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켈이 동물 생리학에 관한 책을 사다 주었을 때는 그의 앞에 그림을 펴들고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우리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먹는지 이상하지않아요? 난 그림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동물 말이에요. 이상하지 않아요? 전에는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꼭 자기 이름 같잖아요, 내내 신경 안 쓰고 살다가갑자기 의식하게 되면 자꾸 자꾸 불러 보지 않을 수 없고, 자기가 그런 이름을 갖고 있고 모두가 평생 동안 그 이름으로 자기를 부른다니 얼마나 이상한지 왜 한번도 생각 안 해 봤을까 궁금하고 그렇잖아요. 양켈, 양켈, 양켈. 난 전혀 이상한 줄 모르겠는데, 이젠 동물을 먹지 않을래요, 적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게 될 때까지는요.. 브로드는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 아무에게도 도전받지 않고 누구도 도전하지 않는 일에조차 일일이 다 반항했다. - P117
브로드의 삶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이유가 뭐든 간에 자신이 결코 행복한 동시에 솔직할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늘 자기 안에 더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내고 쌓아 놓아서 넘칠 듯 찰랑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쏟아 낼 곳이 없었다. 식탁, 코끼리 상아 부적, 무지개, 양파, 머리 손질, 연체동물, 샤보스, 폭력, 손톱 뿌리의 얇은 피부, 통속극, 도랑, 꿀, 도일리레이스 분양이 들어간 그릇받침....... 그중 어느것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의 세계와 솔직하게 대면하여 자기 안의 크나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보았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말해야만 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아, 밤갈색 울타리 기둥아.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너무 긴 시야.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릇에 담긴 점심밥아...실제 모습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122
4: 812--- 브로드와 함께 영원히 사는 꿈, 매일 밤 이런 꿈을 꾼다. 다음 날 그 꿈을 기억할 수 없을 때조차도, 애인이 떠난 후 옆의 베개에 남은 머리 자국처럼 그곳에 있음을 안다. 브로드와 함께 나이 들어 가는꿈이 아니라, 우리 둘 다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 꿈을 꾼다. 브로드는 절대 나를 떠나지 않고, 나도 그 애를 떠나지 않는다. 정말이지, 죽는 것이두렵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나의 부재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며, 더 나쁜 것은 어떤 자연의 힘이 삶을 계속해서 말고 가리라는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인가? 난 나의 죽음과 더불어세상도 끝나기를 꿈꾸는 나쁜 인간인가? 나에게만 세상이 끝나지 않고, 모든 이가 나와 함께 일제히 눈을 감기를 바란다. 때로는 브로드와 함께 영원히 사는 꿈이 우리가 함께 죽는 꿈이기도 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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