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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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내가 처해있는 현실과 관련이 있거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세상의 지혜를 얻고자 독서를 한다. 그래서 낯선 세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은 자주 찾지 않는다. 물론, 가끔 예외인 경우는 있다. 읽기 전과 읽기 후의 세상이 확연히 달라 보이는 책,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시키는 책, 여기에 흥미진진함은 필수다. 존 그리샴의 반가운 신작 <수호자들>이 바로 그렇다.


<수호자들>은 의로운 변호사가 억울한 누명을 쓴 교도소 수감자들의 무죄를 증명해 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소신을 지켜나가는 법정스릴러 소설이다. 성공회 신부이자 변호사인 주인공 포스트는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수호자 재단'사람들과 이들의 도움으로 자유인이 된 프랭키와 함께 감옥에 갇힌 '무고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밝혀내기 위하여 어렵고도 위험한 싸움을 별여나간다. 저자인 존 그리샴은 실제로 있었던사건에 영감을 받아 멋진 캐릭터와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로 시종일관 엄청난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부패한 경찰관과 탐욕스러운 증언자들, 그리고 무능한 법조인들이 만들어낸 유죄를 무죄로 되돌리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 놀랍도록 흥미롭게 펼쳐진다.



변호사들 대부분은 이런 순간을 꿈꾸지만 내게 이런 순간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무고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에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엉뚱한 유죄 판결을 허락하는 체제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대부분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실수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이 이제야 풀려났는데 무슨 이유로 기뻐해야 한단 말인가.

<수호자들> p 311




<수호자들>을 읽으면서 가해자들의 위협속에서도 꿋꿋하게 정의를 향해 돌진하는 수호자들의 모습에 그리고 결국은 진실이 승리하는 모습에 벅찬 희열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의 진실은 늘 승리하지 않는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법조인들은 너무나 허점이 많은 증거와 증언들을 심사숙고 하지 않고, 약자라는 이유로, 정황증거만으로, 전문가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의 판단만으로 너무 쉽게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다. 이렇게 한 번 유죄를 판결받으면 후에 진실을 확보해도, 납득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갖고 있어도 돌이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유죄라는 결과를 이끌어 낸 이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바로잡아 속죄하는 대신 그대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그들의 소리에 무관심으로 응대한다. 권력 앞에 무력함 때문인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 때문인지 불공정한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도 의지가 있는 진실은 강하다. 힘이 센 거짓이 늘 이길 것 같지만 꺾이지 않는 진실들이 모이면 그 힘은 분명 거짓을 이겨낼 수 있다. 비록 현실은 이러한 당연한 이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힘이 센 거짓들이 웃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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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 양지영 옮김, 박주홍 감수 / 성안당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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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체와 정신이 크게 흔들린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는 자율신경계가 망가졌다고 했다. 원인이나 치료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꽤나 고생을 했고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도 나의 자율신경계는 가끔씩 균형을 잃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자율신경계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알려준다니 이제 자율신경계 조절이 조금은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책은 몸과 정신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 식생활, 멘탈, 운동'네 가지 챕터로 나누어 자율신경계의 구조와 개선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일단 몸에 특별한 질환이 있지 않은데 불쾌한 신체증상(두통, 어지럼증, 수족냉증, 요통, 두근거림, 불면증 등)과 마음의 장애(불안, 초조, 우울 등)로 힘들다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증상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걱정거리가 주원인으로 몸속을 순환하는 혈류가 불안정해져서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잃어 뇌와 장기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스트레스나 걱정거리 때문에 생긴 통증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 편안한 상태를 만들면 호전된다. (p021)




책은 일러스트를 곁들여 자율신경계에 관한 꼭 알아야 하는 지식들을 소개하는데 그중에는 자율신경계와 우울증의 차이에 대한 내용도 있다. 증상이 우울증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자율신경계 이상은 모, 마음의 병이 아니고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다. 자율신경계 이상인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요할 수 있다.

한편, 자율신경계의 기능은 남자는 30대, 여성은 40대부터 저하되기 시작하는데 이 정도의 연령대가 되면 혈류가 나빠지면서 근육과 뇌의 기능이 둔해지고 쉽게 피곤해진다고 한다. 즉, 나이 들수록 자율신경계 이상은 필연이므로 멘탈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변비는 만성적인 장벽 염증이므로 당연히 세로토닌을 만드는 기능도 떨어지고 분비향도 크게 감소한다.

