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몬토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 무리는 들판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각기 자기가 좋아하는 식물을 주로 먹는다. 덕분에 비교적 좁은 지역 안에서도 식물의 종류와 밀도가 다른 땅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긴 모자이크 서식지는 생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 P202

새로 생긴 숲은 살아남은 공룡과 다른 동물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새로운 생태계는 멸종 이전의 세계와는 달랐지만 다양성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지구가 대재앙에서 치유되면서 자연의 회복력이 온전히 드러났다.
나는 공룡이다. 우리가 대멸종 이후에야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그 덕분에 6600만 년 전 다섯 번째 대멸종 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부리와 비대칭형 깃털이 있는 작은 공룡이다. 덕분에 나는 날 수 있다. 거대한 티라노사루우스가 사라진 이 생태계에 아직 새로운 지배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내가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차피 큰 놈들은 존재하지 않고 나는 하늘을 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혁신의 결과다. 처음에는 체온을 조절하고 짝에게 과시하기 위해 쓰던 깃털로 하늘을 날 수 있게 진화했다. 양력과 기동성을 제공하는 양 날개를 갖추었다. 나는 몸을 가볍게 하는 데 성공했다. 뼛속을 비워 몸무게를 줄이고 비행 효율을 높였다. 선조들이 주로 거대한 목을 받치는 데 사용했던 기낭, 즉 공기주머니를 호흡에 사용해 비행에 필요한 높은 신진대사를 감당하게 했다. 의외로 결정적인 변화는 부리였다. 대재앙이 닥치자 부리는 매우 유용했다. 다양한 먹이원을 이용할 수 있었다. - P212

그렇다면 공룡은 아니라도 파충류이기는 할 것 같은가? 놀랍겠지만 나는 파충류도 아니다. 단궁류에 속한다. 단궁이란 구멍이하나 있다는 뜻이다. 무슨 구멍일까? 두개골 뒷부분에 양쪽으로 난측두창이라고 하는 구멍을 말한다. 여기에 구멍이 없으면 무궁류다. 거북이가 그렇다. 구멍이 2개 있으면 이궁류다. 익룡과 공룡이 여기에 속한다. 공룡이 여기에 속하니 새도 여기에 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만 아니라 악어, 뱀, 도마뱀도 이궁류다. 거북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파충류와 조류가 이궁류인 셈이다.
단궁류는 구멍이 하나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단궁류는 트라이아스기 대멸종기, 즉 네 번째 대멸종 때 몰살되었지만 살아남은 것들은 나중에 포유류로 진화한다. 이궁류와 단궁류 사이에는 결정적인차이가 있다. 바로 이빨의 종류다. 공룡 같은 이궁류는 이빨이 다 똑같이 생겼다. 모양이 한 가지다. 그런데 단궁류는 이빨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여러 가지 이빨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궁류, 단궁류, 이궁류 중 어디에 속할까? 자기치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사람의 치아는 여러 가지 모양이다. 그렇다. 인간은 단궁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디메트로돈은 공룡처럼 생겼지만 공룡보다는 사람에 더 가까운 동물이라는 뜻이다.  - P234

페름기 말기는 식물상이 매우 다양하고 풍요로운 시절이다. 윗부분이 붓처럼 생긴 양치식물 속새는 습한 지역에 번성하고 있다. 무수한 양치식물이 숲 바닥에 카펫처럼 깔려서 초식동물의 먹이가되고, 나무고사리와 겉씨식물들이 햇빛을 받기 위해 높이 뻗어 있다. 대부분의 겉씨식물은 침엽수다. 현대 소나무와 전나무의 조상뻘 되는 나무들이 우뚝 솟아 있다. 바늘처럼 생긴 잎과 솔방울은 점점 건조해지는 기후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 노란 잎이 아름다운 은행나무도 숲 구성원 가운데 하나다. 아직 활엽수는 등장하지 않은시기지만 은행나무는 있다. 왜냐하면 은행나무는 활엽수가 아니라 침엽수이기 때문이다. 넓은 은행잎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만져보면 무수히 많은 바늘이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P236

