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착각 -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풀어낸 마음의 재해석
닉 채터 지음, 김문주 옮김 / 웨일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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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는 이유도, 깊이도 없다. 인간은 즉흥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질 뿐이다."

우리는 각자에게 풍부하고 심오한 내면세계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신념, 가치, 희망, 두려움 등이 우리의 선택과 판단, 행동을 지배하여 움직이게 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상식적인 관점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내면세계는 사실 우리가 매 순간 창작해 내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착각>은 마음 안에 내면세계와 그 세계가 포함하는 신념, 동기, 두려움 등은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마음안에 내면세계와 그 세계가 포험하는 신념, 동기, 두려움 등은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급진적 해석의금 급진적 해석의 인지 과학책이다. 행동과학자인 저자 닉 채터는 이 책에서 인간의 뇌는 즉흥적이면서도 순간적인 행동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창조 기관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음의 깊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표면적인 '과정'에 집중할 때,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역설한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내면세계는 없다는 것을, 2부에서는 우리 뇌가 내면세계가 아닌 과거의 생각과 경험에 대한 기억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한다.

이 책은 내면세계를 탐구해 자아성찰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놀랄만한 개념이지만 예전의 생각과 행동을 계속 각색하고 변형해서 새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답안을 제시해 '내면세계의 탐구'가 덧없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어렵지는 않으나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짚어 나가다보면 이 책이 말하는 중요한 진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신념, 욕망, 희망, 두려움은 미리 만들어진 채 기다리고 있다가

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하나씩 나타나지 않는다.

좌뇌 해석기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생각과 감정을 구성해낸다.

part1. 마음의 깊이라는 환상 p161

책에 따르면, 풍부하고 깊은 내면세계, 무의식적 생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에 '파헤칠 진실'이나 '숨은 동기'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과학이 말하는 진실은 따로 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고 재해석하여 현재를 일관성있게 창작하는 놀라운 뇌의 능력으로 '바로 그 순간' 필요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신념과 가치, 해석을 만들어 낸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내면에서 샘솟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몸의 상태를 '읽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기 위해 표정을 읽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 말은 감정의 놀라운 빈약함을 의미한다. 빠르게 뛰는 맥박을 사랑의 신호로, 절망의 위기의 신호로 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비논리적인 해석을 하기 때문에 감정은 순간적인 창작물이자 순간에 대한 단순한 해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우리의 뇌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고 멍청하다는 것을, 또한 신기할 만큼 영리하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감각적 경험은 생각보다 빈약하다. 우리는 세상을 풍성하고 상세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주 한정된 것만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말, 행동, 감정, 상상은 모두 허술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한 번에 하나만 경험할 수 있다. 뇌는 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요청한 즉시' 정보 토막들을 성공적으로 종합해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의미'나 '목표' 없이 뇌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과거에 의존하지만 현재를 일관성 있게 자기자신으로 살아간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단순히 과거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공명하여 유연하게 재구성, 재창조하여 행동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생각과 행동으로 얼마든지 우리의 미래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마음과 뇌에 관한 개념을 완전히 뒤엎어 우리 마음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진정한 자아를 탐구한다거나 일관성 없는 생각과 감정에 의미부여하는 대신, 과거라는 선례를 가지고 지금 이대로에서 시작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마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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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최선의 관계를 찾아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혜연 옮김 / 생각속의집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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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 관계에 관한 글들을 모아 만든 잠언집이다. <최선의 관계를 찾아서>라는 부제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를 꿈꾸고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사랑, 우정, 죽음, 인생에 관한 작가의 보석같은 문장들로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가 익숙한 지금 이 책을 만나서인지 처음엔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몽글몽글한 내용들이 간지럽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세상이야기 같아서..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보니 나 역시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봤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소중한 것에 마음을 집중하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어린왕자>말고는 작가의 다른 책은 읽지 못했는데, 몰랐던 좋은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벗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겪은 수많은 추억, 괴로운 시간, 어긋남, 화해, 갈등,,,,

우정은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다

우정의 비밀 p073

작가의 문장은 좋은 관계는 열정만 있다고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은 상처조차 감당하려 하지 않고 수치심에 갇혀 괴로워하며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다. 이런 태도는 타인과 자신을 괴롭히고 나아가지 못하는 삶을 살게 한다. 우리는 불편해도 두려워도 함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한 번 상처받았다고, 나랑 다른 점을 발견했다고 외면하거나 숨어서는 안된다. 상대를 자신의 기준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려는 자세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해 준다면, 상대 역시 신뢰와 사랑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종사가 꿈꾸고 있는 행복이란 일상적인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더 멀고 차원 높은 세계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우리가 여태껏 성장하면서 겪어온 자질구레한 관계나 집착은 깨끗이 단념하고,

그것들을 담담한 마음으로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차원 높은 세상으로 p129

