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민우영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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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

읽었을 거란 착각이 들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나는 여태 이 책을 읽지 않았다. 호기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 단순한 줄거리가 그 이유고, 읽어봤자 이게 왜 그토록 명작이라고 찬사를 받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고독과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의 인간성을 시험하는 노인 산티아고의 이야기가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 산티아노는 늙은 어부다. 한때는 챔피언이라 불릴 정도로 힘이 세고 고기도 잘 잡았지만 이젠 노쇠해 같이 할 동료도 없고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그는 84일째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그를 따르는 소년 마놀린도 노인과 승선하기를 반대하는 부모 때문에 다른 배를 옮겨 탈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기에 홀로 바다로 나선다. 그는 먼바다까지 배를 끌고 가 낚싯줄을 내린다. 그러던 중, 드디어 그의 조각배보다 훨씬 크고 힘센 청새치 한 마리가 낚싯바늘에 걸리고, 이틀 밤낮을 넘게 그 물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드디어 84일간의 불운은 끝이 난 걸까?

제아무리 큰 놈이라도 이 배를 영원히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모두 해결되었고, 줄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고기야"

"나는 죽을 때까지 너와 같이 있을 테다."

<노인과 바다> p084

쉽게 잡히지 않는 고기를 낚기 위해 그는 자신과, 고독과 싸웠고 마침내 고기를 낚았다. 하지만 행운을 누릴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고기의 피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계속해서 습격해왔다. 노인은 지칠대로 지쳐버렸고 변변한 도구도 남아있지 않은 절망의 상황이었지만 희망만은 놓지 않았고 그래서 다행히 목숨은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걸 걸고 잡은 고기는 상어들에게 모조리 뜯겨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노인은 절망하지 않는다. 이제 무거운 짐이 없어 배가 아주 가볍게 잘 달린다는 걸 느낄 뿐이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힘들었던 걸까? 노인은 생각해 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노인과 바다> p178

단순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노인의 사투는 허무 그 자체다. 치열하게 청새치와 싸워 승리했지만 결국 상어에게 지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노인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바다는 적일 때도 있지만 친구일 때도 있다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했다.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단단한 신념과 희망을 가진 노인은 패자가 아닌 진정한 승리자다.

끊임없는 시련 앞에서 산티아고의 무심(無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닮고 싶다. '좋은 일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무심하게 털어버리고 그저 현재의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게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망망대해속에서 속수무책으로 한없이 작아지는 나에게 동경의 마음을 일으킨다. 인생은 노인의 바다처럼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노력은 늘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난관에 부딪힐때마다 노력의 결과물이 실망스러울때마다 절망하고 자책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는 현재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충만을 경험할 수 없다. 반면에 결과를 따지지 않고 삶의 본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하고, 비록 실망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산티아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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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좀 펴고 삽시다 통증 없는 개운한 아침을 만드는 1분 체조
기쿠치 신이치 외 지음, 이지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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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걸린다는 허리통증은 나에게도 어김없이, 그것도 아주 일찌감치 찾아왔다. 30대 초반에,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시작된 허리통증은 똑바로 앉을 수도, 설 수도 없을 정도로 심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게다가 함께 찾아온 우울과 불안도 대단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병원치료와 운동, 바른 자세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 치료방법이 통한건지 시간이 도와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절박함이 사라지니 노력은 게을러졌고, 통증은 부활했다. 이제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허리에 약간이라도 무리를 가하면 쳇바퀴 돌 듯 통증이 찾아온다.

최근에는 꾸준히 허리에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이제 더는 그냥 넘기지 말라고, 기다린다고 나아지지 않는다고 경고를 보내는 것 같다. 다행히 극심하지는 않은, 은근한 통증이라 '운동'으로 조금씩 증상을 호전시켜보고자 한다.

'운동 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허리 좀 펴고 삽시다> p005

<허리 좀 펴고 삽시다>는 나처럼 실천력 떨어지는 사람도 따라할 수 있도록,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을 수 있도록 '1분체조' 형식으로 허리에 좋은 운동 요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에는 모든 '1분 체조' 동작을 사진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포인트를 짚어주어 효과를 높이도록 해준다. 또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외출 전에, 외출 중에, 사무실 또는 집에서, 자기 전에 하는 '1분 체조' 28가지를 소개하여 자신에게 맞는, 효과가 좋은 동작을 발견하여 실천할 수 있게 돕는다.

