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그다지 놀랍지 않게 생각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든 언젠가 겪어본 일처럼 느껴진다. 뉴스도 그렇고 주변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다 그런 식이다. 회사일 역시 마찬가지여서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별로 무리가 없다.
잘되든 일되든 결과 또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뿐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살아오면서만난적있는 비슷한 누군가와 얼굴이 겹쳐지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사람을판단하는 일이 쉬워졌다. 세상 사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어쩌면 틀을 갖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삶의 매뉴얼 말이다. 아무리 복잡한 일도 틀에 집어넣으면 단순해져버린다. 시간도 마찬가지여서 날짜와 빈칸만으로 이루어진 새 플래너수첩을 펼쳤을 때는내 앞에 많은 미지의 시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몇개의스케줄을 적어넣으면 그것은 조각조각 나뉘고 그다음부터는 익히아는 일상의 시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을 경륜이라고 좋게보든 보수화되었다고 비난하든 상관없다. 분명한 것은 세상일이 놀랍지 않게 생각되면서 동시에 어느정도 무기력해진다는 사실이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은 이미 결정돼버렸다. 회사든 가정이든 이제내 인생에 변수는 거의 없다. 파산이나 이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일이 생겨도 나라는 사람이 크게 변하지는않는다는 의미이다. 더이상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을 바에야 모험심과 열정 따위는 필요없게 되며 따라서 현상유지 이상의 에너지가분비되지 않는다. 어느정도 정점에 이른 사람은 완성도를 높일 수있을지 몰라도 더이상 자신의 속에서 미지와 신비를 끌어낼 수는없을 것이다. 두려움도 없지만 설렘 또한 없다. 행복하지 않은 것도아니며 또한 행복한 것도 아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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