조종사가 바라는 세상과 내가 꿈꾸는 세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 충실하지 만은 않은 삶, 남들처럼 살아가려고 바둥거리지 않는 삶을 희망한다. 기쁜 일이 있으면 마음껏 기뻐하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별 수 없지’ 하고 담담하게 해내며 먼 훗날의 행복을 찾느라 지금 여기에 있는 만족감을 놓치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사소한 문제로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나약한 나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두려움이 더 커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순간순간 해석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겠다고, 진실을 담담하게 그저 지켜보겠다고 분명하게 마음먹고 살아가야 순간이 전부인 삶을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문장은 역시나 순수하고 따뜻하다. 또한 오랜 관조와 사색에서 나온 지혜와 깨달음은 깊은 울림을 준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잔잔하게 머무르고 싶을 때 찾아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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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 - 암, 당뇨병, 골격계 질환,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When Way’ 식단법
마이클 로이젠.마이클 크러페인.테드 스파이커 지음, 공지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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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먹는가가 '무엇'을 먹는가만큼이나 중요하다


베스트셀러<내 몸 사용 설명서>의 저자 마이클 로이젠과 예방의학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한 <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는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기반에 두고 다양한 상황에서 언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식단 가이드북이다. 책은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만 집중하고, '언제' 먹느냐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언제'가 중요한 이유는 생체리듬 때문이다. 우리 몸의 생체리듬은 몸이 최적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열쇠이기 때문에 생체리듬과 식습관을 맞추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우리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도록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몸에 맞지 않는 시간에 음식을 먹을 경우에는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다. 생체시계가 흐트러지면 내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인 마이크로바이옴의 밸런스가 무너져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등 여러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언제' 먹는가가 '무엇'을 먹는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먹자

오전에 많이 먹고 오후에는 양을 줄이자.

매일 일정하게 먹고 메뉴를 자동화하자

음식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자

<내 몸은 '언제'먹는가로 결정된다>에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음식과 몸에 리듬을 맞추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다양한 상황(30개 이상의 시나리오)에서 언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웬웨이WhenWay 31실천플랜으로 새로운 방식의 식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웬웨이방식은 과일과 채소와 같은 정제되지 않은 식품, 통곡물, 건강한 지방,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인데 핵심은 먹는 음식과 시간을 바꿔서 몸이 음식을 처리하는 방식을 최적화하자는 데 있다. 중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을 몇 가지만 추려보면, 가공식품과 단순당을 피해야 하고, 섬유질 식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혈당을 올리지 않도록 차갑게 식힌 감자와 고구마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 필요 열량의 대부분을 오후 2시 이전에 섭취하고, 해가 떠 있는 12시간 구간 내에서만 음식물을 섭취한다...등이 있다. 여기에 특정 상황에 맞게 식단을 조정하며 먹어야 하는데 책에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아플 때, 염증을 완화시키고 싶을 때, 변비, 설사일 때, 폐경기일 때 등의 각종 상황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영양소와 칼로리'에만 집중하고 '먹는 시간'은 소홀히 대했다면 다양한 사례 속 공통점을 찾아 자신에게 적용해 보길 권한다.

식욕은 내 잘못이 아니다.

식욕에 굴복하는 게 본능임을 이해하고 의지력보다는 전략을 믿어라.

책을 통해 '언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음식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자제력은 단기적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음식을 먹는 일에 의지력을 사용하려는 생각은 부적절하다. 식욕을 생각으로 억누르려고 하면 오히려 더 커지기만 할 테니까. 이 책의 저자 역시 음식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위한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 눈에 보이는 곳에 유혹할만한 간식들을 치우고 웬웨이 간식(견과류, 다크초콜릿)을 챙겨둔다. 2. 곤란한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해두자.(예 : 가공식품을 찾게 될 일을 만들지 않도록 미리 메뉴손질을 해두자) 3. 배고픔보다는 만족감에 초점을 맞춰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고 생각하며 식사하자 등등.

물론 이런 방법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식단을 조절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러니 먹고 싶을 땐 먹고, 언제든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갖자.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건강한 식사 경험들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건강하지 않은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과정이 좀 더 쉬워질 거라 믿는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멋진 선택을 통해 최적의 몸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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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치심에게 -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최경은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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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무시당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불안한 마음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내면의 심판관은 우리에게 이렇게 외친다. "넌 틀렸어!" 하지만 우리는 이걸 어렸을 때의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 대신 또다시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의 수치심에게 > p064-065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치심'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수치심을 느꼈어도 아닌 척 행동하려고 애쓴다. 수치심을 들키면 자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질 것만 같아서, 상대에게 버림받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우리는 수치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수치심인지조차 모르고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센서티브>의 작가 일자 샌드는 이 책에서 수치심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평균 이상으로 심각한 수치심을 느끼는지, 어떻게 수치심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수치심을 마주하고 더욱 깊이 이해하여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치심이 들면 얼른 피하거나 잊고 싶어 하지만 내적 자유를 얻고 싶다면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수치스러워하는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죄책감은 자신이 저지른 일 또는 생각 때문에 생기고,

수치심은 자기한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에서 유발한다.

수치심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어 놀라고 겁먹게 되는 것이다.

