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종류는 1400종이 넘는다. 모든 박쥐는 날아다니며, 대부분의 박쥐들은 반향정위를 한다. 반향정위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감각과 다른데, 그 이유는 환경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눈은 스캔하고, 코는 킁킁거리고, 수염은 휘젓고, 손가락은 누르지만, 이러한 감각기관들은 항상 ‘더 넓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자극‘을 포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향정위를 하는 박쥐는 먼저 자극을 생성하고 나중에 그것을 탐지한다. 소리가 없으면 메아리도 없다. 박쥐 연구자 제임스 시먼스 James Simmons가 나에게 설명했듯이, 반향정위는 주변 환경에 재주를 부림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박쥐가 "마르코"라고 외치면, 주변의 사물들은 "폴로"라고 응답해야 한다. 박쥐가 말하면고요하던 세상이 맞장구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박쥐의 울음소리는 주변의 모든 사물들에 퍼져나간 후 반사되고, 박쥐는 반사되는 부분을 탐지해 해석한다. - P376

그러나 박쥐는 자신의 외침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두번째 도전을 제기한다. 그들은 자신의 비명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회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의 부르짖음에 박자를 맞춰 중이 근육을 수축시킴으로써 청각을 둔감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메아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청각을 회복시킨다. 좀 더 미묘하게, 박쥐는 목표물에 접근할 때 귀의 민감도를 조정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아무리 큰 소리를 내더라도 일정한 음량으로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감지한다. 이것을 음향 이득 제어acoustic gain control라고 하며, 목표물에 대한 박쥐의 지각知覺을 안정화할 수 있다. - P378

여덟 번째로, 반향정위에는 (시각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물체가 위장되지 않는 한, 눈은 배경에 놓인 물체를 포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음파 탐지기의 경우, 큰 배경에 놓인 작은 물체는 자동으로 위장된다. 예컨대 나방이 잎사귀 앞을 날거나 그 위에 앉아 있으면, 잎사귀의 강한 메아리가 나방의 약한 메아리를 삼켜버릴 것이다. 박쥐가 개발한 이 문제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큰귀박쥐 common big-eared bat의 솔루션이다. 그들은 음파 탐지기 하나만을 이용해, 나뭇잎 위에 (심지어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잠자리 등의 곤충을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신공이다. 잉아 예이펠Inga Geiped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박쥐는 ‘먹잇감을 향해 비스듬히 접근하며 초음파를 발사하는 놀라운 트릭을 사용한다. 그럴 경우, 나뭇잎에 비스듬히 부딪친 초음파는 멀리 튀어나가는 반면 곤충과 정면으로 충돌한 초음파는 박쥐 쪽으로 반사된다. 박쥐는 머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곤충 앞에서 위아래로 맴돎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뭔가 흐릿하고 불명확한 것-가능한 먹잇감에 대한 가장 단순한 힌트-이 감지될 것이다.
하지만 위아래로 맴돌며 다양한 각도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먹잇감의 모양이 점차 선명해지므로, 어느 순간부터 (곤충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 P382

주변은 어둡고, 큰갈색박쥐인 당신은 배가 고프다. 나무와 그 밖의 큰장애물을 쉽게 감지할 수 있으므로, 당신은 그것들 사이로 쌩 하고 날아간다. 그러는 동안 곤충을 찾기 위해 공간을 가득 메운 공기 속으로 (강력하고, 드문드문하고, 좁은 음역의) 초음파를 발사한다. 대부분의 초음파는까마득히 멀리 사라지지만, 일부는 되돌아와 1시 방향에서 날고 있는 뭔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혹시 나방? 목표물이 음파 탐지기의 원뿔형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당신은 머리와 몸을 차례로 돌린다. 지금쯤 목표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당신의 인식은 여전히 흐릿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달라진다. 당신의 외침은 짧고 빨라지며, 음역이 넓어지면서 목표물에 대한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당신이 그 곤충을 제압할 때, 목구멍의 놀라운 근육은 최대한 빠른 초음파 펄스를 발사해 나방을 날카로운 초점에 고정시킨다. 심지어 꼬리를 이용해 입안에 넣는 동안에도, 나방의 머리 • 몸통 • 날개의 디테일은 풍부해진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이 단락을 읽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성취한다. - P385