나는 세 번째 대멸종의 목격자로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남긴다.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한다. 또 최고 포식자가 아니라고하더라도 생물량이 가장 많았던 생물은 반드시 멸종한다. 보통 두가지를 겸하는 일은 없다.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위를 담당하는 최고 포식자는 생물량이 적고,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물은 먹이 피라미드의 아래쪽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최고 포식자이면서 생물량도 가장 많은 별난 생명이 등장할지. 만약 그렇다면 그 생물 좋은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생명일 것이다. 가장 성공적이지만 대멸종의 시기에는 가장 파멸적인.... - P249

광합성의 결과는 무엇인가? 첫 번째 결과는 화학에너지 생성이다. 태양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봤자 동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태양에너지는 오로지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와 식물의 몫이다. 식물광합성이 늘어나자 태양에너지가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에너지로 전환되어서 식물이 번성했고 그 덕분에 동물들이 활용할 에너지가 풍성해졌다.
광합성의 두 번째 결과는 산소 기체 생성이다. 식물이 만들어놓은 화학에너지를 태워서 생활에너지 ATP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한게 산소다. 동물이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죽는 이유가 바로 생활에너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석탄기 숲은 산소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35퍼센트에 달했다. 이게 어느 정도냐고? 현대 대기의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라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 P258

삼엽충이 고생대 바다에서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을 개발했다. 눈이 생기기전 고생대 동물의 삶은 매우 힘들었다. 동물들은 오로지 촉각과 화학적 신호에 의존해 먹이를 찾고 위험 요소를 피했다. 솔직히 말하면 찾고 피하는 게 아니라 거의 우연에 의존해야 했다. 입을 벌리고다니다가 누군가 입에 들어오면 맛있게 먹고, 내가 누군가의 입에들어가면 재수 없게 죽는 거였다. 우리 삶에는 목표라는 게 없었다.
그런데 자연사에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 생명에게 눈이 열리자 각자의 삶에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누구로부터 도망가고 누구를 쫓아가야 하는지 한눈에 깨달았다. 눈이 새로운 우주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세상이 갑자기 선명하고 활기차게 보였다. 멀리서 다가오는 포식자를 볼 수 있었고, 돌틈에 숨어 있는 작은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눈을 통해 동료들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다. 생명의 색깔과 모양이다양해졌다. 그리고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눈이 등장하자 생명의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생명의 빅뱅이 일어났다. - P295

다윈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눈의 진화에 있어 그럴듯한 중간단계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각 단계는 기능적이어야 하고 생명체에선택적 이점을 제공해야 했다. 완벽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부분적으로만 형성된 눈이 어떻게 유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연 선택을 통해각 발달 단계가 어떻게 보존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과제였다.
다윈은 자연 선택이 어떻게 목적에 완벽하게 적응한 기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이렇게 복잡한 기관이 의도적인설계 없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처럼보일 정도였다. 이러한 우려에도 다윈은 눈의 진화가 자신의 이론에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의구심에 대해 몇 가지 요점을 제시했다.
다윈은 현생 생물의 눈의 복잡성 수준이 다양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즘도 단순한 빛에 민감한 세포부터 척추동물의 복잡한 카메라 같은 눈까지 자연계에는 다양한 수준의 눈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서로 다른 수준의 시력을 제공하는 수많은 중간 형태가 존재할 수 있는 진화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다윈은 빛에대한 감도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이 조금만 향상되어도 생존에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눈의 진화에 있어 각 중간 단계는 유익할 수 있으며 자연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변화의 힘을 강조했다. 작은 점진적 개선이 쌓여서 매우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한 감광 패치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면 결국 잘 발달된 눈을 만들 수 있다. 다윈은 자신의 이해와 당시의 과학적 지식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미래의 연구와 발견이 눈과 같은 복잡한 기관의 진화에 대한더 많은 통찰력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역시 다윈의 후예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다양한 형태의 눈이 고도의 복잡성을 지니게 된 배경은 단순하다. 지구에는 태양에서 날아온 빛이 매 순간 빗발치듯 쏟아지기 때문이다. 빛은 색이 있는 물질에 부딪히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는 형태가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세포에 영향을 주고 여기서 시각이 시작된다. - P303

