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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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보고 싶어 시작한 독서를 생각에서 글로 그리고 삶의 일부로 흐를 수 있도록 도와준 책 <기획자의 습관>을 다시 읽었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했고, 오랜만에 그때의 감흥을 되살려보고 싶기도 했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꽤 오랜 시간을 '왜 존재하는가'같은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질문에 빠져 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질문에 더 집중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잘 기획된 일상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하고 풍요롭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습관> p30



'반복된 생활'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누군가는 평생 굴레 안에서 갇혀 살고, 누군가는 굴레에서 빠져나와 자기 삶을 구축해 나아간다. 하루하루를 지루해하고 견뎌내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내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책은 기획이 기획자들에게나 필요한 특별한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모든 일상에 스며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예시들을 통해 보여주고 '차이'의 습관을 마련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내일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더불어 깔끔하면서도 진솔하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습관'들을 소개한다. 



동일한 내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내일을 기획하기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은

지금 우리 생활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차이의 습관'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기획자의 습관> p037



그중 관심과 흥미를 일깨운 방법들을 간추려본다. 첫째, 익숙한 일상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한 다음, 인사이트를 줄 것 같은 것은 일단 기록해두자. 여기서 생생한 사진은 필수다.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을 위해서는 '관찰과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기존 지식을 겸손한 자세로 수용하되 남들이 제공한 지식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독서, 대화, 글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기존 담론을 성실하게 습득해야 비판도 극복도 제대로 할 수 있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새로운 가치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인간은 대화를 통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화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상대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려는 경청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앞서 말한 관찰과 기록은 부족하지만 나름 조금씩 실천해오던 것이라면, 경청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성격이 급한 탓인지 대화할 때 내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욕구가 크다. 상대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하기도 하고, 좀 더 멋지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에 말이 장황해지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게다가 상대의 말을 내 틀로 내 프레임으로 해독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나쁜 대화 습관, 즉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않는 태도는 현재에, 자기 세계에 갇혀버리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대화는 상대의 지식을 공부하고 내 지식을 견주어 보다 나은 것으로 채워가기 위함이기에 어렵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상대의 의미로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누구나 잘 알지만 간과하기 쉬운,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작은 차이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새롭게 각오를 다져본다. 멋진 일상에 필요한 것은 현재화된 기획에 있음을 기억하고, 꾸준한 '차이'의 힘으로 중력을 극복해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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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미국 최고의 신경과학자가 전하는 기억력의 비밀
리처드 레스탁 지음, 윤혜영 옮김 / 유노라이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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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뇌에 관한 책을 20권 이상 집필한 신경과학자 리처드 레스탁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기억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기억력을 강화한다면 기억력 감퇴와 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이 책의 핵심 주제를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흥미로운 연구사례들을 통해 뇌의 노화와 기억력에 대한 거짓 정보와 과장된 걱정을 바로잡고, 두뇌 강화를 위한 실천 가능한 생생한 지혜를 전해준다. 



우리는 마음속에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을 바꾼다. 

<늙지 않는 뇌>p239



먼저, 기억력 감퇴의 원인부터 살펴보면 뇌의 저장 공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오래되었거나 더 이상 의미 없는 기억들, 그리고 자주 쓰지 않는 기억들은 삭제되고, 그 공간에 새로운 기억들이 채워진다. 이렇게 '소멸'같은 자연스러운 이유로 기억이 감퇴되는가 하면 산만함이나 스트레스로 망각이 일어나기도 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떠올림으로써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 특히 나처럼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강렬하게 활성화되는 뇌구조를 갖고 있어서 같은 경험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억을 유지,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억력은 음성 녹음기처럼 경험이 그대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왜곡될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왜곡된 기억을 사실로 믿어 생기는 괴로움으로 삶을 허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기억을 형성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뇌의 연상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늙지 않는 뇌> p056