 앞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방 종의 절반 이상이 박쥐의 음파 탐지기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귀는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박쥐는 나방에게 갔다가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나방은 처음 발사된 소리(즉 메아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원음原)를 탐지하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쥐는 9미터 이내에서 조그만 나방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나방은 13~3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박쥐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박쥐 소리가 들릴 때마다 회피, 맴돌기, 급강하를 함으로써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다른 나방들은 심지어 말대꾸를 한다.
1만 1000종의 다양한 나방으로 구성된 불나방tiger moth은 옆구리에 한쌍의 드럼 같은 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 진동시켜 초음파를 생성하는데, 이에 당황한 박쥐가 나방을 놓칠 수 있다. 때때로 이런 말대꾸는 경고색의 음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불나방은 불쾌한 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가득 품고 있으므로, 박쥐에게 ‘나는 먹을 가치가없다‘고 알려주기 위해 말대꾸를 한다." 말대꾸 소리는 박쥐의 음파 탐지기를 교란할 수도 있다.  - P391

또한 돌고래는 은폐된 물체를 반향정위를 이용해, 마치 TV 화면으로보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명백한 위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잠깐 멈추고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돌고래는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감각으로 번역될 수 있는정신적 표상을 구성한다. 그들은 소리-원래 풍부한 3차원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자극-로 그렇게 한다. 만약 당신이 색소폰 소리를 듣는다면 악기를 알아보고 그 음악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지만, 소리하나만으로 물체의 모양을 예측하려면 요행수를 바라야 한다. 그러나 색소폰을 만져보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확실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반향정위도 마찬가지다. 이 감각은 종종 ‘소리로 보는 것‘으로 기술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리로 만지는 것‘이다. 그건 마치 돌고래가 ‘환상의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는 것과 같다. - P397

또한 소리는 물체와 다게 상호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음파는 밀도의 변화가 있을 때 반사된다. 그런데 공중에서는 고체의 표면에서 튕겨 나오지만, 물속에서는 살(대부분 물과 비슷한 밀도를 가진다)을 관통하고 뼈와 기낭 같은 내부 구조에서 튕겨 나온다. 따라서 박쥐는 목표물의 외형과 질감만을 감지할 수 있지만, 돌고래는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만약 돌고래가 당신에게 음파를 발사한다면 당신의 폐와 골격을 감지할 것이다. 심지어 참전용사의 총알 파편과 임신부의 태아를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요 먹이인 물고기의 부레-부력을 제어하는 기관-를 골라낼 수도 있으며, 부레의 모양에 따라 상이한 종들을 거의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물고기 안에 금속 갈고리 같은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하와이에서 범고래불이는 종종 낚싯줄에 걸린 참치를 훔쳐가곤 해요. 그런데 그들은 물고기의 몸속에서 낚싯바늘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라고 돌고래를 연구하는 아우데 파치니 Aude Pacini가 말한다. "우리는 엑스레이 촬영기나 MRI(자기공명영상) 스캐너 같은 장비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들은 그냥 ‘볼‘수 있어요." - P401

