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50만 부 기념 스페셜 개정판)
정문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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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조용히 혼자 있는 게 좋다. 과거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살아오면서 타인의 말과 행동에 받은 상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혹시라도 누군가를 만나 생길 불상사가 두려워서 일상의 대부분을 혼자로 채운다. 이제는 혼자가 더 익숙하고 나름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기도 하다. 물론 마음만 그럴 뿐이지만. 예전처럼 사람들과 부담 없이 편하게 지내려면 상대방의 선 넘는 말과 행동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대처 능력이 필요한데 쫄보인 나는 상대가 아닌 예민한 나를 책망하는 데다가 아주 쉽게 상처받고, 오래 괴로워하기까지 하니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선 넘는 말은 계속된다.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불편한 상황에서 당당하고 유연하고 싶어서 읽은 이 책에는 내 경험을 옮겨다 놓은 듯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책 속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상대가 생각 없이 내뱉은 이상한 말을 붙들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곱씹으면서 괴로워했던 지난날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불편한 상황에서 억지웃음으로 넘기거나 당황해하는 대신에 단호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했음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책은 전문적인 매뉴얼로 채워졌다기보다는 일상의 공감을 통해 무례한 사람들을 무시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친절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나처럼 상대방이 싫어할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착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때로는 무례한 사람과 싸워야 한다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어도 쿨하지 못한, 선을 정해놓은 내가 잘못이지 훅 들어오는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다들 그렇게 산다는 사람들 속에서 상처는 당연히 내 몫이다. 책은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하게 살지 않으려면,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된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단호하게 나의 입장을 표현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불쾌하다는 표현을 하면 예민하다고 핀잔주는 사회에서 솔직하기가 쉽지 않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 그리고 상처에도 용감해져야 한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믿고 행동하면 상처를 받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상처의 크기와 시간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제 책이 알려준 대로 조금씩 단호하고도 우아하게 거절하는 연습을 해보자. 핵심은 일일이 상처받지 않는 것, 상대방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니 무례한 상대에게 말려들지 말고, 나는 나대로 유연하고 품위 있게 가보는 거다. 더는 피하면 안된다. 나만의 대처능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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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으로 살아가기 -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30가지 지혜
에디 자카파 지음, 김하늘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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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비폭력'이어서 정치나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지혜를 담아놓은 책이다. 간디와 마셜 로젠버그가 주장하는 '비폭력'을 핵심 주제로 삼아 우리 시대에 맞게 비폭력 원칙을 설명하고,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쉽게 실천법을 제시한다.

이 책이 말하는 '비폭력'은 삶의 방식을 뜻한다. 내면에 연민, 공감, 평화를 명상, 일기 쓰기, 비폭력대화 등을 통해 길러내어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책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선택한 단어들이 자신과 타인에게 고통과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삶에 배어들도록 꾸준히 비폭력을 실천해 나가면 갈등 상황을 뒤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욕구를 지니고 있다.

상대가 부적절하게 행동한다면 그들이 딱히 우리를 염두에 두어서가 아니라

그들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충족하고자 그렇게 한다.

<비폭력으로 살아가기> p031



비폭력은 아름다운 지혜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실천이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마음 아파하면서 상대를 원망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게 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타인을 우리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라는 점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타인의 행동은 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는 고통에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감정이 아닌 상황에만 대처하라고 제안한다. 맞는 말이다. 타인을 내 틀로 해석하면 답이 없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할 때 왜 그러는지 상대의 틀로 바라봐야 한다. 비폭력은 무조건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고 세상을 좁고 빈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경청입니다.

<비폭력으로 살아가기>p049



한편, 책은 비폭력 실천법 중 하나인 '공감'에 대하여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는다. 그동안 나는 공감을 한다면서 내가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며 상대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짐작하고 조언하곤 했다. 하지만 이는 공감이 아닌 동조다. 공감은 자신에게 주의를 돌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경험을 나와 동일시하는 것은 감정에 집중하여 자기에게 열중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저 느긋하게 현존하면서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공감이다. 충분히 듣고 이해한 내용을 되풀이 말하는 것, 상대가 온전히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다. 늘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안심시켜주려고 내 경험을 늘어놓았던 과거가 부끄럽다.



변화의 열쇠는 우리가 하던 기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서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고 새로운 방식을 연습하는 것이다.