척추관 협착증을 극복하려면,

1. 몸의 유연성을 높여 가동 범위를 넓힌다

2. 요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강화한다

3. 골밀도를 높인다

4. 비만의 예방 및 해소

5. 스트레스 해소

<허리 좀 펴고 삽시다> p036

사실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들이 이미 여러 권 책장에 꽂혀있다. 소개하는 동작들도 거의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꽤나 마음에 드는데 핵심을 알기 쉬우면서도, 간단하게 쓰여진게 그 이유다. 실천이 문제인 나에게는 질병을 상세하게 풀어 설명한 책보다 꼭 필요한 이론과 동작만 담겨있는 이 책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서 가장 관심있게 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골격 바로잡기 체조인데 척추, 골반, 고관절 등 골격의 틀어짐을 바로잡고 몸전체의 균형을 맞추는데 좋은 동작이다. 즉, 몸을 흔들어 틀어진 자세를 효율적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엎드려 다리 흔들기'. 동작은 매우 쉽다.(사진이 필요없을 정도로 쉽다) 말 그대로 엎드린 상태에서 무릎 아래 부위를 자동차 와이퍼처럼 좌우로 흔들면 된다. 양 무릎과 양 발목 사이를 살짝 벌려 흔드는 '두 다리 흔들기'라는 골반 및 고관절이 크게 움직여 배열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고, 양 무릎과 양 발목을 딱 붙이고 흔드는 '한쪽 다리 흔들기'라는 척주 부위를 풀어주고 자세를 가다듬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다.(p110) 이 두 가지 동작을 하루에 몇 번씩 나누어 진행하다 보면 통증을 완화시킬 뿐 아니라, 틀어진 체형이 교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니 매일 실천해 볼 생각이다.

허리통증은 그냥 두면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더 악화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 책이 알려준 동작들을 하나하나씩 나에게 적용해 통증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같은 이유로 고생하는 분들이라면 읽고 실천해보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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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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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소소하고 단조롭다. 이런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답답해서 고역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편안해서 꽤 만족스럽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익숙한 생활만 하다보니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지고,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웬만해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지 않게 된다. 괜한 모험으로 지금 누리는 평온함을 잃게될까봐.

안정된 일상을 누리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마음의 문도 활짝 열 수는 없을까. 나는 책속에서 그 답을 찾는다. 독서를 통해 낯선 것을 만나고, 생각해보고,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그렇게 얻은 사유로 시야를 넓히고, 낯선 세상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딘 실행력을 가진 나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급할 게 없으니 내 방식대로 천천히 해나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때로는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것과 반대가 되는 것을 해보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다.

자고 있을 때 깨어 있어 본다든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정정 속에 있어 본다든지,

자동차를 타고 싶을 때 걸어간다는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작은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느낌과 미지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

475. 반대로 하기 p663

책은 제목 그대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다.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4살 때부터 수집해온 다양한 이야기들과 직접 체험한 일들에 과학적, 문학적 깊이를 더해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책 안에는 죽음, 처세, 신화, 인류, 연금술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폭넓은 이야기 542편이 담겨 있는데, 하나씩 읽어내려가다 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양한 관점과 기발한 발상, 세상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들을 만나볼 수 있다.

늘 좋아하는 주제의 책만 읽다가 온갖 분야의 생소한 이야기들을 만나니 처음엔 낯설었는데 점차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복잡한 머릿속을 환기시킬 수 있었고, 새로운 지식을 쌓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나이들어 백과사전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늘 같은 것만 보고 듣는 나에게 참신한 자극이 된 책이다.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쓸모가 있건 없건, 중요하건 덜 중요하건, 마음에 넘쳐 나는 이 생각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

다시 살아 있는 상태로 돌아올 수 있기는 하되,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

텅 빈 상태가 되는 것.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는 것.

무가 되는 것. 그것은 하나의 소중한 갈망이다.

447. 무(無)가 되는 것 p632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천재 작가의 빛나는 영감이 고스란히 담긴 비밀노트라 할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쏠쏠한 읽을거리와 상상력을 얻을 수 있고, 작가의 애독자라면 거기에 더해 <개미><뇌><신> 등의 상상력 원천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호기심과 상상력의 부재를 느끼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다 고양된 의식으로 이끄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은 우리의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닦여질 것이다.

그 길을 제대로 찾아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켜야 하고

한 가지 사고방식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개미들은 우리에게 하나의 사고방식을 제시한다. 개미들의 입장에 서보라.

또한 돌멩이, 구름, 물결, 물고기, 나무들의 처지로 들어가 보라.

425. 그 길은 어떤 길인가? p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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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착각 -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풀어낸 마음의 재해석
닉 채터 지음, 김문주 옮김 / 웨일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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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는 이유도, 깊이도 없다. 인간은 즉흥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질 뿐이다."

우리는 각자에게 풍부하고 심오한 내면세계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신념, 가치, 희망, 두려움 등이 우리의 선택과 판단, 행동을 지배하여 움직이게 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상식적인 관점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내면세계는 사실 우리가 매 순간 창작해 내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착각>은 마음 안에 내면세계와 그 세계가 포함하는 신념, 동기, 두려움 등은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마음안에 내면세계와 그 세계가 포험하는 신념, 동기, 두려움 등은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급진적 해석의금 급진적 해석의 인지 과학책이다. 행동과학자인 저자 닉 채터는 이 책에서 인간의 뇌는 즉흥적이면서도 순간적인 행동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내는 창조 기관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음의 깊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표면적인 '과정'에 집중할 때,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역설한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내면세계는 없다는 것을, 2부에서는 우리 뇌가 내면세계가 아닌 과거의 생각과 경험에 대한 기억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한다.

