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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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진화론으로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윈에 대하여, 그의 진화론에 대하여 생각만큼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다윈의 200주년을 기념해 출판된 <다윈의 사도들>은 큰 기대감과 궁금증을 갖게 한다.


<다윈의 사도들>은 사회생물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교수가 다윈주의자로 잘 알려진 12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직접 찾아가 나눈 대담을 모아 엮은 인터뷰집이다. 책은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라고 밝히지만, 저자인 최재천 교수 역시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를 가진 다윈주의자로서 <이기적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와 <이중나선>의 제임스 왓슨을 포함한12명의 다윈 예찬론자들과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대화 전개를 이끌어나간다. 책은 다윈이 왜 위대한 인물인지 논증하고, 다윈의 학설이 진화론에 머물지 않고, 과학, 종교, 철학, 경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양한 견해를 통해 확신시킨다.


다윈의 진화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줍니다.

모든 생물에게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해 주는 그런 이론이 있는 것은

그런 이론이 없었을 때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죠.

<다윈의 사도들> 첫째 사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p061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모두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공통질문으로 '다윈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변이다. 책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이 질문에서 다윈의 사도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통찰을 드러낸다. 특히 주목했던 내용은 기독교적인 세계관, 즉 창조론이 거대한 이론이었던 시대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인 근거로 무장한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해 인류의 기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미신, 신학에 빠져있던 생명의 영역을 과학의 범주로 끌어들였고, 과학이 오늘날의 위치에 이를 수 있도록 기여했다. 물론, 진화론이 우주의 섭리까지 설명해낼 수 없고, 창조론을 믿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지만, 우리 자신을 잘 이해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진화론을 벗어나서는 생물학의 어떤 내용도 의미를 지닐 수 없다.

<다윈의 사도들> 여섯째 사도 피터 크레인 p243


다윈의 진화론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생명체는 설계자 없이, 어떤 이유나 목적 때문이 아닌,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선택되어 태어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애써 노력하거나 자연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생명체를 선택하고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특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다윈의 이론으로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고,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행동에 더욱 매진해야 함을 우리는 알게되었다.


책은 생물학 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술술 읽히지 않고, 낯선 주제에 대해서는 막히기도 했지만 다윈에 대한 몰랐던 사실들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조금 더 이 책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지면 다시금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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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칼 포퍼 지음, 허형은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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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상식이 점점 무너져가고, 사이비와 가짜뉴스가 진실을 속이니 정말 무서운 세상이 올 것만 같아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내 문제만 걱정하고 해결하고 살아가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사 모른척 외면하고 살아도 잘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고, 무력감만 덩그러니 남을 것 같다.


때마침 큰 위로가 되는 책을 만났다. 솔직히 이 책<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의 저자인 칼 포퍼라는 철학자가 누구인지 몰랐고, 그저 작품 제목을 보고 작은 위안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읽었는데 울림과 가르침들이 가득했다. 이 시대의 지성이라 불리는 자연철학자 칼 포퍼는 자신의 인생을 바쳐 구축한 역사관과 통찰로 암담한 현실을 대면하는 혜안을 제시하여 지금을 돌아보게 하고, 의심하고 질문하게 한다. 특히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라"라는 그의 간명한 한마디는 세상에 대한 냉정하고 회의적이던 태도를 변화시켜서 이해의 시야를 넓혀주고 올바른 현실감각을 갖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능동적인 존재이며,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들을 시행착오 방법을 적용해 끊임없이 시험한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p134



이 책에서 칼 포퍼는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과 역사와 정치에 관한 고찰을 겸손한 자세와 친절한 언어로 풀어내었다. 물론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쉽지는 않았다. 나의 얕은 지식과 좁은 이해로는 책의 내용을 온전히 가늠하고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그가 전하는 삶의 철학 몇 가지는 분명하게 다가왔다. 먼저, 칼 포터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당부한다. 인생은 삶을 위한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은 시행과 착오를 통해 일어나므로 우리의 시행착오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자신의 편견과 잘못된 신념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제거해나간다면,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시도해 본다면 이 과정 자체가 문제의 해결책이자 해결된 삶이라 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그렇다. 문제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가 문제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도약의 기회로 삼을 때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자신의 실수와 오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하나씩 제거해나간다면 더 이상 문제는 나의 삶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되고, 오히려 고마운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은 과거를 미래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실들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판단해 어떤 일이 실현 가능한지,

어떤 일이 도덕적으로 옳은지를 배워야 합니다.

