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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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나는 삶이 인연대로 펼쳐진다고 믿지 않았다. 모든 게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건 왠지 미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삶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불확실성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믿기 싫었다. 나는 삶이 나의 의지대로, 선택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태어난 것은 내 뜻이 아니었지만 자아가 형성된 후부터는 나의 선택들의 합이 현재의 '나'이자 '나의 삶'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어야만 나의 행동, 감정, 생각 등에 확신을 갖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안다. 삶은 예측, 규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의 존재는 우연의 산물이고, 세상은 아무 목적 없이, 의미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연에 대하여 상세하고 주의 깊게 이해시킨다. 우연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어떻게 하면 우연이라는 불확실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안내한다. 그래서 우리가 알던 우연이 불리하거나 불안한 것이 아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행복을 찾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더 애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우연을 그토록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행복에 대한 유혹보다는 현재 상태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더 강하게 느낀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p259


책은 우리가 우연(불확실)을 싫어하는 이유를 '인지의 왜곡'때문이라고 결론지으며 뇌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우리 뇌는 끊임없이 어떤 틀을 찾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우연)을 보면 그럴듯한 해석을 갖다 붙이는데 긍정보다는 부정쪽으로 더 강하게 인지하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쉽게 왜곡해버린다. 그리고 생각의 힘으로 우연(불확실)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우연을 과소평가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뇌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우리의 삶은 자주 난관에 봉착한다.상황을 확대해석해서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거나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근거 없는 의미를 갇다붙여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한 우연(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할 까봐 두려워 지속적으로 걱정을 달고 살기도 한다.


우연히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위험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p306


그렇다면 우연, 그 불확실성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이 내놓은 해결 방법은 "우연을 인정하자"라는 것이다. 복잡해진 세상에서 예기치 않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절대적인 안전은 있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자는 얘기다. 그리고 단순하게 사고하고, 작은 걸음으로 가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손해를 가능한 줄이는 방향으로 실수를 용인하면서 단계적으로 더듬더듬 나아가라고 말이다. 유독 불확실한 상태를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해결 방법이긴 하다. 우연이 신선한 기회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고정관념과 편견을 내려놓고 우연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안전만을 중시하며 소극적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조금씩 우연에게 삶의 일부를 맡겨봐야 할 것이다. 머릿속 세상에서 나와 현실에 발을 디디며 생생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불확실한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운명과 우연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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