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보건연구소 소장 토머스 인셀은 1950년대 이래로 가장 주목할 만한 진전은 <비난과 수치심>의 종식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정신분열증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에 의하면, 비난과 수치심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전국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족체계이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행이 지난 지 20년이 넘은 시점인 1996년에도 설문에 응한 사람들 중 57퍼센트가 여전히 정신분열증이 부모의 행동에 의해 야기된다고 믿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 계발서 열풍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시크릿 The Secret』 같은 책은 정신 건강이 단순히 긍정적인 사고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크리스천 사이언스>와 19세기 미국의 다양한 형이상학 운동에 이러한 믿음의 이전 형태들이 명시되어있는데, 윌리엄 제임스는 이러한 믿음을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종교라고 부르면서 <용기와 희망, 신뢰의 극복 효능>을 찬양하고, <의심과 두려움, 걱정에 대한 상대적인 경멸>을 옹호했다. 이러한 개념은 건강한사람들이 개인적인 용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린다고 암시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결함이 있는 절제력과 나약한 성격이 정신병의 원인이라는 암시는 일종의 고문이다. - P551

1950년에 소라진이 처음 개발된 이래로, 항정신병 약물의 발달은 정신분열증의 양성 증후를 치료하는 데 기적적인 돌파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음성 증후에 대해서는 이 약물들의 효과가 무시해도될 정도로 미미하다. 에모리 대학의 신경 촬영학과 학과장 헬렌 메이버그Helen Mayberg 교수가 말했다. 「어찌 보면 불난 집을 구매한 경우와 비슷하다. 당신은 소방차를 불러서 그 집에 물을 있는 대로 퍼부을 것이다. 그리고 불은 진화될 것이다. 하지만 불길이 사라져도 여전히 문제들이 남는다. 새까맣게 탄 잔해가 남고, 연기로 인한 피해도 있고, 사방에 물도 흥건하고,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당장은 그 집에서 살 수 없는것이다. - P554

치료 전문가이자 정신병원 밖으로Out of Bedlam」의 저자 앤 브레이든존슨Ann Braden Johnson 박사는 <정신 질환이 신화라는 신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탈시설화가 정신 질환자에 대한 견해가 변하면서 등장한 정치학의 결과였고, 그러한 견해의 변화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이 등장함으로써 일어났으며,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등장은 정신보건과 관련한 예산을 보호 간호가 아닌 다른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거의 전면적인 시설화가 파멸을 가져올 정도였다면 거의전면적인 탈시설화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정신분열증 연구자 낸시 안드레아센Nancy Andreasen은 예전의 주립 병원들이 <독자적인 소규모 공동체였고, 그 안에서 환자들은 가족처럼 함께 살면서 병원의 농장이나 주방, 세탁소에 취직해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시스템의 오류 중 하나는 요구에 대한 공명심이다. 존슨은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의 기존 프로그램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을 만든 공무원들 대부분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은 고사하고 환자를 만나본 적이전혀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공감 부재의 문제는 어쩌면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공동체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법을 모른다고 그들을 되돌려 보내는 모든 시스템에 존재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지원 부재와 일관성 없는 접근법이 흔히 급속한 퇴보를 야기함에도 이런 관행을저지하려는 가족 구성원들의 시도는 법 앞에서 좌절을 겪는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자식을 둔 어떤 노부가 말했다. 「당국은 길 잃은 외톨이 동물처럼 사는 게 각자의 선택인 동시에 권리라고 주장해요. 그렇다면 빠른 자살은 불법이고 느린 자살은 괜찮은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 P563