죄책감과 달리, 수치심은 사과를 하거나 보상을 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수치심에게> p035

수치심은 누군가에게 내적 지지를 못 받았거나 스스로도 어색한 부분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느껴지는 감정이다. 특히 사회적 센서가 과도하게 예민할 경우 매우 사소한 일에도 극심한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워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수치스러워할 일이 아닌데도 일단 내면 깊숙이 자리 잡으면 단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털어 버릴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누구도 타인에게 완전하고 완벽하게 이해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 걱정도 문제도 없는 인생은 불가능하다.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용기 있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고 때로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나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나의 수치심에게> p109

책은 수치심 극복을 위한 다양한 치유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공감되는 내용은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억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예전에 조화롭지 못한 상호작용을 경험했기에 상처받은 것뿐, 지금 느끼는 감정은 오해일 뿐이며 객관적으로, 시간을 두고 이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아주 사소한 일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지금의 상황은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충분히 끄덕여지는 내용이지만 막상 수치심으로 어쩔 줄 몰라 할 때는 쉽게 설득될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읽고 말끔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수치심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니까. 하지만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과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인정하면 생각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엔 더 나아질 거야" 하면서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넘어가 주는 아량을 조금 베푼다면,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취약함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위안한다면 조금은 수치심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수치심에게>를 읽고 과거의 나와 마주하게 되어 조금은 힘들었지만 나의 숨겨진 수치심을 발견할 수 있었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겠다는 다짐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힘들때 자꾸 숨고 싶거나 항상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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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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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힘은 의식 있는 마음 안에 존재한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마음에 의식이 있기 때문이며, 우리에게 의식이 있는 것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느끼고 아는 존재> p131

'느낌'과 '앎'에 대한 대가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새로운 통찰 <느끼고 아는 존재>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이 책에서 그의 의식이론을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의식이 무엇인지, 의식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등에 대하여 세 가지 키워드 존재(being), 느낌(feeling), 앎(knowing)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다마지오 이론의 핵심은 항상성(생명을 유지시키는 생물의 능력)에 있다. 그에 따르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의식의 출현으로 인간만이 그 확장된 항상성인 느낌과 의식의 작용으로 통합된 정보를 즉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존재에서 느낌으로 느낌에서 앎으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알았다는 상태가 바로 의식이고, '의식은 지식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는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써냈다고 밝히고 있지만 솔직히 동의하기가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 의식을 설명한다는 게 간단치만은 않겠지만 상당히 집중해서 읽었는데도 개념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정서, 감정, 느낌, 정동 등의 용어 구분도 만만치가 않고, 문장자체도 난해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관심있는 주제라 포기하지 않고 숙독하니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압축해서 정리해본다.

존재 (항상성 목적으로 신경계 등장) -> 느낌 (뇌와 몸의 상호작용으로 지식 제공) 의식 (지능, 창의성으로 항상성 강화 )

존재 (being)

태초에 생명체들은 감각만 있었고 신경계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신경계는 생명체가 복잡해지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출현했다. 마음과 같은 복잡한 기능이 만들어진 이유도 생명체가 항상성(생존 능력) 조절과 생명 유지를 더 확실하게 해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존재는 느낌보다 먼저 출현했다.(생명체가 느낌을 가지려면 다세포생물이어야 하고, 조직 시스템이 어느 정도 분화되어야 한다)

느낌(feeling)

존재가 수십억 년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느낌 덕분이다. 느낌은 몸 안에서 생명에 대한 지식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불쾌한 느낌은 생명을 위협하고 방해하는 상황을, 즐거운 느낌은 생명이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황을 나타내어 우리가 현재 상황에 가장 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한다. 그리고 느낌은 조정이 가능하고 정서 상태가 동반된다. 이는 항상성의 위기를 강력한 정서 형태로 표현하여 상황을 반전시키도록 경고하기 위해서다.

<knowing)

의식은 뇌에서만이 아니라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이며, 항상성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의식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즐거움에서부터 고통에 이르기까지의 마음속 경험(느낌, 관점)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인간에게 마음의 소유주임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생명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게 한다. 이런 기능 덕분에 지능과 창의성이 높아져 인간은 진화를 거듭했지만, 내가 마음의 소유주라고 믿게 만들어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하고 결국, 죽음과 비극적으로 대면하게 만든다.

알게 되고 의식이 있으려면 우리는 사물과 과정을 우리 유기체와 연결 또는 연관지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라는 유기체를 사물과 과정을 살펴보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느끼고 아는 존재> p175

앞서 '의식은 지식(=마음속 경험)이다'라고 미리 결론지었지만, 의식은 지식들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생성되지 않는다. 유기체에게 그 유기체가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식을 담은 마음속 흐름이 풍성해져야 비로소 의식이 가능해진다. 존재가 자신의 느낌과 관점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지배할 때 의식도 함께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얻은 결과물로 인간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변화되었고 지구를 넘어 우주마저 개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느끼고 아는 존재>는 인간이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과정과 의식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깊이 읽기를 반복해야 선명해지는 책이지만 탐구하고 싶은 영역, 의식이 궁금하다면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뇌과학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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