<비폭력으로 살아가기>p119



그렇지만 과거는 과거다. 과거에 했던 말과 행동을 따스한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을 때, 현재에서 안도하고 내일을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다. 이제 책에 나온 다양한 실용적 가르침, 특히 공감과 경청으로 나와 상대 사이에 연민이 흐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습관이 앞으로도 발목을 잡겠지만 이 책의 내용들을 상기하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다시 시작해나갈 생각이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의 지혜를 찾는다면, 따뜻한 대화법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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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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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보고 싶어 시작한 독서를 생각에서 글로 그리고 삶의 일부로 흐를 수 있도록 도와준 책 <기획자의 습관>을 다시 읽었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반갑기도 했고, 오랜만에 그때의 감흥을 되살려보고 싶기도 했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꽤 오랜 시간을 '왜 존재하는가'같은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질문에 빠져 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질문에 더 집중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잘 기획된 일상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하고 풍요롭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습관> p30



'반복된 생활'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누군가는 평생 굴레 안에서 갇혀 살고, 누군가는 굴레에서 빠져나와 자기 삶을 구축해 나아간다. 하루하루를 지루해하고 견뎌내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내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책은 기획이 기획자들에게나 필요한 특별한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모든 일상에 스며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예시들을 통해 보여주고 '차이'의 습관을 마련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내일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더불어 깔끔하면서도 진솔하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차이의 습관'들을 소개한다. 



동일한 내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내일을 기획하기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은

지금 우리 생활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차이의 습관'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기획자의 습관> p037



그중 관심과 흥미를 일깨운 방법들을 간추려본다. 첫째, 익숙한 일상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한 다음, 인사이트를 줄 것 같은 것은 일단 기록해두자. 여기서 생생한 사진은 필수다.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을 위해서는 '관찰과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기존 지식을 겸손한 자세로 수용하되 남들이 제공한 지식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독서, 대화, 글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기존 담론을 성실하게 습득해야 비판도 극복도 제대로 할 수 있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새로운 가치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인간은 대화를 통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화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상대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려는 경청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앞서 말한 관찰과 기록은 부족하지만 나름 조금씩 실천해오던 것이라면, 경청은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성격이 급한 탓인지 대화할 때 내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욕구가 크다. 상대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어떤 말을 할지 생각하기도 하고, 좀 더 멋지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에 말이 장황해지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 게다가 상대의 말을 내 틀로 내 프레임으로 해독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나쁜 대화 습관, 즉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않는 태도는 현재에, 자기 세계에 갇혀버리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대화는 상대의 지식을 공부하고 내 지식을 견주어 보다 나은 것으로 채워가기 위함이기에 어렵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상대의 의미로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누구나 잘 알지만 간과하기 쉬운,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작은 차이들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새롭게 각오를 다져본다. 멋진 일상에 필요한 것은 현재화된 기획에 있음을 기억하고, 꾸준한 '차이'의 힘으로 중력을 극복해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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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미국 최고의 신경과학자가 전하는 기억력의 비밀
리처드 레스탁 지음, 윤혜영 옮김 / 유노라이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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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뇌에 관한 책을 20권 이상 집필한 신경과학자 리처드 레스탁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기억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기억력을 강화한다면 기억력 감퇴와 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이 책의 핵심 주제를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흥미로운 연구사례들을 통해 뇌의 노화와 기억력에 대한 거짓 정보와 과장된 걱정을 바로잡고, 두뇌 강화를 위한 실천 가능한 생생한 지혜를 전해준다. 



우리는 마음속에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을 바꾼다. 

<늙지 않는 뇌>p239



먼저, 기억력 감퇴의 원인부터 살펴보면 뇌의 저장 공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오래되었거나 더 이상 의미 없는 기억들, 그리고 자주 쓰지 않는 기억들은 삭제되고, 그 공간에 새로운 기억들이 채워진다. 이렇게 '소멸'같은 자연스러운 이유로 기억이 감퇴되는가 하면 산만함이나 스트레스로 망각이 일어나기도 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떠올림으로써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 특히 나처럼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강렬하게 활성화되는 뇌구조를 갖고 있어서 같은 경험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억을 유지,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억력은 음성 녹음기처럼 경험이 그대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왜곡될 수 있음을 꼭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왜곡된 기억을 사실로 믿어 생기는 괴로움으로 삶을 허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기억을 형성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뇌의 연상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늙지 않는 뇌> p056



