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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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의 다섯 번째 소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스웨덴에 사는 미술품 거래상 빅토르는 인간의 선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교활한 작자다. 그는 출세를 위해 반치매상태의 재벌노인을 구워삶아 그의 딸 옌위와 결혼하고, 장인이 죽자 아내의 재산을 전부 빼앗고 이혼한다. 그리고 자신과 매춘부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 케빈을 죽이기 위해 케냐 사바나 한복판에 데리고 가서 버린다. 모든 일은 빅토르의 바람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 케빈은 사바나에서 자신을 구해준 치유사 올레의 양아들로 지내다가 할례를 피하기 위해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예전 자신이 살던 집에서 우연히 빅토르의 전 아내 옌뉘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ceo인 후고와 합세하여 치밀한 복수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시간당 1천2백 크로나!

만일 우리가 고객의 명예 보호를 위해 입을 다물 필요가 없다면,

전 세계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이 우리의 퀄리티를 보증해 드릴 것입니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p126

누구나 마음속에 분노를 부르는 상대 하나쯤은 갖고 살지만, 막상 복수를 결심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누가 나대신 복수를 해준다면? 그것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에게는 전혀 피해가 오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준다면? 소설 속, 잘나가는 광고맨인 후고는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 복수대행업을 시작한다. 그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어 교묘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복수를 진행해나간다. 하지만 복수라는 게 동기가 정의롭지 못해서인건지 순조롭게만 풀리지는 않는다. 후고의 복수대행업은 예상치 못한 상황, 즉 복수대상자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문을 닫게 된다. 역시 복수는 달달할 수만은 없는 것일까? 분노와 억울함은 복수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는데 살짝 아쉽다. 책으로라도 실컷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대신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나만 힘들게 할 뿐이니 애초에 복수 할 생각을 말고, 그 에너지를 더 희망적이고 건설적인 일에 쓰는 게 낫다는 '선한 가르침'과 복수심을 털어버리면서 얻는 '시원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엿 같은 짓을 시작한 자에게는 같은 양의 엿을 먹여야 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마저도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눈에는 눈들, 이에는 이들이었다.

인간은 끔찍하게 형편없는 동물이었고, 여기에는 많은 이들이 해당되었다.

후고도 자신이 예외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p156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복수'와 '그림'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균형감있게 조율하여 지루할 틈 없이 유쾌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복수담을 풀어놓는다.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남 얘기하듯 능청스러운 어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발한 전개로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스웨덴과 케냐 사바나에서 벌어지는 상상 초월한 스토리로 황당무계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무료한 일상에 뭔가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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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당신의 문해력 (워크북 포함 한정판) -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워주는 힘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기획, 김윤정 글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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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해력이 주목받고 있다. 문해력은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영상의 시대'에 무슨 문해력이냐 하겠지만, 사람들이 동영상 위주의 콘텐츠를 자주 접하고 sns나 메신저를 통해 짧은 문장 위주로 소통을 하면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문해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한글을 깨치면 글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따라오는 줄 알고 있지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읽지 않으면 퇴화한다. 때문에 지금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를 몰라 참고서 해설을 먼저 봐야하고, 성인들은 조금만 어려운 책을 읽어도 이해하지를 못한다.

작년 포털 사이트에 '사흘'이라는 단어가 실검 1위에 올랐다.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이라 3일간의 휴일이 결정돼, 각 언론사에서는 이를 '사흘 연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쓰나"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사흘'을 몰라 4일로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코로나19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자 어떤 사람은 5인부터 안된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6인부터 안된다고 해석했다. 수량을 기준으로 제시할 경우 그 수량을 범위에 포함할 때는 '이상', 그 수량보다 큰 범위를 가리킬 때는 '초과'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우리나라의 문해력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배우기 쉬운 한글을 사용하고 문맹률도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지만 현실은 '문해력' 부족이 꽤 심각한 상황이다.

