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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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의 다섯 번째 소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스웨덴에 사는 미술품 거래상 빅토르는 인간의 선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교활한 작자다. 그는 출세를 위해 반치매상태의 재벌노인을 구워삶아 그의 딸 옌위와 결혼하고, 장인이 죽자 아내의 재산을 전부 빼앗고 이혼한다. 그리고 자신과 매춘부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 케빈을 죽이기 위해 케냐 사바나 한복판에 데리고 가서 버린다. 모든 일은 빅토르의 바람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 케빈은 사바나에서 자신을 구해준 치유사 올레의 양아들로 지내다가 할례를 피하기 위해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예전 자신이 살던 집에서 우연히 빅토르의 전 아내 옌뉘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ceo인 후고와 합세하여 치밀한 복수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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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p126

누구나 마음속에 분노를 부르는 상대 하나쯤은 갖고 살지만, 막상 복수를 결심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누가 나대신 복수를 해준다면? 그것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에게는 전혀 피해가 오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준다면? 소설 속, 잘나가는 광고맨인 후고는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 복수대행업을 시작한다. 그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어 교묘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복수를 진행해나간다. 하지만 복수라는 게 동기가 정의롭지 못해서인건지 순조롭게만 풀리지는 않는다. 후고의 복수대행업은 예상치 못한 상황, 즉 복수대상자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문을 닫게 된다. 역시 복수는 달달할 수만은 없는 것일까? 분노와 억울함은 복수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는데 살짝 아쉽다. 책으로라도 실컷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대신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나만 힘들게 할 뿐이니 애초에 복수 할 생각을 말고, 그 에너지를 더 희망적이고 건설적인 일에 쓰는 게 낫다는 '선한 가르침'과 복수심을 털어버리면서 얻는 '시원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엿 같은 짓을 시작한 자에게는 같은 양의 엿을 먹여야 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마저도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눈에는 눈들, 이에는 이들이었다.

인간은 끔찍하게 형편없는 동물이었고, 여기에는 많은 이들이 해당되었다.

후고도 자신이 예외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p156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복수'와 '그림'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균형감있게 조율하여 지루할 틈 없이 유쾌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복수담을 풀어놓는다. 엉뚱한 상상력의 소유자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남 얘기하듯 능청스러운 어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발한 전개로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스웨덴과 케냐 사바나에서 벌어지는 상상 초월한 스토리로 황당무계하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무료한 일상에 뭔가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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