뇌는 세포체로 이루어진 회백질과, 세포체와 연결되고 시냅스를 형성하는 축색돌기가 모인 백질과, 유동체로 채워져서 뇌척수액의 순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실로 구성된다. 뇌 조직이 줄어들면 뇌실이 커지는데 측뇌실이 확대되는 것이 정신분열증의 주요한 특징이다. 시냅스 연결의 과다 현상이 자폐증의 특징이라면 정신분열증의 특징은 시냅스 연결의 부족현상이다. 또 정신분열증 환자는 시냅스를 형성하는 수상돌기와, 정신 활동을 통제하는 뇌세포의 일종인 중간 뉴런의 숫자가 비교적 적다. 정신분열증의 양성 증후는 소리와 감정의 지각 작용이 이루어지는 측두엽의 이상과 관련이 있는 듯 보인다. 반면 음성 증후는 인지와 집중과 관련된 전두엽과 전전두엽의 손상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정신분열증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은 태아기 환경의 차이를 비롯해서 촉발성 트라우마의 영향을 받는다. 산과(産科)적 합병증이나 진통 또는 분만 과정의 합병증은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신분열증 환자들일수록 과거에 그러한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 임신 기간 중에 임부姙婦가 풍진이나 인플루엔자 같은 병에 걸리는 경우에도 위험이 증가한다.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겨울에 태어난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도 어쩌면 임신 중기의 임부가 겨울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임신 기간 중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정신분열증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에 전쟁을 겪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여성이 낳은 자녀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네덜란드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기근 때문에 20년 후에 정신분열증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산전(産前) 스트레스가 태아의 신경 발달을 저해하는 호르몬 분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해 왔다. 스트레스 때문에 임부의 도파민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고 그 결과 태아의 도파민 시스텝에 조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565

유년 시절의 두부 외상 같은 산후(産後) 사건들도 정신분열증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발이 덜이루어진 환경에서 도시로 넘어간 이주자 급작스럽게 생소한 환경에 직면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위험성이 특히 높다. 생후에 정신병 증상을 악화시키는 가장 한결같은 환경 요인은 특히 사춘기에 이루어지는 알코올이나 각성제인 메스암페타민, 환각제, 코카인, 마리화나 같은 기분 전환 약물의 남용이다. 일본에서는 전후 복구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메스암페타민을 제공했고 그로 인해 정신병이 유행병 수준으로 급증했다. 해당 약물을 끊음으로써 회복된 사람도 많았지만 일시적인 재발을 겪거나 지속적인, 심지어 영구적인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었다. 1980년대에 약 5만 명의 스웨덴 징집병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마리화나를 50회 이상 피운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이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 대학 정신과 의사 시릴 수자CyrilD‘Souza의 설명이다.「약물 남용과 정신병의 관계는 흡연과 폐암의 관계와 유사한 듯 보인다. 약물 남용이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부 연구가 암시하는 대로라면 만약 대마초가 없어지면 전 세계의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최소한 10퍼센트는 감소할 것이다.  - P566