1장. 지금 왜 문해력에 주목해야 하는가 p019 - 020

<EBS 당신의 문해력>에는 문해력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충실히 옮기면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도 덧붙였다. 책은 문해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유아부터 초등, 10대까지 문제 유형별로, 나이대별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여 문해력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만 4세 아이들에게는 '소리내어 읽어주기'와 말놀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읽기 따라잡기' 개별화 수업, 중학교 아이들은 '어휘력 향상' 프로젝트, 책맹들은 '책맹탈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신의 문해력 현주소를 깨달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자신감과 희망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문해력은 경쟁력이자 권력이다

먼저, 문해력이 중요한 이유부터 알아보자.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면서 정보를 읽고 해석해서 활용하는 능력, 즉 문해력은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는 문해력을 제때에 키우지 못하면 학습부진을 겪게되고 대학 진학에도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업무처리, 기술 습득 등 경쟁에서 뒤처져 낙오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삶의 전반에서도 문해력은 가장 기본이 되면서 핵심 능력이다. 의학정보, 처방전, 금융 정보, 미디어 정보 등을 읽어내지 못하면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나 더, 미래 사회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들을 요구하는데 문해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기에 문해력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문해력이 핵심 경쟁력이자 권력이 되는 것이다!

문해력은 노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해력을 높일 수 있을까? 책은 가장 좋은 방법으로 독서를 꼽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를 힘들어한다. 저자에 따르면 능숙한 독서가는 초보독서가보다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머리가 잘 돌아가게, '잘 읽는 뇌'로 변화되었다는 것. 이처럼 문해력은 타고난 능력이 아닌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이고 안쓰면 퇴화되는 능력이다. 물론 어렸을 때 제 나이에 맞게 발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언제든지 따라갈 수 있고 만회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훈련인 '읽기 연습'을 지속적으로 하여(종이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문해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영유아기 : 문해력 기초 단단하게 다지기- 부모가 매일 조금씩 소리내어 책 읽어주기, 말놀이로 단어와 친해지기

학령기(초2) : 문해력 격차를 따라잡을 골든타임 - 초3부터 본격적인 학습을 위한 읽기가 시작되므로 읽기 따라잡기

청소년기 : 어휘력이 늘면 공부가 쉬워진다 - 어휘력 향상 프로젝트로 학업성취도 높이기

디지털 키즈 : 책 읽기의 즐거움 발견하기 - 책맹 탈출 프로젝트로 긍정적인 독서 경험과 책 읽기의 즐거움 발견하기

<EBS 당신의 문해력>은 종일 스마트폰만 보거나 비대면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나면 지금의 문해력 수준에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문해력이 전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에 대한, 학습에 대한,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느끼고 싶다면 문해력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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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 괜찮은 걸까?
오강섭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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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누구나 겪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다. 다만 불안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닌데 불안을 느낀다면, 또는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더욱이 팬데믹의 장기화로 불안한 정서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불안한 마음 괜찮은 걸까?>에는 불안에 관한 모든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다. 불안이 어디에서 오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불안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나의 불안도 체크하기’ ‘강박장애 자가척도’ ‘공황발작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자신의 불안 정도를 알아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내받을 수 있다. 심리서를 자주 접하는 독자에게는 잘 아는 내용이 많겠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고, 처음 심리서를 접하거나 불안에 취약한 독자에게는 자신의 불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먼저 불안이 과도한, 불안장애를 의심하게 하는 시그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과도한 걱정(하루의 대부분을 걱정으로 보냄) 2. 수면장애 3. 만성 소화불량

4. 극심한 공포(자극 유무에 상관없이 느낄 때) 5. 완벽주의(과한 노력, 강박) 6. 자기 회의감( 걱정, 부정적)

이러한 건강하지 못한 사고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늘 걱정을 하며 지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믿고,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자신을 과소평가하기 때문) 한편, 자신이 걱정을 하기 때문에 걱정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기도 한다. 일어날 일이었는데 자신이 걱정해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걱정하는 행동이 불행에 대한 대비라고 믿는다. 이에 저자는 '걱정'과 '대비'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라 오히려 몸과 마음에 계속해서 나쁜 영향을 만들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계속된 걱정은 불안을 증폭시키고, 일상을 허비하고, 불행한 마음만 쌓는 일인 것이다.