미래를 예언하려고 과거로부터 풍조나 동향을 추론하는 건 아예 지양합니다.

미래는 열려 있기 때문이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p253



저자의 또 다른 조언은 "냉소주의에 빠지지 마라."라는 것이다. 칼 포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낙관주의는 의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미래는 미리 정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우연히 들어맞는 것일 뿐이라고 하면서 다가올 미래는 우리 모두의 연대책임이기도 있기에 나쁜 미래를 예측하는 대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고 독려한다. 요즘 치욕적인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던 나에게 현재의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며 과거를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얼마든지 더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해야 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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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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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나는 삶이 인연대로 펼쳐진다고 믿지 않았다. 모든 게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건 왠지 미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삶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불확실성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믿기 싫었다. 나는 삶이 나의 의지대로, 선택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태어난 것은 내 뜻이 아니었지만 자아가 형성된 후부터는 나의 선택들의 합이 현재의 '나'이자 '나의 삶'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어야만 나의 행동, 감정, 생각 등에 확신을 갖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안다. 삶은 예측, 규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의 존재는 우연의 산물이고, 세상은 아무 목적 없이, 의미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연에 대하여 상세하고 주의 깊게 이해시킨다. 우연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어떻게 하면 우연이라는 불확실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안내한다. 그래서 우리가 알던 우연이 불리하거나 불안한 것이 아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행복을 찾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더 애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우연을 그토록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행복에 대한 유혹보다는 현재 상태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p259


책은 우리가 우연(불확실)을 싫어하는 이유를 '인지의 왜곡'때문이라고 결론지으며 뇌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우리 뇌는 끊임없이 어떤 틀을 찾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우연)을 보면 그럴듯한 해석을 갖다 붙이는데 긍정보다는 부정쪽으로 더 강하게 인지하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쉽게 왜곡해버린다. 그리고 생각의 힘으로 우연(불확실)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우연을 과소평가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뇌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우리의 삶은 자주 난관에 봉착한다.상황을 확대해석해서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거나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근거 없는 의미를 갇다붙여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한 우연(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할 까봐 두려워 지속적으로 걱정을 달고 살기도 한다.


우연히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위험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p306


그렇다면 우연, 그 불확실성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이 내놓은 해결 방법은 "우연을 인정하자"라는 것이다. 복잡해진 세상에서 예기치 않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대적인 안전은 있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자는 얘기다. 그리고 단순하게 사고하고, 작은 걸음으로 가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손해를 가능한 줄이는 방향으로 실수를 용인하면서 단계적으로 더듬더듬 나아가라고 말이다. 유독 불확실한 상태를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해결 방법이긴 하다. 우연이 신선한 기회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고정관념과 편견을 내려놓고 우연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안전만을 중시하며 소극적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조금씩 우연에게 삶의 일부를 맡겨봐야 할 것이다. 머릿속 세상에서 나와 현실에 발을 디디며 생생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불확실한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운명과 우연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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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수업 - 실리콘밸리 천재들을 가르친 1:1 코칭
셰리 휴버 지음, 구경 옮김 / 804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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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관한 책들을 나름 섭렵했음에도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강렬하고 단호한 제목과 표지 때문이었다. 뭔가 뻥 뚫리는 한 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뻔한 내용들로 실망하진 않을까하는 의심도 들었다. 다행히 이 짧고 강한 책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불교철학을 일반적 언어로 어렵지 않게 풀어내었고, 두려움에 관하여 알아야 할 진실과 핵심내용들이 알차게 채워져 있다.


안전한 선택을 할 때마다 두려움은 강해집니다.

두려움이라고 부르는 불편한 감정을 피할 때마다

우리의 세계는 쪼그라들어요.

<두려움 수업>p012


책은 선불교의 철학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다스리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조언한다. 45년간 선(Zen)과 함꼐한 저자는 두려움에 직면할 때 겪게 되는 회피와 저항이 우리의 세상을 좁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늘 반복되는 두려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알아차리면)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일러준다. 간략하게 풀어 보면, 두려움이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는 정신적 과정일 뿐인데 우리는 두려움을 실제로 일어난 또는 일어날 일이라고 착각하고, 이 두려움을 해결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고 계속 생각속에 머문다. 이는 상상 속에 있는 위험한 일에 과대하게 반응하며 반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하고 '생각'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고통속에 살아가게 만든다.