일단 눈이 생기고 나자 가장 큰 선택압력으로 작용했다. 생존을 위한먹이 동물의 첫 번째 법칙은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다. 먹이는 대개 눈이 양쪽에 있다. 선명한 상을 형성하지는 못해도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포식자의 첫 번째 생존 원칙은 먹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다. 포식자나 경쟁자에 대한 걱정은 그다음이다. 사냥을 위해서는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요하다. 이들은 한 쌍의 눈을 앞쪽에 배치했다.
눈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모든 동물은 빛에 적응해야 했다. 벌레같았던 동물들은 갑옷을 두르고, 경고색을 과시하고, 위장 형태와 위장색을 띠거나, 추적하는 적을 따돌릴 수영 실력을 갖춰야 했다.
입은 그다음이었다. 원시 삼엽충에게는 먹이를 잡을 튼튼한 다리도 물어뜯을 단단한 턱도 없었다. 원시 삼엽충은 자기 주변을 유유히 떠다니는 이웃들을 보면서 딱딱한 부분을 가져야 한다는 선택압력을 받았다. 결국 원시 삼엽충은 명실상부한 삼엽충이 되었고, 다른 동물들 역시 갑옷을 갖추기 시작했다.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나타나서 다윈을 곤혹스럽게 했던 화석생물들의 등장은 결국 눈의 탄생으로 촉발된 것이다. - P306

눈의 조상은 누구일까?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눈은 하나의 조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려면 눈이 있는 모든 동물이 진화의 계통수에서 갈라져 나오기 전에 눈이 진화했어야 한다. 조상 눈이 있던 동물은 삼엽충(절지동물)이나 갑오징어(연체동물), 사람(척삭동물)처럼 눈이 있는 모든 동물의 조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눈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기 수억 년 전에 이들 동물이 갈라설 때 진화했어야 한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먹장어와 사람은 모두 척삭동물에 속한다. 먹장어처럼 원시적인 척삭동물에게는 눈이 없는데, 그보다 훨씬 늦게 생긴 사람에게 눈이 있다면, 척삭동물 최초의 눈은 진화계통수의 척삭동물 가지 안에서 진화했다는 얘기가 된다. 눈의 기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인 것이다. 삼엽충이나 갑오징어나사람의 눈은 진화의 다른 시점에 각각 별개로 진화한 것이다. 현대연구에 따르면 눈은 적어도 40회, 많으면 60회까지 동물계의 여러부분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우리 삼엽충의 눈과 그대 인간들의 눈은 기원이 다르다. - P307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진핵생물의 건강과 기능에 여전히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포 안에서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근육, 심장, 뇌처럼 에너지수요가 많은 조직의 기능에 특히 중요하다. 미토콘드리아의 영향력은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건강과 수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 물질대사, 세포 조절에 있어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주요 법도 바꾸었다. 호주제란 가족 집단의 중심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남계혈통을 통해 대대로 이어지는 제도다. 호주제에 대한 찬반이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을 때 내가 논의의 중심에 등장했다. 미토콘드리아는 고유의 유전자를 가지고있는데,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최재천 교수가 법률 토론의 현장에 소개한 것이다. 즉 후손은 수컷보다 암컷에게서 더 많은 유전자를 받는다는 사실이 널려 알려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여론의 흐름이 바뀌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2008년 1월 1일부터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 P325

달 - (더욱 빛나며) 지구 냉각이 계속되면서 자네 바다가 깊어지더군. 역시 깊은 바다가 생기니까 훨씬 안정되어 보였어.
그런데 말해보게. 생명을 탄생시킨 화학작용의 핫스폿이어디였나? 정말로 그 깊은 바다에 있는 열수분출구가 맞는가?
바다 -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열수분출구는 열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유기 분자 합성을 위한 완벽한 공장이야. 여기가 초기 생명의 요람이 되었지.
달 -
(생각하며) 열수분출구 주변은 극한의 조건이잖아. 깊은 바다니 수압이 매우 높을 테고 수압이 높으면 끓는점도 당연히 높아져서 아주 뜨거운 액체에서 온갖 화학작용이 일어났을 거야. 그러다가 생명체들이 만들어졌겠지. 그러고보면 심해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을것 같아.
바다 -
(자랑스럽다는 듯이) 맞아. 열수분출구는 영양분이 풍부한환경이었어. 여기서 이런저런 생명의 시도들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모든 생명의 공통조상인 루카가 등장했어. 루카에서 생명의 나무가 가지를 뻗기 시작했지.
그것도 벌써 38억 년 전의 일이 되었네.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지
달 -
(고개를 끄덕이며)생명 진화의 과정에 내 역할도 잊지 말아줘. 내가 중력으로 지구의 물을 섞어 영양분과 에너지가광활한 지구 공간에 골고루 퍼지도록 했잖아. - P333

