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보건연구소 소장 토머스 인셀은 1950년대 이래로 가장 주목할 만한 진전은 <비난과 수치심>의 종식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정신분열증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에 의하면, 비난과 수치심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전국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족체계이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행이 지난 지 20년이 넘은 시점인 1996년에도 설문에 응한 사람들 중 57퍼센트가 여전히 정신분열증이 부모의 행동에 의해 야기된다고 믿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 계발서 열풍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시크릿 The Secret』 같은 책은 정신 건강이 단순히 긍정적인 사고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크리스천 사이언스>와 19세기 미국의 다양한 형이상학 운동에 이러한 믿음의 이전 형태들이 명시되어있는데, 윌리엄 제임스는 이러한 믿음을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종교라고 부르면서 <용기와 희망, 신뢰의 극복 효능>을 찬양하고, <의심과 두려움, 걱정에 대한 상대적인 경멸>을 옹호했다. 이러한 개념은 건강한사람들이 개인적인 용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린다고 암시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결함이 있는 절제력과 나약한 성격이 정신병의 원인이라는 암시는 일종의 고문이다. - P551

1950년에 소라진이 처음 개발된 이래로, 항정신병 약물의 발달은 정신분열증의 양성 증후를 치료하는 데 기적적인 돌파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음성 증후에 대해서는 이 약물들의 효과가 무시해도될 정도로 미미하다. 에모리 대학의 신경 촬영학과 학과장 헬렌 메이버그Helen Mayberg 교수가 말했다. 「어찌 보면 불난 집을 구매한 경우와 비슷하다. 당신은 소방차를 불러서 그 집에 물을 있는 대로 퍼부을 것이다. 그리고 불은 진화될 것이다. 하지만 불길이 사라져도 여전히 문제들이 남는다. 새까맣게 탄 잔해가 남고, 연기로 인한 피해도 있고, 사방에 물도 흥건하고,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당장은 그 집에서 살 수 없는것이다. - P554

치료 전문가이자 정신병원 밖으로Out of Bedlam」의 저자 앤 브레이든존슨Ann Braden Johnson 박사는 <정신 질환이 신화라는 신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탈시설화가 정신 질환자에 대한 견해가 변하면서 등장한 정치학의 결과였고, 그러한 견해의 변화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이 등장함으로써 일어났으며,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등장은 정신보건과 관련한 예산을 보호 간호가 아닌 다른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거의 전면적인 시설화가 파멸을 가져올 정도였다면 거의전면적인 탈시설화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정신분열증 연구자 낸시 안드레아센Nancy Andreasen은 예전의 주립 병원들이 <독자적인 소규모 공동체였고, 그 안에서 환자들은 가족처럼 함께 살면서 병원의 농장이나 주방, 세탁소에 취직해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시스템의 오류 중 하나는 요구에 대한 공명심이다. 존슨은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의 기존 프로그램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을 만든 공무원들 대부분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은 고사하고 환자를 만나본 적이전혀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공감 부재의 문제는 어쩌면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공동체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법을 모른다고 그들을 되돌려 보내는 모든 시스템에 존재한다. 약물치료에 대한 지원 부재와 일관성 없는 접근법이 흔히 급속한 퇴보를 야기함에도 이런 관행을저지하려는 가족 구성원들의 시도는 법 앞에서 좌절을 겪는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자식을 둔 어떤 노부가 말했다. 「당국은 길 잃은 외톨이 동물처럼 사는 게 각자의 선택인 동시에 권리라고 주장해요. 그렇다면 빠른 자살은 불법이고 느린 자살은 괜찮은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 P563

뇌는 세포체로 이루어진 회백질과, 세포체와 연결되고 시냅스를 형성하는 축색돌기가 모인 백질과, 유동체로 채워져서 뇌척수액의 순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뇌실로 구성된다. 뇌 조직이 줄어들면 뇌실이 커지는데 측뇌실이 확대되는 것이 정신분열증의 주요한 특징이다. 시냅스 연결의 과다 현상이 자폐증의 특징이라면 정신분열증의 특징은 시냅스 연결의 부족현상이다. 또 정신분열증 환자는 시냅스를 형성하는 수상돌기와, 정신 활동을 통제하는 뇌세포의 일종인 중간 뉴런의 숫자가 비교적 적다. 정신분열증의 양성 증후는 소리와 감정의 지각 작용이 이루어지는 측두엽의 이상과 관련이 있는 듯 보인다. 반면 음성 증후는 인지와 집중과 관련된 전두엽과 전전두엽의 손상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정신분열증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은 태아기 환경의 차이를 비롯해서 촉발성 트라우마의 영향을 받는다. 산과(産科)적 합병증이나 진통 또는 분만 과정의 합병증은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신분열증 환자들일수록 과거에 그러한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 임신 기간 중에 임부姙婦가 풍진이나 인플루엔자 같은 병에 걸리는 경우에도 위험이 증가한다.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겨울에 태어난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도 어쩌면 임신 중기의 임부가 겨울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임신 기간 중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정신분열증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에 전쟁을 겪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여성이 낳은 자녀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네덜란드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기근 때문에 20년 후에 정신분열증이 극적으로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산전(産前) 스트레스가 태아의 신경 발달을 저해하는 호르몬 분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해 왔다. 스트레스 때문에 임부의 도파민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고 그 결과 태아의 도파민 시스텝에 조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565