1951년 리스만은 전극을 사용해, 칼고기가 꼬리의 기관에서 지속적인 전기장을 생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물보다 전기 전도성이 높거나 낮은 물체가 있으면, 그 물체가 칼고기의 전기장을 왜곡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러한 왜곡을 감지함으로써, 칼고기는 그것을 초래한 모든 것을 탐지할 수 있을 터였다." 리스만과 그의 동료 켄매친Ken Machin은 이 능력의 한계를 조사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간의 훈련을 받은 후, 칼고기는 ‘단열 유리 막대가 들어 있는 점토‘와 ‘비어있는 동일한 점토‘를 구별할 수 있었다. 심지어 순도가 다른 다양한 혼합액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필시 인간이 가진 어떤 감각과도 다른 전기감각일 터였다. 리스만과 매친은 1958년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이상한 새로운 감각‘이 수십 년 만에 두 번째로 공식 문서에 등장했다. 불과 14년 전, 도널드 그리핀은 박쥐의 음파 탐지기를 기술하기 위해 반향정위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적절하게도, 전기어의 ‘동등하게 이상한 능력‘은 능동적 전기정위 active electrolocation로 알려지게되었다(왜 ‘능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그 이유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자.
물고기의 꼬리에 있는 전기기관은 작은 배터리와 같다. 스위치를 켜면 동물을 에워싸는 전기장이 생성되어, 전기기관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물을 통해) ‘전류가 흐른다. 근처의 도체 conductor 이를테면 동물(동물의 세포는 본질적으로 ‘소금물 봉지‘다)는 전류의 흐름을 증가시키고, 부도체 non-conductor-이를테면 암석-는 그것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물고기 피부의 다양한 부분의 전압에 영향을 미친다. 물고기는 전기수용체라는 감각세포를 사용해 이러한 차이를 탐지할 수 있다. 검은유령칼고기는 1만4000개의 전기수용체가 전신에 흩어져 있어, 이것들을 이용해 주변 물체의 위치, 크기, 모양, 거리를 알아낸다.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망막에 비치는 빛의 패턴으로 세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처럼, 전기어는 피부를 가로지르며 춤추는 전압의 패턴으로 주변 환경의 전기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도체는 그 위에서 밝게 빛나고, 부도체는 전기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 P421

능동적 전기정위는 항상 노력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반향정위와 유사하다. 다른 감각들의 경우, 능동성은 선택 사항이다. 코는 킁킁거리고, 눈은 바라보고, 손은 쓰다듬을 수 있지만, 이런 감각기관들은 자극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반향정위를 하는 박쥐와 전기정위를 하는 물고기는 기다릴 수가 없다. 둘 다 자신이 탐지하는 자극을 생성해야한다. 그러나 반향정위와 전기정위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있으니, 전기장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감각은 움직이는 자극에 의존한다. 냄새 분자, 음파, 표면 진동, 심지어 빛까지도 예외없이 원천에서 수신자에게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장의 경우, 칼고기가 전기기관을 작동할 때마다 그의 주변에 즉시 형성된다. 박쥐는 메아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칼고기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전기정위는 즉각적인 감각이다.
전기정위는 또한 전방위적이다. 전기어의 영역은 모든 방향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그들의 인식도 확장된다. 내가 본 검은유령칼고기와 한스리스만을 사로잡은 아프리카칼고기가 후방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물고기들은 한 번에 몇 미터씩 뒤로 헤엄칠 수 있다. ‘뒤로 5미터 걷는다고 상상해보세요." 포춘이 나에게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없겠지만 전기어는 할 수 있어요."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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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은 이렇게 말한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것 중간에 있다." <낭환집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란 천지자연 및 우주만물과 인간의 관점과 인식 사이의 중간 지점, 즉 대상과 작자의 사이와 경계가 분리되고 통합되는 어느지점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박지원조차도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 존재하는 중간 지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만 그 중간 지점이란 결코 절대적이고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라는 이치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까닭에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은 틀렸다는 극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견해의 다양한 전환과 관점의 무궁한 변환만이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 존재하는 중간 지점에 접근할 수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P58

정신이 맑을 때 한 송이 꽃과 한 포기 풀과 한 덩어리 돌과 한 사발물과 한 마리 새와 한 마리 물고기를 조용하게 관찰한다. 즉시 가슴속에 연기가 무성하게 피어오르고 구름이 가득 일어난다. 마치 기분 좋게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는 것 같다가 다시그곳을 깨달아 알려고 하면 도리어 아득해지고 만다.