이 책은 내면세계를 탐구해 자아성찰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놀랄만한 개념이지만 예전의 생각과 행동을 계속 각색하고 변형해서 새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답안을 제시해 '내면세계의 탐구'가 덧없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어렵지는 않으나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그렇지만 차근차근 짚어 나가다보면 이 책이 말하는 중요한 진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신념, 욕망, 희망, 두려움은 미리 만들어진 채 기다리고 있다가

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하나씩 나타나지 않는다.

좌뇌 해석기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생각과 감정을 구성해낸다.

part1. 마음의 깊이라는 환상 p161

책에 따르면, 풍부하고 깊은 내면세계, 무의식적 생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에 '파헤칠 진실'이나 '숨은 동기'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과학이 말하는 진실은 따로 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고 재해석하여 현재를 일관성있게 창작하는 놀라운 뇌의 능력으로 '바로 그 순간' 필요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신념과 가치, 해석을 만들어 낸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내면에서 샘솟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몸의 상태를 '읽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기 위해 표정을 읽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 말은 감정의 놀라운 빈약함을 의미한다. 빠르게 뛰는 맥박을 사랑의 신호로, 절망의 위기의 신호로 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비논리적인 해석을 하기 때문에 감정은 순간적인 창작물이자 순간에 대한 단순한 해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우리의 뇌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고 멍청하다는 것을, 또한 신기할 만큼 영리하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감각적 경험은 생각보다 빈약하다. 우리는 세상을 풍성하고 상세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주 한정된 것만 경험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말, 행동, 감정, 상상은 모두 허술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즉석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한 번에 하나만 경험할 수 있다. 뇌는 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요청한 즉시' 정보 토막들을 성공적으로 종합해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의미'나 '목표' 없이 뇌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과거에 의존하지만 현재를 일관성 있게 자기자신으로 살아간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단순히 과거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공명하여 유연하게 재구성, 재창조하여 행동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생각과 행동으로 얼마든지 우리의 미래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마음과 뇌에 관한 개념을 완전히 뒤엎어 우리 마음의 덧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진정한 자아를 탐구한다거나 일관성 없는 생각과 감정에 의미부여하는 대신, 과거라는 선례를 가지고 지금 이대로에서 시작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음을 주장한다. 마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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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 최선의 관계를 찾아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혜연 옮김 / 생각속의집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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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 관계에 관한 글들을 모아 만든 잠언집이다. <최선의 관계를 찾아서>라는 부제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를 꿈꾸고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사랑, 우정, 죽음, 인생에 관한 작가의 보석같은 문장들로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가 익숙한 지금 이 책을 만나서인지 처음엔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몽글몽글한 내용들이 간지럽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세상이야기 같아서..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보니 나 역시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봤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소중한 것에 마음을 집중하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어린왕자>말고는 작가의 다른 책은 읽지 못했는데, 몰랐던 좋은 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벗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겪은 수많은 추억, 괴로운 시간, 어긋남, 화해, 갈등,,,,

우정은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다

우정의 비밀 p073

작가의 문장은 좋은 관계는 열정만 있다고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은 상처조차 감당하려 하지 않고 수치심에 갇혀 괴로워하며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다. 이런 태도는 타인과 자신을 괴롭히고 나아가지 못하는 삶을 살게 한다. 우리는 불편해도 두려워도 함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한 번 상처받았다고, 나랑 다른 점을 발견했다고 외면하거나 숨어서는 안된다. 상대를 자신의 기준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려는 자세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해 준다면, 상대 역시 신뢰와 사랑을 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종사가 꿈꾸고 있는 행복이란 일상적인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더 멀고 차원 높은 세계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우리가 여태껏 성장하면서 겪어온 자질구레한 관계나 집착은 깨끗이 단념하고,

그것들을 담담한 마음으로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차원 높은 세상으로 p129

조종사가 바라는 세상과 내가 꿈꾸는 세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 충실하지 만은 않은 삶, 남들처럼 살아가려고 바둥거리지 않는 삶을 희망한다. 기쁜 일이 있으면 마음껏 기뻐하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별 수 없지’ 하고 담담하게 해내며 먼 훗날의 행복을 찾느라 지금 여기에 있는 만족감을 놓치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사소한 문제로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나약한 나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두려움이 더 커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순간순간 해석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겠다고, 진실을 담담하게 그저 지켜보겠다고 분명하게 마음먹고 살아가야 순간이 전부인 삶을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문장은 역시나 순수하고 따뜻하다. 또한 오랜 관조와 사색에서 나온 지혜와 깨달음은 깊은 울림을 준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 잔잔하게 머무르고 싶을 때 찾아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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