두려움이 하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으면

당신은 살고 두려움은 살지 못합니다.

<두려움 수업> p072


이 책은 두려움은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느껴서 진실을 꿰뚫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생각, 감정, 느낌은 나의 것이 아니라 뇌의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을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 않는 것이 그 까닭이다. 두려움은 나의 의지대로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떤 인과에 의해 발생하고 인과가 끝나면 소멸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자아'(몸-정신)역시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두려움은 이렇게 '나'라는 허상을 분리된 한 존재로 믿게 하여 인생을 통제하려 발악한다. 그러나 두려움은 단지 상상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


두려움을 무서워하고 먹이를 주면 점점 자라납니다.

두려움을 내버려 두고 힘을 더해주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 소멸합니다.

<두려움 수업>p097


두려움에 대한 실체를 알았으니 이제 나아가는 법만 익히면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두려움은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기에 자신을 고치거나 상황을 바꿀 필요가 없고,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을 해체하면 된다. 방법은 두려운 생각,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과 마주하는 것이다. 처음엔 죽을 듯이 괴롭겠지만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두려움의 힘은 점점 약해진다. 사실 말로는 쉽지만 막상 해보면 만만치가 않다. 두려움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고 계속 같은 경험을 해야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해 본 바, 효과는 분명히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꾸준히만 한다면, 그리고 어떤 특정한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두려움이나 기대나 모두 '생각'이기에 그것에 먹이를 주지 않고, 단지 생각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면 생각은 결국 사라진다.


<두려움 수업>은 그동안 읽어왔던 불교서적과 심리서적의 핵심을 정리해 놓은 듯한 책이라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펴보게 될 것 같다. 지금 내가 무엇에 집중할 지 다시한 번 되새겨 보는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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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oKnow 2023-03-1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리뷰네요. 감사합니다^^
 
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음, 양진성 옮김 / 프리렉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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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각하는 경험을 사실이라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보는 대로 믿는 것'이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나의 경험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나의 체험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도 단단해서 '세상이 내가 만든 허구적 묘사'라는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다.

이 책<감각의 거짓말>은 이런 나의 착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뇌신경 학자인 저자가 수십 년간 탐구한 다양한 감각이상 사례들을 들려줌으로써 오감 아니 육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덜어내어 감각의 한계를 인식시키고, 지금 경험하는 세상이 불완전하다는 의심을 갖도록 만들어준다.



우리가 주변 세상의 절대적 진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실상 복잡한 재구성물이자,

정신과 신경계의 조작으로 재탄생한 가상현실이다.

p009



책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현실을 특이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선천적으로 촉각을 인식하지 못해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폴, 바이러스 때문에 안구에 이상이 생겨 이미지가 왜곡되어 보이는 니나, 단순한 코감기에 걸린 후 평생 악취로 고통받는 조앤, 음식을 잘못 섭취해서 냉온 감각이 뒤바뀐 앨리슨,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증상을 느끼는 켈리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감각의 경험이 변형된 사람들의 사례들을 통해 감각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 그리고 작은 변화나 사소한 문제에도 감각이 거짓말을 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한 지점은 우리 몸의 시스템에는 주요 결점이 있다는 내용이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첫째, 외부에서 퍼부어대는 정보의 양이 너무 방대해 우리의 제한된 신경계는 세상의 일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 둘째, 우리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살고 있어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세상을 인식하기까지 내재적인 지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셋째, 감각 정보는 본질적으로 모호하다는 점. 뇌는 단순한 수용기라기 보다 예측기에 가깝기 때문에 잘못 보고, 잘못 듣고, 잘못 느끼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정리하면, 우리의 인식 바탕에는 세상의 모습을 실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떨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현실은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다양한 현실 전부가 진실이다.

p319



<감각의 거짓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와 현실 간의 관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감각은 세상에 관하여 자세히 전달하지만 본질 그대로는 아니다. 요점 정리된 또는 일부분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제한된 형태로 인지되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기보다는 삶에 도움을 주는 해석자, 조력자쯤으로 여기면 될 듯싶다. 특히 작은 부상에도, 노화 같은 자연스러운 변화에도 감각은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내가 느끼는 '현실'이 진짜 현실이 아닐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도록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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