유년 시절의 두부 외상 같은 산후(産後) 사건들도 정신분열증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발이 덜이루어진 환경에서 도시로 넘어간 이주자 급작스럽게 생소한 환경에 직면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위험성이 특히 높다. 생후에 정신병 증상을 악화시키는 가장 한결같은 환경 요인은 특히 사춘기에 이루어지는 알코올이나 각성제인 메스암페타민, 환각제, 코카인, 마리화나 같은 기분 전환 약물의 남용이다. 일본에서는 전후 복구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메스암페타민을 제공했고 그로 인해 정신병이 유행병 수준으로 급증했다. 해당 약물을 끊음으로써 회복된 사람도 많았지만 일시적인 재발을 겪거나 지속적인, 심지어 영구적인 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었다. 1980년대에 약 5만 명의 스웨덴 징집병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마리화나를 50회 이상 피운 사람들이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이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 대학 정신과 의사 시릴 수자CyrilD‘Souza의 설명이다.「약물 남용과 정신병의 관계는 흡연과 폐암의 관계와 유사한 듯 보인다. 약물 남용이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부 연구가 암시하는 대로라면 만약 대마초가 없어지면 전 세계의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최소한 10퍼센트는 감소할 것이다.  - P566

치료의 불완전함을 고려하여 오늘날에는 훨씬 더 조기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즉 정신병이 발병하기 이전인 전구증상 단계에서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환자들은 리버먼이 <험프티 덤프티* 상황"이라고 부르는, 다시 말해 <우리의 현재 도구로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사람을 고치기보다 정신분열증에 의한 병적인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편이 더 쉬운> 상황에 있다. 코넬 대학 정신의학과 학과장 잭 바처스Jack Barchas가 지적하듯이, 어떤 사람을 보다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만들수록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보다 탄탄한 역사가 생기는 셈이다. 따라서 단지 정신분열증이 시작되는 시기를 늦추기만 하더라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구증상(前驅症狀) 단계임을 암시하는 일단의 증상들을 정리했는데 의심. 특이하고 불가사의한 또는 기이한 사고방식, 행동 방식의 극단적인 변화, 기능 감소, 학교나 직장 생활에서 보이는 무능력 등이다. 하지만 이런증상들 대부분이 평범한 사춘기 증상이기도 하다는 점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전구증상 단계인 것으로 확인된 피험자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실제로 정신분열증이 생긴 사람은 단지 3분의 1에 불과하다. 2003년부터 맥글라산은 전구증상 단계임이 분명한 사람들에게 올란자핀 성분의 항정신병 약(자이프렉사)을 처방했고, 그 결과 정신분열증의 발병률이 다소 감소했다. 동시에 이 약은 어쩌면 정신분열증 환자로 넘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을 살이 찌거나, 행동이 느려지거나, 눈빛이 멍해지게 만들었다. 그는 <긍정적인 결과는 극히 미미한 의미만 있을 뿐이고, 부정적인 결과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런 수학적 계산으로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강력한 약물치료로 정신병이 발병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단지 무뚝뚝할 뿐인 사람에게 해당 약물을 사용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 너무나 많을뿐더러, 현재로서는 정신분열증과 부작용 가운데 어느 쪽이더 나을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569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자기 권리 주장 운동은 농인의 인권 운동이나 LPA의 정책, 신경 다양성 운동과 다르다. 자기 권리 주장 운동을 제외한이러한 운동의 주체들은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흔히 주류 사회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는다. 이를테면 소인은 키가 크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제로 알 수 없고,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사회 지능이 주는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일반적으로 온전한 이해력을 가졌다. 정신분열증의 결정적인 특징은 해당 질환이 환영을 일으키고 따라서 정체성에관한 요구가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정신분열증에 의해 어떤 감각이 지배당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아를 수용하고 있을까? 아니면 정신분열증의 한 증상인 부정이라는 거미줄에 갇혀 있을까? 정신분열증 자체의 환영은 자신에게 질병이 없다고 믿는 <질병 불각증(不覺症)>으로 인해서 한층 더 복잡해진다. 제임스 1세 시대의 희곡 정직한 창녀 The Honest Whore」에서 토머스 데커는 <당신이 미쳤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 당신이 미쳤다는 확실한 증거다> 라고 썼다. - P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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