그 결과 기력이 저하되고 만성 피로나 우울증에 따른 마음의 병을 초래한다.(p.051)




이 책에서 알려주는 자율신경계 균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적당한 운동, 멘탈케어.'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내용이긴 한데 사실 이것만큼 중요한 게 없긴 하다. 다행히 쉽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방법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법도 알려주는데 그중에서 눈여겨볼 것은 '장내 환경'에 관한 내용이다. 안정된 자율신경계는 체내에 깨끗한 혈액이 있어야만 비로소 실현되는데 이 혈액을 만드는 것이 장이라는 것. 즉, 장의 견강이 자율신경계와 직결되는 것이다. 장내 환경이 나쁘면 부패물질이나 독소가 가득한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고 뇌에 산소부족을 일으키면서 부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어 정신적 장애로 이어진다고 하니 각별히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다양한 개선 방법들이 많아서 자율신경계과 건강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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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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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나를 지배하는 건 내가 아닌 '뇌'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다. 단순한 일상생활 습관은 물론, 몸의 질병이나 심리적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뇌의 시스템이 변해야 가능하다. 심리서나 자기 계발서에서 배운 것들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뇌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단 얘기다.



"우리 뇌는 우리가 시간을 쏟는 일이 보상이나 목표와 관련되어 있기만 하다면,

그 일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한다. 그것을 배우겠다는 의욕이 없으면 신경회로 재편은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에 알맞은 신경 조절 물질이 방출되지 않기 때문이다."(P.226)



<더 브레인>으로 유명한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이 책에서 뇌가소성의 확장 개념인 '생후배선'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우리 뇌가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바꿔나가는 역동적인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간은 미완성의 뇌를 갖고 세상에 태어나 주변 환경을 반영해서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회로를 조정하는데 이를 생생히 표현해주는 용어가 바로 '생후배선'이다. 뇌의 신체 지도는 유전자에 미리 각인된 것이 아니라 입력되는 정보에 따라 형성된다.경험 의존적이라는 얘기다. 즉, 우리는 '어떤 사람이다'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중'인 것이다.


책에는 생후배선의 놀라운 사례들이 다양하게 실려있다. 예를 들면 혀나 진동소리로 시각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고, 촉각으로도 시각으로 접하는 세계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감각을 탐지하는 기관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신호에 실린 정보가 중요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팔을 잃었거나 다리를 잃었을 경우 운동피질이 재편되어 다른 부분들이 그 기능을 이어받을 수 있는데 이 역시 뇌가 특정한 형태의 신체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몸을 최적의 상황으로 스스로를 개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뇌가 적응하지 못하는 세상이나 신체 형태는 없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반복을 해야만 뇌의 구조에 반영된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반복적인 연습이나 노출 그리고 그 능력을 얻고 말겠다는 욕망이 있어야만 변화가 이루어진다. 나에게 중요하다고 인식되어야만 뇌도 노력을 해줄테니까. 하지만 이미 나이가 많다면 유연성이 감소되어 변화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활발한 생활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하니 계속 관성대로 돌아오더라도 가능성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걸로. 우리 뇌가 어떻게 끊임없이 회로를 바꾸는지 궁금하다면 일독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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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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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읽을 때는 내면의 문제였는지 취향의 문제였는지 책의 내용이 부담스럽고 저항감이 느껴졌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주인공의 나약한 삶의 태도가 공감은커녕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독에서 놓쳤던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전혀 다른 책을 읽는 것 마냥 새롭게 읽혔다. 내 시선으로 재단하며 읽지 않고, 주인공의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니 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일찍 세상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인간이 껍데기일 뿐임을 알아버렸고, 충실하게 무의미한 삶을 이행했다. 그리고 다시 '없음'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했다. 어둡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지만 이면에 담긴 인간이란 존재의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고 성찰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저는 인간을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수기 016