-돈오점수(頓惡漸修)와 돈오돈수(頓惡頓修)라는 말이 있다.돈오점수는 단박에 깨치고 점진적으로 닦는다는 말이다.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돈오돈수는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 단박에 닦는다는 뜻이다. 단박에 깨달음을 얻어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전자가 깨달음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때문에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라면, 후자는 한번의 깨달음만으로도 수행이 완성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어느 쪽이 옳은지 판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 같다.
다만 깨달음을 진리의 문제로 옮겨와 생각해 보면, 누군가단 한 번의 깨달음으로 인간 세계와 우주 만물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필자는 그에게 사기꾼이라고실컷 욕을 퍼부을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고 말할 때, 동시에 그 안다는 것 밖에는 필연적으로 우리가 모르는 것이존재하게 된다. 즉, 앎이란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이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이다. 누구나 앎과 진리와 깨달음을 향해 무한히 나아갈 수 있을 뿐 그 끝은 알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앎과 진리와 깨달음이란 시작과 끝을 알 수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꽃과 풀과 돌, 물과 새와 물고기를 관찰해 만물의 이치를 자득했다가도, 다시 스스로 터득한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득해지고 만다는 이덕무의말은 앎과 진리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다. 세상의 진리를 모두 알고 천하의 이치를 모두 깨달았다고 떠들어 대는 것은 지적 사기꾼들의 허풍에 불과하다. 이덕무의 말과 사기꾼의 허풍 중 어떤것이 더 가치 있겠는가? - P68

천리마의 한 오라기 털이 하얗다고 해서 미리 그 천리마가 백마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온몸에 있는 천만개의 털 중에서 누런 털도 있고 검은 털도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이러한 이치로 보건대, 어찌 사람의 한 가지 면만을 보고 그의 모든 것을 판단하겠는가.

- 일반화의 오류란 부분을 갖고 전체인 양 착각하는 잘못을 말한다. 사물의 일부나 단면을 두고서 모든 것이 그렇다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역시 <능양시집 서문>이라는 글에서 까마귀의 비유를 통해 일반화의 오류를 통쾌하게 반박한다. "까마귀를 보라. 세상에 그 깃털보다더 검은 것은 없다. 그러나 홀연히 유금(乳金)빛이 번지기도하고 다시 초록빛을 반짝거리기도 하고, 해가 비치면 자줏빛이 튀어 올라 번득이다가 비취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면내가 그 새를 두고 푸른 까마귀라 해도 좋을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본래부터 그 새에게는 일정한 빛깔이 존재하지 않는데, 먼저 내가 눈으로 빛깔을 정했을 뿐이다. 어찌 눈으로만 결정했겠는가? 보지 않고도 마음속으로 먼저 그 빛깔을 정한다."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의 눈과 마음을 갖추고 세상 만물과 우주 자연의 이치와 조화를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백마를 백마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이덕무의 말은 꽃을 ‘붉을 홍(洪)‘이나 까마귀를 ‘검을 흑(黑)‘ 한 글자로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박제가와 박지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P82

