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은 크게 양성 증후- 정신병에 의한 환각-와, 음성 및 인지 증후- 정신분열과 동기 부재, 무뎌진 감정, 언어능력 상실(무언어중이라고 불린다), 침잠, 왜곡된 기억, 포괄적 기능 감소-로 나뉜다. 어떤 전문가는 내게 정신분열증이 <자폐증에 환각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전혀 명쾌하지 않은 표현은 아니다. 여기에 한 여성 환자가 자신의 양성 증후에 관해 설명한 내용을 소개한다. 「나는 잠시도 쉴 수가없었다. 끔찍한 이미지들이 나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미지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나는 실제로 물리적인 감각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나 자신이 정말로 그 이미지들을 보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 이미지들은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차라리 느낌에 가까웠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나는 입속에 새들이 가득하고, 그것들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으며, 새들의 깃털과 피, 부러진 뼈 때문에 질식할 것 같다. 또는 내가 이전에 우유병 안에 매장한 사람들이 내 눈앞에 있는데, 그들의 육신이 부패하고 있으며 나는 썩은 시체들을 먹고 있다. 또는 내가 고양이 머리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사이에 그 고양이가 나의 주요 장기를 갉아먹는다. 하나같이 섬뜩하고 참아 넘기가 어려운 이미지였다. - P541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을 단지 갑작스러운 갈라짐 정도로 경험하지만 실제로 정신분열증은 심지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의 뇌에 각인되는 발달 장애에 가까운 듯 보인다. 정신분열증은 자폐증과 달리 퇴행성이다. 자폐증은 비록 다양한 증상을 수반하고 잘 낫지 않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심신을 더욱 약화시키지도 않는다. 사춘기 이전과 아동기에는 정신분열증 증세가 드물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진행 과정에 따르면 이 질환은 예측 가능한 다섯 단계를 거쳐 전개된다. <병이 생기기 이전 단계>인 사춘기까지는 증상이 없다. 그럼에도 최근연구는 걷거나 말을 시작하는 게 늦거나, 혼자서 놀려고 하거나, 학교 성적이 나쁘거나, 사회 불안 증세가 있거나, 단기 구두(口頭)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다음은 <전구증상 단계>인데이 단계는 보통 4년 동안 지속되며, 서서히 양성 증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단계의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인지와 지각, 자유의지, 운동 기능 등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이상한 생각들이 잠깐씩 번쩍인다. 또한 비논리적인 믿음의 진위 여부를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의심과 경계심도 부쩍 많아진다. 장차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일부는 흥미롭게도 심지어 어릴 때부터 현실 세계에 무관심하다가 서서히 정신병에 빠져드는 듯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극적인 발병 양상을 보인다. 이를테면 충격적인 경험에 반응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아무런 명백한 계기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가 되면 본격적인 <정신병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환각이나 기이한 이를테면 통제나 사고 주입, 사고 전파, 사고 탈취와 관련된 환영들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는 15세에서 30세 사이에 진행되고 대략 2년간 지속된다. - P543

성숙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정신병을 촉발하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세 가지 유력한 가능성이 존재할 뿐이다. 첫 번째는 10대에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뇌의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사춘기에 이루어지는 수초(髓초) 형성이, 즉 뇌가 신경 줄기를피복으로 감싸서 신경 줄기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잘못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냅스의 제거, 즉 가지치기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경우 유아기에 새로운 세포들이 뇌안에서 이동하고, 스스로 자리를 잡고, 시냅스를 형성한다. 이러한 시냅스는 필요한 숫자보다 많이 생성되고, 사춘기에 이르러서 이제껏 반복-특정 개인에게는 유용할 듯 보이는 과정-을 통해 강화된 시냅스들만이 영구적인 신경 구조체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건강하지 않은 뇌는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거나, 충분하게 하지 않거나, 잘못된 위치에서 하고있을 것이다.
일단 정신분열증이 발병한 다음에는 <점진적 단계>에서 보다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병이 더욱 악화된다. 환자의 사이코 행동이 반복되면서 질환은 더욱 악화되고 5년 안팎의 시간이 흐르면 병이 자리를 잡고 <만성 및 후유증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뇌의 회색질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입은 것이다. 양성 증후들은 어느 정도 경미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음성 증후는 갈수록 두드러진다. 환자들은 장애를 겪고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처음 사이코 행동을 했을 때 항정신병 약을 복용한 환자들 중 80퍼센트 이상이 효과를 보이는 반면, 5단계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불과 50퍼센트만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  - P544

1972년에 저명한 신경학자 프레더릭 플럼Frederick Plum은 아무도 정신분열증의 병인(病因)을 이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의미에서 <정신분열증은 신경 병리학자들의 무덤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자폐증보다 정신분열증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정신분열증이 생물학(유전자형)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어야 할지, 행동 양식(표현형)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어야 할지는 확실치 않다.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 질병의 어떤 특정한 유형이나 경로도 유전자 표지와 연관성이 없다. 요컨대 유전자 결함이 없는 사람들도 정신분열증이 생길 수 있으며, 유전자 결함이 있는 사람들도 정신분열증이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 결함은 취약성을 암시하는 지표에 불과할 뿐이지 장차 해당 질병이 발병할 거라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가족의 한 구성원이 정신분열증에 걸려도 동일한 유전자 결함을 가진 그 가족의 다른 구성원은 조울증이나 심한우울증 정도로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 P547

정신분열증은 명백히 가족력과 관련이 있다. 장차 정신분열증에 걸릴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예측 변수는 해당 질환에 걸린 직계가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그런 직계 가족이 없다." 정신과 개업의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인 데버러 레비 Deborah Levy는 <첫 번째 진실, 대부분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부모가 없다. 두 번째 진실,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역에 따라서는 실제로 증가하고 있다. 세 번째 진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2세를 갖는 비율이 무척 낮다. 그렇다면 정신분열증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정신분열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전달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둘 다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은 50퍼센트보다 아주 살짝 더 높을 뿐이다. 즉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굉장히 많은 취약성을 공유하지만 그 취약성에 의한 결과는 절대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 쌍둥이 형제 중 건강한 쪽의 자녀와 정신분열증이 있는 쪽의 자녀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위험성은 똑같이 높다. 우리가 정신분열증 감수성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이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가 우리 자녀에게 그대로 유전될 수 있고, 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 자녀에게서 정신분열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정신분열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해당 질환의 발병을 억제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신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는 신경전달물질, 특히 도파민의 불균형이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뇌에서는 전두피질과 해마의 부피 감소와 선조체의 조절 장애가 나타난다. 어쩌면 유전적 특징들이 주위 환경과 뒤섞여서 생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뇌 구조에 퇴행 현상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연구들은 유전적 취약성이 기생충에 의해 발현될 수도있다고 암시한다. - P5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