달(답을 알고 있다는 듯이) 뭘 어떻게 해? 아예 단단한 껍질을만들면 되지. 삼엽충처럼 말이야. 그게 바로 캄브리아기대폭발이잖아. 단단한 껍데기가 생기니까 산소가 마음대로 확산되지도 않고 단단한 껍데기가 있으니 이제부터는몸을 얼마든지 더 키울 수도 있게 된 거지.
바다(부드럽게 소용돌이를 만들며) 맞아. 산소 농도가 높아질수록더 튼튼하고 안전한 구조를 만들면서 산소의 독성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동시에 산소호흡을 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거지. 아마 지구에 산소가없었다면 지구는 결코 아름답지 못할 거야. 마치 화성과같은 붉은 행성으로 남았겠지. - P3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겪은 포로 생활*

세계의 그 어느 사람보다도 비참한 사람이 되리라는 나의 욕망과 철학이 나에게 있었다면 그것을 만족시켜 준 것이 이 포로 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책에서 읽고 간혹 활동사진에서 볼 정도인 포로생활에 아무 예비지식도 없이 끌려들어 가게 한 것도 6.25 동란이 시퀸 일이었지만 6.25 동란이 일찍이 우리 민족사상에 드문 일이었다면이 위대한 50여개국의 소위 UN 포로로서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버리고 제네바 협정의 통치 구역으로 용감무쌍하게 몸을 던지게 되었다는 것은 나의 일생을 통하여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지나친 괴변의 하나임에 틀림없는 일이었다. - P33

포로들에게 있어서 인간들에 대한 존경과 신망은 확실히 정상 상태를 넘어서 병적인 정도에까지 이르는 수가 많았던 것이다. 그들은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 피난민이건 어린아이건 노인이건 거러지건 아니 수용소 철망 밖에 있는 것이라면 소나 망아지 같은 짐승까지 포로들에게 있어서는 황홀하고 행복스러운 구경거리였다. 한 걸음이라도 좋으니 철창 밖에 나가 보았으면! 이것이 포로들의 24시간을 통하이 잊혀지지 않는 몸에 박힌 염원이요 기도였다. - P36

나는 참다 참다 못해서 탄식을 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핑계로 다시입원을 하여 거제리 병원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임 간호원이 비 오는 날 오후에 브라우닝 대위를 데리고 찾아왔다. 나는 울었다. 그들도 울었다. 남겨 놓고 간 동지들은 모조리 적색 포로들에게 학살을 당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아주 병이 들어 자리를 눕게 되었다.
이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나는 미인들에게 응원을 간청하였으나그들은 상부의 지시가 없이는 독단으로는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나는 국군 낙오병 포로로 명망이 높은 반공 투사요 우국지사인 황 중위를 찾아가 보고 비밀 선봉대를 조직하려고 결심하였다. 나는 이리하여 시작하였던 것이다. 실로 기구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옳은 것을 위하여는 싸워야 한다.
나의 시(詩)는 이때로부터 변하여졌다. 나의 뒤만 따라오는 시가 이제는 나의 앞을 서서 가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모두가 무서운 일이요. 꿈결같이 허무하고도 설운 일뿐이었다. 이것이 온전히 연소되어 재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먼 세월이 필요한 것같이 느껴진다.
《해군》 (1953.6.) - P37

