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이 나지 않은 이야기 : 참새와 부엉이의 우화

참새들은 새로운 둥지를 짓는 계절을 맞아, 온종일 고되게 일하고, 밤이 되어서야 저녁노을 가에 둘러앉아 느긋하게 쉬며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다들 너무 작고 연약해요. 둥지를 짓는 걸 도와줄 부엉이 한 마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삶이 얼마나 편해질까요?"
"맞아요!" 다른 참새가 외쳤다.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과 새끼들을 돌보라고 맡길 수도 있고요."
또다른 참새가 동의하며 덧붙였다. "부엉이는 우리에게 조언도 해줄 수있을 거고, 근처에 고양이가 나타나는지 감시도 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나이가 지긋한 장로 참새인 파스투스가 이렇게 말했다.  "온 사방으로 정찰대를 보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부엉이 새끼나 알을 찾도록 해보세 꼭 부엉이가 아니더라도 까마귀 새끼나 족제비 새끼여도 좋겠지. 이 일은 저 뒷마당에 ‘동 나지 않는 곡식 창고(Pavilion of Unlimited Grain)‘가 생긴 이래로 우리에게 생긴 가장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네."
참새 무리는 몹시 들떠서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오로지 외눈박이 스크롱크핀클만이 이 일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이렇게말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재앙이 될 거예요. 부엉이 같은 생물을 우리가 사는 곳으로 데리고 오기 전에 부엉이를 가축화하거나 길들이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 P9

성장률의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다음과 같은 중대한 결과들이 생겼다. 수십만 년 전인 선사시대 초기에는 인류의 (또는 유인원의) 발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인구가 100만 명 늘어나고 또 이들 모두가 최저 생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인류의 생산능력이 증가되려면 100만 년 단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농업혁명이 일어난 기원전 5000년경에는 100만 명 최저 생존 수준의 생산력 증대가 단 두 세기 내에 이루어질 만큼 성장률이 증가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는 이러한 수준의 세계 경제의 평균적인 생산력 증대가 90분마다 일어난다.
현재 수준의 성장률을 상당 기간 유지하기만 해도 엄청난 결과를 얻을것이다. 즉 세계 경제가 지난 50년간의 속도로 계속 성장한다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4.8배만큼 부유해질 것이고, 2100년에는 지금의 34배만큼 부유해질 것이다. - P18

즉 새로운 기법들은 더욱 유기적인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면, 신경망은 "양허된 성능 저하 (graceful degradation) 같은 특성을 가지는데, 이는 신경망의 사소한 고장은 약간의 성능 저하를 초래할 뿐,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경망 기법을 이용하면 경험으로부터의 학습이 가능하므로, 여러 개의 사례들로부터 일반화된 방식을 도출하고 입력된 내용으로부터 숨겨진 통계학적 패턴을 찾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특성들 덕분에 신경망 기법은 패턴인식이나 분류 문제 해결에 강점을 보였다. 예를 들면, 다양한 수중 음파신호 정보를 학습한 신경 전달망은 잠수함, 기뢰, 그리고 수중생물들의 음향 프로파일을 인간 전문가들보다도 더 정확하게 구분하도록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학습 과정은 어떻게 각 범주가 정의되고, 또 어떻게 각기 다른 특성들을 가늠할 것인지 사전에 누군가가 정해주지 않아도 이루어질 수 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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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기술
나노nano 는 어떤 단위의 10억분의 1을 뜻한다. 그래서 대체로 나노 기술 nano technology라고 하면, 1나노미터 즉 10억분의 1미터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1밀리미터가 1,000분의 1미터이므로, 1나노미터는 100만분의 1밀리미터가 된다. 분자는 물질을 이루고 있는 작은 알갱이다. 분자 하나하나의 크기를 재어 보면 큰 것이라고 해도 몇 나노미터 정도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노 기술은 보통 분자 한 두개 정도를 골라내며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일컫는다.
해수 담수화
사람이 마시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바닷물을 소금기가 없고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물로바꾸는 작업이다. 간단하게는 바닷물을 끓이고 끓어오른 수증기를 따로 뽑아내 식혀 다시 물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서 바닷물 속 사람이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성분만 걸러 내는 형태의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나노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나노 기술을 현재 가장 널리 활용하고 있는 곳은 반도체 공장이다. 2020년 1월 우리나라의 한 반도체 회사는 3나노 공정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작고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 3나노미터, 즉 100만분의 3밀리미터 정도 크기의 아주 작은 모양을 부품에 새기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뜻이다.
- P102