치료의 불완전함을 고려하여 오늘날에는 훨씬 더 조기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즉 정신병이 발병하기 이전인 전구증상 단계에서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환자들은 리버먼이 <험프티 덤프티* 상황"이라고 부르는, 다시 말해 <우리의 현재 도구로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사람을 고치기보다 정신분열증에 의한 병적인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편이 더 쉬운> 상황에 있다. 코넬 대학 정신의학과 학과장 잭 바처스Jack Barchas가 지적하듯이, 어떤 사람을 보다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만들수록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보다 탄탄한 역사가 생기는 셈이다. 따라서 단지 정신분열증이 시작되는 시기를 늦추기만 하더라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구증상(前驅症狀) 단계임을 암시하는 일단의 증상들을 정리했는데 의심. 특이하고 불가사의한 또는 기이한 사고방식, 행동 방식의 극단적인 변화, 기능 감소, 학교나 직장 생활에서 보이는 무능력 등이다. 하지만 이런증상들 대부분이 평범한 사춘기 증상이기도 하다는 점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전구증상 단계인 것으로 확인된 피험자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실제로 정신분열증이 생긴 사람은 단지 3분의 1에 불과하다. 2003년부터 맥글라산은 전구증상 단계임이 분명한 사람들에게 올란자핀 성분의 항정신병 약(자이프렉사)을 처방했고, 그 결과 정신분열증의 발병률이 다소 감소했다. 동시에 이 약은 어쩌면 정신분열증 환자로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을 살이 찌거나, 행동이 느려지거나, 눈빛이 멍해지게 만들었다. 그는 <긍정적인 결과는 극히 미미한 의미만 있을 뿐이고, 부정적인 결과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런 수학적 계산으로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강력한 약물치료로 정신병이 발병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단지 무뚝뚝할 뿐인 사람에게 해당 약물을 사용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 너무나 많을뿐더러, 현재로서는 정신분열증과 부작용 가운데 어느 쪽이더 나을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569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자기 권리 주장 운동은 농인의 인권 운동이나 LPA의 정책, 신경 다양성 운동과 다르다. 자기 권리 주장 운동을 제외한이러한 운동의 주체들은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흔히 주류 사회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는다. 이를테면 소인은 키가 크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제로 알 수 없고,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사회 지능이 주는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일반적으로 온전한 이해력을 가졌다. 정신분열증의 결정적인 특징은 해당 질환이 환영을 일으키고 따라서 정체성에관한 요구가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정신분열증에 의해 어떤 감각이 지배당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아를 수용하고 있을까? 아니면 정신분열증의 한 증상인 부정이라는 거미줄에 갇혀 있을까? 정신분열증 자체의 환영은 자신에게 질병이 없다고 믿는 <질병 불각증(不覺症)>으로 인해서 한층 더 복잡해진다. 제임스 1세 시대의 희곡 정직한 창녀 The Honest Whore」에서 토머스 데커는 <당신이 미쳤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 당신이 미쳤다는 확실한 증거다> 라고 썼다. - P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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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은 크게 양성 증후- 정신병에 의한 환각-와, 음성 및 인지 증후- 정신분열과 동기 부재, 무뎌진 감정, 언어능력 상실(무언어중이라고 불린다), 침잠, 왜곡된 기억, 포괄적 기능 감소-로 나뉜다. 어떤 전문가는 내게 정신분열증이 <자폐증에 환각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전혀 명쾌하지 않은 표현은 아니다. 여기에 한 여성 환자가 자신의 양성 증후에 관해 설명한 내용을 소개한다. 「나는 잠시도 쉴 수가없었다. 끔찍한 이미지들이 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미지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나는 실제로 물리적인 감각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나 자신이 정말로 그 이미지들을 보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 이미지들은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차라리 느낌에 가까웠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나는 입속에 새들이 가득하고, 그것들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으며, 새들의 깃털과 피, 부러진 뼈 때문에 질식할 것 같다. 또는 내가 이전에 우유병 안에 매장한 사람들이 내 눈앞에 있는데, 그들의 육신이 부패하고 있으며 나는 썩은 시체들을 먹고 있다. 또는 내가 고양이 머리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사이에 그 고양이가 나의 주요 장기를 갉아먹는다. 하나같이 섬뜩하고 참아 넘기가 어려운 이미지였다. - P541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을 단지 갑작스러운 갈라짐 정도로 경험하지만 실제로 정신분열증은 심지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의 뇌에 각인되는 발달 장애에 가까운 듯 보인다. 정신분열증은 자폐증과 달리 퇴행성이다. 자폐증은 비록 다양한 증상을 수반하고 잘 낫지 않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심신을 더욱 약화시키지도 않는다. 사춘기 이전과 아동기에는 정신분열증 증세가 드물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진행 과정에 따르면 이 질환은 예측 가능한 다섯 단계를 거쳐 전개된다. <병이 생기기 이전 단계>인 사춘기까지는 증상이 없다. 그럼에도 최근연구는 걷거나 말을 시작하는 게 늦거나, 혼자서 놀려고 하거나, 학교 성적이 나쁘거나, 사회 불안 증세가 있거나, 단기 구두(口頭)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다음은 <전구증상 단계>인데이 단계는 보통 4년 동안 지속되며, 서서히 양성 증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단계의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인지와 지각, 자유의지, 운동 기능 등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이상한 생각들이 잠깐씩 번쩍인다. 또한 비논리적인 믿음의 진위 여부를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의심과 경계심도 부쩍 많아진다. 장차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일부는 흥미롭게도 심지어 어릴 때부터 현실 세계에 무관심하다가 서서히 정신병에 빠져드는 듯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극적인 발병 양상을 보인다. 이를테면 충격적인 경험에 반응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아무런 명백한 계기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본격적인 <정신병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환각이나 기이한 이를테면 통제나 사고 주입, 사고 전파, 사고 탈취와 관련된 환영들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는 15세에서 30세 사이에 진행되고 대략 2년간 지속된다. - P543

