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은 위험하다. 사냥하다가 죽은 동료가 얼마나 많았나? 또 함께 사냥하다 큰 부상이라도 입으면 결국 짐승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부상당한 동료를 언제까지나 보살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그들을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 사냥하지 않고 점승과 함께 살다가 필요할 때 잡아먹는 마을 사람들의 방식은 정말 훌륭하고 평화롭지 않은가!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아이와 노인 그리고 병자와 함께 살아간다. 거동조차 힘든 노인과 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마을 사람들은 보살핀다.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아무 때나 아이를 낳아도된다. 노인들은 자리에 앉아서 소쿠리 같은 도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지혜를 전수한다.
집단의 크기가 크니 맡은 일도 각기 다르다. 우리는 모든 일을다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을 다 한다는 것은 한 가지 일에 아주뛰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다. 그러니 마을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추파와 그를둘러싼 이들에게 말했다.
"우리도 이제 변해야 합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한자리에 마을을만들고 삽시다."

누군가만 행복한 불공평한 삶

"안 돼요. 그러면 안 돼요. 우리는 그들처럼 살면 안 돼요"
내 아들 두란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잠자코 있으라는 내 눈빛을외면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추파가 숨을 거두기 전에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쌓인 듯 기승전결 따위는 무시하고 이야기를쏟아냈다.
"온종일 일만 해요."
"아픈 사람이 많아요."
"많이 먹는 사람이 있고 조금 먹는 사람이 있어요."
높은 사람이 있고 낮은 사람이 있어요." - P128

사냥을 한 다음에는 공정하게 분배했다. "야. 내가 마지막에 노루의 심장을 찔렀으니, 노루의 내장과 뒷다리는 내 거야!"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냥을 잘하든 서툴든 열심히 하든 농땡이를 치든 추파 같은 우두머리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적당히 나누어주었다. 모든 이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저장할 게 없으니 부자와 가난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다 같이배불렀고 다 같이 배고팠으며 도구와 무기를 공유하고 옷도 같이지어 나누어 입는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딱히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도 없다. 지혜가 있는 사람과 사냥과 채집에 능한 사람이 우리 무리를 이끌기는 하지만 그 권한이 자기 자식에게 넘어가는 게 아니다. 능력에 따라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우두머리였다고하더라도 늙으면 버려지는 게 당연하다. 사냥하다 죽든, 아파서 죽든, 지혜가 있든, 멍청했든 죽으면 다 똑같이 파묻는다.
그런데 두란이 보기에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삶은 달랐다. 그들은 온종일 일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다쳐 죽는 사람은있어도 힘들게 일하다 아파서 죽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에 시달리다가 아파서 죽는 사람이 있다. 또 한곳에 머물다보니 풍토병에 걸려 죽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두란의 가장 큰 불만은 먹을 것을 쌓아놓은 곳간의 크기가 집집마다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떤 집 곳간은 크고 어떤 집은 작다. 곳간이 큰 집 사람은 작은 집 사람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들은 동등한 동료가 아니고 지배하는 사람과 지배당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 P131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조상들이 찾아다니던 길목에 원래 있던 동물과열매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이 더워지니 그전에 살던 짐승과 열매들이 달라졌다. 이런 일이 지속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조상들 방식으로 짐승을 쫓고 열매를 따 먹는다.
그런데 조상들이 알려준 곳에 더 이상 그 짐승과 열매가 없다. 어떤짐승을 잡아야 할지, 어떤 열매를 따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곧 위기에 처할 것이다. 예전처럼 50명이 뭉칠 기회는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20명, 아니면 10명 이하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 적은 인원으로 우리가 사냥할 수 있는 짐승이 뭐가 있을까? - P134

우리는 뛰어난 사냥꾼이다. 현생 아프리카코끼리보다 두 배 이상 거대한 팔라에올록소돈속 코끼리도 사냥한다. 그런데 항상 식량이 부족하다. 사냥에 매일 성공하는 게 아니지만 한번 성공하면 모든 무리가 배불리 먹고도 남는다. 남으면 썩어서 버리는데, 목숨 걸고 사냥한 식량을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다. 최대한 먹는다. 폭식을하는 것이다. 무조건 먹어야 한다. 또 얼마 동안이나 기아에 허덕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네안데르탈인은 있을 때 잔뜩 먹어서 몸에 지방을 쌓아둘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야 평소에 적게 먹어도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우연히 생겼다. 다행히 우리 몸에 SLC16A11 유전자가 생긴 것이다. 이 유전자는 빠르게 지방을 몸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는 현대인의 몸속에 남아 현대인에게 비만과 당뇨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P147

호모 사피엔스의 어떤 유전자가 우리 네안데르탈인에게 왔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현대 과학자들은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현대인에게서 찾아내고 있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인을 제외하면 전 세계 인류에게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전체 유전자의 1~4퍼센트 정도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위에서 설명한 SLC16A11 유전자다. 미안하다. 당뇨와 비만의 문제를 그대들에게 남겨줘서. 남성형 탈모 유전자도 우리가 넘겨준 것이다.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는 코이코이족과 산족이 산다. 이 둘을 합쳐서 코이산족이라고 한다. 코이산족 사람들 중에는 대머리가 없다. 탈모 유전자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는 증거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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