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처하는 법 - 불안장애 이해하고 극복하기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옌스 플라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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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법>은 지금까지 불안을 다룬 책들과는 달리 불안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불안장애와 관련한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알다시피 감정은 쉽게 전염되어 불안장애 환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그동안의 심리서들은 당사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주변인들의 고통은 간과했다. 그런데 이 책은 불안장애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여 주변인들의 잘못된 이해와 정보를 바로잡아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불안장애의 실제 임상 사례와 당사자와 가족들의 일상을 소개하여 스트레스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트리거(방아쇠)와 관련하여 두려움이 '부적절할 정도로'너무 크게,

혹은 너무 자주 나타나서 당사자가 굉장히 시달리거나 생활에 피해를 입을 때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p038



불안의 임계치에 다다르는 시간이 유독 짧은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내용들이 상당히 익숙하다. 그럼에도 눈여겨 본 부분이 꽤 많았는데 불안장애의 전형적인 신체 증상에 관한 내용이 그중 하나다. 나처럼 '범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걱정 속에서 살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다. 그 결과 소화불량과 수면장애, 관절통 등 갖가지 신체증상을 달고 살아간다. 불안이 심하거나 불안장애 환자들은 초기에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건강 염려증도 따라 나타나기때문에 병원들을 전전하며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가락 통증이 있으면 류머티즘이 아닐까 걱정하고, 불안으로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아닐까 심각하게 두려워했다. 최근에도 낯선 증상이 생기면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며 인터넷을 뒤지거나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하는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나아졌다고 확신하다가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행동을 하면 순간 암담해지고 다시 나락에 떨어진 것만 같다. 책은 이런 경험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조금 나은 것 같아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조건화된 뇌가 자동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므로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 닥치면 좌절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럴 때일수록 불안(걱정)의 내용에 빠지지 않고 불안(걱정)하는 방식, 즉 불안 메커니즘을 알아차리고 보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좌절하고 회피하는 메커니즘 역시 조건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안을 직면하는 것이 증상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누군가의 불안 증상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아도,

당사자가 느끼기에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어떤 식으로든 삶이 제한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난리야"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치료를 받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p039



한편, 주변 사람들이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데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뭘 그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아." 식으로 문제를 폄하하는 것이다. 나도 종종 주변에서 듣는 말이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나도 불안해. " "그런 일로도 불안해?너무 예민하네." 이런 말을 들으면 위축되고 자책하게 되어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고 일상이 제한되게 된다. 주변인들은 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사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만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 책 역시 당사자에게 커다란 의무를 느끼기보다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도록 권한다. 가족들이 일상을 잘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겪는 당사자들은 힘이 난다. 오히려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면 당사자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잘못된 조언으로 상처를 입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에서 보내는 용기와 응원이 최선의 도움일 것이다.



책은 불안이 있어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까운 이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삶에서 불안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건 또하나의 불안을 만드는 것이다. 불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이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불안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잘 대처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불안을 두려워하는 분이라면, 가까운 사람이 불안으로 힘들어 한다면 이 책으로 올바른 정보와 도움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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