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러분, 악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발톱을 물어뜯으면서 연구한다는 말은 나를 웃게 만들어 선의 원인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왜 그 반대쪽만 말하냐고. 만일 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자기들이 원해서 그런 거니까 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야. 난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한 개인으로서 너 또는 내가 책임지는것이고, 이때 자아란 하나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 거야. 그러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지.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 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 거야. 형제여러분, 이게 바로 우리의 현대사, 바로 작지만 용감한 영혼들이 커다란 기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이지 뭐야? 난 이 말을 심각하게 하고 있다고, 여러분. 난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일을 하는 거야. - P84
그래서 나는무시무시한 짭새 차 소리를 들으면서 현관으로 서둘러 가서 겹겹으로 된 자물쇠와 쇠줄과 다른 보호 장치를 푸느라고 낑낑댔지. 문을 열자 현관 앞에는 바로 딤 놈이 있었고, 내 동무라는 다른 두 놈들은 서둘러 도망치고 있더군. "뛰어, 짭새 놈들이 오고 있어." 내가 딤한테 외쳤어. "너는 남아서 그놈들을 만나야지." 나는 딤이 그 말을 하면서 체인을 꺼내 드는 것을 보았지. 놈이 그걸 쳐들자 뱀처럼 쉭 소리가 났어. 놈은 내 눈퉁이 부근을 예술적으로 우아하게 맞혔는데, 난 용케 제때에 눈을 감을 수 있었어. 내가 엄청난 고통 속에서 울부짖으며눈을 뜨려고 버둥거렸을 때 딤이 말했지. "난 네가 했던 일들이 싫었어, 동무. 그렇게 나한테 덤벼든 것은 잘못한 거야, 이자식아." 그리고 놈이 커다란 부츠로 땅을 울리며 어두운 놈들 속으로 하하 웃으며 사라지는 소리가 들렸어. 그 후 단 7초만에 무슨 미친 동물이 킁킁대듯이 더럽게도 큰 소리를 내면서 짭새 차가 멈추는 소리도 들었지. 나 또한 울부짖으면서 비칠대다가 현관 벽에 머리를 꽝 하고 부딪혔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정말 고통스러웠어. 짭새들이 도착했을 때 나는 복도에서 그렇게 더듬대고 있었던 거야. 물론 놈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들을 수 있었고 그 자식들의 냄새를진짜 가까이서 맡을 수가 있었어. 곧 그 자식들이 나를 거칠게 밖으로 끌고 가면서 팔을 뒤로 꺾는 것을 느꼈지. - P113
난 그 구린내나는 침대 위에 누워 매우 지치고 피곤하고 상처받은 채로 잠을 잤어. 그러나 그건 잠이 아니라 기절하듯이 더 나은 다른 세상으로 가 버리는 것이었지. 나는 이 더 나은 세상에서 온갖 꽃과 나무가 자라는 커다란 벌판 위에 서 있었는데, 거기에는 피리를 부는 사람 낯짝을 한 염소도 있더군. 그리고 루트비히 판이 폭풍 같은 낯짝에 크라바트를 맨 채 거친 바람 같은 소리를 내면서 태양처럼 솟아올랐어. 그때 난 9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들었는데 가사들이 좀 뒤죽박죽이었지. 가사들 스스로 그래야 하는 것을 아는 듯이 섞여 있었는데, 꿈이라서 그랬을 거야.
"소년이여, 천상의 떠오르는 상어여, 천국의 살해자여. 불타는 마음으로, 고양되고 황홀에 빠져, 우리는 너의 주둥이를 때리고 너의 구린내 나는 엉덩이를 차 버리리라." - P123
"그래, 뭔데?" 내가 웃으면서 말했지. ‘죽도록 때리고 침 뱉고 또 몇 시간이나 계속해서 지은 죄를 고백하게 만들고는 미친놈들과 냄새나는 변태들이 우글대는 더러운 감방 속에 집어넣은 것이 성에 차지 않았나 보지? 뭐 새로운 고문이라도 찾았냐. 이 자식아?" "그 일이 네 양심을 고문하게 될 거야. 그 일이 네놈을 고문해서 미치게 해 달라고 신께 기도하마." 놈이 심각하게 말했지. 그때 놈이 말하기도 전에 난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았어. 그 고양이를 가진 할멈이 시내 병원에서 더 나은 세상으로 가버린 거야. 아마 좀 너무 세게 팼나 봐. 그래, 그게 끝이었지. 우유를 달라고 야옹거리지만 아무것도 얻어먹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생각했어. 적어도 그 흉물스러운 주인으로부터는 말이야. 그게 끝이었어. 난 일을 저지른 거야. 아직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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