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토미 말이 옳아 정말 너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확신했다면 적어도 요구 정도는 해 봤어야지. 마담에게 가서 그렇게 해 달라고 요구했어야 해." 그 말, 마담에 대한 언급을 하자마자 나는 내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루스는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 같은 것이 지나갔다. 영화에서 보면상대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동안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실수로 싸움이 일어나 총이 상대에게 넘어간다. 그러면 조금 전에 자기를 위협하던 사람을 바라보는 그사람의 눈빛에는 온갖 종류의 복수가 가능해진 지금의 행운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루스의 눈길이 바로 그러했다. 집행 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일단 마담을 언급했으므로 이제 우리의 대화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터였다. - P394
루스가 두 번째 기증을 한 지 사흘 후에 드디어 오전 한두 시간 동안 그녀를 만나 봐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루•스는 병실에 혼자 있었는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 취해진 것 같았다. 의사와 담당자와 간호사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들은 루스가 고비를 넘길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을 받으며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다른 기증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그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자기 내부로 돌리고 싶은듯했다. 그럼으로써 자기 몸속에 별도로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영역을 더 잘 살펴보고 정돈하려는 것이다. 마치 사려깊은 간병사가 전국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서너 명의 병약한 기증자들을 바삐 왔다 갔다 하며 돌보는 것처럼. 엄밀하게 말해서 그녀는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상태였지만 철제침대 옆에 서 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의자를 끌어와 그 옆에 앉은 다음 두 손으로 루스의 한 손을 쥐고, 그녀가 고통의 파도에 휩쓸려 손을 비틀어 빼내려 할 때마다 잡은 손에 힘을 주곤 했다. - P402
나는 허락되는 한 오랫동안, 그러니까 서너 시간 이상을그녀 곁에 머물렀다. 앞서 말한 대로 그동안 그녀는 거의 대부분 자기 자신 속에 침잠해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차례 그녀는 부자연스럽게 무서울 정도로 강하게 몸을 뒤틀었다. 내가 진통제를 더 달라고 간호사를 부르려는 순간, 그녀는몇 초에 걸쳐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이 분명했다. 죽어 가는 기증자들이 무시무시한 싸움중에 이르곤 하는 그 작은 명징의 섬에 도달한 듯했다. 그 순간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시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으므로, 이렇게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할게, 루스. 최대한 빨리 토미의 간병사가 될게‘ 나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고함을 친다 해도 어쨌든 그녀로서는 듣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우리의 시선이 서로 얽힌 그 순간 내가 그녀의 시선을 읽은 것처럼 그녀도 나의 표정을 읽기를 바랐다. 이윽고 그 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다시 정신을 놓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내 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리고이제 생각해 보면 그녀는 그런 말을 듣기 전에 이미 내가 토미의 간병사가 되리라는 것, 그날 차 안에서 자기가 말한 것을 토미와 내가 ‘시도‘하리라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던 것같다. - P403
그녀는 순간 우리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는 이윽고 깊게숨을 들이쉬었다. "헤일셤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다시는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게 못을 박았지. 하지만 학생들이 우리 손을 벗어난 후에 하는 얘기는 어쩌겠니. 결국나는, 마리클로드 역시 그럴 거다. 안 그런가, 친구? 그 얘기가 일반적인 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 그러니까 내말은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얘기가 줄곧 생겨났다는 거야. 근원을 찾아 봉쇄해도 다른 곳에서 또다시 생겨난다면 막을 수 없는 거지. 그런 결론에 이른 나는 더 이상 걱정하지않기로 했다. 마리클로드는 그런 걱정 같은 건 한 적이 없어. 만약 학생들이 그 정도로 어리석다면 그런 얘기를 믿게놔두자는 게 저 친구의 입장이었지. 오, 이런, 그렇게 인상쓰지 마, 그게 애초에 당신 입장이었잖아. 세월이 흐른 다음에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그 일을 보게 되었어. 그러니까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 결국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두 커플은 실망했겠지만 나머지 커플들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야. 그들에게 그것은 그저 하나의 꿈, 하나의 환상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게 무슨 해가 되겠니? - P439