‘무위도식(無爲徒食)‘과 ‘무위지치(無爲之治)‘라는 말이 있다. 모두 무위를 말하지만, 전자는 무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위라고 하는 반면 후자는 무위야말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진리라고 한다. 같은 말을 갖고 어찌 이리도 다르게 사용한단 말인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말까지 제멋대로 써먹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를 다스리는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들의 무위는 지극히 높고 바른 것이지만, 자신들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해야 할 자들의 무위는 결코용납되어서는 안 될 천하의 몹쓸 짓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러한 까닭에 무위지치는 최선의 용어가 된 반면 무위도식은 최악의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만약 무위지치가 최선이라면 무위도식 역시 최선이며, 무위도식이 최악이라면 무위치 역시 최악이다. 어째서누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누구는 피땀 흘려 일하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려야 한단 말인가? 사람은 누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익과 명예와 권세와 출세를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사위이기도 한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천부적으로 ‘게으를 권리‘가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일이나 좋아하지 않는 일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기계처럼 일하다 폐기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권력의 도구가 되어 뼈 빠지게 일하다가 버려지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거부의 전략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무위도식이다. 흔히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을 사람들은 무위도식한다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어 온다면, 세상 누구도 그를 무위도식한다고 비난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열심히 일하는 데도 돈을 벌어 오지못하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무위도식한다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조롱한다. 사실은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돈을 벌어 오느냐 벌어 오지 않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뭐 이따위 용어가 있단 말인가? 돈과 권력을위해 일하지 말라.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일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무위의 지극한 즐거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려면 오히려 무위도식하는 삶을 긍정하고 창조해야 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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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그 당시 마콘도는 선사시대의 알처럼 매끈하고, 하얗고, 거대한 돌들이 깔린 하상(河床)으로 투명한 물이 콸콸 흐르던 강가에 진흙과 갈대로 지은집 스무 채가 들어서 있는 마을이었다. 세상이 생긴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것이 아직 이름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칭하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야만 했다. - P11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동양적인 눈빛에, 슬픈 분위기에 둘러싸인 침울한 표정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활짝 펼쳐진 까마귀 날개처럼 커다란 검은모자를 쓰고, 수세기의 녹청(綠靑)이 끼어 우중충해진 벨벳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한한 지식과 신비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간적인 부담과 자신을 일상의 자질구레한 문제에 얽매이게 만드는 삶의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늙어 가는 고통에 대해 불평했고, 가장 하잘것없는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었으며, 괴혈병으로 이가 다 빠져 버렸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웃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가 자신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았던 어느 찌는 듯한 정오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자기와 그 사이에 위대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확신을 가졌다. 아이들은 멜키아데스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감탄했다. 그 당시 다섯 살밖에 안된 아우렐리아노는, 그날 오후의 더위로 녹아 내린 기름기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가운데 깊은 어둠에 둘러싸인 상상의 세계를 오르간 소리처럼 깊이 있는 목소리로 밝히면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던 멜키아데스의 모습을 평생 기억해야 했다. 아우렐리아노의 형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 경이로운 이미지를 마치 유전시켜야 할 기억이나 되는 듯 자신의 모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했다.  - P19

그때 온 집시들은 새로운 집시들이었다. 그들은 자기 나라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젊은 남녀들로서, 매끄러운 피부와 고운 손은 아름다움의 표본이었다. 그들의 춤과 음악은 이탈리아 아리아를 부르는 온갖 색깔의 앵무새, 탬버린 소리에 맞춰 황금 알을 백여 개나 낳는 암탉, 남의 생각을 알아맞추는 훈련된 원숭이, 동시에 단추를 달기도 하고 몸의 열을 내려 주기도 하는 만능 기계, 나쁜 기억을 잊게 해 주는 기구,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해 주는 고약, 그 외에 수천 개에 이르는 독창적이고 기이한 발명품들과 더불어 거리를 왁자지껄한 즐거움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려, 호세 아르카디오가 그 모든 것을 다기억할 수 있는 기억 장치를 발명하고 싶어 했을 정도였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마을을 뒤바꿔 버렸다. 왁자지껄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터로 정신이 멍해진 마콘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갑자기 길을 잃고 헤맸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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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귀는 매우 다양한데, 그 이유는 대부분이 현음기 chordoronal organ-곤충의 전신에서 발견되는, 움직임에 민감한 구조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현기는 단단한 바깥쪽 큐티클cuticle 바로 아래에 있는 감각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동과 신장stretching 동작에 반응한다. 그것은 곤충에게 자신의 신체부위 펄럭이는 날개, 움직이는 팔다리, 팽창한 내장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러나 현기는 공중에 떠다니는 매우 큰 소리에도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귀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귀로 변신하려면 더 민감해지기만 하면 되는데, 이 문제는 현음기 바로 위에있는 큐티클을 얇게 해 고막을 만듦으로써 쉽게 해결된다. 이러한 일이 거의 모든 신체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곤충의 귀는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위치에 자리 잡을 수 있다. 마치 그들의 체표면 전체가 청각을 위해 준비된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곤충들은 이 진화적 식은 죽 먹기를 실행하지 않았다. 하루살이와 잠자리는 귀가 없고 대부분의 딱정벌레도 그렇다. 사실 대부분의 곤충은 귀가 먼 것처럼 보이며, 다른 모든 동물 종을 수적으로 압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것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며, 특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리에게 소리는 편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청각장애인들은 그것 없이도 잘 지내고 있으며, 많은 동물들은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우리의 동료 포유류와 다른 척추동물들을 본다면, 청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할지 모른다. 그러나 곤충을 본다면, 청각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 P329