이미 나는 나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었다. 절망이 완전히 그의 테두리를 만들기까지의 시간이라는 것은 비할 수 없는위험한 요동의 시간이기도 하였다. 불안한 어머니의 얼굴, 불안에의신앙, 가족에의 신앙, 눈물이 나올 여유조차 없는 절망, 그래도 가족을만나고 싶었다. 어머니만 만나면 무슨 좋은 지혜가 생길 것도 같았다.
기어코 순경의 충고를 어기고 억지로 나는 서대문 파출소를 나왔다. 어둠이 내리는 거리는 나의 심장을 앗아갈 듯이 넓기만 하였다. 이대로 어디로 달아나 버릴 수 없는가. 이런 무서운 생각조차 들었다. 조선호텔 앞을 지나서 동화백화점을 지나 해군본부 앞을 지났을 때에 지프차 옆에서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나의 얼굴을 향하여 플래시의 광선이 날아왔다.
"어디로 가시오?"
"집에 갑니다."
나는 천연스럽게 대답하였다.
"어디서 오시오?"
"북에서 옵니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나는 한 발 쭈욱 앞으로 다가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실은 의용군에 잡혀갔다가 달아나와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우리 집은 바로 요 앞이올시다. 방금 서대문 파출소에 들려서 자초지종을 고백하고 오는 길입니다. 집에 가서 한번 가족들 얼굴이나보고 자수하겠습니다."
라고 애걸하였다.
"응 그러면 당신은 ‘빨치산‘이로구료."
그는 대뜸 이렇게 말을 하고 권총을 꺼내 들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번쩍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냥은 위험하다. 사냥하다가 죽은 동료가 얼마나 많았나? 또 함께 사냥하다 큰 부상이라도 입으면 결국 짐승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부상당한 동료를 언제까지나 보살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그들을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 사냥하지 않고 점승과 함께 살다가 필요할 때 잡아먹는 마을 사람들의 방식은 정말 훌륭하고 평화롭지 않은가!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아이와 노인 그리고 병자와 함께 살아간다. 거동조차 힘든 노인과 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마을 사람들은 보살핀다.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아무 때나 아이를 낳아도된다. 노인들은 자리에 앉아서 소쿠리 같은 도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지혜를 전수한다.
집단의 크기가 크니 맡은 일도 각기 다르다. 우리는 모든 일을다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을 다 한다는 것은 한 가지 일에 아주뛰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다. 그러니 마을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추파와 그를둘러싼 이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이제 변해야 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한자리에 마을을만들고 삽시다."

누군가만 행복한 불공평한 삶

"안 돼요. 그러면 안 돼요. 우리는 그들처럼 살면 안 돼요"
내 아들 두란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잠자코 있으라는 내 눈빛을외면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추파가 숨을 거두기 전에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쌓인 듯 기승전결 따위는 무시하고 이야기를쏟아냈다.
"온종일 일만 해요."
"아픈 사람이 많아요."
"많이 먹는 사람이 있고 조금 먹는 사람이 있어요."
높은 사람이 있고 낮은 사람이 있어요." - P128

사냥을 한 다음에는 공정하게 분배했다. "야. 내가 마지막에 노루의 심장을 찔렀으니, 노루의 내장과 뒷다리는 내 거야!"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냥을 잘하든 서툴든 열심히 하든 농땡이를 치든 추파 같은 우두머리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적당히 나누어주었다. 모든 이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장할 게 없으니 부자와 가난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다 같이배불렀고 다 같이 배고팠으며 도구와 무기를 공유하고 옷도 같이지어 나누어 입는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딱히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도 없다. 지혜가 있는 사람과 사냥과 채집에 능한 사람이 우리 무리를 이끌기는 하지만 그 권한이 자기 자식에게 넘어가는 게 아니다. 능력에 따라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우두머리였다고하더라도 늙으면 버려지는 게 당연하다. 사냥하다 죽든, 아파서 죽든, 지혜가 있든, 멍청했든 죽으면 다 똑같이 파묻는다.
그런데 두란이 보기에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삶은 달랐다. 그들은 온종일 일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다쳐 죽는 사람은있어도 힘들게 일하다 아파서 죽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에 시달리다가 아파서 죽는 사람이 있다. 또 한곳에 머물다보니 풍토병에 걸려 죽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두란의 가장 큰 불만은 먹을 것을 쌓아놓은 곳간의 크기가 집집마다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떤 집 곳간은 크고 어떤 집은 작다. 곳간이 큰 집 사람은 작은 집 사람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동등한 동료가 아니고 지배하는 사람과 지배당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 P131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조상들이 찾아다니던 길목에 원래 있던 동물과열매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이 더워지니 그전에 살던 짐승과 열매들이 달라졌다. 이런 일이 지속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조상들 방식으로 짐승을 쫓고 열매를 따 먹는다.
그런데 조상들이 알려준 곳에 더 이상 그 짐승과 열매가 없다. 어떤짐승을 잡아야 할지, 어떤 열매를 따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곧 위기에 처할 것이다. 예전처럼 50명이 뭉칠 기회는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20명, 아니면 10명 이하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 적은 인원으로 우리가 사냥할 수 있는 짐승이 뭐가 있을까? - P134