이 책의 주인공 요조는 어려서부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자신의 것과는 너무도 달랐고, 돈을 위해, 먹기 위해 살아가는 이중적인 모습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세상 인간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연결고리를 잇고 싶어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며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들키지 않기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상 속에서 타인들과의 '다름'은 수면 위로 올라왔고, 그의 괴로움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그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단판에 끝내버리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이제 내겐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 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세 번째 수기 148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끝내 인간이 왜 삶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핍과 두려움을 견뎌내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길을 택하고 만다. 나는 요조의 '무저항의 삶'을 옹호하고 싶지도 않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나 역시 마음의 힘듦을 경험했고, 누군가의 이해와 위로를 간절히 바랬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도 온전한 공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꼈었다. 많이 회복된 지금도 냉정한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깊숙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가 겁난다. 그렇지만 주인공 요조가 말했듯이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다 지나간다. 시간과 함께 버티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금씩 발을 내디뎌 본다면 단단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온전히 이해는 아니더라도 도와주고 함께하는 인연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주인공 요조에게 '너만이 결핍과 다름을 경험한 게 아니야.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결말이 달라졌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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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話頭) 아이온총서 1
박인성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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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란, 불교의 근본진리를 묻는 물음에 대한 선사들의 대답, 혹은 제자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말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두는 생각과 감정에 가려진 우리의 본성을 찾기 위한 수행 방법 중 하나로 논리적인 생각으로는 풀 수 없는 주제를 붙잡고 있음으로써 번뇌를 끊고, 주제 안에 숨은 의미를 통해 망상에서 깨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한 방법이다.

이 책<화두>은 제목 그대로 화두만을 모아 해독한 책으로, 조주 선사의 화두가 주를 이루고, 마조 선사와 남전 선사의 화두 중 조주 선사의 화두와 연계된 것들만을 골라 담아냈다. 저자는 조주가 언어의 본질에 대해 깊은 성찰과 심원한 철학적 사유를 했기에 그의 화두가 문답 상대자의 언어를 언어로 해체시켜 언어를 통해 이해와 증득을 하나로 만들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강렬한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화두는 '금'이지만 주제를 해독한 결과로 '금'을 얻고자 하지 말고, 해독 과정을 눈여겨 읽어야 옛 선사들의 섬세하고 심원한 사유 과정에 동참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책에 담겨있는 99개의 선문답은 예상대로 불편하고 무거워서 해설없이는 읽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구절마다 등장하는 불교 용어를 찾아보느라 불편했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문답은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엉킨 실타래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저자가 일상어로 풀어준 해독 역시 만만치가 않아서 꽤나 집중하고 음미하며 읽어야만 했다. 다행히 이렇게 공을 들여 화두를 들여다보니 조주의 화두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철학적 의미를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고, 늘 생각하던 방식과 논리적으로 지은 경계를 무너뜨려 의미와 무의미를 사유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인 들뢰즈 철학을 적용해 해독한 부분은 나로서는 언감생심이어서 가볍게 읽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선불교 철학을 서양철학에 의거해 해독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관심가져 볼 만하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 뜰 앞의 잣나무이다.

  • 한 해가 다 가도 돈을 사르지 않는다.

  • 우리 안에서 소를 잃었다.

  • 앞니에 돋은 털이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는 '불법의 요지는 무엇이냐' '깨달음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선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화두다. 이러한 불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려면 숨어있는 말의 뜻을 찾아서는 알 수 없고, 언어의 의미로부터, 분별로부터 벗어나야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위에 네 가지 대답은 지칭하는 대상의 존재를 넘어서기 위한 말이다. '뜰 앞의 잣나무'는 눈앞의 실체에 고착되지 않는, 마음을 바로 가르켜 보인 것이며 '앞니에 돋은 털'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부조리한 대상이기에 당초 고착될 것이 없음을 나타내고, '돈을 사르지 않음'과 '우리 안에서 소를 잃음'도 각각 작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음을, 경계를 무너뜨림을, 즉 고착되지 않는 마음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해 보면, 우리의 본성은 '이것이다, 저것이다'하며 분별로 찾으려 하면 찾을 수 없고, 분별에 의지하지 않고 지금 눈앞에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 바로 본성을 확인할 수 있음을 화두는 말하고 있다.

역시 언어의 이해로 깨달음을 얻기엔 부족하다. 화두를 풀기 위해서는 일상을 습관대로 지나치지 않고 냉철하게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모든 경험을 당연하게 대하지 않고, 새롭게 볼 때 그동안의 착각과 무지가 드러나 근본적인 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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