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 여기에는 개인적이거나 개별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파급효과가 있다. 다른 생쥐가 ‘거슬려서‘ 공격적으로 행동한 우리 안의 외로운 생쥐를 다시 떠올려보자. 우리가 이웃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환경이 얼마나 적대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 생각해보자. 비접촉 시대의 위험성은 우리가 서로에 관해 잘 알지 못하게 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이 좀처럼 들지 않게 되고, 서로의 필요와 욕구에 무관심해진다는 점에 있다. 집에서 혼자 딜리버루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비접촉 생활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 편익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바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불가피성, 이 세 가지의 함수관계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이미 분리와 원자화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었다. - P127
이 벤치가 앉기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로 그것이 이 벤치의 오롯한 목적이다. 거기서 노숙자가 쉬어가기 힘들게만들면, 거기서 스케이트보드 묘기를 펼치기 힘들게 만들면, 청년 무리가 거기서 무릎이나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내기 힘들게만들면 사람들은 모여 쉴 만한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캠든 벤치는 이례적인 물건이 아니다. 우리의 도시는 갈수록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몰아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적대적 건축물‘이다. 배제에 초점을 둔 도시 설계, 공동체를 해치면서까지 누가 환영받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우리에게 말해주는 도시 설계. - P128
함께 노는 것이 금지된 아이들을 보는 것은 특히 충격적이다. 사실 과거나 현대나 이것은 매우 불편한 이미지들을 불러일으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부터 미국과 멕시코 국경선을 가운데 두고 설치된 시소를 타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35 문제는 이런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단속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자꾸 분리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리라는 것이다. 사립학교, 사립대학, 사유지, 전용 리무진, 놀이공원의 ‘프리패스‘, 식당과 호텔의 특별 고객 전용 구역, 비행기 일등석, 클럽의 VIP 구역의식지 않는 인기를 생각해보라. 흔히 부유층은 스스로를 대중에게서 분리하기 위해 할증료를 지불하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이제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이러한 배제조치가 용인되지 않을까? 도덕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봤듯이 배제된 느낌은 우리 모두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확인했듯이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를 때 혐오와 공포를 키울 가능성이 더 크다. 반이민자 정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곳은 이민자가 가장 적은 지역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들지역 사람들은 이민자와 직접 마주치거나 교류하거나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더 적다. 다양한 소득 집단·배경 · 민족 출신의 아이들이 자기동네에서조차 어울릴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해체와 사회 분열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 P135
사람들이 결속감을 느끼려면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공장소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곳에서 다름을 초월한 관계는 물론, 모든 관계가 태동하고 발전하고 단단해질 수 있다. 인종, 민족,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교류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 우리가 공유하는 기반이 없다면 우리는 공통의 기반을 발견할 수 없다. 이 점은 특히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밀려들 새로운 경제적 어려움의 파고를 생각하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이러한 공간에 대한 공공 지출을 줄이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그 어느때보다 뚜렷해진 사회적 분열을 이제라도 바로잡으려면 이런 일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2008년 경기 침체 이래 생명력을 잃어버린 공공장소에 다시 자금을 투여해 예전의 활기를 되살리는 일은 이제 더는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기존의 공공장소에 다시 자금을 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새로운 건설사업에서 포용의 원칙을 중심에 둘 것을 약속해야 한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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