성숙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정신병을 촉발하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세 가지 유력한 가능성이 존재할 뿐이다. 첫 번째는 10대에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뇌의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사춘기에 이루어지는 수초(髓초) 형성이, 즉 뇌가 신경 줄기를피복으로 감싸서 신경 줄기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잘못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냅스의 제거, 즉 가지치기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경우 유아기에 새로운 세포들이 뇌안에서 이동하고, 스스로 자리를 잡고, 시냅스를 형성한다. 이러한 시냅스는 필요한 숫자보다 많이 생성되고, 사춘기에 이르러서 이제껏 반복-특정 개인에게는 유용할 듯 보이는 과정-을 통해 강화된 시냅스들만이 영구적인 신경 구조체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건강하지 않은 뇌는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거나, 충분하게 하지 않거나, 잘못된 위치에서 하고있을 것이다.
일단 정신분열증이 발병한 다음에는 <점진적 단계>에서 보다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병이 더욱 악화된다. 환자의 사이코 행동이 반복되면서 질환은 더욱 악화되고 5년 안팎의 시간이 흐르면 병이 자리를 잡고 <만성 및 후유증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뇌의 회색질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입은 것이다. 양성 증후들은 어느 정도 경미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음성 증후는 갈수록 두드러진다. 환자들은 장애를 겪고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처음 사이코 행동을 했을 때 항정신병 약을 복용한 환자들 중 80퍼센트 이상이 효과를 보이는 반면, 5단계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불과 50퍼센트만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  - P544

1972년에 저명한 신경학자 프레더릭 플럼Frederick Plum은 아무도 정신분열증의 병인(病因)을 이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의미에서 <정신분열증은 신경 병리학자들의 무덤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자폐증보다 정신분열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정신분열증이 생물학(유전자형)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어야 할지, 행동 양식(표현형)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어야 할지는 확실치 않다.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 질병의 어떤 특정한 유형이나 경로도 유전자 표지와 연관성이 없다. 요컨대 유전자 결함이 없는 사람들도 정신분열증이 생길 수 있으며, 유전자 결함이 있는 사람들도 정신분열증이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 결함은 취약성을 암시하는 지표에 불과할 뿐이지 장차 해당 질병이 발병할 거라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가족의 한 구성원이 정신분열증에 걸려도 동일한 유전자 결함을 가진 그 가족의 다른 구성원은 조울증이나 심한우울증 정도로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 P547