이런 이유로 정밀하게 무엇인가를 조작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엔트로피를 줄이는 것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의 수준이 나노미터 크기, 즉 0.000001 밀리미터 정도가 되면,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듯한 일도 몇 가지 정도는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바닷물에 녹아 있는 소금 성분만을 골라내 짭짤했던 바닷물을 점점 싱겁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소금 1그램 속에는 소듐 원자와 염소 원자가 10에 22승 개 정도 들어 있다. 이것을 물에 녹이면 소듐 원자와 염소 원자가 전기를 띈 상태가 되어물 여기저기에 퍼져 있게 된다. 이때 염소 원자 하나의 크기는 대략 0.0000002 밀리미터에 좀 모자란 정도다. 다른 단위로 말하면 0.2나노미터 정도다. 만약 우리에게 이 정도 크기의 알갱이를 정확하게 골라내는 기술이 있다면, 바닷물 속에서 소듐이나 염소만 꺼낼 수가 있다. 짠물이 다시 싱거워진다.
- P106

세상의 온갖 것이 씻겨서 결국 흘러 흘러 모이게 되는 곳이 바다다.
보니, 바닷물 속에는 조금이기는 하지만 여러 물질이 녹아 있다. 아주아주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금도 있고 은도 있다. 예를 들어서 바닷물 1만 톤 속에는 대략 3 그램 정도의 은이 들어 있다. 금도 10만톤 속에 대략 1 그램이 좀 못 미치게 들어 있다. 만약 그 작디작은 금과 은을 골라내는 기술만 있다면, 바닷물에서 금은을 뽑아낼 수가있다.
- P110

미래 시대의 나노 기술은 심지어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주기도 한다. 늙는 것을 늦추고, 나이 든 사람을 다시 조금씩 젊어지게 하는 데에도 나노 기술이 활용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 있는 DNA의 말단소체telomere 라는 부분이 점차 닳아 없어지는 것이 노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연구는옛날부터 많았다. 그런데 DNA라는 물질은 그 한 가닥의 굵기가0.000002 밀리미터 즉 2나노미터 정도다. 손상된 말단소체를 부작용 없이 말끔하게 되살리려면 이 정도 크기의 물체를 세밀하게 조작해서 고쳐야 한다. 그러니 사람이 늙는 것을 막는 데 여러 가지나노 기술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 P112

그래서 이렇게 섬유소를 이용해서 쓰기 좋은 연료를 만드는 기술을 2세대 바이오 연료 기술이라고 불렀다. 그전까지는 아예 연로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생물에서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막대한 양으로 빠르게 자라는 식물성 미생물인 조류algae 로부터 에탄올을 만들어 내거나, 남세균cyanobacteria 같이 물에서 사는 세균을 어마어마하게 길러서 에탄올을 뽑아낸다는 생각에 도전한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당분을 만드는 미생물이면 무엇이든 이용해서 바이오 연료를 만들겠다는 방식을 3세대 바이오 연료 기술이라고 부른다.
여름철 연못이나 강물 위를 뒤덮곤 하는 녹조 현상의 원인이바로 남세균이다. 남세균은 잘만 하면 별로 애쓰지 않아도 금방 어마어마한 양으로 자라나기 마련이다. 그런 남세균을 이용해 연료를 만들 수 있다면 무척 좋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2세대와 3세대 바이오 연료 기술은 2020년대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싼값에 쉽게 만들기 어려웠다. 수천 년 전부터 곡식과 과일로 술을 담그던 익숙한 방식에 비하면 잡초나 세균으로부터 에탄올을 만드는 방식은 복잡하기도 했고, 그래서 생각보다 에탄올이잘 안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속에서 자라는 조류와 남세균에서 어떻게 필요한 성분만 쉽게 뽑아내느냐 하는 문제도 골치거리였다. 복잡한 공장 설비가 자주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싼값에많은 연료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경우까지 있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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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서 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어떤 목소리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르띤! 마르띤!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소?"
"누구를 말하는 거요?" 아브제이치가 말했다.
"나요." 목소리가 말했다. "바로 나."
어두운 구석에서 스찌빠니치가 나타나서 미소를 짓고는 마치 구름이 흩어지듯이 사라져버렸다.
"그건 나요." 또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어두운 구석에서 아기를 안은 여인이 나타나서 미소를 지었고, 아이가 웃더니 역시 사라져버렸다.
"그건 나요." 목소리가 말했다.
노파와 사과를 든 소년이 나타나서 둘이 함께 미소를 짓더니 역시 또다시 사라져버렸다.
아브제이치의 마음이 기쁨으로 차올랐다. 그는 성호를 긋고 안경을끼고는 열린 페이지의 복음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나그네 되었을 때에 접하였고.…."
그리고 페이지의 아래쪽을 또 읽었다.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아브제이치는 꿈이 기짓이 아니었고, 바로 그날 구원자가 그에게 오셨으며, 자신이 구원자를 대접했음을 알게 되었다.
- P58