오르미아는 그런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는다. 그들은 1도 이내의 범위로 귀뚜라미를 추적할 수 있는데, 이는 인간, 원숭이올빼미, 그리고 지금껏 테스트를 거친 거의 모든 동물들보다 우수하다. 이 같은 최고 수준의 예리함에도 불구하고, 오르미아의 귀는 ‘귀뚜라미 찾기‘라는 매우 단순한 행동을 제어한다. 많은 곤충들의 귀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제인 야크는 ‘곤충의 귀가 그토록 다양한 신체부위에서 진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귀는 ‘귀의 덕을 보는 행동‘을 제어하는 뉴런 근처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암컷 귀뚜라미는 몸을 돌이켜 노래하는 수컷 쪽으로 이동하므로, 귀가 다리에 있다. 사마귀와 나방은 포식자의 소리가 들릴 때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이빙과 회전을 하므로, 귀가 날개의 위나 근처에 있다. - P332

이러한 계절적 주기는 미적 감각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올빼미와 오르미아가 그러는 것처럼, 동물들은 소리가 양쪽 귀에 도달하는 시간 차를 이용해 음원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귀가 미세한 시간차를 탐지하는 데 서툴러지면, 귀의 주인은 음원을 지도화하는 데 서툴러진다. 따라서 봄에 암컷 참새의 음향 타이밍 감각이 약간 둔해지면 음향 공간도 약간 모호해진다.
2002년 이러한 계절적 주기를 처음 발견했을 때 루카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른 연구자들도 그의 초기 연구 결과를 믿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청각이 대체로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종 -슬프지만, 인간도 포함된다-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둔해질 수 있지만, 더 짧은 시간 범위에 걸쳐 변화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앞에서 여러 번 살펴본 바와 같이, 동물의 감각은 주변 환경에 미세하게 맞춰져 있으며, 관련된 정보를 빠짐없이 추출하도록 진화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면 관련 정보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북아메리카의 새들에게 봄은 종종 짝짓기를 의미한다. 봄이 되면 공기가 다른 계절에는 없는)세레나데로 가득 차므로, 그들은 이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가을은 바야흐로 개방성의 계절이다. 벌거벗은 나뭇가지는 작은 새가 포식자에게 더 잘 보이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가을에는 ‘다가오는 위험의 위치를 알아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지는데, 이 능력은 빠른 청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동물의 환경세계는 정적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P348

고래의 청각은 스케일이 엄청나서 감당하기 어렵다. 물론 공간적인 광대함도 있지만 시간의 확장성도 있다. 물속에서 음파가 8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만약 한 고래가 24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고래의 노래를 듣는다면, 그는 약 30분 전에 불린 노래를 듣는 것이다. 마치 머나먼 별에서 온 ‘오래된 빛‘을 바라보는 천문학자처럼 말이다. 만약 고래가 800킬로미터 떨어진 산을 감지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소리와 10분 후에 도착하는 메아리를 어떻게든 연계해야 한다.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대왕고래의 심박수는 수면에서 분당 약 30회이지만 잠수하면 분당 2회로 느려질 수 있다. 그들은 확실히 우리와 매우 다른 시간 범위에서 활동한다. 금화조가 한음 안에서 밀리초 단위의 아름다움을 듣는다면, 아마도 대왕고래는 몇초, 몇 분 단위로 동일한 경험을 할 것이다." "그들의 삶을 상상하려면 생각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확장해야 해요"라고 클라크는 말한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장난감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다가 NASA의 허블우주 망원경으로 제대로 된 장엄함을 목격하는 것에 비유한다. 고래에대해 제대로 생각하면, 세상은 시공간적으로 확장되어 더 크게 느껴질것이다. - P354