책에는 기억력을 강화시켜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진 찍어서 기억하기, 음악과 시(운율) 활용하기,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낮잠으로 보충하기, 다크초콜릿으로 치매 가능성 줄이기, 베리류, 발효식품, 녹색 잎채소를 꾸준히 섭취하여 기억력 강화시키기 등등. 무엇보다 한 번에 두 가지 작업을 실행하는 멀티태스킹은 뇌 건강에 도움이 안 되고, 기억력은 집중력과 주의력을 발휘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강화된다고 하니 꼭 기억하자. 그리고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할 때, 시각화하는 습관을 들이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각 기억을 형성해야 즉, 시각적 이미지를 선명하고 생생하게 구성할 수 있어야 기억을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들어 급속히 떨어지는 기억력으로 고민이 많았던 터라 이 책의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 지금의 약해진 기억력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의미한 외부정보를 기억하는 방법들을 익히면 얼마든지 기억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어서 내겐 너무나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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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법 - 불안장애 이해하고 극복하기
안드레아스 슈트뢸레.옌스 플라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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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법>은 지금까지 불안을 다룬 책들과는 달리 불안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불안장애와 관련한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알다시피 감정은 쉽게 전염되어 불안장애 환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그동안의 심리서들은 당사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주변인들의 고통은 간과했다. 그런데 이 책은 불안장애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여 주변인들의 잘못된 이해와 정보를 바로잡아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불안장애의 실제 임상 사례와 당사자와 가족들의 일상을 소개하여 스트레스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트리거(방아쇠)와 관련하여 두려움이 '부적절할 정도로'너무 크게,

혹은 너무 자주 나타나서 당사자가 굉장히 시달리거나 생활에 피해를 입을 때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p038



불안의 임계치에 다다르는 시간이 유독 짧은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많은 내용들이 상당히 익숙하다. 그럼에도 눈여겨 본 부분이 꽤 많았는데 불안장애의 전형적인 신체 증상에 관한 내용이 그중 하나다. 나처럼 '범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걱정 속에서 살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다. 그 결과 소화불량과 수면장애, 관절통 등 갖가지 신체증상을 달고 살아간다. 불안이 심하거나 불안장애 환자들은 초기에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건강 염려증도 따라 나타나기때문에 병원들을 전전하며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가락 통증이 있으면 류머티즘이 아닐까 걱정하고, 불안으로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아닐까 심각하게 두려워했다. 최근에도 낯선 증상이 생기면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며 인터넷을 뒤지거나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하는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많이 나아졌다고 확신하다가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행동을 하면 순간 암담해지고 다시 나락에 떨어진 것만 같다. 책은 이런 경험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조금 나은 것 같아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조건화된 뇌가 자동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므로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 닥치면 좌절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럴 때일수록 불안(걱정)의 내용에 빠지지 않고 불안(걱정)하는 방식, 즉 불안 메커니즘을 알아차리고 보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좌절하고 회피하는 메커니즘 역시 조건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안을 직면하는 것이 증상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누군가의 불안 증상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아도,

당사자가 느끼기에 심적으로 고통스럽고, 어떤 식으로든 삶이 제한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난리야"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치료를 받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당사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법>p039



한편, 주변 사람들이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데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뭘 그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아." 식으로 문제를 폄하하는 것이다. 나도 종종 주변에서 듣는 말이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나도 불안해. " "그런 일로도 불안해?너무 예민하네." 이런 말을 들으면 위축되고 자책하게 되어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고 일상이 제한되게 된다. 주변인들은 큰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사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만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 책 역시 당사자에게 커다란 의무를 느끼기보다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도록 권한다. 가족들이 일상을 잘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겪는 당사자들은 힘이 난다. 오히려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면 당사자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잘못된 조언으로 상처를 입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에서 보내는 용기와 응원이 최선의 도움일 것이다.



책은 불안이 있어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까운 이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삶에서 불안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건 또하나의 불안을 만드는 것이다. 불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이런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 불안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잘 대처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불안을 두려워하는 분이라면, 가까운 사람이 불안으로 힘들어 한다면 이 책으로 올바른 정보와 도움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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