노인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반, 너는 온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나는 몇 년째 벽돌난로에 누워 있으니, 너는 모든 걸 보는데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아니다. 얘야. 너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어. 원한이 네 눈을 감겨버렸어. 다른 사람의 죄는 눈앞에 있어 잘 보이는데, 네 죄는 등 뒤에 있어 못 보는 거야. 너는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말하는데, 혼자만 잘못을 저질렀다면 싸움이 나진 않았겠지.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 한 사람 때문에만 생기는 거냐? 싸움은 둘 사이에서 나는 거야. 상대방잘못은 보이는데, 자기 잘못은 보지 못하는구나. 그 사람 혼자만 나쁜 짓을 하고, 너는 착하게 굴었다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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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정기술을 향해 나아가는 회사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을 주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필요와환경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미래의 주요 첨단기술업체들은 대체로 이런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 나가고 있다.
여전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교통체증을 싫어하는억만장자들에게 팔겠다고 하는 회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염소 한 마리 값이면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작은 전기 경운기를 만들어서 판다. 이런 전기 경운기는 농사를 짓지 못해 식량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팔려 굶주림을 없애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아름답고 정교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초라하고 못생겼지만 나무에서 과일을 을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농가 일손을 도와 경제 발전에세우는 공이 더 크다. - P49

인간이 동물 없이 고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동물을 길러서 고기를 얻는 일은 비용이 너무 비싸다.
따라서 적지 않은 사람이 인공으로 고기를 만드는 일에 도전했다.
가축을 기르는 일은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에 비하면 농사를 짓는 일은 훨씬 수월하다. 똑같은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면, 곡식으로 배를 채우는 편이 싸게 먹힌다. 만약 인공으로 고기를 값싸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도 맛있는 고기를 먹고 싶은만큼 먹을 수 있다.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영양이 부족하던 어린이도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고기를 싼값에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만큼 가축을 기르지 않아도 된다. 가축에게 사료를 먹이기 위해서는 많은 곡식을써야 하고, 가축을 옮기고 키우고 씻기고 주변을 치우기 위해서도막대한 물, 전기, 연료가 필요하다. 식물을 기른 뒤에 그 식물을 재료로 인공 고기를 뽑아내면, 가축을 기르는 것보다 물과 전기,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소모되는 지원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온실기체도 줄일 수 있다. 가축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아도 된다면,
그만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풍족해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게 되면 굶주리고 있는 사람을 도울 곡식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동물을 가두어 놓고 기르다가 집아먹는 일 자체를싫어하고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감성과 윤리를 이유로 가축을 잡아먹는 것보다 식물을 재료로 인공 고기를 만들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인공 고기가 좀 더 비싸고 맛이 없더라도 기꺼이 돈을 내고 사 먹었다. 인공 고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일단 이런 사람들을 목표로 인공 고기를 만들어 팔았고, 사업이 유지가 되면 기술을 발전시켜서 더 싸고 맛 좋은 고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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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19개의 하위집단subpopulation 으로 분류된다. 그중 두 하위집단의 개체 수는 늘었고, 네 하위집단은 줄어들었고, 다섯 하위집단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나머지 여덟 하위집단은 전혀 파악이 되지않은 상태다. 전반적인 추세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어들어 북극곰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을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늘 존재한다. 가령 사냥이 그렇다. 1963년부터 2016년까지 사냥당한 북극곰은 약 5만 3500마리다. 오늘날 남아 있는 북극곰은132만 6000여 마리로 추산되는데 그 2배에 달하는 수치다.
- P501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를 비롯한 여러 과학 조직들은 언론 보도자료를 만들면서 중요한 사실들을 빼거나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대중의 인식을 호도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피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인류는 계속 변화한 환경에 적을해 나갈 것이며, 따라서 그 피해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 역시 말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화재의 발생빈도와 피해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 변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숲 가까운 곳에 사는 것, 그리고 나무를 연료로 쓰는 것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식량 생산량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비료, 농기계, 관개 시설에 좌우된다는 사실 역시 그들은 침묵으로 감추고 있을 뿐이다.
- P508