나는 너희 모두를대신해 걱정하고 자문했어. 내가 아는 한 너희 중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도 의혹 같은 것은 떠오르지 않았어. 하지만 애들아, 너희는 그런 의문을 품었구나. 가장 단순하게 대답하마. 그러면 나머지 모든 것도 설명될 거야. 어째서 우리가 너희의 작품을 걷어 갔느냐고? 왜 그렇게 했느냐고? 토미, 조금 전에 넌 아주 흥미로운 언급을 했어. 마리클로드와 이런얘기를 하면서 너는 작품이 사람을 드러낸다고 했지. 사람의 내면을 말이야. 네가 말한 게 바로 그거지? 그렇다면 그문제를 제대로 짚은 셈이다. 우리가 너희 작품을 걷어 온건거기에 너희의 영혼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좀더 세련되게 말하자면 그걸로 너희한테도 영혼이라는 게 있음이 증명되기 때문이었다." - P443
적어도 우린 너희를 위해 그런 많은 일을 했단다. 하지만 ‘집행 연기‘에 대한 그런 꿈을 허용하는 건 아무리 우리라도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었어. 유감이구나. 지금 내 말이너희에게 그리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안다. 너희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나는, 너희의 안전을 보장해 준 데 대해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면 한다. 이제 너희 둘을 좀 보렴! 너희는 멋진 추억이 있고 교육을 받았고 교양이 있어. 그 이상의 것을 해 주지 못하는 건유감이다. 하지만 한때 사태가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너희도 알아야 해. 마리클로드와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무렵 헤일셤 같은 곳은 아예 존재하질 않았단다. 글렌모건 하우스와우리가 처음이었지. 이어 몇 년 후 손더스 트러스트가 나왔어. 우리는 주류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영향력 있는 운동을전개하면서 기존의 장기 기증 진행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했단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간적이고 교양 있는 환경에서 사육된다면 ‘학생‘들 역시 일반인들처럼 지각 있고 지성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세상에 증명했어. 헤일셤 이전의 클론들은, 물론 우리는 너희를 ‘학생‘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지만 말이다. 그저 의학 재료를 공급하기 위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지. 전후 초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희를 그런 존재로 생각했어. - P445
그 무렵이 되자 그들은 너희가 어떻게 사육되는지, 너희 같은 존재가 꼭 있었어야 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렵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어. 그 과정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단다. 장기 교체로 암을 치유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어떻게 그 치료를 포기하고 희망 없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니? 후퇴라는 건 있을 수 없었지. 사람들은 너희 존재를 거북하게 여겼지만, 그들의 더 큰 관심은 자기 자녀나 배우자, 부모 또는 친구를 암이나 심장병이나 운동신경질환에서 구하는 거였단다. 그래서 너희는 아주 오랫동안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지.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되도록 너희 존재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단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너희가 우리와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들이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지. - P448
그가 하려던 건 좀 더 강화된 특질을 가진아이를 얻는 거였어. 지성이나 운동 능력 같은 면에서 우수한 아이 말이야. 물론 이제까지도 그 비슷한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모닝데일이란 사람은 이런 연구를 이전의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밀어붙였지. 그러다가 법의 범위를 넘어서고 말았어. 그런 사실이 적발되자 그의 연구는 끝장나고 말았단다. 물론 그건 우리의 경우와는 상관이 없지. 조금 전에 말한 대로 그건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단다. 하지만 그게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냈지. 그 사건은 사람들에게 줄곧 가지고 있던 공포를 환기시켰다. 너희 같은 학생들을 만들어 내는 장기 기증 진행 계획에 대한 공포 말이다. 혹시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후손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들이 우리 일반인보다 우수하다는 게 증명된다면? 오, 안 돼. 그 생각은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어. 그들은 뒷걸음쳤지. - P449
"고맙다는 말을 들을 거라고 기대하지 마." 우리 뒤에서마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저들이 우리에게 감사같은 걸 하겠어? 저들은 뭔가를 더 얻기 위해 여기에 왔어. 그 세월 동안 우리가 저들을 대신해서 한 모든 싸움, 저들에게 준 것에 대해 뭘 알겠어? 저들은 그걸 신에게서 받은라고 여기고 있어. 여기에 오기 전까지 저들은 아무것도 몰랐잖아. 이제 저들이 느끼는 건 실망감뿐이야. 우리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데도 그 이상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 P452
