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따르면, 풍부하고 깊은 내면세계, 무의식적 생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에 '파헤칠 진실'이나 '숨은 동기'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과학이 말하는 진실은 따로 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고 재해석하여 현재를 일관성있게 창작하는 놀라운 뇌의 능력으로 '바로 그 순간' 필요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신념과 가치, 해석을 만들어 낸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내면에서 샘솟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몸의 상태를 '읽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기 위해 표정을 읽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 말은 감정의 놀라운 빈약함을 의미한다. 빠르게 뛰는 맥박을 사랑의 신호로, 절망의 위기의 신호로 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비논리적인 해석을 하기 때문에 감정은 순간적인 창작물이자 순간에 대한 단순한 해설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우리의 뇌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고 멍청하다는 것을, 또한 신기할 만큼 영리하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감각적 경험은 생각보다 빈약하다. 우리는 세상을 풍성하고 상세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주 한정된 것만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말, 행동, 감정, 상상은 모두 허술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한 번에 하나만 경험할 수 있다. 뇌는 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요청한 즉시' 정보 토막들을 성공적으로 종합해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의미'나 '목표' 없이 뇌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과거에 의존하지만 현재를 일관성 있게 자기자신으로 살아간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단순히 과거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공명하여 유연하게 재구성, 재창조하여 행동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생각과 행동으로 얼마든지 우리의 미래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마음과 뇌에 관한 개념을 완전히 뒤엎어 우리 마음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진정한 자아를 탐구한다거나 일관성 없는 생각과 감정에 의미부여하는 대신, 과거라는 선례를 가지고 지금 이대로에서 시작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마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