또한 정치적인 문제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몇몇 이들은 펠키에 대한 인격 살인이 민주당, 진보 진영, 환경 운동 진영 지도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들은 기후 변화가 지금 당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엄청난 재앙을 낳고 있다고 자신들이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신재생 에너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화석 연료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부동층의 표심을 잡아 세를 규합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직접 겪으면서 나는 키에게 가해진 부당한 박해가 돈과 정치 권력 문제를 훨씬 넘어서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그야말로 ‘마녀사냥‘을 연상케 했다. 1950년대에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상원 의원이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을 빨갱이로 몰아 처벌한 광기 어린 사건처럼 말이다. 펠키를 희생양으로 몰아간 그 행위는 다분히 종교적이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는 바로 그런 종교적 성격이 짙게 깔려 있다.
- P513

하지만 자연이 과연 그런 것일까? 자연은 자기 통제 시스템이 아니다. 실제 자연은 지속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새로운 종이 탄생하고멸종한다. 단일하고 완전한 시스템"이 있지 않으므로 붕괴하지도 않는다. 자연은 그저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온갖 유기체가 뒤섞여 있는 상황일 뿐이고, 계속 변화한다. 우리 인간은 가령 아마존 열대우림 같은 특정한 생물 조합을 다른 생물 조합보다 더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생물 조합이 다른 생물 조합, 가령 농장이나 사막보다 더 낫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우리가 "기후"라 부르는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30년 같은 특정한 기간을 두고 어떤 지역이나 지구 전체 같은 범위를 설정한 후 그 시공간 속에서 어떤 날씨가 얼마나 많이 있었는가를 따지는 것이 기후의 전부일 뿐이다.
기후와 지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대체로 점진적이고 순차적이다. 기온과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갑자기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고 통제 불가능한 화재가 모든 숲을 태워 버리는 식으로, 0이 아니면 1이라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종말론적 표현을 사용하는 과학자들과 활동가들은 빙하가 녹거나, 해양 조류의 순환이 바뀌거다. 돌이킬 수 없는 삼림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즐겨 한다. 그런 사건은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변화의 합보다 훨씬 큰 종말론적 결과를 낳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복잡한 불확실성 속에서 왜 하필 자신들이 제시하는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벌어지게 되는지는 분명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 P518

내 경우가 딱 그랬다. 20여 년 전 나는 기후 변화의 종말론적 세계전에 푹 파여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해 내가 느끼던 과도한 불안은 사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과 불행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해 또는 자연환경의 현재 상황에 대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그런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미국에서건 유럽에서건 주로 사춘기나 그 이후 연령대에서 환경 종말론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연일 수 있지만 주목해 볼 만한가치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그 나이대는 불안, 우울, 자살 등이 전반적으로 솟구치는 연령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10대 중 70퍼센트는 불안과 우울증을 주요 문제라고 답하고 있다. 베커에 따르면 우리 각자의 개인적 삶이 고통스럽고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외부의 악마를 찾아 전쟁을 벌이려 든다. 그런 싸움 속에서 우리는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남의 눈에 띄고, 인정을 받고, 사랑을 획득해 불멸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 P530

문제는 분개가 특정한 목표를 잃고 사회 전체로 향할 때"라고 스크루턴은 주장한다. 그 시점에서 분개는 "실존적 태도"가 되어 버린다. 이는 ‘현존하는 구조 내에서 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을거머됨으로써 구조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 내가 볼 때 그러한태도는 심각한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하는 핵심 요인이다. 스크루턴이 말하는 이런 태도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허무주의 (염세주의)다.
 러넌이나 툰베리 같은 사람으로부터 처음 기후 변화라는 주제를 접하게 된 청소년이나 젊은이가 있다고 해 보자. 그들은 아마 기후 변화가어떤 의도적인 사악한 행위의 결과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반대다. 탄소 배출은 에너지 소비의 부산물이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는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를 가난에서 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성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런 현실과 무관하게 환경 종말론자에게 배운 대로 누군가 악의로 기후를 망가뜨린다고 믿는다면 분노에 가득 차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P535

왜 인간이 마운틴고릴라 같은 멸종 위기종에 신경을 써야 할까. 과학자들은 그러한 관심이 인간 스스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하지만 그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마운틴고릴라가 멸종한다 한들 인류에게 물질적 손해는 없다. 다만 우리는 영적으로 더욱 빈곤한 존재가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가 마운틴고릴라를 노란눈펭귄을, 바다거북을 구하려는 건 인류 문명이 그 일에 달려 있다고 믿기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더 단순한 이유로 동물들을 살리고자 한다. 바로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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