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전을 읽는 목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시대를 초월한 가치관과 철학을 읽고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당대와 현실에 대한 혜안을 배워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고전의 대부분은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스토리텔링이 흥미로운 작품들도 많지만 작품에 대한 지식 없이 시대적 배경과 저자의 메시지를 파악하기란 녹록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고전은 점점 어렵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간다.
여기 고전의 줄기를 잡으면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 있다. <명작을 읽는 기술>은 독자들이 고전을 깊이 읽고 체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로, 서양 예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문학적,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책이다. 먼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학과 철학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 이어 르네상스, 고전주의, 낭만주의, 리얼리즘 등 문학 사조 전반을 훑어 내려가면서 서양 문학에 대한 지식체계와 안목을 길러준다. 상당히 묵직한 책이지만 주제를 어렵지 않게 소개하고 있어 고전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익숙한 고전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토마스 하디의 <테스>등등. 그간 읽어왔던 고전들은 내가 놓친 문학적 메시지를 발견함으로써 왜 고전 읽기를 제대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제목만 들어보고 읽지 못한 고전들은 왜 이 작품들이 명작인지를 이해함으로써 고전 읽기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산티아고가 낚싯바늘에 걸려든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지만 끝내 상어떼에게 빼앗긴다.' 라고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줄거리다. 하지만 저자는 이 작품의 숨겨진 의미와 재미를 발견해낸다. 먼저 <노인과 바다>는 인물 묘사가 거의 없다. 산티아고가 어떤 사람인지, 왜 어부를 하게 됐는지 설명이 없다. 뿐만 아니라 감정에 대해서도 언급도 없다. 상어와의 혈투에서 졌을 때도 어떤 심정이었는지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암담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헤밍웨이는 이처럼 수식어를 피하고 되도록 간결하게 표현하는 하드보일드 문체를 사용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드러내게 만든다.
한편, 소설 속 철학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은 청새치와의 혈투 속에서 '고통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니야''난 버틸 수 없어'등의 독백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데 이는 극기주의(욕망을 억제하고 이상을 성취하려는 사상)의 절대성을 은유한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아." 소설의 결말은 주인공의 패배지만 그는 깨끗이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 이런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