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종류는 1400종이 넘는다. 모든 박쥐는 날아다니며, 대부분의 박쥐들은 반향정위를 한다. 반향정위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감각과 다른데, 그 이유는 환경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눈은 스캔하고, 코는 킁킁거리고, 수염은 휘젓고, 손가락은 누르지만, 이러한 감각기관들은 항상 ‘더 넓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자극‘을 포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향정위를 하는 박쥐는 먼저 자극을 생성하고 나중에 그것을 탐지한다. 소리가 없으면 메아리도 없다. 박쥐 연구자 제임스 시먼스 James Simmons가 나에게 설명했듯이, 반향정위는 주변 환경에 재주를 부림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박쥐가 "마르코"라고 외치면, 주변의 사물들은 "폴로"라고 응답해야 한다. 박쥐가 말하면고요하던 세상이 맞장구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박쥐의 울음소리는 주변의 모든 사물들에 퍼져나간 후 반사되고, 박쥐는 반사되는 부분을 탐지해 해석한다. - P376
그러나 박쥐는 자신의 외침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두번째 도전을 제기한다. 그들은 자신의 비명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회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의 부르짖음에 박자를 맞춰 중이 근육을 수축시킴으로써 청각을 둔감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메아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청각을 회복시킨다. 좀 더 미묘하게, 박쥐는 목표물에 접근할 때 귀의 민감도를 조정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아무리 큰 소리를 내더라도 일정한 음량으로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감지한다. 이것을 음향 이득 제어acoustic gain control라고 하며, 목표물에 대한 박쥐의 지각知覺을 안정화할 수 있다. - P378
여덟 번째로, 반향정위에는 (시각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물체가 위장되지 않는 한, 눈은 배경에 놓인 물체를 포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음파 탐지기의 경우, 큰 배경에 놓인 작은 물체는 자동으로 위장된다. 예컨대 나방이 잎사귀 앞을 날거나 그 위에 앉아 있으면, 잎사귀의 강한 메아리가 나방의 약한 메아리를 삼켜버릴 것이다. 박쥐가 개발한 이 문제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큰귀박쥐 common big-eared bat의 솔루션이다. 그들은 음파 탐지기 하나만을 이용해, 나뭇잎 위에 (심지어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잠자리 등의 곤충을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신공이다. 잉아 예이펠Inga Geiped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박쥐는 ‘먹잇감을 향해 비스듬히 접근하며 초음파를 발사하는 놀라운 트릭을 사용한다. 그럴 경우, 나뭇잎에 비스듬히 부딪친 초음파는 멀리 튀어나가는 반면 곤충과 정면으로 충돌한 초음파는 박쥐 쪽으로 반사된다. 박쥐는 머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곤충 앞에서 위아래로 맴돎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뭔가 흐릿하고 불명확한 것-가능한 먹잇감에 대한 가장 단순한 힌트-이 감지될 것이다. 하지만 위아래로 맴돌며 다양한 각도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먹잇감의 모양이 점차 선명해지므로, 어느 순간부터 (곤충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 P382
주변은 어둡고, 큰갈색박쥐인 당신은 배가 고프다. 나무와 그 밖의 큰장애물을 쉽게 감지할 수 있으므로, 당신은 그것들 사이로 쌩 하고 날아간다. 그러는 동안 곤충을 찾기 위해 공간을 가득 메운 공기 속으로 (강력하고, 드문드문하고, 좁은 음역의) 초음파를 발사한다. 대부분의 초음파는까마득히 멀리 사라지지만, 일부는 되돌아와 1시 방향에서 날고 있는 뭔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혹시 나방? 목표물이 음파 탐지기의 원뿔형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당신은 머리와 몸을 차례로 돌린다. 지금쯤 목표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당신의 인식은 여전히 흐릿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달라진다. 당신의 외침은 짧고 빨라지며, 음역이 넓어지면서 목표물에 대한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당신이 그 곤충을 제압할 때, 목구멍의 놀라운 근육은 최대한 빠른 초음파 펄스를 발사해 나방을 날카로운 초점에 고정시킨다. 심지어 꼬리를 이용해 입안에 넣는 동안에도, 나방의 머리 • 몸통 • 날개의 디테일은 풍부해진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이 단락을 읽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성취한다. - P385
앞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방 종의 절반 이상이 박쥐의 음파 탐지기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귀는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박쥐는 나방에게 갔다가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나방은 처음 발사된 소리(즉 메아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원음原)를 탐지하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쥐는 9미터 이내에서 조그만 나방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나방은 13~3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박쥐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박쥐 소리가 들릴 때마다 회피, 맴돌기, 급강하를 함으로써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다른 나방들은 심지어 말대꾸를 한다. 1만 1000종의 다양한 나방으로 구성된 불나방tiger moth은 옆구리에 한쌍의 드럼 같은 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 진동시켜 초음파를 생성하는데, 이에 당황한 박쥐가 나방을 놓칠 수 있다. 때때로 이런 말대꾸는 경고색의 음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불나방은 불쾌한 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가득 품고 있으므로, 박쥐에게 ‘나는 먹을 가치가없다‘고 알려주기 위해 말대꾸를 한다." 말대꾸 소리는 박쥐의 음파 탐지기를 교란할 수도 있다. - P391