정신분열증은 명백히 가족력과 관련이 있다. 장차 정신분열증에 걸릴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예측 변수는 해당 질환에 걸린 직계가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그런 직계 가족이 없다." 정신과 개업의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인 데버러 레비 Deborah Levy는 <첫 번째 진실, 대부분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부모가 없다. 두 번째 진실,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역에 따라서는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 세 번째 진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2세를 갖는 비율이 무척 낮다. 그렇다면 정신분열증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정신분열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전달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둘 다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은 50퍼센트보다 아주 살짝 더 높을 뿐이다. 즉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굉장히 많은 취약성을 공유하지만 그 취약성에 의한 결과는 절대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 쌍둥이 형제 중 건강한 쪽의 자녀와 정신분열증이 있는 쪽의 자녀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위험성은 똑같이 높다. 우리가 정신분열증 감수성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이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가 우리 자녀에게 그대로 유전될 수 있고, 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 자녀에게서 정신분열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정신분열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해당 질환의 발병을 억제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신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는 신경전달물질, 특히 도파민의 불균형이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뇌에서는 전두피질과 해마의 부피 감소와 선조체의 조절 장애가 나타난다. 어쩌면 유전적 특징들이 주위 환경과 뒤섞여서 생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뇌 구조에 퇴행 현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연구들은 유전적 취약성이 기생충에 의해 발현될 수도있다고 암시한다. -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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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 부부는 세 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프랜시스는 마치 여행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침 내내 어머니와 함께 시계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했고, 두 시 반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셋방들을 점검했다. 이후에는 마음을 가다듬었고, 그러다가 점점 맥이 풀려갔으며, 다섯 시가 다 된 지금 프랜시스는 또다시 셋방으로 향하는 자신의 발소리를 듣고 있었다. 가구 몇 점 없는 그공간에 일말의 애정이 남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바버 부부가 어서 도착해 세를 들기를, 그리하여 이 기다림이 끝나기만을 초조하게 바랄뿐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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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들 중 대략 3분의 1은 자폐증에 더해서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정신 질환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비율은 보통 사람들 중 약 10퍼센트가 정신 질환 진단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그럼에도 자폐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이런 요인들에 대한 치료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폐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질병으로서 우울증을 앓고, 대략 18퍼센트는 불안증에 시달린다.  - P459

마빈 브라운의 어머니 아이실다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과 할수 없는 것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흔히 사람들은 <단순한 지혜>의 모태가 된 거친 환경을 미화하거나, 자신이 얻은 지혜를 실제보다 더 단순화하거나 더 현묘한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단순한 지혜>를 가르치려 든다. 하지만 아이실다 브라운은 아들의 상태에 대해 그동안 내가 만났던 그 어떤 어머니들보다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일평생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음으로써 수용하는 재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양질의 복지를 요구했지만 그러한 복지 혜택이 자신의 아들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자폐 아동의 양육을 둘러싼 중산층이나 부유층의 이야기는 대체로 공허한 싸움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일종의 대하소설이다. 반면에 나는 아이실다의 묵인하는 태도와 그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로서 그녀의 행복을 존중한다. - P463

미국 자폐증 협회는 150만 명 정도의 미국인이 자폐 범주에 해당될102거라고 추산한다. 02 질병 통제 센터CDC는 21세 미만 자폐 인구가 56만명에 달한다고 말한다. 미국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자폐증발병률이 매년 10퍼센트에서 17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뒤에는 자폐 인구가 4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1퍼센트 이상이 자폐 범주에 속한다. 이 같은자폐 인구의 급증은 확대된 자폐 범주와도 일부 관련이 있다. 한때는 분열형 장애나 지적 장애로 분류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아울러 한때는 특이한 사람으로만 여겨질 뿐 자폐 진단까지는 받지 않았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이제는 자폐 범주로 분류된다. 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원은 자폐 아동들이 다른 질환을 앓는 아동들에 비해 보다 나은 복지 혜택을 누리도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떤 특정한 진단 범주에 보다 나은 복지 혜택이제공될 경우 이를 이용하기 위해 전적으로 부합되지 않는 아동에게도 해당진단을 적용하려는 의사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녀의 장애때문에 부당하게 가해지는 비난을 피하고자 한때는 자폐증이라는 꼬리표를 기피했던 부모들도 이제는 자녀가 특수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꺼이 그 같은 꼬리표를 달아 주고자 한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진단명을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 P467

