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오빠를 죽이기 직전까지 갔었고, 그건 두려워해야 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당하게 느껴졌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네가 나를 때리면, 나도 마주 때릴 거야.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렇게 해버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더 빨리 자유로워졌을 거고, 9년형쯤 받은 다음에 모범적인 행동으로 6년 만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젊은 나이에.
이제 나는 오빠가 기소되든 안 되든 종신형을 받은 상태다. 후회는 영원할 것이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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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짐작했겠지만, 하룻밤 수면은 새로 학습한 기억을 강화하여, 간직하는 양을 늘렸다. 게다가 검사를 받기 전에 푹 잔 날이 늘어날수록, 기억도 더 나아졌다. 한 집단만 예외였다. 이 집단은 세 번째집단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첫날에 똑같은 과제를 학습했다. 또 세번째 집단과 마찬가지로 사흘 밤이 지난 뒤에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학습한 뒤 첫날 밤잠을 안잤고 다음날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달랐다. 대신에 스틱홀드는 그들에게 이틀동안 회복 잠을자도록 한 뒤에 검사를 했다. 그들에게는 기억 응고화가 향상되었다는 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학습한 뒤 첫날 밤잠을 자지 않으면, 설령 나중에 수면 <보충>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 기억이 응고될 기회는 사라진다. 따라서 기억의 관점에서 볼 때, 수면은 은행과 다르다. 나중에 한꺼번에 갚는다고 생각하면서 대출을 점점 더 늘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억 응고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수면은 양자택일 방식을 취한다. 그 점은 일주일 내내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사회에 경고를 보낸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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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수면 부족 때 그나마 학습할 수 있었던 얼마 안 되는 기억들은 그 뒤로 몇 시간 그리고 며칠에걸쳐서 훨씬 더 빨리 잊힌다. 잠을 못 잔 상태에서 형성된 기억은 더약하고, 빨리 증발한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정상적일 때 새기억 회로를 형성하는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잠을 못 잤을 때에는 거의 강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뇌의 구조에 오래 가는기억을 새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쥐를 꼬박 24시간 동안 잠을 못 자게 하든, 잠을 겨우 두세 시간 줄이든간에 결과는 마찬가지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학습 과정의 가장 기본 요소 - 시냅스내에서 기억의 기본 구성단위를 형성하는 단백질 생산도 방해를받는다.
이 분야의 가장 최근 연구에서는 해마 자체의 뇌세포에 들어 있는학습관련 유전자들과 DNA에까지 수면 부족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수면 부족은 뇌 안의 기억 형성 기구 자체를약화시켜서 지속성을 띤 기억 흔적이 새겨지는 것을 막는, 깊이 침투하여 좀먹는 힘이다. 해안선에 아주 가까이 모래성을 짓는 것과 좀비슷하다. 그런 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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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한 연구진은 양극성 장애 환자들이 이 안정한 중간단계에 있을 때 검사를 했다. 그런 뒤 세심하게 상황을 관리하면서, 하룻밤 동안 잠을 못 자게 했다. 거의 즉시 그들 중 상당수가 조증이나심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나는 윤리적으로 이 실험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긴 하지만,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조중이나 우울증의 발현을 촉발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결과는 수면 교란- 양극성장애 환자들이 안정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조증이나 우울증 상태로 넘어가기 전에 거의 언제나 나타난다 - 이 단순히 그 장애의 부수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또는 유일한) 방아쇠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행스럽게도 그 역도 참이다. 즉 뒤에서 설명할 불면증을 위한 인지 행동 요법이라는 기법을 써서 몇몇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수면 질을 개선한다면, 증상의 심각성과 재발율을 줄일 수 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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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검찰청의 여자와 연결이 되었다.
"내일 선서를 할 수 없으실 겁니다. 법무부에서 그쪽이 법조계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어요."
"왜요?"
내가 물었다.
"그쪽이 하이네켄 씨 납치 사건의 용의자였기 때문이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오빠와 착각한 게 아닌지물어보았다.
"저는 A. A. 홀레이더르예요. 저를 W. F. 홀레이더르와 착각을 하신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아뇨, 그쪽도 이 사건의 용의자였고, 테이번 검사님이 그쪽이 선서를 하기 전에 사건 전체를 다시 살펴보고 싶어 하세요. 그러니까 내일은 선서할 수 없으실 겁니다."
여자가 전화를 끊었다.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내평생 벌금 이상의 일을 저질러본 적이 없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고 죽어라 열심히 일했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교육을 받았는데 이제 법무부가 내가 하이네켄 납치범 중 한 명과 혈연관계라고 해서 변호사로 일하는 걸 막으려는 건가?
이건 12년 전 내 침실을 박차고 들어와서 총을 내 머리에 겨누고,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 바닥에 내던지고, 내 목을 발로 밟고, 나를 유치장에 가뒀던 바로 그 사법부였다. 내 사생활을 빼앗아가고, 나를 미행하고 감시한 그 사법부였다. 나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범죄 때문에 또다시 모든 게 시작되는 건가? 내가 빔과 코르를 저버리지 않았다는데대한 그들의 복수인가? 대학 교육을 받은 소위 깨어 있는 사람들이 이끄는 바로 그 사법부의 꼭대기가 나를 이런 식으로 규탄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 P228

