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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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지난번에 읽을 때는 내면의 문제였는지 취향의 문제였는지 책의 내용이 부담스럽고 저항감이 느껴졌었다. 음산한 분위기와 주인공의 나약한 삶의 태도가 공감은커녕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독에서 놓쳤던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전혀 다른 책을 읽는 것 마냥 새롭게 읽혔다. 내 시선으로 재단하며 읽지 않고, 주인공의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니 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일찍 세상의 실체를 알아버렸다. 인간이 껍데기일 뿐임을 알아버렸고, 충실하게 무의미한 삶을 이행했다. 그리고 다시 '없음'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했다. 어둡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지만 이면에 담긴 인간이란 존재의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고 성찰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저는 인간을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수기 016

이 책의 주인공 요조는 어려서부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자신의 것과는 너무도 달랐고, 돈을 위해, 먹기 위해 살아가는 이중적인 모습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세상 인간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연결고리를 잇고 싶어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며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들키지 않기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상 속에서 타인들과의 '다름'은 수면 위로 올라왔고, 그의 괴로움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그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단판에 끝내버리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이제 내겐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 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세 번째 수기 148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끝내 인간이 왜 삶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핍과 두려움을 견뎌내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길을 택하고 만다. 나는 요조의 '무저항의 삶'을 옹호하고 싶지도 않고,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나 역시 마음의 힘듦을 경험했고, 누군가의 이해와 위로를 간절히 바랬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도 온전한 공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꼈었다. 많이 회복된 지금도 냉정한 세상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봐 깊숙이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가 겁난다. 그렇지만 주인공 요조가 말했듯이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다 지나간다. 시간과 함께 버티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금씩 발을 내디뎌 본다면 단단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온전히 이해는 아니더라도 도와주고 함께하는 인연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주인공 요조에게 '너만이 결핍과 다름을 경험한 게 아니야.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결말이 달라졌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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