"왜냐고? 그녀의 의도가 좋았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너희는 그녀를 좋아했나 보구나. 그녀에겐 훌륭한 선생님이 될자질이 있었지. 하지만 그녀가 하려던 건 너무 ‘이론적‘이었어. 여러 해에 걸쳐 헤일셤을 운영해 온 우리는 무엇이 효과적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헤일셤을 떠난 이후까지 학생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었단다. 루시 웨인라이트는 이상주의자였고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실질적으로 일을 통제할 능력이 없었단다. 현재의 너희에게서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어떤 걸 우리가 줄 수 있었던 건원칙적으로 너희를 ‘보호‘했기 때문이야. 우리가 그러지 않았다면 헤일셤은 존재 가치가 없었을 거다. 좋아, 그러기 위해서는 때때로 너희에게 사태를 숨기고 거짓말을 해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린 너희를 ‘바보‘로 만들었지.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겠구나. 하지만 우리는그 세월 동안 너희를 보호했고 너희에게 유년을 주었어. 루시의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입장을 고수했다면 헤일셤에서 너희 행복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을 거야. 이제 너희를 좀 보렴! 나는 너희 둘이 무척 자랑스럽다. 너희는 우리가 준 것에 기초해서 스스로 삶을 세웠어. 우리가 너희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지 못했을 거다. 너희는 수업에 몰두하지 못했을 거고, 그림과 글쓰기에도 몰입할 수 없었겠지. 각자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니? 그랬다면 너회는 그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을 테고, 우리가 어떻게 너희를 설득할 수 있었겠니? 그래서 그녀는 떠나야 했단다." - P456
"조금 전 당신은 상대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고 하시지만그날 당신은 제 생각을 읽으셨어요. 저를 보고 눈물을 흘리신 건 아마 그래서였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노래의 가사가실제로 어떻든 간에 춤을 추면서 저는 제 식대로 해석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그게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선고를받은 어떤 여자 이야기라고 상상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에게 아이가 생겼고 그래서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그 여자는 혹시 뭔가가 자신들을 떼어 놓을까 봐 두려워서 아기를 가슴에 꼭 껴안고는,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 하고 노래했던 거예요. 진짜 가사의 내용과는 달랐지만 당시에 저는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제 마음을 읽으셨기 때문에 그 장면이 그렇게 슬프게 여겨지셨을 거예요. 당시에는 그렇게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돌이켜 보니 좀 슬프네요." 마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옆에서 토미가 몸을 움직이는 것, 그의 옷의 감촉, 그의 행동 같은 것들에 신경을쓰고 있었다. 이윽고 마담이 말했다. "정말 흥미로운 관찰이구나. 하지만 나는 지금만큼이나그때도 남의 마음을 읽는 데는 소질이 없었어. 내가 흐느꼈던 건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어. 그날 춤을 추는 너에게서 내가본건 좀 다른 거였다. 나는 빠르게 다가오는 신세계를 보았지. 과거의 질병에 대한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그래, 더 많은 치료법을 말이야. 맞아, 거칠고 잔인한 세상이지. 나는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과거의 세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자기도 잘 알고 있는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걸 보았어. 그걸 가슴에 안고 그 애는 결코 자기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지. 나는 그 장면을 바로 그렇게 본 거란다. 그건 실제 네 생각이나 행동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그렇게 해석했고그것에 감동했다. 그리고 그걸 결코 잊을 수 없었지." - P462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캐시. 너는 정말이지 좋은 간병사야. 만약 네가 나한테 이런 존재가 아니었다면, 나한테도 완벽했을 거야." 그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내 몸에 팔을 둘렀다. 우리는 나란히 앉은 채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서로 헤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 P482
방대한 경작지가 펼쳐진 곳이었다. 두 겹의 철망 울타리때문에 밭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수킬로미터에 걸쳐 바람을 막아 주는 것이라고는 그 울타리와 내 앞에 있는 서너 그루의 나무들뿐이었다. 그 철망 울타리에, 특히 낮은 쪽 철망에 각종 쓰레기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해변에 잡동사니가밀려와 있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바람에 실려 수십 미터를날아와 그 나무들에, 두 겹의 철망에 이른 것이 분명했다. 나뭇가지에도 깨진 플라스틱 판과 낡은 가방 조각들이 걸려있었다. 바로 그 순간 거기에 서서 그 기묘한 잡동사니들을바라보며, 텅 빈 들판에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환상에 가까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요컨대 그곳은 노퍽이었고 토미를 잃은 지 겨우 두어 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 잡동사니들, 나뭇가지에걸린 플라스틱 조각, 해안선 같은 철망을 따라 걸려 있는 기묘한 물건들이 떠돌고 있었다. 나는 반쯤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어린 시절 이후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고, 이 앞에 이렇게 서서 가만히 기다리면 들판을 지나 저멀리 지평선에서 하나의 얼굴이 조그맣게 떠올라 점점 커져서 이윽고 그것이 토미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리라고, 이윽고 토미가 손을 흔들고, 어쩌면 나를 소리쳐 부를지도 모른다고. 이 환상은 그 이상으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 이상 진전시킬 수가 없었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나는 흐느끼지도, 자제력을 잃지도 않았다.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로 돌아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뿐이다. - P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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