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음, 양진성 옮김 / 프리렉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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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각하는 경험을 사실이라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보는 대로 믿는 것'이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나의 경험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나의 체험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도 단단해서 '세상이 내가 만든 허구적 묘사'라는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다.

이 책<감각의 거짓말>은 이런 나의 착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뇌신경 학자인 저자가 수십 년간 탐구한 다양한 감각이상 사례들을 들려줌으로써 오감 아니 육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덜어내어 감각의 한계를 인식시키고, 지금 경험하는 세상이 불완전하다는 의심을 갖도록 만들어준다.



우리가 주변 세상의 절대적 진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실상 복잡한 재구성물이자,

정신과 신경계의 조작으로 재탄생한 가상현실이다.

p009



책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현실을 특이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선천적으로 촉각을 인식하지 못해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폴, 바이러스 때문에 안구에 이상이 생겨 이미지가 왜곡되어 보이는 니나, 단순한 코감기에 걸린 후 평생 악취로 고통받는 조앤, 음식을 잘못 섭취해서 냉온 감각이 뒤바뀐 앨리슨,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증상을 느끼는 켈리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감각의 경험이 변형된 사람들의 사례들을 통해 감각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 그리고 작은 변화나 사소한 문제에도 감각이 거짓말을 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한 지점은 우리 몸의 시스템에는 주요 결점이 있다는 내용이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첫째, 외부에서 퍼부어대는 정보의 양이 너무 방대해 우리의 제한된 신경계는 세상의 일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는 점. 둘째, 우리는 본질적으로 과거에 살고 있어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세상을 인식하기까지 내재적인 지연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셋째, 감각 정보는 본질적으로 모호하다는 점. 뇌는 단순한 수용기라기 보다 예측기에 가깝기 때문에 잘못 보고, 잘못 듣고, 잘못 느끼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정리하면, 우리의 인식 바탕에는 세상의 모습을 실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떨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현실은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다양한 현실 전부가 진실이다.

p319



<감각의 거짓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와 현실 간의 관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감각은 세상에 관하여 자세히 전달하지만 본질 그대로는 아니다. 요점 정리된 또는 일부분에 초점을 맞춘 지극히 제한된 형태로 인지되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기보다는 삶에 도움을 주는 해석자, 조력자쯤으로 여기면 될 듯싶다. 특히 작은 부상에도, 노화 같은 자연스러운 변화에도 감각은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내가 느끼는 '현실'이 진짜 현실이 아닐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도록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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