책에는 기억력을 강화시켜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진 찍어서 기억하기, 음악과 시(운율) 활용하기,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낮잠으로 보충하기, 다크초콜릿으로 치매 가능성 줄이기, 베리류, 발효식품, 녹색 잎채소를 꾸준히 섭취하여 기억력 강화시키기 등등. 무엇보다 한 번에 두 가지 작업을 실행하는 멀티태스킹은 뇌 건강에 도움이 안 되고, 기억력은 집중력과 주의력을 발휘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강화된다고 하니 꼭 기억하자. 그리고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할 때, 시각화하는 습관을 들이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각 기억을 형성해야 즉, 시각적 이미지를 선명하고 생생하게 구성할 수 있어야 기억을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들어 급속히 떨어지는 기억력으로 고민이 많았던 터라 이 책의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 지금의 약해진 기억력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의미한 외부정보를 기억하는 방법들을 익히면 얼마든지 기억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어서 내겐 너무나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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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법 - 불안장애 이해하고 극복하기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옌스 플라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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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법>은 지금까지 불안을 다룬 책들과는 달리 불안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불안장애와 관련한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알다시피 감정은 쉽게 전염되어 불안장애 환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그동안의 심리서들은 당사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주변인들의 고통은 간과했다. 그런데 이 책은 불안장애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여 주변인들의 잘못된 이해와 정보를 바로잡아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불안장애의 실제 임상 사례와 당사자와 가족들의 일상을 소개하여 스트레스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트리거(방아쇠)와 관련하여 두려움이 '부적절할 정도로'너무 크게,

혹은 너무 자주 나타나서 당사자가 굉장히 시달리거나 생활에 피해를 입을 때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p038



불안의 임계치에 다다르는 시간이 유독 짧은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내용들이 상당히 익숙하다. 그럼에도 눈여겨 본 부분이 꽤 많았는데 불안장애의 전형적인 신체 증상에 관한 내용이 그중 하나다. 나처럼 '범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걱정 속에서 살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다. 그 결과 소화불량과 수면장애, 관절통 등 갖가지 신체증상을 달고 살아간다. 불안이 심하거나 불안장애 환자들은 초기에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건강 염려증도 따라 나타나기때문에 병원들을 전전하며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가락 통증이 있으면 류머티즘이 아닐까 걱정하고, 불안으로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아닐까 심각하게 두려워했다. 최근에도 낯선 증상이 생기면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며 인터넷을 뒤지거나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하는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나아졌다고 확신하다가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행동을 하면 순간 암담해지고 다시 나락에 떨어진 것만 같다. 책은 이런 경험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조금 나은 것 같아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조건화된 뇌가 자동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므로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 닥치면 좌절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럴 때일수록 불안(걱정)의 내용에 빠지지 않고 불안(걱정)하는 방식, 즉 불안 메커니즘을 알아차리고 보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좌절하고 회피하는 메커니즘 역시 조건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안을 직면하는 것이 증상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누군가의 불안 증상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아도,

당사자가 느끼기에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어떤 식으로든 삶이 제한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난리야"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치료를 받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p039



한편, 주변 사람들이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데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뭘 그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아." 식으로 문제를 폄하하는 것이다. 나도 종종 주변에서 듣는 말이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나도 불안해. " "그런 일로도 불안해?너무 예민하네." 이런 말을 들으면 위축되고 자책하게 되어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고 일상이 제한되게 된다. 주변인들은 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사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만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 책 역시 당사자에게 커다란 의무를 느끼기보다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도록 권한다. 가족들이 일상을 잘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겪는 당사자들은 힘이 난다. 오히려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면 당사자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잘못된 조언으로 상처를 입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에서 보내는 용기와 응원이 최선의 도움일 것이다.



책은 불안이 있어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까운 이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삶에서 불안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건 또하나의 불안을 만드는 것이다. 불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이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불안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잘 대처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불안을 두려워하는 분이라면, 가까운 사람이 불안으로 힘들어 한다면 이 책으로 올바른 정보와 도움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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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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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진화론으로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윈에 대하여, 그의 진화론에 대하여 생각만큼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다윈의 200주년을 기념해 출판된 <다윈의 사도들>은 큰 기대감과 궁금증을 갖게 한다.


<다윈의 사도들>은 사회생물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가 다윈주의자로 잘 알려진 12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직접 찾아가 나눈 대담을 모아 엮은 인터뷰집이다. 책은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라고 밝히지만, 저자인 최재천 교수 역시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를 가진 다윈주의자로서 <이기적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와 <이중나선>의 제임스 왓슨을 포함한12명의 다윈 예찬론자들과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대화 전개를 이끌어나간다. 책은 다윈이 왜 위대한 인물인지 논증하고, 다윈의 학설이 진화론에 머물지 않고, 과학, 종교, 철학, 경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양한 견해를 통해 확신시킨다.