그러나 수중생활에 적응함에 따라, 그들 중 한 그룹-여과식을 하는 수염고래류mysticetes로, 대왕고래, 참고래, 혹등고래를 포함한다-이 낮은 초저주파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몸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러한 변화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염고래는 독특한 섭식 방법을 진화시킴으로써 거대한 크기를 달성했는데, 그들의 섭식 방법은 크릴이라고 불리는 작은 갑각류를 먹는 데 유리하다. 크릴 떼를 향해 돌진하는 대왕고래는 입을 벌려 자신의 몸만 한 양의 물을 삼키는데, 이를 통해 한 번에 50만 칼로리의 열량을 섭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에는 대가가 따른다. 크릴은 바다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으므로, 대왕고래는 큰 몸을 유지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들에게 이처럼 긴 여행을 강요한 신체 비율은 장거리 여행에 걸맞은 수단까지 갖추게 했으니, 그건 바로 특별한 소리-다른 동물보다 낮고 크고 멀리 가는 소리를 만들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이다. - P355

리키Rickge와 헨리 헤프너 Henry Heffner‘는 ‘왜 그렇게 많은 포유동물이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초음파는 음원의 위치를 알아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원숭이올빼미와 마찬가지로 포유류는 소리가 두 귀에 도착했을 때 양쪽을 비교해 음원의 위치를 알아낸다. 그러나 양쪽 귀 사이의 간격이 좁으면, 이러한 비교는 파장이 짧은 고주파 음에서만 가능해진다. 따라서 포유류의 머리가 작을수록 가청주파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청각 세계의 경계는 두개골에 부딪히는 소리의 물리학에 의해 설정된다.
고주파 음은 저주파 음보다 찾기 쉬울 수 있지만 중요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에너지를 빨리 상실하고, 나뭇잎·풀. 나뭇가지와 같은 장애물에의해 쉽게 산란되고 반사될 수 있다. 이는 초음파 노래가 짧은 거리에만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왕고래의 노래는 바다 건너편에서도 들릴 수 있지만, 생쥐의 노래는 가까운 이웃에게만 들린다. 많은 동물들이 초음파를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적은 수의 포유동물-설치류, 이빨고래, 작은박쥐 small bar, 집고양이, 그 밖의 몇몇 포유동물이 초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제한성 때문이다. 소리가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이것은 ‘초음파로 해충을 퇴치한다‘고 선전되는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 경우 범위가 너무 제한되어실용성이 떨어진다.) - P362