퇴행성 자폐증이 실제로는 퇴행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다시 말해서, 특정 유전자형을 보유한 아동들은 발달 단계에서이미 징후들을 보이기 시작하지만 치아나 머리카락처럼 일정한 때가 되어야 자폐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퇴행 현상을 보이는 자녀를 많은 부모들은 거의 정반대되는 주장을 내놓는다. 즉 특정한 환경적인 요인이 퇴행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면역 주사를 맞는 시기와 정확히 일치해서 이런 퇴행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많은 부모들이 그들 자녀가 백신 때문에, 특히 홍역 볼거리-풍진MMR 백신과 수은 기반의 방부제 티메로살이 함유된 백신 때문에 자폐증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MMR 백신은 1970년대에 미국에 도입되었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이 백신은 어머니의 항체가 백신의 작용을 가로막아서 한 살 이전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대략 생후 13개월째에 접종된다. 1998년에 영국의 로열 프리 병원의 위장병 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는 의학 전문지 「랜싯Lancer」에 MMR 백신과 자폐 아동의 위장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웨이크필드와 그의 동료들이 제시한 관련 사례는 단지 12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많은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에 대한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영국의 홍역 예방접종 비율이 92퍼센트에서 8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고 그 결과 홍역 발병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1998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홍역에 걸린 아동 숫자는 56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2008년에 이르러서는 영국 전역에서 총 5,088명의 아이들이 홍역에 걸렸고 그들 중 2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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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자폐증과 무관하다는 증거들이 속속 등장했음에도 웨이크필드의 조수들은 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야기했고, 그 결과 백신 문제는 계속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아동에게 일상적으로 운용되는 모든 백신에서 티메로살을 제거한 이후에도 자폐증의 발병률이 줄어들지 않자 어떤 사람들은 이 문제가 백신과 면역 체계에 대한 백신의 잠재적인 공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거나, 단순히 지나치게 많은 예방접종이 모두 합쳐져서 나타난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P469

인셀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음식 알레르기나 천식, 당뇨병, 자폐증, 소아 조울증 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런 질환들은 지난 10년간 40배로 증가했죠. 나는 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보다 포괄적인 어떤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지 궁금해요. 그게 뭔지는 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현대 생활에는 후보로 거론될 만한 환경적인 변수들이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휴대전화나 항공 여행, 텔레비전, 비타민 영양제, 식품 첨가물 등이다. 많은 부모들이 주위에 널린 중금속이 그들의 자녀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믿는다. 또한 그 밖의 다른 광범위한 물질을, 특히 연간 생산량이 3백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을 만들 때 사용되는 에스트로겐 기반의 인공 고분자화합물 비스페놀-A 같은 물질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유전학자들은 이러한 의문들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어쩌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 P473

자폐의 특정 측면을 찬양하는 이 모든 행위가 신경 다양성 운동이다. 가장 선구적인 자폐 자선단체로는 <큐어 오티즘 나우>가 있었고, 나중에 이 단체는 <오티즘 스픽스>와 통합되었다. 자폐증 치료에 반대하는 주장은 우주여행에 반대하는 것과 약간 비슷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신경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자폐증을 지금 치료하지 말라고 외친다. 다른 모든 정체성 정치학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장은 편견에 반대하여 벼려지고 연마된 견해이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진실을 밝히는 일과 진실 자체를 창조하려는 시도 사이의 좁은 경계선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보다 큰 사회 집단까지 나서서 자폐인의 이례적인 사회 논리를 수용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사회를 구성하는 원칙 자체가 흔들린다고 불평한다. 한편 신경 다양성 운동가들은 자폐 행동에 사회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자폐 행동이 단지 다를 뿐 똑같이 유효한 체계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회정의를 그들 나름대로 정하고 이를 위해 투쟁한다. - P493

