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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는 기족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 가까이 가지만 엘머를 통해서 죽음을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죽음은 또다른 엘머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죽음은 늘 곁에 맴돌고 있다.
앨머 그런드가 권총을 꺼내들고 내 가슴을겨눴을 때 내게는 그것이 혼자서 하는 카드놀이만큼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 권총에 든 탄환들에 내가 단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구멍들, 의미 없는 벌어진 틈새들, 정신이 건널 수 없는미세한 균열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만일 우리가 그런 구멍들 중 하나의 건너편에 있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그날 밤 우연히 내 집 거실에서 그런 구멍들 중 하나와 마주쳤다. 그것은 권총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는데, 나는 그 권총안에 있었으므로 모면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더없이 침착하면서도 전혀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그순간에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정도의 무관심은 참으로 보기 드문 것이고 또 자신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것이기에존경을 받을 만하다. 그런 태도는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 P144
그녀를 계속 바라보는 사이 나는 그녀가 정신력으로 결국은 육체를 지배하게 된그런 보기 드문 사람들 중의 하나임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노령도 그런 사람들을 약화시키지는 못한다. 육신을 늙게 할수 있을지는 몰라도 본연의 모습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더 들면 들수록 더 완벽하고 분명하게 자신을구현한다. - P298
위기의 순간들이 사람들에게서 배가된 생명력을 창출해 낸다. 또는 좀더 간명하게 번역하자면, 사람들은 곤경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충실한 삶을 살지못한다. - P311
당신은 어딘가에서부터 시작했고 거기에서부터 아무리 멀리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언제나 결국은 그 자리로 돌아갈 거예요. 나는 당신이 나를 구원해 줄 거라고, 내가 당신에게 속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사람들 외엔 누구에게도 속해 본 적이 없어요. 꿈을 꾸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데이비드 - P400
역사의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이 하루 만에이울지만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나 살아서 죽는다. 삶을 헤쳐 나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서너 가지 모습을 뒤에 남기는데 그 하나하나의 모습은 다른 모습과 다르다. 우리는 과거라는 안개 너머로 다른 시대의 우리 초상들을 보듯 그 모습들을 본다. - P407
환상의 책은 이런 저런 일들이 실생활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 다른 세계로의 탐험 여행이다. 이 소설에서 오스터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끊임없이 바뀌는 한 남자의 삶과 감정들을 탐구하는데, 작가의그런 의도는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라는 제사(詞)에 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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