 1944년 그리핀은 박쥐의 놀라운 기술에 반향정위echolocation, 反響定位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핀 자신도 처음에는 반향정위를 과소평가했다. 그는 그것을 박쥐들에게 충돌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 시스템으로 간주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런 견해는 1951년 여름에 바뀌었다. 그는 이타카 근처의 연못가에 앉아, 마이크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 채 사상 최초로 야생 박쥐의 초음파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초음파 울음소리가 ‘얼마나 많이 들리는지‘, 그리고 ‘밀폐된 공간에서 목격한 것과 얼마나 다른지‘를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탁 트인 하늘을 순항할 때, 박쥐의 맥박은 더 길고 둔했다. 그러나 곤충을 뒤쫓을 때, 안정적이던 ‘풋풋풋‘ 소리는 점차 빨라져 스타카토식 윙윙거림으로 융합되곤 했다. 그리핀이 새총을 이용해 박쥐 앞에 자갈을 발사해봤더니, 박쥐는 공중에 떠 있는 물체를 추적할 때마다 동일한 순서의 빠른 펄스(스타카토식 윙윙거림)로 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반향정위가 단순한 충돌 탐지기가 아님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박쥐가 사냥하는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썼다. "우리의 과학적 상상력은, 심지어 어림짐작으로도(이) 가능성을 고려하는 데 실패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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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거대한 그림이고 조화옹(造化翁)은 위대한 화가다. 주황색으로 요염하게 붉게 물든 오구나무의 꽃은 누가 붉은 물감을 칠하고 붉은 빛깔의 돌과 산호가루를 뿌려 그려 놓았는가? 복숭아 꽃잎에는 연지처럼 붉은 즙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같다. 가을 국화꽃의 빛깔은 등황색을 곱게 바른 것만 같다. 눈이 개고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기운에는 푸른 빛깔이 두 겹세 겹 엇갈려 먼 곳과 가까운 곳에 골고루 나뉘었다. 세찬 소낙비가 강 위를 내달려서 수묵(水墨)을 한가득 뿌려 놓으면 더 채색할 틈도 없게 된다. 잠자리의 눈동자는 초록빛이 은은하고,
나비의 날개는 금빛으로 물들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천상에채색을 담당한 성관(星官)이 있어서 풀과 꽃과 돌과 금의 정수(精髓)를 모았다가 조화옹에게 제공해 온갖 사물에 빛깔을 입히게 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가을 강 석양의 거대한 그림이 가장 좋다. 이것이야말로 조화옹이 뜻을 얻은 그림이라고 할만하다.

- 여기 세계를 화판 삼아 그림을 그리는 조물주 역시 무슨 위대한 작업과 거룩한 행위를 하는 전지전능한 창조자가 아니다. 그냥 놀이삼아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일 뿐이다. 전지전능한 자의 거룩한 역사(役事)로 창조된 세계보다는 차라리 예술가가 그림을 그리듯 어린아이가 놀이를 하듯 창조된 세계가 훨씬 더낫지 않을까? 최소한 그런 세계에서는 ‘해야만 한다‘는 식의 획일화되고 규범적인 윤리나 명령의 강제보다는 예술가와 어린아이의 ‘하고싶다‘는 마음처럼 상대적이고 개성적인 욕망이 자유롭게 존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 P27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 말똥구리에게 여의주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용 역시 자신의 여의주가 귀한 만큼 말똥구리에게는 말똥이 귀하다는 것을안다. 비록 상상의 존재지만 우주 만물 중 가장 귀한 동물로 여겨지는 용의 여의주와 가장 미천한 동물로 여겨지는 말똥구리의 말똥의 가치는 동등하다. 이제 우열(愚劣)과 존귀(尊貴)와 시비(是非)의 이분법은 전복되고 해체된다. 사람의 시각이 아닌 하늘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주 만물의 가치는 모두 균등하다. 단지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할 뿐이다.
이덕무를 비롯한 북학파(北學派) 지식인들은 인성(人性)과물성(物性)이 균등할 뿐만 아니라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자신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한 이 구절을 무척 좋아하고 아꼈다. 연암 박지원(燕巖朴趾源)은 <낭환집서문(낭丸集序)에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었는데, 여기에는 영재 유득공(柳得恭)의 숙부였던 기하 유금(幾何柳琴)이 이 말을 듣고 문집의 이름으로 삼을 만하다고 했다는기록이 등장한다. 실제로 유금은 자신의 문집을 ‘말똥구리의 말똥구슬‘이라는 뜻에서 낭환집(낭丸集』이라고 이름 붙였다. <낭환집 서문>은 바로 박지원이 이 문집에 써준 글이다. - P35

무더운 여름날 저녁 콩꽃핀 울타리가를 걷다가 기와빛을 띤 거미가 실을 뽑아 거미줄을 엮는 모습을 보았다. 그 신묘한 모습이 부처와 서로 통함을 깨달았다. 실을 뽑고 실을 당기며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이 너무나 기막혔다. 때로는 멈춘 듯하다가 때로는 순식간에 거미줄을 엮기도 했다. 마치 사람들이 보리를 심을 때의 발놀림이나 거문고를 퉁길 때의 손놀림과 같았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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