중증 자폐를 가진 자녀의 부모 중에는 분명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자폐인들을 가리켜 진짜 자폐가 아니라고 일축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여기에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진단율의 증가는 유행병의 존재를 주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즉 연구 자원을 얻어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비록 고기능 자폐인들을 진단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자폐인의 숫자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그들은 그러한 연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유행병은 없다고 주장하는 「낯설지 않은 아이들Unstrange Minds의 저자이며 조이스 청의 남편이기도 한 로이 리처드 그린커는 자폐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는 과학에 반대하는 반(反)과학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신경 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자폐증을치료하려는 것에 분노한다. 반면에, 백신 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보기에 꼭 해내야 할 연구를 과학자들이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 그들의 전제는 너무 달라서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식론적, 철학적 토대가 너무나 다른 까닭에 서로 대화를 할수 없다〉‘"고 말했다.
토머스 인셀은 <내가 아는 한 자폐 커뮤니티는 가장 양극화되고 분열된 커뮤니티이다. 나는 자폐 아동에게는 명백히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폐 아동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은 비단 자폐 아동뿐 아니라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 스스로를 지극히 경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들은 암 환자나 전염병 환자에게도 똑같이 주장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우리는 이런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뇌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 같은 주장을 삼가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가 최대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길 원하지만 그 자녀가 배변 훈련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말을 전혀 할 줄 몰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 P500

 스트레스는 사람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끈다. 그리고 극단적인 스트레스는 우리 사회의 가장 엄격한 금기를 범하도록 이끈다. 바로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행위다. 자폐증 자녀를 죽이는 행위가 사랑에서 우러난 행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증오나 분노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들을 죽이려다가 미수에 그친 데브라 윗슨은 경찰에게 <나는 그 아이가 <엄마, 사랑해요>라고말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장장 11년을 기다렸어요> ‘라고 말했다. 열정은혼란스럽다. 그리고 대다수 이러한 부모들은 매우 압도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그 같은 행동을 한다. 따라서 그들의 감정을 사랑이나 증오 둘 중 하나로 분류하는 것은 해당 감정의 크기를 축소하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 스스로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그 감정이 얼마나 강렬한지 알 뿐이다.
미국에서 살해된 자폐 아동들 중 절반 이상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고 자식을 살해한 부모들 중 절반가량이 이타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가 그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이를테면 범죄학자들은 생명윤리학자들이 <이타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식을 대상으로 한 살인뿐 아니라, 이미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부모들에게 죄의식을덜어 주어서 아동 학대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이타주의를 동기로 내세워 세간의 이목을 끄는 모방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FBI 범죄 심리 분석관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사건의 진짜 동기는 힘과 통제권을 갈망하는 욕구인 경우가 많다. 법정이 이런 범죄에 대해 관대함을 보이는 것은 사회 전체에, 그리고 다른 부모들에게 자폐인의 삶이 다른 보통 사람의 삶보다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추론은 우생학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위험하다. - P525

