리스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불로 자연을 길들였다고 한 브리야사바랭과 시먼스의 말은 옳았다. 우리 인간성의 책임은 실제로 요리사에게 지워야 한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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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사람들은 습관대로 천천히 확실하게 잠을 깼다. 먼저 외로운 멧돼지 창과 검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붉어졌다. 아침 햇빛을 받아 벌겋게 달궈지는 것 같았다. 그때쯤 문과 창문들이 활짝 열리고 마구간의 말들은 어깨 너머로 햇빛을 찾아 두리번거렸으며, 신선한 공기가 문을 통해 집 안으로 흘러 들어왔고,
살랑살랑 흔들리고 반짝거리는 나뭇잎들이 철창 처진 창문을 두들겼고 개들은 목줄을 풀어달라고 성급하게 몸부림을 쳤다.
이런 사소한 일들은 모두 일상이었고 아침마다 되풀이됐다.
하지만 대저택의 가장 큰 종이 울린다든가 사람들이 중종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내린다거나 테라스를 급히 오간다거나 여기저기 어디서든 성큼성큼 쿵쿵 뛰어다니고 말들에게 안장을 얹자마자 어디론가 내달려 가는 모습은 틀림없이 늘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 않을까?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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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으로 불빛이 반짝거렸다. 이윽고 그 창문마저 컴컴해지고더 많은 별이 얼굴을 내밀자 불빛은 꺼진 게 아니라 밤하늘로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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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요리가 있었다.

[불은] 추운 밤 온기를 제공한다. 날로 먹는 것은 몇몇 과일뿐이고, 그들은 음식을 불로 익혀 준비한다.…… 인간이 현재의 상태에 이를 수있었던 것은 불을 소유한 덕분이며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는 것도 바로 이 점이라고 안다만 제도 사람들은 믿는다.
- A.R. 래드클리프브라운(A. R. Radcliffe-Brown), 『안다만 제도 사람들, 사회 인류학적 연구(The Andaman Islanders: A Study in Social Anthropology)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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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평범함`과 `사소함`이라는 가면을 쓴다.
勿以恶小而為之 勿以善小而不為
물이악소이위지 물이선소이불위
악이 작다는 이유로 행해서는 안되며 선이 작다는 이유로 행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삼국지>, (촉지) - P275

청족淸族은 독서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존경을 받겠지만, 폐족 廢族이 되어 학문에 힘쓰지 않는다면 더욱 가증스럽지 않겠느냐? 다른 사람들이 천시하고 세상에서 비루하게 여기는 것도 슬픈데, 너희들은 지금 스스로를 천시하고 비루하게 여기고 있으니, 이는 너희들 스스로가 비통함을 만드는 것이다. 너희들이 끝내 배우지 않고 포기해버린다면, 내가 지은 저술과 간추려 뽑은 것들은 장차 누가 모아서 책을 엮고 바로 잡아 보존하겠느냐.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는 나의 글이 끝내 전해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 글이 전해지지 못한다면 후세 사람들은 단지
‘대계와 옥안 (탄핵과 죄상을 나열한 사헌부의 논고)‘만을 의지해 나를 평가하게될 것이니, 나는 장차 어떤 사람이 되겠느냐? 너희들은 아무쪼록 학문에 힘써 나의 이 한 가닥 문맥이 너희들에게 이르러 더욱 커지고 더욱 왕성해질 수 있도록 하여라. 그렇게 되면 훌륭한 집안의 벼슬도 이러한 청귀함과 바꿀 수 없을것이다.
- P288

평범한 일상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바로 《소학》의 가르침이다. 《소학》에서는 그 가르침의 순서를 이렇게 말했다.
"군자가 사람을 가르칠 때는 순서가 있다. 먼저 작은 것과 가까운 것을가르친 다음에 큰 것과 먼 것을 가르친다. 이 말은 먼저 가까운 것과 작은것만을 전해주고 뒤에 먼 것과 큰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교육에서는 반드시 가깝고 작은 것을 먼저 가르친 다음에 멀고 큰 것을가르쳐야 한다. 만약 빠른 성과를 내고자 기본을 탄탄히 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고차원의 것부터 먼저 가르치게 되면 모래 위에 성을 쌓듯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가깝고 작은 것에서 멈춘다면 학문의 진전을 이룰 수 없다. 학문의 시작은 작고 가까운 것이지만 학문의 끝은 높은 이상에 도달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역시 《소학》에 실린 글이다.
"그들이 강론해야 할 도리는 반드시 인륜에 바탕을 두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가르침의 내용은 물 뿌리고 쓸고 응대하고 대답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효孝, 제悌,  충忠, 신信의 덕목을 수양해 예禮와 악樂에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을 이끌고 격려해 차츰 이런 덕목이 갖춰지도록 하는 것은 모두 절차와 순서가 있다. 그 요점은 선한 일을 실천하고 자기 몸을 수양해 교화가 천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 P300

그다음 상祥은 모든 공부를 상세하게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허투루넘어가는 법이 많다. 배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똑똑한 아이들은 미루어 짐작해서 넘어가 버린다. 미련한 아이들은 집중력이 없어서 상세히 배우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교육은 구체적이고 상세한 배움을 얻을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배움의 습관을 아이들에게 키워주는 것을 중시한다.
- P261

오직 독서라는 한 가지 일은 위로 성현을 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 뭇 백성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그윽하게는 귀신의 정상에 통달하고, 밝게는 왕도와 패도의 방법과 계략을 도우며, 짐승이나 벌레의 부류를 초월해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것이 곧 우리 인간의 본분이다.
- P301

 황상이 처음 다산을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에게는 세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막히고, 사리분별을 못합니다." 그러자 다산은 이렇게 가르쳐줬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 번 보고 척척 외우는 사람은, 그 뜻을 음미하지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
둘째, 제목만 던져 줘도 글을 짓는 사람은, 똑똑하지만 오히려 글은 가볍다.
셋째, 한 마디만 해도 금세 알아듣는 사람은, 곱씹지 않아 깊이가 없다.

당장 보기에 뛰어난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 재능만 믿어 게을러질수 있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에 깊은 학문을 이룰 수 없고, 얼핏 보아도알게 되므로 고민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된다. 차라리 처음에 좀 아둔해도 알고자 하는 열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도달한 깊은 깨달음이 학문에서는 더 가치가 있다. 스승이 일깨워준 ‘새로운 자신‘을 돌아본 황상은 단점을 발판삼아 배움에 정진해, 훗날 추사 김정희도 인정할 정도의 명문장가가 되었다.
- P306

范忠宣公戒子弟日 人雖至恩責人則明 雖有聰明忽己則昏 爾曹但常以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 不患不到聖賢地位也
범충선공계자제 인수지우책인측명 수유총명서기즉혼이조단상이책인지심책기 서기지심서인 불환부도성현지위야
범충선공이 자제를 가르쳤다. 사람이 어리석더라도 남을 꾸짖는 데는 밝고, 총명하더라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
너희들이 항상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신을 꾸짓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남을 용서한다면 성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을 것이다.
<송명신언행록> - P335

선비들은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다른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근원이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러한 자세를 말해주는 성어가 있다. "다른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
안타깝게도 선비들의 자세를 입으로만 떠들 뿐 거꾸로 행하는 사람이많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섬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모습과 맞닥뜨렸을 때
비난하고 혐오한다.
그래서 어른은 눈앞에 선 괴물이 혹시 거울에 비친 자신이 아닐까 점검한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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