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해브 선장은 이 고래에 대한 추격을 감독하는 동안에는 평소의 활기를 보여주었지만, 고래가 죽은 지금은 막연한 불만이나 초조감 또는 절망감 같은 것이 그의 마음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고래의 시체를 보자 모비 딕을 아직 죽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새삼 떠오른 것 같았고, 고래 천 마리를 잡아서 끌어 온다 해도 그의 원대하고 편집광적인 목적에는 조금도 가까이 가지 못할 것이다. 잠시 후 ‘피쿼드‘호의 갑판에서 난 소리를 들었다면, 여러분은 모든 선원이 깊은 바다에 닻을 던질 준비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거운 쇠사슬이 갑판 위를 질질 끌려가서 와르르 소리를 내며 현창 밖으로 밀려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요란한 쇠사슬 소리는 배가 아니라 그 거대한 시체를 붙들어 매는 소리였다. 머리는 고물에, 꼬리는 이물에 붙들어 매인 고래는 이제 그 검은 동체를 배에 찰싹 붙인 채누워 있어서, 하늘 높이 솟은 활대나 삭구마저 흐릿해 보이는 어둠 속에서 배와 고래를 보면, 같은 멍에를 쓴 커다란 황소 한 쌍이, 한 마리는 누워 있고 또 한 마리는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