우리는 뛰어난 사냥꾼이다. 현생 아프리카코끼리보다 두 배 이상 거대한 팔라에올록소돈속 코끼리도 사냥한다. 그런데 항상 식량이 부족하다. 사냥에 매일 성공하는 게 아니지만 한번 성공하면 모든 무리가 배불리 먹고도 남는다. 남으면 썩어서 버리는데, 목숨 걸고 사냥한 식량을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다. 최대한 먹는다. 폭식을하는 것이다. 무조건 먹어야 한다. 또 얼마 동안이나 기아에 허덕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네안데르탈인은 있을 때 잔뜩 먹어서 몸에 지방을 쌓아둘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야 평소에 적게 먹어도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우연히 생겼다. 다행히 우리 몸에 SLC16A11 유전자가 생긴 것이다. 이 유전자는 빠르게 지방을 몸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는 현대인의 몸속에 남아 현대인에게 비만과 당뇨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P147

호모 사피엔스의 어떤 유전자가 우리 네안데르탈인에게 왔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현대 과학자들은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현대인에게서 찾아내고 있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인을 제외하면 전 세계 인류에게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전체 유전자의 1~4퍼센트 정도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위에서 설명한 SLC16A11 유전자다. 미안하다. 당뇨와 비만의 문제를 그대들에게 남겨줘서. 남성형 탈모 유전자도 우리가 넘겨준 것이다.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는 코이코이족과 산족이 산다. 이 둘을 합쳐서 코이산족이라고 한다. 코이산족 사람들 중에는 대머리가 없다. 탈모 유전자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는 증거다. - P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침내 우리가 회사의 빈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무렵에는 해가져 있었다. 아버지는 건물 옆 반얀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시동을껐다. 어머니의 이층 사무실 불이 아직 밝혀 있는 것이 보였고, 어머니가 창가로 다가와 그곳에 섰을 때, 나는 아버지가 돈 때문에 어머니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우리가그 아래 와 있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않았다. 아버지는 어둠 속에 얼굴을 숨기고 좌석 뒤로 몸을 젖혀기댔고, 남청색 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창문앞에 섰을 때, 나는 아버지가 성공한 변호사가 되어 있는 어머니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당신이 결혼한 열아홉 살의 아가씨, 버클리대 미대 학생, 학생 시절 찍은 자신의모든 영화에 등장했던 주인공, 몇 년에 걸친 그의 유일무이한 팀원을 보고 있었다-아버지가 그때 내게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지으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네 인생에 네 엄마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다시 없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 아버지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다른 건 기억하지 못해도 그건 기억해야 해."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턱끈펭귄은 하루에 85그램의 똥을 눈다. 우리 무리가 많으면 우리가 누는 똥도 많다. 똥을 많이 누면 바다로 씻겨 들어가는 똥의 양도 많아진다. 그런데 지구가 더워지면서 우리가 피할 수있는 부빙이 점차 줄어들었고 그 결과 우리도 줄었다. 1980년과 2024년 사이에 우리가 절반으로 줄자 우리가 누는 똥도 당연히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 똥이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바다로 들어가는 철분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 똥 1그램에는 3밀리그램의 철분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매년 521톤의 철분을 남극해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펭귄이 바다에 공급하는 철분이 반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그게 뭐 어떠냐고? 남극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펭귄 똥이 공급하는 철분을 먹고 성장한다.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크릴과 작은 생선에서부터 펭귄, 바다표범, 고래까지 번성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펭귄 똥의 철분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펭귄 똥의 철분으로 성장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을 하면 산소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감소한다. 이게 엄청난 양이다. 원래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담당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광합성을 하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잡아먹히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든 모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바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흡수한다. 우리 펭귄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도 감소한다. - P67

