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노인의 사투는 허무 그 자체다. 치열하게 청새치와 싸워 승리했지만 결국 상어에게 지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노인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바다는 적일 때도 있지만 친구일 때도 있다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했다.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단단한 신념과 희망을 가진 노인은 패자가 아닌 진정한 승리자다.
끊임없는 시련 앞에서 산티아고의 무심(無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닮고 싶다. '좋은 일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무심하게 털어버리고 그저 현재의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게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망망대해속에서 속수무책으로 한없이 작아지는 나에게 동경의 마음을 일으킨다. 인생은 노인의 바다처럼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노력은 늘 성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난관에 부딪힐때마다 노력의 결과물이 실망스러울때마다 절망하고 자책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는 현재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충만을 경험할 수 없다. 반면에 결과를 따지지 않고 삶의 본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을 얻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하고, 비록 실망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산티아고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