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창비시선 313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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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주사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
절벽에 지은 절이라서 탑도 불전도 없다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뿐이다
엄니는 줄 한번 더 섰단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단다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됐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
보건소장이 아주 좋은 거라 해서
한번 더 맞히려 했는데 세번째는 들켰단다
크는 흉터는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이것 때문에 가방끈도 소총 멜빵도
흘러내리지 않아 좋았다 말씀드려도
자식 몸 버려놓은 무식한 어미를 용서하란다
인연이란 게 본래 끈 아닌가
내 왼어깨에 끈이란 끈
잘 건사해주는 불주사라는 절터가 있다
어려서부터 난 누군가의 오른쪽에서만 잔다
하며 내 인연들은 법당 마당 탑신이 아니겠는가
내 왼어깨엔 엄니가 지어주신
불주사가 있다 손들고 나서려고만 하면
물구나무서버리는 마애불이 산다


책 곳곳에 유머스럽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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