이처럼 불안도가 높은 사람들은 같은 상황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정보의 일부만 가지고 전체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상황 전체가 주어져도 일부만 보고 확신한다. 과일반화, 개인화, 흑백논리적 사고 등으로 상황을 왜곡하여 받아들인다. 문제는 불안이 신체증상으로 나타나 더욱 예민한 상태로 만들어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는 병원을 방문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상 소견이 없다면 자신의 민감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책은 다음과 같은 노력이 걱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1. 걱정하는 사건에 대한 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 걱정은 대비가 아닌 강박적 사고임을 인지하고, 더 이상 본인과 주변인을 힘겹게 하지 말자.

2.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그 일이 실제 일어날 확률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최악의 상황만 고려하지 말고 객관적 질문들로 문제를 따져보자.

3.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과 주변인들을 신뢰한다. 그동안 비슷한 상황을 잘 이겨내 온 경험을 떠올려 자신과 주변인들을 믿어보자.

4. 걱정하는 시간을 줄이고 현실 생활에 집중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현재에 집중할 일을 찾아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고 실천하자.

5. 다른 집중할 것들을 찾아본다. 머릿속은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지 못한다. 다른 일들을 머릿속에서 처리함으로써 걱정을 줄여보자.


비록 아직 불안하지만 불안과 마주해야 불안이 줄어든다.

불안은 언제든 나타날 테지만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걱정하지 말자. 생각을 멈추고, 자신이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차리면 된다. 그리고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 실천해나가면 된다.

이제 불안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생각을 멈추고 그 감정을 읽어내자. 그리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사고의 흐름을 읽어보자! 처음엔 불안회로를 잠재우기가 어렵겠지만 꾸준히 반복하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미 충분한 지식과 성숙한 인지기능을 갖고 있을 테니까 제대로 활용만 하면 된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호전된 것이 아니기에 해묵은 불안이 느껴져도 실망하지 말고, 불안을 잠재우는 습관을 키워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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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읽는 기술 - 문학의 줄기를 잡다
박경서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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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전을 읽는 목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관과 철학을 읽고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당대와 현실에 대한 혜안을 배워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고전의 대부분은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스토리텔링이 흥미로운 작품들도 많지만 작품에 대한 지식 없이 시대적 배경과 저자의 메시지를 파악하기란 녹록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고전은 점점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간다.

여기 고전의 줄기를 잡으면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 있다. <명작을 읽는 기술>은 독자들이 고전을 깊이 읽고 체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로, 서양 예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학적,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책이다. 먼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학과 철학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 이어 르네상스, 고전주의, 낭만주의, 리얼리즘 등 문학 사조 전반을 훑어 내려가면서 서양 문학에 대한 지식체계와 안목을 길러준다. 상당히 묵직한 책이지만 주제를 어렵지 않게 소개하고 있어 고전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익숙한 고전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토마스 하디의 <테스>등등. 그간 읽어왔던 고전들은 내가 놓친 문학적 메시지를 발견함으로써 왜 고전 읽기를 제대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제목만 들어보고 읽지 못한 고전들은 왜 이 작품들이 명작인지를 이해함으로써 고전 읽기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산티아고가 낚싯바늘에 걸려든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지만 끝내 상어떼에게 빼앗긴다.' 라고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줄거리다. 하지만 저자는 이 작품의 숨겨진 의미와 재미를 발견해낸다. 먼저 <노인과 바다>는 인물 묘사가 거의 없다. 산티아고가 어떤 사람인지, 왜 어부를 하게 됐는지 설명이 없다. 뿐만 아니라 감정에 대해서도 언급도 없다. 상어와의 혈투에서 졌을 때도 어떤 심정이었는지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암담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헤밍웨이는 이처럼 수식어를 피하고 되도록 간결하게 표현하는 하드보일드 문체를 사용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드러내게 만든다.