다운증후군의 트라우마는 출생 이전부터 다운증후군 문제가 현실이되고, 그 결과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를 초기 단계에서 약화시킬 수 있다.
자폐증의 문제는 자폐증이 유아기에 시작되거나 발견되기 때문에 이미 부모와 유대 관계가 형성된 시점에서 아이에게 변화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정신분열증이 충격적인 이유는 해당 질환이 늦은 사춘기나 성인 초기에 발병하는 까닭에, 부모의 입장에서 그동안 10년 넘게 알아 왔고, 사랑했으며, 심지어 이전과 거의 똑같아 보이는 아이를 영원히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거의 모든 부모는 정신분열증이 침습성 질환이라고, 사랑하는 아이에게 한 꺼풀 가면이 씌워졌다고, 그래서어떻게든 일시적인 피정복 상태에서 아이를 구출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보다 그럴듯한 현실은 정신분열증이 알츠하이머병처럼 무언가 더해지는 것이 아닌 대체와 결실(缺失)의 질병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이전까지는알던 사람을 가면으로 덮어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신분열증에 걸린 사람은 정신 질환 증세가 전혀 없던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특히 끈질긴 개인사에 관련된 과거의 흔적들이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부모에게 과거의 트라우마는 물론이고 그가 했던 또는 하고자 했던 옳은 일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또한 사촌들의 이름을 알고 일정 수준의 기술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어쩌면 테니스의 백핸드 실력도 여전히 훌륭하고, 놀라거나 누군가를 무시할 때 한쪽 눈썹만 추켜올리는 기술도 여전할 것이다. 아울러 다른 부분에서도 지속성을 유지할 것이다. 이를테면 유머 감각도 그대로이고,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것, 가을 낙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 볼펜을 선호하는 것도 그대로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의 성격 중 상냥함을 포함해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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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꺼내 뚜껑을 열었던 버들은 울상이 됐다. 개미가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우야꼬, 이를 우짜꼬."
가까이 온 태완이 털썩 앉더니 버들에게서 도시락을 빼앗아 옆에 있던 물통의 물을 부었다. 물이 흘러넘치자 둥둥 뜬 개미도 밖으로 쏠려 나갔다. 태완은 한쪽 밥을 떠서 뚜껑에 담아 버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 도시락에 아직 남은 개미들을 후후 불어 날린뒤 밥을 입에 떠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늘 그래 왔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뜨겁고 고요한 묘지에 앉아 개미가 꾀었던 밥을 먹는 태완을 보자 버들은 무언가 울컥 치밀었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속내를 쏟아부었던 조금 전과 다른 감정이었다. 태완이 남의 땅에 와 살아 낸 시간을 한순간에 다 본 것 같았다. 버들이 살아봤기에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버들은 서둘러 떠 넣은 밥과 함께 눈물을 삼켰다.  - P176

"내사마 조선에 돌아갈 맘 없다. 여서 내 딸들 맘껏 학교 보내고 자유껏 살기다. 조선한테 쥐뿔 받은 기 없지만서도 내가 와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고향 떠난 우리한테는 조선이 친정인 기라. 친정이 든든해야 남이 깔보지 못한다 아이가. 일본인 노동자들이 툭하면 파업하는 기 우째서겄노. 힘센 즈그 나라가 뒤에 떡 버티고 있어가 노동자들이 하올레하고 맞짱 뜰 수 있는 기다."
줄리 엄마 말대로 일본인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요구하며 동맹파업을 벌이는 일이 잦았다. 그럴 때마다 백인 농장주들은 일본인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조선인이나 필리핀인 노동자들을 끌어들여 파업을 분쇄했다. 일시적이나마 임금이 높고,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터라 조선인 노동자들은 파업을 분쇄하는 데 기꺼이 참여했다.
조선이 친정이라는 줄리 엄마 말이 버들의 마음에 와 박혔다. 홍주가 어디서나 제 성질대로 거침없이 사는 것은 과부가 된 딸도 시댁에서 빼내 왔을 만큼 든든한 친정 덕분일지 몰랐다. 어머니가 조선 생각은 하지 말고 재미나게 살라고 했지만 떠나왔다고 해서,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친정을 잊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조국도 마찬가지였다. - P199

엄마가 쉬엄쉬엄 말했다. 편안하고 환한 얼굴이었다. 나는 울음을 꾹 참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가난해서 팔려 오거나일본 없는 세상에서 편히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처럼 꿈을 찾아여기까지 온 것이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엄마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사람이 내 엄마인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연적으로 남은 두 사람이 따라 떠올랐다. 로즈 이모가 내 곁에 있어줘서 행복했다. 그리고 송화가 날 낳아 줘서 고마웠다. 레이의 끝과 끝처럼 세 명의 엄마와 나는 이어져 있다. 나는 또 어느 곳에있든 하와이, 그리고 조선과도 이어져 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언제나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물 안주길 잘했구로."
엄마가 웃었다. 우리는 비를 피하지 않았다. 하와이에 산다면 이런 비쯤 아무렇지 않게 맞아야 한다.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과 나의 엄마들이 있으니까. (*)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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