다윈의 진화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줍니다.

모든 생물에게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주는 그런 이론이 있는 것은

그런 이론이 없었을 때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죠.

<다윈의 사도들> 첫째 사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p061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공통질문으로 '다윈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변이다.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이 질문에서 다윈의 사도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통찰을 드러낸다. 특히 주목했던 내용은 기독교적인 세계관, 즉 창조론이 거대한 이론이었던 시대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인 근거로 무장한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해 인류의 기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미신, 신학에 빠져있던 생명의 영역을 과학의 범주로 끌어들였고, 과학이 오늘날의 위치에 이를 수 있도록 기여했다. 물론, 진화론이 우주의 섭리까지 설명해낼 수 없고, 창조론을 믿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지만, 우리 자신을 잘 이해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진화론을 벗어나서는 생물학의 어떤 내용도 의미를 지닐 수 없다.

<다윈의 사도들> 여섯째 사도 피터 크레인 p243


다윈의 진화론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생명체는 설계자 없이, 어떤 이유나 목적 때문이 아닌,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선택되어 태어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애써 노력하거나 자연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생명체를 선택하고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특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다윈의 이론으로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고,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행동에 더욱 매진해야 함을 우리는 알게되었다.


책은 생물학 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술술 읽히지 않고, 낯선 주제에 대해서는 막히기도 했지만 다윈에 대한 몰랐던 사실들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조금 더 이 책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지면 다시금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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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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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상식이 점점 무너져가고, 사이비와 가짜뉴스가 진실을 속이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 올 것만 같아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내 문제만 걱정하고 해결하고 살아가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사 모른척 외면하고 살아도 잘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고, 무력감만 덩그러니 남을 것 같다.


때마침 큰 위로가 되는 책을 만났다. 솔직히 이 책<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의 저자인 칼 포퍼라는 철학자가 누구인지 몰랐고, 그저 작품 제목을 보고 작은 위안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읽었는데 울림과 가르침들이 가득했다. 이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자연철학자 칼 포퍼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 구축한 역사관과 통찰로 암담한 현실을 대면하는 혜안을 제시하여 지금을 돌아보게 하고, 의심하고 질문하게 한다. 특히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라"라는 그의 간명한 한마디는 세상에 대한 냉정하고 회의적이던 태도를 변화시켜서 이해의 시야를 넓혀주고 올바른 현실감각을 갖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능동적인 존재이며,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들을 시행착오 방법을 적용해 끊임없이 시험한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p134



이 책에서 칼 포퍼는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과 역사와 정치에 관한 고찰을 겸손한 자세와 친절한 언어로 풀어내었다. 물론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쉽지는 않았다. 나의 얕은 지식과 좁은 이해로는 책의 내용을 온전히 가늠하고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그가 전하는 삶의 철학 몇 가지는 분명하게 다가왔다. 먼저, 칼 포터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당부한다. 인생은 삶을 위한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은 시행과 착오를 통해 일어나므로 우리의 시행착오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자신의 편견과 잘못된 신념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제거해나간다면,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시도해 본다면 이 과정 자체가 문제의 해결책이자 해결된 삶이라 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그렇다. 문제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가 문제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도약의 기회로 삼을 때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자신의 실수와 오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하나씩 제거해나간다면 더 이상 문제는 나의 삶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되고, 오히려 고마운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은 과거를 미래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실들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판단해 어떤 일이 실현 가능한지,

어떤 일이 도덕적으로 옳은지를 배워야 합니다.

미래를 예언하려고 과거로부터 풍조나 동향을 추론하는 건 아예 지양합니다.

미래는 열려 있기 때문이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p253



저자의 또 다른 조언은 "냉소주의에 빠지지 마라."라는 것이다. 칼 포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낙관주의는 의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미래는 미리 정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우연히 들어맞는 것일 뿐이라고 하면서 다가올 미래는 우리 모두의 연대책임이기도 있기에 나쁜 미래를 예측하는 대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고 독려한다. 요즘 치욕적인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던 나에게 현재의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며 과거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얼마든지 더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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