한편, 소설 속 철학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은 청새치와의 혈투 속에서 '고통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야''난 버틸 수 없어'등의 독백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데 이는 극기주의(욕망을 억제하고 이상을 성취하려는 사상)의 절대성을 은유한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아." 소설의 결말은 주인공의 패배지만 그는 깨끗이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 이런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산문 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생략할지 모른다.

작가가 충분히 진실하게 글을 쓰고 있다면 독자들은 작가가 명확히 진술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빙산이 위엄 있게 움직이는 것은 그것의 8분의 1만이 수면 위에 떠 있기 때문이다.

3부. 문학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 p213

고전과 친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은 작품 속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짚어 내며 고전의 줄기를 찾아내고 있다. 그동안 스토리 중심으로만 가볍게 한 번 읽고 '고전'을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고전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갖게 되었다. 다만 작품에서 모든 것을 얻어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 속 배경과 인물들의 삶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들여다 볼 생각이다. 위대한 작품 속에서 너무 많은 걸 얻으려다 보면 부담감때문에 읽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 그저 즐거움의 깊이를 더해보자는 마음으로 작품 속 세상을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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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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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문학작품이자 모든 소설의 표본으로 불리우는 톨스토이의 명저 <안나 카레니나>.

이 책은 엄청난 분량의 대작을 단 한 권의 책으로 통합한 최신 개정판이다. 작품은 두 개의 핵심 테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안나의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르는 과정과 레빈의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톨스토이는 뛰어난 통찰력과 섬세하고 간결한 필체, 탁월한 심리묘사, 냉철한 현실감각등을 작품안에 잘 녹여내 '결혼생활은 무엇인가''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삶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여 독자 스스로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뭐하나 빼놓을 게 없는 완벽한 원작을 축약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책은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어 무겁고 지루할 거란 생각에 마음만 먹고 못 읽은 독자들이 읽기에 더없이 만족스러운 책이다.

행복은 욕망의 실현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인공 안나는 오빠 스테판의 외도로 이혼 위기에 처하자 중재하기위해 모스크바로 간다. 오빠의 부부는 화해를 하게 되지만, 유부녀인 안나는 기차에서 만난 젊은 백작 브론스키에게 빠지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남편 몰래 밀회를 이어간다. 얼마 못 가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게 되고, 남편도 알게 되지만, 안나는 브론스키의 아이까지 낳으면서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안나의 남편이 이혼을 원하지 않자 첫 자식을 남겨두고, 브론스키와 함께 외국에서 떠돌며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안나는 예전의 자신의 삶을 그리워하게 되고, 브론스키에 대한 집착과 실망도 커져 끝내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만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나는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유부녀가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젊은 남자와 달아났으니 그녀에게 애정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재단하는 시선이 아닌 그녀 자신이 되어보거나 '모른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인간의 모순성(우리 모두에게는 선과 악이 존재하고 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주인공 안나의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행복은 욕망의 실현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나가 조금만 깊이있게 삶에 대한 고민을 했더라면 사랑이라는 관념에만 매달리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죽음을 기억하면 매일매일이 축복이다

사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따로 있다. 고뇌하는 귀족, 레빈이다. 브론스키에게 청혼받지 못한 키티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레빈은 시골로 돌아와 지내다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티와 결혼을 하게된다. 귀족임에도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그들의 문제를 고민하며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성장해나간다.

톨스토이는 레빈을 통해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아냈는데, 특히 형 이반의 임종과정을 지켜보면서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깊이 고뇌하고 결국 그 답을 찾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성장할 것이다. 변화에 순응하고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책은 삶에 있어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 성장이 멈추는 순간 삶도 행복도 없다, 아직 오지 않은 죽음을 기억하며 변화를 수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같은 메시지를 전하여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더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결혼소설, 가족소설이지만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불행하게도 우리 삶에는 무슨일이든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성장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한 번 읽고는 이 책의 매력을 모두 발견할 수 없기에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도 꼭 도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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