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나는 삶이 인연대로 펼쳐진다고 믿지 않았다. 모든 게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건 왠지 미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삶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불확실성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믿기 싫었다. 나는 삶이 나의 의지대로, 선택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태어난 것은 내 뜻이 아니었지만 자아가 형성된 후부터는 나의 선택들의 합이 현재의 '나'이자 '나의 삶'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어야만 나의 행동, 감정, 생각 등에 확신을 갖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안다. 삶은 예측, 규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의 존재는 우연의 산물이고, 세상은 아무 목적 없이, 의미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연에 대하여 상세하고 주의 깊게 이해시킨다. 우연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어떻게 하면 우연이라는 불확실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안내한다. 그래서 우리가 알던 우연이 불리하거나 불안한 것이 아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