인간들은 잘 들어라.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 우리라고 할 수는 없다. 주로 수염고래가 하는 이야기니까. 그래, 역시 내게는 별미에 속하는 수염고래 이야기다. 수염고래는 크릴을 먹고 산다. 사람들이 포경을 통해서 수염고래를 많이 잡아먹었다. 그러면 크릴이 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크릴양도 줄어들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포식자가 없는데 왜 줄어들까?
고래가 놀라운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다. 수염고래는 바다 밑바닥에서 크릴을 먹고 수면으로 올라와서 똥을 눈다. 이 과정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겠는가? 바다 밑바닥에 있던 철분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거다. 그러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크릴, 작은 물고기, 펭귄, 바다표범, 범고래까지 먹이사슬이 또 이어지겠지?
포경으로 고래가 사라지자 철분을 이동시키는 펌프도 망가진 셈이 된 것이다. 고래 똥이 사라지면 바다의 생산력이 감소한다. 수염고래는 매년 똥을 통해 약 1200톤의 철분을 바다에 공급했다. 이건 펭귄이 공급하는 521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염고래와 펭귄의 똥이 사라지면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도 급격히 줄어든다.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 P69

이제 물에 떠 있는 빙산이 다 녹았다고 해보자. 수면 위에 있는얼음이 녹아 바다로 들어갔으니 해수면 상승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수면 아래 있는 얼음이 녹으면 어떤 효과가 일어날까? 얼음이차지하는 부피가 물이 차지하는 부피보다 크므로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이 녹으면 해수면 하강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까?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있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It‘s just the tip of the iceberg"라고 한다. 실제로 빙산은 전체의 10~20퍼센트만 해수면 위에 있다. 수면 윗부분이 일정하지 않은 까닭은 빙산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주변 바닷물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빙산이 다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해수면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왜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걱정할까? 처음부터 내가 던진 질문에 함정이 있었다.
바다에 떠 있는 빙산만 녹으면 해수면은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빙산이 녹는 상황이라면 육지 위에 있는 얼음도 녹는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얼음은 육지에 있다. 남극대륙,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빙하 그리고 러시아와 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안데스, 알프스, 로키, 히말라야산맥의 만년설도 녹는다. 육지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빙하가 모두 녹을정도로 기온이 오르면 바닷물 자체도 열팽창을 해서 해수면이 높아진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몇 가지 이유만 들어보자. 햇빛의 상당 부분은 눈과 얼음에 반사되어 다시 우주 바깥으로 돌아간다. 지구 온난화로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던 지역의 온도가 높아져 눈과 얼음이 녹으면 지구 표면의 반사율은 감소하고 더 많은 햇빛이 땅과 물에 흡수되어 지구 온도는 더 올라간다. - P71

자연사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서 공통점을찾아내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급작스런 기온 변동. 기온이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5~6도씩 오르거나 내렸다. 둘째, 대기 산성화, 화산 폭발의 영향이다. 대기가 산성화되면서 산성비가 내려서 해양과 토양이 산성화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었다. 셋째, 산소 농도의 하락. 산소 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동물에 따라 살 수 있는 산소 농도는 다르다. 낮은산소 농도에서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 하지만 높은 산소농도에 적응한 생명체들은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버틸 수가 없다.
급작스런 기온 변화, 급작스런 대기 산성화, 급작스런 산소 농도하락. 이 세 가지가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변화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결정적이었다. 서서히 변화하면 생명도 적응할 틈이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면 생명은 적응하지 못하고 생태계에 빈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 P105

 자연현상에 의해 촉발된 이전의 대량 멸종과 달리, 여섯 번째대량 멸종은 전적으로 인간 활동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지구의 생물학적 유산을 형성하는 데 인간이 전례 없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멸종의 원인으로는 광범위한 서식지 파괴, 사냥과 낚시를 통한 생물 종의 과도한 착취, 대기·수질.토양 오염, 지역생태계를 교란하는 침입종의 유입 등 인간이 유발한 요인들이 있다. 또한 인위적인 기후변화는 많은 생물 종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서식지와 환경을 변화시켜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가속화하고 있다. - P1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