또한 돌고래는 은폐된 물체를 반향정위를 이용해, 마치 TV 화면으로보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명백한 위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잠깐 멈추고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돌고래는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감각으로 번역될 수 있는정신적 표상을 구성한다. 그들은 소리-원래 풍부한 3차원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자극-로 그렇게 한다. 만약 당신이 색소폰 소리를 듣는다면 악기를 알아보고 그 음악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지만, 소리하나만으로 물체의 모양을 예측하려면 요행수를 바라야 한다. 그러나 색소폰을 만져보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확실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반향정위도 마찬가지다. 이 감각은 종종 ‘소리로 보는 것‘으로 기술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리로 만지는 것‘이다. 그건 마치 돌고래가 ‘환상의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는 것과 같다. - P397
또한 소리는 물체와 다게 상호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음파는 밀도의 변화가 있을 때 반사된다. 그런데 공중에서는 고체의 표면에서 튕겨 나오지만, 물속에서는 살(대부분 물과 비슷한 밀도를 가진다)을 관통하고 뼈와 기낭 같은 내부 구조에서 튕겨 나온다. 따라서 박쥐는 목표물의 외형과 질감만을 감지할 수 있지만, 돌고래는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만약 돌고래가 당신에게 음파를 발사한다면 당신의 폐와 골격을 감지할 것이다. 심지어 참전용사의 총알 파편과 임신부의 태아를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요 먹이인 물고기의 부레-부력을 제어하는 기관-를 골라낼 수도 있으며, 부레의 모양에 따라 상이한 종들을 거의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물고기 안에 금속 갈고리 같은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하와이에서 범고래불이는 종종 낚싯줄에 걸린 참치를 훔쳐가곤 해요. 그런데 그들은 물고기의 몸속에서 낚싯바늘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라고 돌고래를 연구하는 아우데 파치니 Aude Pacini가 말한다. "우리는 엑스레이 촬영기나 MRI(자기공명영상) 스캐너 같은 장비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들은 그냥 ‘볼‘수 있어요." - P401
1951년 리스만은 전극을 사용해, 칼고기가 꼬리의 기관에서 지속적인 전기장을 생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물보다 전기 전도성이 높거나 낮은 물체가 있으면, 그 물체가 칼고기의 전기장을 왜곡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러한 왜곡을 감지함으로써, 칼고기는 그것을 초래한 모든 것을 탐지할 수 있을 터였다." 리스만과 그의 동료 켄매친Ken Machin은 이 능력의 한계를 조사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간의 훈련을 받은 후, 칼고기는 ‘단열 유리 막대가 들어 있는 점토‘와 ‘비어있는 동일한 점토‘를 구별할 수 있었다. 심지어 순도가 다른 다양한 혼합액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필시 인간이 가진 어떤 감각과도 다른 전기감각일 터였다. 리스만과 매친은 1958년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이상한 새로운 감각‘이 수십 년 만에 두 번째로 공식 문서에 등장했다. 불과 14년 전, 도널드 그리핀은 박쥐의 음파 탐지기를 기술하기 위해 반향정위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적절하게도, 전기어의 ‘동등하게 이상한 능력‘은 능동적 전기정위 active electrolocation로 알려지게되었다(왜 ‘능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그 이유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자. 물고기의 꼬리에 있는 전기기관은 작은 배터리와 같다. 스위치를 켜면 동물을 에워싸는 전기장이 생성되어, 전기기관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물을 통해) ‘전류가 흐른다. 근처의 도체 conductor 이를테면 동물(동물의 세포는 본질적으로 ‘소금물 봉지‘다)는 전류의 흐름을 증가시키고, 부도체 non-conductor-이를테면 암석-는 그것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물고기 피부의 다양한 부분의 전압에 영향을 미친다. 물고기는 전기수용체라는 감각세포를 사용해 이러한 차이를 탐지할 수 있다. 검은유령칼고기는 1만4000개의 전기수용체가 전신에 흩어져 있어, 이것들을 이용해 주변 물체의 위치, 크기, 모양, 거리를 알아낸다.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망막에 비치는 빛의 패턴으로 세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처럼, 전기어는 피부를 가로지르며 춤추는 전압의 패턴으로 주변 환경의 전기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도체는 그 위에서 밝게 빛나고, 부도체는 전기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 P421
능동적 전기정위는 항상 노력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반향정위와 유사하다. 다른 감각들의 경우, 능동성은 선택 사항이다. 코는 킁킁거리고, 눈은 바라보고, 손은 쓰다듬을 수 있지만, 이런 감각기관들은 자극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반향정위를 하는 박쥐와 전기정위를 하는 물고기는 기다릴 수가 없다. 둘 다 자신이 탐지하는 자극을 생성해야한다. 그러나 반향정위와 전기정위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있으니, 전기장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감각은 움직이는 자극에 의존한다. 냄새 분자, 음파, 표면 진동, 심지어 빛까지도 예외없이 원천에서 수신자에게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장의 경우, 칼고기가 전기기관을 작동할 때마다 그의 주변에 즉시 형성된다. 박쥐는 메아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칼고기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전기정위는 즉각적인 감각이다. 전기정위는 또한 전방위적이다. 전기어의 영역은 모든 방향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그들의 인식도 확장된다. 내가 본 검은유령칼고기와 한스리스만을 사로잡은 아프리카칼고기가 후방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물고기들은 한 번에 몇 미터씩 뒤로 헤엄칠 수 있다. ‘뒤로 5미터 걷는다고 상상해보세요." 포춘이 나에게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없겠지만 전기어는 할 수 있어요."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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