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동기가 분노나 의무감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을 도우면 긍정적인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그래서 남을 돕는 사람은 종종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알려진 기분, 즉 에너지와 힘, 따뜻함과 차분함이 혼합된 느낌을 경험한다. 이렇듯 외로운 세기에는 사람들이 돌봄을 받는 기분을 느끼고 실제로 돌봄을 받는 것만큼이나 남을 돌볼기회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 - P59
인간의 외로움과 타인을 향한 적대감의 연관성을 밝힌 과학적 연구는 매우 많다.‘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 재클린 올즈Jacqueline Olds 가 설명하듯 이러한 적대감은 초기 방어 행동인 ‘뒷걸음질 치기‘에서 나온다. 외로운 사람은 종종 인간적 온기에 대한 욕구와 다른 사람과 함께있고 싶은 욕구를 부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해줄 고치를 만든다. 그러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날 혼자 내버려둬. 난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 저리 가라는, 대개는 비언어적인 신호를 남들에게보내기 시작한다. 이때 외로움은 뇌에서 다른 일을 벌인다. 몇몇 연구자들은 외로움과 공감 능력의 감소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공감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능력,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행동뿐만 아니라 두뇌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보통 타인의 고통과 마주했을 때 공감 능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뇌 부위인 측두정엽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여러 연구를통해 외로운 사람의 뇌는 측두정엽의 활성도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대신 일반적으로 경계심, 주의력, 시각과 관련된 뇌 부위인 시각피질이 활성화된다. 그러니까 외로운 사람은 일반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빨리 반응하지만(실제로 몇 밀리세컨드밖에 걸리지않는다) 반응의 무게중심은 관점이 아닌 주의력에 있다. 외로운 신체가 스트레스 반응을 증폭시키듯이, 주변을 몹시 경계하는 불안하고 외로운 정신도 자기 보존 차원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그는 고통받는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혹시 모를 위협 요소를찾아 주변을 살핀다. "숲속을 걷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뱀으로 착각하고 흠칫 놀라 물러선 적이 있습니까?" 시카고대 두뇌역학실험실 책임자 스테파니 카치오포Stephanie Cacioppo 박사는 묻는다. "외로운정신은 언제나 뱀을 봅니다." - P64
분노, 적의, 주변 환경을 위협적이고 매몰찬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 저하된 공감 능력 등 외로움은 위험한 정서 조합을 낳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외로움 위기는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투표소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결속과 포용과 관용의 사회적 가치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우려할 만한 영향을 민주주의에 미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려면(모든 시민의 요구와 불만이 원활히 전달되어 다양한 집단의 이익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두 가지 유대가 강력해야 한다. 하나는 국가와 시민 간의 유대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 간의 유대다. 이러한 연결성의 유대가 무너지면, 그래서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서로 신뢰하거나의지하지 못하고 단절감을 느낀다면, 그래서 국가가 자신을 보살피지 않는다고, 자신이 주변화되었다거나 버림받았다고 느낀다면 사회는 분열되고 양극화되며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오늘날의 상황이 이렇다. 이 외로운 세기에는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고 우리를 국가에 연결해주던 유대가 실낱처럼 가늘어지고 있다. 동료 시민이 자신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키고 단절시키고 있다고그리고 주류 정치인들이 자신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키고 단절시키고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들은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거나 자신을 보살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 P65
‘포퓰리스트‘라는 말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자신이 ‘국민‘을 대표하며 오로지 자신만이 그럴 능력이 있다고 외치면서 국민과 경제·정치·문화 ‘엘리트‘ 사이에 반목을 조장하는 정치인이 바로 포퓰리스트라고 말이다. 포퓰리스트들이 악당으로 묘사하는 ‘엘리트‘란 국회, 법원, 자유 언론 등 합법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제도다. 흔히 극우 포퓰리스트는 문화적 차이와 국가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포퓰리스트들은 흔히 이민자나 다른 민족이나 종교의 ‘습격‘으로 마치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는 듯이 묘사한다. 그러면서 우리를 결속시켜주는 제도와 규범을 존중하는 화합된 사회 그리고 관용과 이해와 공정성의 문화에 아주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 그들은 사회의 결속이 아닌 분열을 추구하고 자신의 목적에만 부합한다면 주저 없이 인종적·종교적· 민족적 긴장을 부추긴다. 외로운 사람들, 불안하고 남을 신뢰하며 어딘가 소속되길 갈망하지만 항상 ‘뱀을 보는‘ 이들은 포퓰리스트에게 이상적인(그리고 가장 취약한) 목표물이다. - P67
전후 뉘른베르크 재판에 제시된 증거문건을 통해 나치가 인종 말살을 위해 동원한 끔찍한 수법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아렌트는 알고 싶었다. 무엇이 평범한 사람을 집단 대학살에 가담하도록, 아니면 최소한 이를 용인하도록 만들었을까? 아렌트는 "나치즘의 핵심 구성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추적해 근원적인 정치적 문제들을 발견하고자 했다. 1951년 아렌트는 이 주제에 대해 시대의 상징이 된 논쟁적 저작 『전체주의의 기원」을 발표했다. 이 책은 반시오니즘의 대두, 선전(프로파간다)의 역할, 인종주의와 관료주의가 결합한 제국주의 등 광범위한 주제를 아우른다. 그런데 아렌트는 이 책 후반부에서 놀랍게도 외로움이라는요소에 주목한다. 아렌트가 보기에 전체주의는 ‘외로움을 기반으로삼는다. [•••] 이것은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절망적인 경험에 속한다." 나치즘을 추종한 사람들의 "주요 특성은 [•••] 야만과 퇴보가아닌 고립과 정상적 사회관계의 결여 "임을 발견한 아렌트는 "사회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개인적 자아를 투항함으로써 목적의식과 자긍심을 되찾으려 한다"고 주장한다. 외로움 또는 "세상에 전혀 속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경험"이 "전체주의정부의 본질이며 이것이 ‘전체주의의 집행인과 희생자를 준비하는것이라고 아렌트는 쓴다. 아렌트가 말하는 외로움은 내가 내린 외로움의 정의와 공명한다. 주변화되고 무력해진 느낌, 고립되고 배제되고 자기 자리와 지원을 빼앗긴 느낌. 이러한 차원의 외로움이, 여기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날로 확대되고 있는 위험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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