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끝내 인간이 왜 삶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핍과 두려움을 견뎌내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길을 택하고 만다. 나는 요조의 '무저항의 삶'을 옹호하고 싶지도 않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나 역시 마음의 힘듦을 경험했고, 누군가의 이해와 위로를 간절히 바랬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도 온전한 공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꼈었다. 많이 회복된 지금도 냉정한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깊숙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가 겁난다. 그렇지만 주인공 요조가 말했듯이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다 지나간다. 시간과 함께 버티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금씩 발을 내디뎌 본다면 단단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온전히 이해는 아니더라도 도와주고 함께하는 인연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주인공 요조에게 '너만이 결핍과 다름을 경험한 게 아니야.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결말이 달라졌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