"나도 그러길 바란다. 그 애랑 그 애 엄마를 위해서."
오빠는 자신이 그들에게 가하는 공포를 여전히 즐기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하지만 오빠는 다시 그 문제를 끄집어낼 것이다. 오빠는 자꾸 물어대서 아이들에게서 떼어놔야만 하는 나쁜 개 같은 존재였다. 죽이거나 남은 평생 우리에 가둬놔야 하는 그런 나쁜 개 같은 존재. 법적으로 빔을 죽일 수는 없지만, 우리에 가둘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법무부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제까지는 법무부에 협조하는 게 여전히 혐오스러운 생각처럼 느껴졌는데, 오늘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프란시스를 위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해야만 했다. - P243

어릴 때 나는 모든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가 생겼다. 문을 두 번씩 열고 닫고, 신발을 두 번씩 신고, 문손잡이를 두 번씩 만졌다. 그 덕택에 상당히 바빴다. 모든 걸 두 번씩 만지는 걸로 아빠의 고의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있고, 그래서 아빠가 우리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일곱 살이고 빔 오빠는 열네 살이었던 어느 날 밤에 나는 오빠가 냉장고를 두 번 닫는 것을 보았다.
"오빠도 그러네."
내가 말했다.
"뭘?"
"모든 걸 두 번씩 하잖아."
오빠는 그 말을 이해하고 나를 쳐다보았고, 그 순간에 나는 강력한 연결 관계를 느꼈다.
내가 남자아이였으면 딱 오빠처럼 자라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폭력과 허세에 빠지는 걸 막아주었던 건 내가 여자아이라는 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대신에 내가 내 지적 능력을 사용해서 비슷한 삶을 걷는 것을 막았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우연을 갖고 내가 어떻게 오빠를 비난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과연 오빠한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빠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는 꽤나 "똑같은 사람들인데. - P267

"오빠가 코르를 살해했어요. 자기 매제를요."
내가 말했다. 드디어 말했다. 10년 동안의 침묵 끝에 드디어 소리 내서 말했다!
나는 마침내 이 말을 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깜짝 놀랐다.
더 이상 양쪽으로 나뉜 기분이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더 이상 코르를 배반하고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는 거였다. 갑자기 나는 빔이 책임이 있는 다른 살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마어마한 평화로움에 사로잡혔다. 마침내 내가 원하던 일, 내가 공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 나의 기준과 가치에 맞는 일을 하고있다. 마침내 오빠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오빠를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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